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가 있고 기다릴 때가 있다.
1. 연휴가 끝나고 수요일, 아이가 울면서 말한다.
“선생님, 그냥 눈물이 나요.”
“왜 눈물이 나는지 알아?”
“몰라요. 그냥 눈물이 나요.”
“그러면 울어. 눈물이 날 때는 울어야지. 좀 울면 괜찮아질 거야.”
2. 다음날 목요일 아침에 자전거로 출근하고 자전거를 세우는데
쉬는 시간마다 축구하는 우리 반 아이가 말한다.
“송화가루가 00이에요.”
(가득해요 같은 말이었는데 진땅이에요 한 것도 같고 잘 모르겠다.)
“너 송화가루도 알아?”
“네, 아빠가 알려줬어요.”
목수 아빠가 아들에게 송화가루를 알려준 모양이다.
3. 금요일 국어 시간에 한 아이 책상 앞에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글씨를 쓰던 아이가 뜬금없이 말한다.
“저는 선생님이 좋아요.”
“나도 00이가 좋아. 저번에 화내서 미안해.”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이 ‘시’로 들린다.
마주 이야기로 써놓을 반짝이는 순간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냥 아이가 하는 말이 ‘시’로 들린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말도 시처럼 들린다.
오늘 밭에서 일하다가 지렁이를 봤다.
몇 년 동안 약을 안 친 밭이라 지렁이가 굵다.
‘오~ 지렁이가 아주 뱀이네.’
말해놓고는 이것도 시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올해 글을 거의 안 쓴다. 읽는 시간도 줄었다.
1학년과 지내다가 집에 와서 잠깐 밭일하고 쉰다.
생각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아이 말이 ‘시’로 들린다.
그렇지만 지금 성급하게 쓰진 말아야지.
섣불리 덤벼들면 글이 되다가 만다.
시를 보는 게 즐겁다. 이 마음을 잘 간직해서 때가 되면 글을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