"주 하나님이 웃사에게 진노하셔서, 거기에서 그를 치시니,
그가 거기, 하나님의 궤 곁에서 죽었다.
주께서 그렇게 급격히 웃사를 벌하셨으므로, 다윗이 화를 내었다."

언약궤를 옮기며 다윗은 찬양대와 함께 축하했다.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셈이다. 언약궤를 다 옮기지 못한 채 웃사가 죽었다. 다윗은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언약궤를 다윗성으로 옮긴다는 생각에 들떠 반드시 생각해야 할 과정을 놓쳤다. 그런데도 v8 하나님이 웃사를 쓰러뜨렸다고 다윗이 분노했다.

다윗은 여호와께서 자신의 생각대로 행하시지 않자 화가 났다. 다윗의 결정이 올바르지 않았는데도 화가 나서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다. 하나님과 온전한 관계에 있었다면 여호와의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오히려 회개하며 여호와께 나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컸고,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자기 생각에 빠지면 하나님의 뜻을 깨닫지 못한다.

나는 분노나 순간적인 생각에 매이지 않는다. 대신 내 안으로 숨고, 머뭇거리며, 외로움과 허무로 빠져든다. 여호와께서 내 생각대로 하지 않으며, 우리 삶에 잘 개입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호와께서 내 생각대로 하셨다면 나는 망가진 모습으로 살았을 것이다. 여호와를 서랍 안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쓰는 ‘서랍 안의 하나님’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 이를 알기 때문에 감사하며 산다. 그래도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싫다. 내가 이렇다.

나를 이룬 생각들이 옳지 않다고 알지만 벗어나지 못하겠다. 무서운 아버지 밑에서 눈치 보며 살면서 사람을 살피는 태도가 몸에 뱄다. 지금도 사람을 살피는 태도가 나를 사로잡는다. 사람을 살피면 쉽게 실망하게 되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눌려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면 생각할 바를 넘어서 생각한다. 이런 태도가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한다. 겉으로 강한 척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연약한 자아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나를 보며 알았다.
하나님 은혜가 아니었으면 나는 나로 살지 못한다. 여호와께서 내 뜻대로 하지 않으셨지만, 오히려 선한 길로 인도하셨다. 내가 나로 살아가게 한 인도였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면서 힘든 일도 많이 겪었지만 ‘운이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일이 많았다. 올해 만난 아이들이 나를 힘들게 하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려고 끙끙대며 하나님의 은혜를 만난다. 아이들이 1학기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 내가 해준 진지한 이야기가 조금은 마음에 남을 거로 생각한다.

나도 한때 언약궤를 내가 원하는 장소에 옮기려 했다. 선교사가 되겠다고 고백했고, 이런저런 결심을 하고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삶이란 목표를 정하고 정복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사람이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걸음을 인도하는 분은 여호와다. 올해 아이들과 어떻게 헤어질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화내지 말고 계속 마음에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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