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는 소리를 내지 못하는 백조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안 됐다. 힘들겠다.”하거나 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할 줄 알았다. 책을 읽고 어땠는지 물어보니 별 느낌이 없다는 아이가 있다. “루이가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걸 알았을 때 어땠어? 어떻게 될까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어?” 하니 왜요? 나중엔 잘 될 텐데요.” 한다. ‘어라? 이건 무슨 반응이지?’ 하면서 그럼 나쁜 일이나 긴장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이러다가 결국은 좋게 끝날 거야!’라고 생각하니?” 그렇다고 한다. “정말 안 좋은 일이 생겨 누군가 죽으면 이거 뭐야? 여기서 왜 죽어? 이 책 진짜 이상하네?’ 라고 생각해?” 하니 당연하다는 눈으로 본다.

이렇게 읽으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재미없다. “백조가 글을 배운다는 것, 그리고 설마 설마 했는데 기어이 물갈퀴를 잘라 손가락처럼 사용해서 트럼펫을 분다는 내용 등이 너무 억지처럼 느껴졌다.(홍은미 선생님)”고 생각하는 건 괜찮다. 내용에 동의하지 못해도 생각하고 글도 쓸 수 있다. 그러나 그냥 그랬어요하면 토론도, 글쓰기도 힘들다. 생각 없이 읽으면 할 말이 없고 줄거리밖에 쓸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려고 핵심내용 찾기를 했다. 먼저 줄거리를 최대한 짧게 썼다. 전체 이야기를 줄이는 방식으로는 100자 이내로 쓰지 못한다. 등장인물이 무엇을 했는지 쓰다보면 길게 쓰기 마련이다. 작가가 무얼 말하려는지 핵심을 찾아야 짧게 쓸 수 있다. 내용을 요약하지 말고 무엇을 말하는 이야기인지 생각하라 한다. ‘결국 잘 될 것이다로 읽는 아이도 책에서 핵심 내용을 찾으면 경험과 생각을 연결해서 글을 쓸 수 있다. “언어 장애가 있는 백조가 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못한다고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서 밝은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가는 사람이 되자고 쓴 아이는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자를 주제로 글을 쓰면 된다.

두 번째 시간이다. 루이가 겪은 사건을 함께 간추렸다. <루이가 샘을 만난다.루이는 말을 못한다.루이가 읽고 쓰기를 배운다.루이가 세레나를 짝사랑한다.루이 아빠가 트럼펫을 훔친다.루이가 트럼펫을 분다.루이가 세레나와 자유를 찾는다.루이가 돈을 벌어 빚을 갚는다.> “루이가 사람이라면 어떤 일을 겪을까?” 장애인, 왕따,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공부 못하는 아이, 늘 비교 당하는 아이를 말한다. 루이가 말을 못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걸로 생각한다. 트럼펫을 부는 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고 샘을 만난 건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을 만난 셈이다.

지난주에 쓴 요약 문장과 오늘 정리한 내용으로 주제를 찾아 정리했다.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부족하게 태어난 사람이 자기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 노력해서 마침내 꿈을 이루는 이야기로 정리했다. 이렇게 하니 그냥 그랬어요한 아이도 이게 그런 내용이구나!’ 한다. 첫 시간과 둘째 시간 활동 순서를 바꾸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마지막으로 엘윈 브룩스 화이트가 책을 쓴 까닭은 ~”에 이어지는 문장을 썼다.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장애인이든 동물이든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며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으니 생명을 희생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권서진, 5)” ‘노력이 아니라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이라면 금상첨화다.

많은 아이들이 책에서 한두 군데(인상 깊은 장면, 인물의 행동) 내용을 골라 독서감상문을 쓴다.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로 글을 써야 깊이가 있지만 이렇게 할 생각을 못한다. 주제를 찾기 어렵고 한 가지 주제로 글 한 편을 완성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첫째 시간에 줄거리를 짧게 줄인 까닭은 주제를 찾기 위해서이다. 둘째 시간에 주요 사건을 사람들 모습에 빗대어 내용을 정리한 것도 주제를 찾기 위해서 했다. 주제를 찾으면 관련되는 경험과 책 내용을 연결해서 설명해야 한다. ‘내가 찾은 주제를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면 된다. 글을 자주 쓰지 않은 아이는 설명을 못하고 간단하게 쓰지만 연습하면 괜찮아진다. 그러나 글로 쓸만한 주제를 찾지 못하면 무얼 써야 할지 생각조차 못한다.

셋째 시간이다. 글을 쓰기 전에 루이가 돈을 버는 과정을 나누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루이처럼 성공하자는 정답형 글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루이는 아빠가 훔쳐온 트럼펫 값을 갚아주려고 연주를 한다. 첫 일자리인 학생 캠프에서 나팔을 불어 시간을 알려주며,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한다. 돈 벌면서 루이도, 같이 있는 사람들도 행복했다. 도시(보스턴) 호수 공원에서 트럼펫을 불어 돈을 벌 때도 행복했다. 다음에 루이는 나이트클럽에 취직한다. 돈을 많이 받지만 밤에 자지 않고 나이트클럽에서 연주를 하면서 힘들어한다. 다행히 루이는 사람이 아니어서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나이트클럽을 떠나 사랑하는 친구를 다시 만난다. 나이트클럽에서 일했다면 홀로 쓸쓸히 죽어갔을 것이다. 막대한 유산 남겨두고……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으니 막막해 한다. 돈이냐? 가치냐? 물어보면 정답을 찾을 것 같아서 성형외과 의사가 될래? 흉부외과 의사가 될래?” 하고 물었다. 성형외과 의사는 돈 벌기 위해 선택하는 직업이다. 흉부외과 의사는 돈도 벌지만 힘들다. 1명 빼고 모두 성형외과 의사가 된다고 한다. 깜짝 놀랐다. 루이가 나이트클럽을 떠난 선택이 옳다고 말한 아이들이 현실에서는 모두 돈을 선택했다. 불법이 아니라면 가치보다 돈을 선택하겠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돈 많이 벌어서 해외여행 다니며 편히 지내고 싶다고 한다.

독서반에 나오는 아이가 돈이 최고라고 하다니 깜짝 놀랐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아이가 없다. ‘요즘 아이들이 이 정도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 중학생 독서반에서 물었다. 절반은 돈을, 나머지는 가치를 선택했다. 나는 생각하며 살아가라고 독서반을 한다.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고, 더 귀한 가치를 찾아 도전하라고 자극한다. 아이들이 돈의 위험을 알고 돈보다 가치를 바라보고 살아가기 바랐다. 그러나 아이들은 돈을 원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교사와 공무원을 꿈꾸는 나라엔 소망이 없다. 가치 있는 일을 위해 돈을 포기하고 땀을 흘리며 뛰어드는 아이가 없다니…… 오래도록 독서반에 붙들어 두고 깨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루이가 돈을 번 네 곳에서 겪은 일을 4가지 기준으로 평가했다. 1. 돈을 많이 벌었나? 2. 가치가 있었나? 3.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나? 4. 행복했나? 이야기를 나눈 뒤에 글감을 정했다. 흉부외과 의사를 선택한 아이는 가치 있는 돈을 글로 쓰겠다고 하고, 대부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쓰겠다고 한다. ‘노력하자보다는 낫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역시 정답처럼 쓰기 쉽다. “원하는 걸 쓰되, 고민하지 않고 정답처럼 대충 쓰지 말자. 이렇게 생각해 보자. 넌 장애인이야. 무시당하고 손가락질 당했어. 네 가족도 장애인이야. 마음에 분노가 쌓였어. 너는 장애인을 대표해. 네 뒤에 장애인 천 명이 너만 바라보고 있어. 뭐라 말할 거야? ‘차별은 나빠요!’라고 할 거야? 사람들을 설득해야지. 네가 외치는 한 마디로 마음을 움직여 편견을 깨야지!”

그래도 울분을 토해내며 글을 쓰진 않는다. 아직 초등학생이고 독서반에 온지 6개월밖에 안 됐다. 예전 아이들도 그랬다. 2년이 지나서야 정답이 사라지고 마음을 담은 글을 썼다. 생각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산다면 장애를 가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걸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