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2023년 7~12월에 읽은 책

책뜰안애 2023. 12. 31. 08:43

가장 많이 읽은 해다. 계획 없이 그냥 읽었는데 이만큼 읽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잊었다. 점점 많이 잊는다. 돌아서면 멍~
건망증을 이겨내는 방법은 잊는 것보다 더 많이 읽는 거겠지.

읽고 싶은 책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내년에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12월에 읽은 책 15권 3984쪽 (전체 213권 52959쪽)

213. 더바이블 전도서 (송민원, 305) / 기독교
  전도서를 원어로 해설하고 설명한 책이다. 전도서는 지금까지 알던 헛되고 헛되고 헛된 인생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전도서가 잠언처럼 규범을 말하는 지혜가 아니라 질문하고 생각하게 하는 반성적 지혜를 다루는 책이라고 한다. 히브리 원어로 본문을 해석하고 의미를 설명한다. 우리의 삶은 하나님이 다루는 영원(히브리 관점에서는 미래를 향하는 시간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 안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살아간다. 현실에 휘둘리지 말고 주어진 시간을 즐거워하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기독교 규범을 지키려고 애쓰며 살았던 삶에서 서서히 바꾸는 중이다. 올해는 합리적 이성과 굳어버린 관성을 무시하고 즐긴 시간이 많았다. 올해 마지막 책이다. 내년에도 즐겁게 지내야겠다.

212. 폭력에 반대합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62) / 인문
  삐삐 할머니 린드그렌이 독일 출판서점협회 평화상을 받고 했던 연설문이다.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연설 내용이 논쟁적인데다가 길어서 주최측이 연설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린드그렌은 어린이들을 위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자신의 생각을 꼭 밝혀야겠다며 프랑크프루트에 가서 연설했다. 그때 한 연설문이다. 린드그렌이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멋지다. 다만, 짧은 연설문을 두꺼운 종이에 인쇄하고 비싼 가격을 매겼다.

211. 빛이 드리운 자리 (필립 얀시, 459) / 기독교
  『빛이 드리운 자리는 필립 얀시의 회고록이다. 대학생 때 필립 얀시를 읽으며 위로받고 치유받았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는 인생 책이었다. 그때 얀시 책만 열 권 정도 읽었다. 회고록을 읽으며 얀시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근본주의 기독교에 뿌리를 두었는데 그 뿌리에서 열린 열매를 거부하는 마음을 말이다. 지금도 이 책을 읽고 공감할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안타깝다. 60년 전에 미국 남부 교회가 간직해야 할 가치로 삼았던 것을 지키는 데 여전히 힘을 쓰는 곳이라니~ 그런데 규칙 위주의 단순한 가르침에 통한다고 들었다. 계속 그 가르침에 빠져 편협해지거나,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수님까지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210. 나는 지방대 시간 강사다 (김민섭, 242) / 인문
  인문 계열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공부한 과정을 썼다. 대학은 교양인, 지식인이 모인 곳인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노동 착취는 기본이고 화 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난다. 읽으면서 화가 많이 났다. 다행히 이 책에는 2부가 있다. 지방대에서 시간 강사로 지내는 이야기인데 참 따뜻하다. 이런 분이 잘 되면 좋겠다. 작가 강의를 들었는데 책에서 느낀 것보다 더 따뜻하다. 강릉에 서점도 만들었다. 가봐야겠다.

209. 울프 (사샤 스타니시치, 210) / 5 이상
  마르코는 요르크를 괴롭힌다. 쌍둥이 형제도 동참한다. ‘는 요르크가 괴롭힘당하는 걸 보기 힘들다. 마르코에게 대놓고 말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방학을 맞아 캠프에 가야 한다. 가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어떻게 할까?
  학교 폭력을 다룬 책은 루틴처럼 정해진 해결 방법이 있다. 이 책은 그런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극적인 해결이 없이 잔잔한 내용인데 울림이 크다. 참고로 제목인 울프는 두려움을 상징한다.

208 쉘터 (***, 165) / 5 이상
  미출간 원고이다. 지난해 11월에 원고를 읽고 의견을 말했더니 작가가 다시 고쳐 썼다. 1년 동안 고쳐 써서 많이 좋아졌지만, 의견을 보탰다. 이미 알려진 작가가 나한테 원고를 보내는 건 격려가 아니라 비판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더 고치라고 했다. 작가가 다시 고쳐서 내게 보여줄 것 같진 않다. 어떤 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207.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 (힐러리 매케이, 344) / 5학년 이상
  우리 가족이 80번 넘게 읽은 책. 호불호가 나뉘는 책. 나에겐 재미있다.

206. 우투리 하나린 마지막 전투 (문경민, 204) / 4학년 이상
  우투리 하나린 9편 완결판이다. 나니아 연대기 마지막 편과 제목이 같다. 우투리 하나린이 이준과 <마지막 전투>를 벌인다. 그림을 좀 더 잘 그렸으면 독자가 더 많아졌을 것 같다. 원고의 시작과 끝을 본 사람으로 작가가 얼마나 애썼는지 안다. 아쉽다.

205. 기이하고도 거룩한 은혜 (프레드릭 비크너, 191)
  소제목 한 챕터를 멈추지 않고 읽어야 한다. 중간에 멈추면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1장에 나오는 두 단락 <고통의 문><시간 이후>에는 좋은 문장이 가득하다. 2장은 비크너가 기억하는 할머니, 동생 이야기가 많다. <방 이름, ‘기억하라’>, <기억의 마법>, <기억의 고투>, <기억의 소망> 모두 기억을 다룬다. 내용은 아주 쉽다. 읽기는 쉬운데, 저자가 이걸 왜 썼는지 알기 어렵다. 딸은 2장이 너무 아름답다고 했다. 독서모임에 온 선생님은 2장을 왜 썼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2장은 짧은 단상이 이어진다. 하나하나 음미하기 좋은 내용이다. 소리 내서 읽으면 마음이 충만해진다.
  비크너는 쉬운 듯 어렵다. 원제가 A crazy, holy Grace. 은혜가 은혜로 보이지 않는다. 미친 듯한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그 모습 가운데 거룩함이 있다고 한다. 그걸 볼 눈이 있다면 일상은 은혜로 가득하다. 비크너는 할머니와 동생을 기억하며 A crazy, holy Grace를 만난 것 같다. 읽고 또 읽을 책이다.

204. 교회를 찾아서 (레이첼 헬드 에반스, 383) / 기독교
  무거운 주제를 편안하게 읽어도 되는 책으로 썼다. 저자는 복음주의 교회에서 복음주의 가치관을 배웠다.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보는 시절을 지나면서 복음주의 가치관이 점점 불편해졌다. 교회를 떠나기도 하고, 다른 교회(교회, 성당, 성공회 등)를 찾아가기도 한다. 지인들과 직접 작은 교회를 시작했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내 집이라 철썩같이 믿던 곳을 떠나 떠돌면서 새로운 집을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다. 저자가 워낙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다. 필립 얀시 책을 읽는 느낌도 났다.

203. 모두의 연수 (김려령, 331) / 중학생 이상
  연수는 골목이 살아있는 마을(명도단)에 산다. 연수는 명도단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고, 놀고, 자랐다. 이 집에서 먹고, 저 집에서 놀고,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컸다. 엄마는 연수를 낳다가 죽었다. 사기꾼 같은 사람이 아빠라 주장하지만, 알고 싶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연수는 모두의 연수니까. 앞집 삼촌, 옆집 할머니, 뒷집 아저씨까지 모두 연수를 지켜본다. 같이 살아간다. 이런 곳이라면 아이들이 잘 자랄 것이다. 순례주택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202. 막손이 두부 (모세영, 206) / 5학년 이상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 도공을 일본으로 데려갔다. 막손이도 아버지와 함께 잡혀가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막손이는 도자기 기술이 없어서 일본인 집에 노예로 간다. 이때 일본 두부는 딱딱하고 맛이 없었다. 막손이는 맛을 잘 알고 손재주가 좋다. 친구를 사귀면서 우연히 두부를 만든다. 그런데 두부가 돈이 된다는 걸 안 무사가 막손이를 잡아가 산에서 몰래 두부를 만들게 시킨다. 막손이라는 아이를 통해 임진왜란이 일본에 준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큰 역사적 사건 이면을 잘 살펴 쓴 책이다.

201. 진리는 나의 집에 있었다 (이서 매컬리, 241) / 기독교
  미국에 사는 흑인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어떻게 읽을까? 오랫동안 백인들이 기반으로 사용한 성경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노예제도를 정당화하고 주인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데 사용된 말씀을 어떻게 해석할까? 하나님을 믿는데 백인을 섬기라는 해석을 듣는다면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대로 받아들이면 좌절하며 살아야 하므로 백인 전용 구절을 흑인을 위한 말씀도 된다고 고심하며 연구한 것 같다. 장애신학을 보면서 장애인이 성경을 다르게 보는 모습에 놀랐는데 이 책도 같은 느낌을 준다. 로마서 13, 디모데전서 2장을 해석하고 누가복음의 여러 부분을 흑인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흑인을 공격하는 본문을 해석하려고 얼마나 고민했을까? 참 좋은 책이다.

200. 일곱빛깔 시가 있는 환대와 성장 이야기 (허현, 105) / 교육
  글쓰기 연수를 들었던 선생님이 책을 냈다. 경상북도교육청 책쓰는 선생님 프로젝트로 낸 책이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선생님이 시를 썼다. 내게 배운 분들이 아이들과 글 쓰는 거 보면 좋다. 아주 쉬운 글모음집이다.

199.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536) / 인문
  11월에 읽었는데 독서토론 질문을 만들려고 다시 읽었다.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는 생각(통념)과연 그러한가?’ 생각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대부분 사람이 옳다고 받아들인 사실이 정말 옳은지 밝히는 내용이다. 소년들이 무인도에 갇힌다면 정말 파리대왕같은 일이 일어날까? 이스터 섬에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방관자 효과를 널리 알린 캐서린 제노비스의 죽음은 알려진 그대로일까?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
  저자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특별하다. 친밀하고 우호적인 존재가 살아남는다는 호모 퍼피 이론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공감의 부정적인 면, 권력자가 보이는 이상 행동을 분석한 내용은 정말 놀랍다.
  『휴먼카인드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에게 당신의 생각이 타당한가?’ 하고 묻는 책이다. 반면 긍정하며 잘 받아들이는 분에게 제대로 받아들이는가?’ 묻는 책이다. 물론 긍정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분이 멋진 신세계1984, 기억전달자, 산둥수용소같은 책을 읽는다면 균형잡힌 생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1월에 읽은 책 16권 4978쪽 (전체 48975쪽)

198. 성경 (1754)
날마다 꾸준히, 해마다 한 번씩 읽는다. 나를 만들어준 책이다. 내가 가장 많이 읽고, 좋아하고, 많이 알면서도 모르는 책이다.

197. 어느날 갑자기 (아사히나 요코, 179)
여학생의 옷과 외모를 소재로 쓴 책이다. 루미나 집에 할아버지가 오시면 평소 입던 옷을 못 입는다. 그런데 친구 시온이 삭발하고 등교한다. 고등학생인 시온이 언니도 삭발하고 등교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규칙을 적용하는 학교에 항의하기 위해. 시온은 언니를 응원하기 위해. 그러나 여학생의 삭발은 시선을 끈다. 시온과 언니는 수군거림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 여학생이 뭐라고 한다. 여학생이 자기 모습을 찾고 지키는 이야기다. 토론하기 좋다.

196. 책 산책가 (카르스텐 헨, 303) / 소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내용이다. 책방 직원 칼 콜호프는 책을 배달한다. 사람들은 칼이 전해주는 책을 기다린다. 칼은 자기가 전해주는 책을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독자들 취향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사실 책보다 칼을 기다린다. 늘 자기 계획에 따라 순서대로 책을 전달하는 칼 곁에 샤샤가 따라다니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샤샤는 패턴을 깬다. 들어가지 말아야 할 손님 집에 들어간다. 칼이 전해주는 책을 독자가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칼에게 독자를 잘 관찰하라고 조언도 한다. 작가가 아홉 살 아이 입을 통해 독자에게 어울리는 책을 권해주라고 한다. 칼이 말을 듣지 않자 샤샤는 직접 책을 골라 독자에게 전해준다. 칼 몰래. 칼은 9살 샤샤의 매력에 빠져들고 샤샤를 기303+다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일이 생긴다. 소설이 늘 그렇듯~

책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문장이 120쪽까지 꽤 나온다.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문장이 120쪽 이후에는 사라진 게 아쉽다. 물론 120쪽 이후의 문장도 괜찮다. 120쪽 이전에 워낙 좋은 문장이 나와서다.

이곳에서 칼은, 불투명한 유리로 된 장에 종이로 된 가족을 두고 이들을 빛과 먼지로부터 보호하며 함께 살고 있었다. 책은 계속해서 칼에게 읽히고 싶어 했다. 자주 할수록 더 가치를 발하기 때문에 목과 귀에 걸리고 싶어 하는 진주처럼.(39)

칼은 우표를 모으듯 책을 모으는 사람을 이해했다. 책 속에는 자신과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함께 나누는, 혹은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했다. 마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공동체인 양 자신의 책을 불러 모으는 사람들 말이다.(40)

잠에서 깬 칼은 자기 자신이 또 몇 페이지를 잃은 책처럼 느껴졌다. 이 느낌은 지난 몇 개월 사이에 점점 커지고 있고, 이제는 자신의 제본된 삶에 종이가 몇 장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42)

사람들은 읽는 걸 점점 잊어버리고 있어. 책 앞표지와 뒤표지 사이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가 자신들의 이야기인데도 말이야. 모든 책에는 심장이 있는데 누군가가 읽기 시작해야 뛰기 시작해. 읽는 사람의 심장과 연결되기 때문이지. (59)

난 시대에 조금 뒤떨어진 사람이야. 근데 그게 좋아. 점점 빨라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느린 사람인 거지. 그리고 난 사람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59)

어떤 말이 정확하게 내뱉어지지 않으면 해석의 여지가 있고 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72)

많이 읽는다고 지식인이 되지는 않아. 많이 먹는다고 미식가가 되는 게 아니듯이.(78)

자신이 얼마나 나이가 들었는지를 보여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에 젊음이 여전히 꽤 남아 있음을 일깨워 주기도 하는 모양이었다.(108)

소설 속 인물들은 영원히 살아 있는 거란다. 계속 읽히면 계속 살아 있는 거야.”(108)

책은 아이스크림보다도 훨씬, 훨씬 위험해요! 머리를 상하게 하거든요. 더 나쁜 경우에는 마음까지도요.”(116)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드는 책은 없단다. 그런 책이 있다면 좋은 책은 아닐 거야.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될 수는 없어. 모두가 다르니까. 모두의 친구가 되려면 각도 모서리도 없고 개성도 없어야 할 텐데. 정작 그렇다고 해도 꽤 많은 사람이 싫어할걸. 사람들은 각이나 모서리가 좀 필요하거든. 이해가 가니? 사람마다 다른 책이 필요한 거야. 한 사람이 진심으로 너무나도 사랑하는 책이 다른 사람에게도 정말 하찮은 책이 되기도 해.”(117)

칼은 문득 자신이 인구 수천 명의 도시에 사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마을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책 읽는 사람들의 마을. 얼핏 보면 이 마을의 집들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아코디언의 바람통에 볼록 튀어나온 산들과 같았다. 양 끝을 멀리 잡아당겼을 때는 멀리 떨어져 있다가도 연주를 시작하고 공기를 짜내면 서로 가까이 붙었다. ~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두 발짝을 가든, 백 발짝을 가든 상관이 없었다. 이 집들은 그냥 하나의 공동체였다.”(202)

 

195. 의성어 의태어 낱말 동시집 (박성우, 105)
어른이 쓴 동시집은 나와 안 맞다. 아이들이 쓴 글이 훨씬 좋다. 아이들 글을 보다가 이런 동시집을 읽으면 말장난하는 것 같다.

194.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알비다스 슐레피카스, 259) / 중학생 이상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러시아 본토와 동떨어진 칼리닌그라드 주가 있다. 리투아니아가 길을 막으면 러시아와 연결이 끊긴다. 이곳은 동프로이센으로 독일 땅이었다. 칸트가 즐겨 산책했던 곳이기도 하다. 독일이 패망하고 러시아가 점령하면서 이곳에 살던 독일인들은 죽음의 위기에 처했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죽기도 했다. 독일로 강제 이주당하거나 리투아니아로 도망갔다. 이때 살아남기 위해 숲과 거리를 헤매던 아이들을 <늑대의 아이들>이라고 한다. 살아남은 <늑대의 아이들>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슬프고 아픈 역사의 흔적을 읽었다. 가난하고 약한 아이들이 더 고통을 당해서 많이 슬프다.

193. 수요일의 전쟁 (게리 슈미트, 391) / 중학생 이상
2010, 다른 반에서 우연히 보고 읽은 책이다. 그 우연 덕분에 수요일의 전쟁은 책벌레 가족 책이 되었다. 좋은 문장이 많아서 읽을 때마다 멈춰 생각하게 만든다. 나와 두 아이가 읽은 횟수를 더하면 25번 넘는다. 우린 수요일의 전쟁에 나오는 문장으로 농담했다. 수요일의 전쟁문장을 패러디해서 문자를 주고받았다.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 등 세익스피어 작품을 읽었다. 독서감상문 쓰는 법을 이 책으로 가르쳤다. 카이사르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다.(내전기, 갈리아 원정기, 로마인 이야기, 콜린 매컬로가 쓴 책 등)
  『수요일의 전쟁은 다시 읽고 또 읽어도 좋다. 처음 읽을 때와 달라진 점이라고는 웃고 우는 횟수가 조금 줄어든 거. 처음에는 열 번쯤 웃고 다섯 번쯤 눈물이 났는데 몇 번 읽으니 다섯 번쯤 웃고 한두 번쯤 눈물이 났다. 이번에는 일곱 번쯤 웃고 세 번쯤 눈물이 났다.

1) 아빠는 다른 사람들이 아빠한테 기대했던 모습의 사람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빠한테 선택의 기회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아빠는 뭔가 덫에 걸린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있는지, 아빠가 단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꿈꾸어 본 적이 있는지
 이 계약을 따냄으로써 아빠는 상공 회의소가 뽑은 올해의 기업인이 유력해졌다. 어쩌면 그게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였을 것이다.
 처음으로 나는 그것에 아빠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인지가 궁금했다. 아니면 아빠가 뭔가 다른 것을 바랐던 때가 있었을까?

2) (누나가 집을 떠난 뒤에) 나는 집이 텅 빈 느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누나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뭔가를 좋아하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때는 바로 그 뭔가가 있던 장소에 없게 된 것이 처음으로 신경 쓰일 때 같다. 그리고 여러분도 알다시피, 아주 잘 알다시피, 텅 빈 느낌은 바깥보다는 마음속의 느낌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을 누리는 동안에는 그것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그것이 부족하거나 사라지게 된 뒤에야 그 가치를 깨닫게 되며, 그제야 우리가 그것을 갖고 있을 때 미처 보지 못한 미덕을 발견하게 된다.

3) 햄릿은 아무래도 잘못된 장소에서 자기 자신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아니면 그에게 자기 자신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 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햄릿은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본모습을 발견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했다.

4) 베이커 선생님은 나를 보았다. 나는 알았다. 선생님이 혼자 있으려고 나를 교장실로 보내지 않으리라는 것을. 함께 촛불을 켠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없는 법이다.

5) 우상은 죽을 때 아주 힘겹게 죽는다. 그냥 조용히 사라지거나, 곱게 늙어 죽거나, 편하게 잠드는 식이 아니라, 불에 타 죽는 식으로 고통스럽게 죽는다. 그리고 우상이 떠나면 우리의 가슴은 숯덩이가 된다.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우상이 떠난 빈자리를 다른 우상이 채울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아니면 아예 우리가 다른 우상이 빈자리를 채우기를 바라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몸속에서 불길이 빠져나가는 고통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192. 엑시트 (황선미, 270) / 중학생 이상
황선미 작가의 진가를 다시 확인한 책이다. 등장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가 인터뷰를 얼마나 했을까? 청소부를 통해 장미의 삶에 개입하고 싶었을 텐데 참는다. 장미를 폭행하고 괴롭힌 J를 응징하고 싶은 마음도 참는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뭔가 해주어야 한다고,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이 있다(주로 가족). 그 대상에게 필요 이상으로 다가가고 간섭한다. 청소부는 안 그런다. 그래서 장미를 도와주는 거리를 유지한 것 같다. 엑시트로 책나눔하며 참 좋았다. 장미가 처한 어려움을 생각하며 출구 없는 막막함을 나누었다. 역시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좋다. 아픈 마음을 이야기했다.

191. 한성이 서울에게 (이현지, 196) / 5학년 이상
한 성은 2천 년 전 백제에 살았던 8살 남자아이다. 서 울은 현재 서울에 사는 여자아이다. 울이 마을은 아파트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문화재가 발견되어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었다. 동네에는 울이네와 순이 할머니만 남았다. 울이 엄마는 울이 오빠가 죽은 뒤로 우울증에 빠졌다. 이때 울이에게 성이가 나타난다. 귀신인 성이는 울이에게만 보인다. 그리고 이곳에 문화재 도굴꾼이 찾아온다. 도굴꾼은 과거 흔적인 문화재를 돈으로만 본다. 성이의 기억이 담긴 물건을 훔치려는 도굴꾼에 맞서 울이는 어떻게 할까? 역사적 사건을 다루지 않고도 역사의 가치를 잘 드러냈다. 참 좋은 책이다.

190. 길러지지 않는다 (탁동철, 165) / 5학년 이상
속초에 아바이 마을이 있다. 625 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온 분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저마다 아픔을 가진 분들이 사는 동네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논다.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갑니다. 은서와 해주가 새끼 고양이를 구한다. 교실에 가져와 기르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반대한다. 우여곡절 끝에 고양이를 기르게 되지만, 사료를 살 돈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돈을 벌자고 한다. 돈을 버는 방법을 찾고, 돈을 벌려고 나선다. 곱게 길러진 아이들이라면 부모에게 돈을 받아 쓰겠지만, 아바이 마을 아이들은 그렇게 하면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돈을 벌까? 돈을 벌면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까?

189. (브리타 테큰트럽, 95) / 5학년 이상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았다. 알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알 모양, 종류, 위장, 내부, 큰 알부터 작은 알까지, 둥지, 곤충과 파충류 등 여러 생물의 알, 인간의 역사에서 알의 쓰임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 책을 보면 알에 관심이 생긴다. 깨지기 어려운 둥근 모양에 다양한 색깔까지 아름답다.

188. 대왕고래 (안드레아스 셰른샤우겐, 88) / 5학년 이상
아름답다. 7미터나 되는 크기로 태어나 30미터로 자라 대양을 누비며 다니는 거대한 생명체 대왕고래. 고래 기름 때문에 멸종당할 위기를 맞았으나, 대왕고래의 아름다움을 뒤늦게나마 사람들이 알아서 살아남았다. 지구온난화가 대왕고래를 죽이지 않기를 바란다.

187.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536) / 인문
나는 삶을 비극에서 탈출하는 과정으로 본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삶에서 고통이 기본값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사랑스럽지만, 바르게 행동하도록 끊임없이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성향과 어릴 적 경험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들을 더 빨리 받아들였을 것이다. <팩트풀니스>가 내 생각을 돌아보게 했고, <휴먼카인드>는 생각에 균열을 일으켰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공감과 연대를 원한다고 주장한다. 내 생각을 강화했던 공유지의 비극, 방관자 효과 같은 실험 과정이 의도되었음을 밝힌다. 대부분 사람이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내용을 파고들어 본질을 드러내 보이며 '이게 과연 옳은가?' 묻는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받아들인 개념을 깊이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는 내용이 좋았다. 악의 평범성도, 선의 보편성도 마찬가지다. 감탄하며 읽었다. 이 책은 내 어두운 생각과 마음을 조금 밝게 해주었다.

186. 천하제일 치킨 쇼 (이희정, 170) / 4학년 이상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나는 사람 마음과 본성, 현실적인 갈등을 다루는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은 그렇진 않다. 닭으로 만든 요리에 현실을 담은 아이디어가 좋다. 닭 요리를 설명하는 문장을 많이 고민한 것 같다. 양념치킨-꿈은 달콤하지만, 현실은 매콤하다. 윙봉-퍽퍽살이 없으면 쫄깃살이 맛있는지 알 수 없다. 가볍게 읽으면서 경쟁, 우정, , 동물의 권리를 이야기하기에 좋다.

185. 신을 구한 라이프보트 (미치 앨봄, 357) / 소설
램버트라는 부자가 2억 달러짜리 호화 요트를 만들어 기술, 산업, 정치, 연예계의 선구자들을 태운다. 램버트는 서로 자극하며 세상을 바꾸려면 아이디어맨끼리 모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램버트는 그 무엇도 자신의 계획을 가로막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요트는 가라앉고 램버트는 겨우 살아나 구명보트에서 구조를 기다린다. 이때 구명보트에 자신이 신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러자 사람들이 묻는다. 자기들이 사랑하는 누구는 왜 죽어야 했느냐고!
  소설은 세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구명보트에 탄 사람들 이야기, 1년 뒤 구명보트가 발견된 곳에서 진실을 찾는 형사, 방송 뉴스. 신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탄 구명보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느낌이 난다. 작가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전한 이야기를 소설로 전하려 했지만, 이야기에 몰입되지는 않았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먼저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신을 구한 라이프보트를 먼저 읽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으면 괜찮을 것 같다.

184.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홍동우, 254) / 기독교
  교회를 생각하면 필립 얀시가 쓴 책 제목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이 떠오른다. 한때는 교회가 최고의 공동체라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있었다. 교회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추억이 참 많다. 그때는 참 행복했다. 나이가 들고 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면서 점점 실망이 커졌다. 목사에 대한 실망이 가장 컸고, 몇몇 장로와 집사도 실망스러웠다.
  강원도 시골에서 몇 되지 않는 성도를 섬기는 좋은 목사님이 있다. 그러나 그분들보다 더 많은 목사가 성도를 실망시켰다. 밀리고 밀려서 시골까지 온 목사 중에 사기꾼도 있었고 알콜 중독자도 있었다. 법적인 처벌을 받은 범죄자도 있었다. 잠언의 기준으로 보면 그들은 멸망 받을 악인이었다. (내 서재에서 묵어가는 분 중 절반은 목사님이다. 어떤 분은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계셨고, 어떤 분은 설거지를 다 하셨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목사에 대한 실망이 희미해졌다.)
  사람이 싫어서 교회가 싫어졌다.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의 첫 인물 김호준처럼 지냈다. 그때 나는 잠언의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목사는 목사다워야 하고, 직분자는 직분자다워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회에는 두 번째 인물 박세직 집사 같은 사람도 있었다. 2000년이 되면서 박세직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교회에서 점점 커졌다. 교회를 사업체처럼 운영하고, 목사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강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주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과 목사들이 그랬다. 성공했다는 교회의 방법을 시골 교회에 적용하고 자기 뜻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박세직 집사 같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서 말렸다. 비난하지 않고 차분하게 설득했지만, 그분들은 내가 비난한다고 느끼기도 했다. 현지우 권사 같은 분은 드물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헌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분을 만나지 못했다. 언젠가 그런 분을 만난다면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다.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는 참 잘 쓴 책이다. 실망한 30대 교인, 열심히 하려는 50대 교인, 지난날을 돌아보는 70대 교인을 통해 교회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분들의 고민을 성경 말씀으로 대답한다. 실망한 30대 교인은 믿음이 바뀌는(자라는) 과정이라고, 비전과 성공을 내세우는 50대 교인에겐 교회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삶을 돌아보는 70대 교인에겐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는 곳이 교회라고 말한다. 욥기, 바울 서신, 마태복음을 새롭게 풀어가는 과정에 매료되었다. 주위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있다.
  다만, 목사를 주인공으로 한 장을 더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곳에서 목사의 책임도 크니까. 그러나 목사인 저자가 목사를 대상으로 삼기엔 고충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저자가 폭넓은 독서와 깊은 성서 해석으로 의미있는 책을 쓴 분이라 CHAPTER 4가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183. 복음과 상황 11월호 (159) / 기독교 잡지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 좋은 기사가 많다. 공인중개사 박진영 님이 글을 참 잘 쓴다. 이분 글을 <글쓰기 연수>에 써야겠다.

 10월에 읽은 책 17권 4235쪽 (전체 182권 43997쪽)

182. 지켜야 할 세계 (문경민, 254쪽) : https://bookyard.tistory.com/352

181. 로마서 강해 (존 스토트. 542쪽) / 기독교
  로마서를 공부하며 천천히 읽었다. 전에 그냥 읽을 때는 ‘왜 존 스토트지?’ 라고 했는데 공부하며 다시 읽으니 ‘역시 존 스토트네!’ 하게 된다. 참 좋았다.

180. 비밀 편지 소동 (송미경, 156쪽) / 5학년 이상
  교실에서 아이들이 친하게 지내게 하려고 <마니또>를 했었다. 지금도 하는 선생님이 있지만, 많이 줄었다. 송미경 작가가 <마니또>를 소재로 아이들 마음을 보여준다. 금요일에 마니또를 시작해서 다음 금요일까지 하루에 한 장씩 편지를 보내야 한다. 아이들 편지를 보여주며 쓴 사람과 받는 사람 마음을 드러낸다. 여러 등장인물이 편지로 얽혀서 누가 누군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179. 반전이 있는 베트남사 (권재원, 165쪽) / 청소년 이상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쯩자매가 한나라에 대항해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1000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으며 맞섰고,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친 나라도 알았다. 그러나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베트남이 어떻게 이겼는지,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미국이 공격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몰랐다. 아오자이가 베트남 전통 의상이 아니고, 베트남 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베트남에 대해서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여행으로 다녀온 지역에서 무엇을 더 봐야 하는지, 내가 가본 그곳이 어떤 곳인지 뒤늦게 알았다. 특히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나라, 미국, 프랑스, 중국과 역사 문제를 따지지 않고 현재를 중시하며 지내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이다.

178. 라인 비트윈 경계위에 선 자 (토스카 리, 422쪽) / 소설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또 읽었다. 한참 읽으면서도 영화로 본 내용인지, 읽어서 내용이 익숙한지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토스카 리>의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다니~ 절반 정도 읽고 이미 읽었다는 게 기억났다.
  이 책은 세 가지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매그너스가 만든 엘클라베가 핵심이다. 엔클라베는 다가올 재앙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다. 매그너스는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자이며 엔클라베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다. 윈터는 7살에 엔클라베에 들어가 22살에 쫓겨난다. 두 번째는 윈터가 엔클라베 밖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15년간 사회에서 분리되어 살면서 가진 가치관으로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엔클라베 안과 밖의 삶을 이어주는 세 번째 내용이 '전염병'이다. 영구동토층에 묻혀있던 순록 사체를 돼지가 먹고 병에 걸려 죽는다. 돼지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같은 병에 걸리고 점점 전염된다. 공포가 사람들을 덮치고 도시는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윈터가 가족을 찾아, 해결책을 찾아 다니며 따뜻한 사람도 만나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만난다.
  전염병 이야기를 사이비 단체와 연결해서 쓸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토스카 리는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뛰어난 작가다.

177. 백점백곰 (김유, 83쪽) / 2학년 이상
  부모님과 할머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태어난 백고미. 힘이 세고 공부도 잘한다. 공부 잘하면 최고라고 생각하며 늘 백점을 받는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친절하진 않다. 전학생 최고봉은 공부도 잘하고 친절하다. 고미는 최고봉이 친구들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면서 고민한다. 친구 말숙이가 고개 너머 어딘가에 갔다 오더니 바뀐 걸 보고 고미도 장롱 귀신을 만나러 간다. 어떻게 될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재미난 책이다.

176.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김유, 123쪽)
  재미난 아이디어로 글을 썼다. 아빠 안읽어 씨는 책을 안 읽는다. 보여주기 용도로 들고 다닌다. 엄마 산만해 여사도 책을 안 읽는다. 라면 받침 등 다른 용도로 책을 쓴다. 딸 안봄도 책을 안 읽는다. 개 왈왈이 책을 읽을 리가 없다. 책 주변을 맴돌면서도 책을 읽지 않는 가족 이야기를 재미나게 썼다. 결국 책을 읽겠지만, 과정이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며 잔소리하지 말고 이런 책을 한 권 읽어주면 어떨까?

175. 씽씽 달려라, 허벅지 (우성희, 120쪽) / 4학년 이상
  영찬이와 시아는 6년째 친구다. 같은 반인 데다가 강아지 산책도 같이하고 떡볶이도 같이 먹는다. 그런데 영찬이가 좀 달라졌다. 자꾸만 빛나를 쳐다본다. 빛나는 여우 짓을 하며 영찬이 마음을 훔친다. 화가 난 시아는 빛나가 잘하는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영 안 된다. 친하게 지내던 영찬이가 빛나를 따라다니면서 기분도 안 좋다. 피겨 스케이팅도 잘 안 된다. 영찬이가 빛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집에 간 날, 가족들이 피겨 같은 거 잊고 스피드 스케이팅을 해보라고 한다. 시아에게 딱 어울리는 운동이라고. 과연 시아는 스피드 스케이팅을 할까? 건강한 자아상을 갖게 해주는 내용이다. 좋다.

174. 재민이의 특별한 점(김경미, 87쪽) / 3학년 이상
  잘 모르는 작가인데 글을 참 잘 쓴다.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을 잘 안다고 느꼈다. 오랫동안 어린이 책을 만들었다고 해도 아이를 잘 모를 수 있는데, 책 내용에 아이들 심리가 제대로 묘사되었다. 슬쩍슬쩍 선생님께 덤비며 자기 뜻대로 하려는 아이의 말투와 행동이 딱 맞다. 놀리는 친구의 말에 선생님이 하는 대답도 좋다. 아이마다 재능이 있으며, 재능을 찾는 책 내용도 참 좋다.

173. 백제 최후의 날 (박상기, 212쪽) / 5학년 이상
  교사이며 작가인 박상기 선생님이 쓴 역사 동화다. 석솔과 도해는 웅진성 밖에 산다. 두 아이는 아픈 동생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닌다. 신라와 당나라 군대가 공격해올 때 옹진성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다. 다칠 뻔한 공주를 우연히 도와주고 왕자와 친해진다. 그러나 당나라 군대가 쳐들어오고 첩자까지 성 안에 들어온다. 석솔은 왕자와 친해지고, 첩자인 줄 모르면서 첩자와 만난다. 더군다나 궁궐에 모아둔 보석을 훔친다. 백제 최후의 날 석솔은 무얼 볼까? 아이 눈으로 본 백제 최후의 날이 슬프다.

172. 복음과 상황 10월호 (175쪽)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먼저 읽는 <정원 이야기>는 늘 좋고, <예와 아니오>라는 글이 참 좋았다. 프레드릭 비크너의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해서 비크너의 문장으로 끝나는 글이다. 진짜 좋았다. <대중문화를 향한 기독교의 시선은 달라져야 합니다.>는 연재를 마친 두 기고가와 대담한 내용인데 참 좋았다. 이 두 기사가 올해 읽은 모든 기사보다 좋았다.

171. 지와 사랑 (헤르만 헤세, 346쪽) / 고전
  생각 많은 사람과 감정이 앞서는 사람. 인간관계에서 맞지 않은 조합이다. 생각 많은 사람은 느리고 답답해 보인다. 감정이 앞서는 사람은 성급하고 신중하지 않아 보인다. 지식과 감정이 극점으로 치달으면 어떻게 될까? 나르치스는 감정을 누르고 수련하는 수도사를 대표한다. 골드문트는 수도원을 떠나 방탕하게 산다. 나르치스는 꾸준히 수도사의 길을 간다. 골드문트는 방탕한 삶의 경험을 뛰어난 예술미로 표현한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다. 헤세가 순진하게 썼다고 생각한다. 지(知)를 추구하며 충만해진 사람이 사랑(방황과 방탕)의 경험으로 예술미를 완성한 사람을 인정하고 그 사람에게 자극을 받는다. 헤세가 수도원에서 공부를 강요받은 게 싫어서 방황과 방탕을 좋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독서 모임에서 둘이 너무 극단으로 표현되었다고 의견을 나누었다. 자신의 성향, MBTI에서 지식 쪽(TJ), 감정 쪽(FP)으로 나누기도 했다. 생활 모습에 흠이 있는 사람의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자신과 다른 성향의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나누었다. 감정 표현을 말하다가 욕을 일상 표현으로 쓰는 요즘 아이들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이야기했다. 답답하게 읽은 책이 토론하면서 재미난 책이 되었다.

170.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309쪽) / 사회+역사
  저자는 80여 나라에 취재하러 갔던 국제분쟁전문 PD다. 저자가 제네바 게스트하우스에서 청년들이 토론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걸 보았다. 1년 중 평균 9개월을 해외에서 보내는 엄마로 아들과 친구들에게 엄마가 보았던 나라가 분쟁한 까닭과 현재 상황을 알려주려고 책을 썼다. 여러 나라 학생들과 토론하기를 바라며 지금 전쟁하거나, 최근에 전쟁했던 13개 나라를 소개했다. 지금 다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다루었다. 좋은 책이다.

169. 네 다리는 초콜릿 다리야! (박선아, 222쪽) / 교육 에세이
  다문화 학교가 있다. 다문화 아이들이 꽤 많은 곳이다. 부모 모두 국외 출신, 부모 중 한 분만 국외 출신도 있다. 우리말을 못 하는 아이도 있다. 이곳에서 1학년을 2년 동안 가르친 이야기다. 아직 학교 규칙을 잘 모르는 1학년인데, 아프리카 출신 아이들은 흥이 많아 뛰어다닌다. 특수교육 대상 아이도 있고, 집이 멀어 혼자 오기 어려운 아이도 있다. 이 아이들과 지낸 이야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묶었다.

168.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295쪽) / 에세이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읽었다. 엄마들이 어려워하면서도 공감했다. 직장에서 집으로 들어가면 옷을 갈아입지 않고 곧바로 집안일을 코스 따라가듯 한다고 했다. 여성이며 엄마로 사는 게 쉽지 않다. 은유 작가가 예민하다고, 좀 지나치다고 말하기도 했다. 책 후반부로 가면서 나도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공감할 부분이 참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엄마로 사는 게 쉽지 않다. 여성을 위한다고 하는 말조차 생각없이 하는 말일 때가 많다고 느꼈다.

167.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480쪽) / 문학
  처음 읽을 때보다는 괜찮아졌지만, 그래도 조르바는 나랑 안 맞다. 내 멋대로 사는 거 별로다. 조르바는 여성과 잠자리를 하는 게 존중이라고 말하는데 참 웃긴다. 그래도 두 번째 읽으니 좋은 문장이 많이 보인다. 따르는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문장. 어린아이처럼 그는 모든 사물과 생소하게 만난다. 이런 문장. 그래도 이 책은 별로다.

166. 쉽게 읽는 천로역정 (존 번연, 344쪽) / 기독교 고전
  순례자가 좁은 길을 따라 하늘나라로 가는 여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썼다. 20대에 읽었을 때보다 지금 더 좋다. 먼지(죄) 가득한 방에서 청소하려고 비질하다가 먼지만 일으키는 걸 율법으로 설명한 점이 눈에 띈다. 고난의 산을 지나고 또 넘는 과정도 그리스도인의 삶을 잘 나타낸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너무 편안하게 사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9월에 읽은 책 17권 3985쪽 (전체 165권 39762쪽)

165. 자유 (박영선, 404) / 기독교
  박영선 목사님은 최애 설교가 중 한 분이다. 30년 전에 하나님의 열심을 읽고 반해서 이분 책을 많이 읽었다. 설교도 자주 들었다. 책과 설교에서 목사님은 실력을 기르라고 말씀하셨다. 자유는 자유를 주제로 한 설교를 모은 책이다. 박영선 목사 설교 선집 마지막 책이다. 이 책에서도 실력을 기르라고 하신다. 하나님은 우리 고생보다 크신 분이고, 겁내지 말고 하나님을 믿고 따르라고 하신다. 30년 내내 같은 이야기를 하시는데 30년 동안 이 말씀을 찾아다닌 것 같다.

164. 동래성에 부는 바람 (박미경, 200) / 4학년 이상
  임진왜란 때 동래성에서 있었던 일을 상상해서 쓴 동화다. 송상현 부사는 잠깐 나온다. 부사를 따라온 작은아씨와 덕순이가 주인공이다. 덕순이가 가족과 함께 살다가 작은아씨를 만난다. 아씨와 친해졌는데 왜군이 쳐들어와서 일본으로 잡혀간다.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오사카성에서 지내던 이야기도 나온다. 서재에서 우연히 집었다가 단숨에 읽어버렸다.

163. 하트 쿠키 (우성희, 95) / 3학년 이상
  하트 쿠키 빵집 앞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긴다. 손님이 줄어들면서 아빠가 택시 운전을 시작한다. 단골 손님도 프랜차이즈 빵집에 가고, 가장 친한 친구도 다른 빵집에서 빵을 산다. 엄마는 건강한 빵, 생명을 살리는 빵을 개발하려고 하다가 쓰러진다. 예나와 아빠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서 빵집을 살리려 하는데~ 사회 수업, 진로 수업에 이야기하면 좋겠다.

162. 달려가기는 처음 (우성희, 99) / 3학년 이상
  기독교 가치를 담은 단편 4편이 실렸다. 아가페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쓴 동화다. 아빠와 사는 아이, 엄마가 돌아가신 집에 남은 강아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 부모가 이혼해서 할머니와 사는 아이가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다.

161. 천사동물병원의 수상한 사람들 (우성희, 70) / 3학년 이상
  반수대(반달이를 수호하는 대원들) 친구들이 사라진 유기견 반달이를 찾아낸다. 쓰레기 봉투에서. 과연 누가 반달이를 쓰레기 봉투에 버렸을까? 마녀 아줌마? 수상한 아저씨?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는데 과연 누구일까?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160.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205) / 5학년 이상
  20년 전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동화가 나오다니!’ 했지요. 학교에서 아이들과 읽었고, 집에서 자녀와 같이 읽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실망했던 건, 책에서 받은 감동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가르쳤고, 부모의 역할을 생각하며 독서 모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에 좋은 책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그분들 책을 읽으면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다시 읽어야 하는데~’ 생각했어요. 그때마다 다른 책에 빠져 읽어야 하는데~’만 되풀이했습니다.
  펀딩 설문에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질문을 만들어달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교사로 지내며 독서 모임을 시작하던 때에 빛이 되어준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자녀를 책으로 기르면서 마당을 나온 암탉이 주었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읽은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자신을 찾는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참 좋은 책입니다.

159. 고양이 인간이 된 선생님 (임소영, 98) / 2학년 이상
  <고양이 인간이 된 선생님><214번째 비상 상황> 두 편의 동화가 나온다. 선생님이 고양이로 변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상상을 자극한다. 214번째 비상 상황은 병정개미들이 첫 전투에 나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약한 병정개미가 제 역할을 해내는 이야기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반응은 보통!

158. 아이샤의 돌멩이 (조종순, 196) / 4학년 이상
  에티오피아에는 80개 넘는 부족이 산다. 갈등이 생기면 79개 부족이 적으로 변한다. 부족에서 누군가 해를 입으면 보복이 시작된다. 아이샤의 아버지도 갑자기 잡혀가서 열흘 뒤에 돌아왔다. 돌아온 아버지는 많이 달라졌다. 총을 구해 가족(과 부족)을 지키려 한다. 총을 구하려고 코끼리를 죽여 상아를 판다.
  아버지가 죽인 코끼리에겐 새끼 두 마리가 있었다. 엄마 코끼리가 죽고 코코로와 오코로는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어린 코끼리들이라 위기를 자주 만난다. 다른 동물이 도와주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
  아이샤는 갈등과 분열을 계속 본다. 코코로와 오코로도 갈등과 위기를 만나지만 동물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겨낸다. 그러다가 아이샤와 코끼리가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리고 만난다. 좋은 책이다.

157. 함께 사는 기적 (신한열, 319) / 종교
  프랑스 떼제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신한열 수사가 떼제를 소개한다. 떼제에서 만난 사람, 떼제 수사가 되었던 과정, 떼제에서 한 일을 소개한다. 특히 분열과 갈등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지내는 모습이 부러웠다. 이슬람 난민을 받아들이고, 다툼과 분열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한다. 이야기하고, 먹고, 노래한다. 지금은 공격적인 전도는 역효과를 일으킨다. 떼제에서 하듯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모임이 필요하다. 부러웠다.

156. 이십 년 만에 지킨 약속 (전형일, 263) / 교사, 선교
  전형일 선생님이 교사로 지내는 기간 중에서 1/10은 선교지에서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실천한 이야기다. 선생님은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다가 중앙기독중학교로, 다시 필리핀 Faith Academy로 간다. 선생님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MK(선교사 자녀)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나 새로운 교육을 펼쳐간다. 교육기자재가 준비되지 않은 곳에서 과학 실험을 하고, 교직원이 함께 준비하고 노력하며 학교를 이끌어간다. 체험 학습, 수업, 식사, 예체능, 학부모 만남 등 새로운 것 일색인 곳에서 노력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나는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쉽지 않겠다. 필리핀에서 사는 자체도 어려운데 영어로 수업하며, 예상치 못한 일을 해나가는 모습이 참 좋았다.

155. 아몬드 (손원평, 314) / 중학생 이상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나누려고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울림과는 다른 깊이가 느껴졌다. 운이 세상에 일으키는 조화가 많다는 문장(34), 엄마가 자식을 위해 해주는 게 사랑이라기보다는 엄마 마음이 아프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가깝다는 문장(43), 평범함에 대한 생각(97),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면 상처 받을 일이 없다는 문장(174), 가족은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는 문장(184)이 눈에 띄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면 상처 받지 않는다는 문장은 다른 책에서 봤다. '그러나'로 이어지는 문장이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 그 문장을 읽으면서 '비슷한 문장을 어딘가에서 봤는데~' 하며 <아몬드>인 줄 모를 것 같기도 하다. 창비에서 다즐링으로 출판사가 바뀐 뒤에 작가는 한 꼭지를 더 넣었다. 윤재와 도라가 나오는 택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들이 참 재주가 많다고 생각했다.

154. 중급 한국어 (문지혁, 263) / 소설
  작가가 겪은 일을 가볍게 쓴 수필을 소설 형식으로 썼다. 서울에서 동해안 어느 대학(아마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으로 1주일에 한 번씩 글쓰기 강의를 하러 온 이야기 + 아내 + 자녀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글쓰기 과정과 기술도 쓰고, 아이를 갖기 어려웠던 때의 마음과 노력도 쓰고, 대학생에게 국문학을 가르치는 내용도 썼다. 문장이 참 좋다. 내용이 가벼운데 문장에 멈춰 생각하게 된다. 독서 모임에서 읽었는데 초급 한국어보다 중급 한국어가 좋다고 했다. 이 책은 다시 읽을 책이다.

153. 복음과 상황 9월호 (163) / 기독교 잡지
  개인주의를 주제로 다루었다. 개인주의를 주제로 한 좌담, 요즘 세대가 개인주의를 보이는 까닭과 현상, 우정과 공동체를 다루었다. 가장 먼저 읽는 <정원 이야기><책 소개>는 물론 하나하나 좋은 글이다.

152. 시간은 기억을 추억으로 만든다 (정진영, 200) / 수필
  32년차 초등학교 선생님이 쓴 수필 모음이다. 어린 시절 살았던 울진, 교원대학교에 다니던 청주, 교사로 지내던 양평과 주변 지역, 몇 번씩 이사하며 살았던 곳들, 기억에 남은 도로와 장소들 이야기를 가볍게 썼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글로 써서 기억하는 모습이 좋다.

151. 조선 전쟁 생중계 (정명섭 외, 343) / 역사
  조선 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를 소개한다. 탄금대, 행주산성, 칠전량, 명량, 노량 전투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모르는 면이 많았다. 신립이 조령에 방어선을 구축하지 못한 까닭을 알게 되었다. 행주산성이 생각보다 방어하기 더 어려웠다는 점, 칠전량은 그야말로 함정에 스스로 들어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파저강 야인정벌, 사르후 전투, 쌍령 전투, 광교산 전투, 손돌목돈대 전투는 새롭게 알았다. 전쟁은 지도자들이 일으키고, 고통은 백성이 당하며, 전쟁 후에도 지도자들은 백성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다. 지금 전쟁이 나도 그럴 것 같아 두렵다.

150. 열왕기 (존 올리, 532) / 기독교
  전성민 교수님 열왕기 강의를 듣고 열왕기 강해서를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집중하지 않고 읽었는데, 포인트를 듣고 읽으니 달라 보인다. 줄을 그으며 재미나게 읽었다. 어릴 때 읽었던 열왕기와 많이 달라졌다. 왕들(특히 다윗과 솔로몬)의 잘못이 보인다. 열왕기가 많이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하나님께서 오래 참으신다는 걸 느꼈다.

149. 소년을 읽다 (서현숙, 221)
  서현숙 선생님을 알기 전에 이 책은 감동을 주는 독서 수업으로 읽었다. ‘역시, 아이들 경험과 잇닿는 책을 주어야 해!’, ‘책은 소년원에 갇힌 학생에게도 의미를 만들어줘!’라고 생각했다. 서현숙 선생님을 알고 난 뒤에는 달라졌다. 우선 문장을 읽으며 표현들이 깔깔거리며 다가온다고 생각했다. 재미를 좋아하는 선생님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며 보고 겪고 느낀 마음을 재미나게 들려주는 느낌이었다. 나는 선생으로 살면서 아이를 가르치고, 동료와 학부모에게 설명하기를 되풀이하다 보니 재미보다는 의미로 치우쳤다. 그래서 내 표현은 좀 무겁고 흐릿해졌다. 듣고 딱 이해하거나 반응하는 말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고 천천히 깨닫고, 시간이 지난 뒤에 , 그런 말이었구나!’ 하게 되는 말들. 이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소년을 읽다를 읽으며 맑고 선명한 표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물론, 소년을 읽다때문만은 아니다. 10년 전에 읽었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서현숙 선생님의 재미나고 담백한 표현이 좋다.

8월에 읽은 책 17권 3437쪽 (전체 147권 35777쪽)

147. 알록달록 빛나는 내 마음 키우기 (어유경 외, 240쪽) / 교육
  부제가 <부주의하고 산만한 아동을 위한 인지행동 프로그램>이다. ADHD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세 분이 책을 썼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이론이나 대응책을 설명하는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부주의하고 산만한 아이를 대한 내 태도를 돌아보았다. 잘한 것도 있지만, 다르게 반응했어야 하는 기억도 많다.
  이 책에는 부주의하고 산만한 아동의 마음을 키우는 37가지 활동이 나온다. 스노볼을 보며 마음을 살피고, 마음을 날씨로 말하는 등 아이와 직접 해볼 활동을 소개한다. 부주의하고 산만한 아이에게 이런 활동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고 싶다. 아이 마음을 살피고 반응하는 길을 찾는 분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46. 오즈의 링키팅크 (프랭크 바움, 236쪽) / 4학년 이상
  123년 전, 오즈의 마법사를 읽은 아이들이 작가에게 편지를 보냈다. 후속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환상의 나라 오즈>가 나왔다. 강아지 토토는 어떻게 되었느냐, 오즈의 마법사는 또 안 나오느냐 하는 질문에 답하면서 14권까지 썼다. 오즈의 링키팅크는 10권이다. 오즈의 마법사 주요 인물은 마지막에 잠깐 나올 뿐, 대부분 새로운 이야기다. 흥겹고 밝은 링키팅크 왕이 말하는 염소 빌빌과 함께 모험하는 이야기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조금씩 읽어주었다.

145. 기다려, 오백원 (우성희, 78쪽) / 3학년 이상
  연세 많은 이웃집 할머니가 강아지를 맡기려 한다. 한 시간에 500원! 도경이는 강아지와 친해질까? 단편 <기다려, 오백원> 외에 세 편이 더 있다. 모두 가족과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읽으면서 느낌이 참 좋았다. 책에 여백이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 책은 교훈이나 설명을 직접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생각하게 느끼게 썼다. 짧은 분량이라 금방 읽었는데 느낌이 오래 남는다. 참 좋은 책이다. 작가님이 10월에 학교에 온다. 어떤 분일지 궁금해진다.

144. 거인 부벨라와 지렁이 친구 (조 프리드먼, 103쪽) / 3학년 이상
  커다란 거인과 아주 작은 지렁이가 만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며 작가가 글을 썼다고 했다. 3학년은 상상력이 좋다. 교과서 공부할 때도 부벨라 이야기 부분은 더 즐거워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존재가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좋았다.

143. 모든 삶은 서툴다 (에밀 졸라 와, 261쪽) / 에세이 모음
  에밀 졸라, 조르주 상드, 루소, 파스칼, 조지 버나드 쇼 등 여러 작가가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주는~’ 이라는 부제에 맞는 에세이들을 모았다. 잠언이나 경구를 해설한 내용이 많고 단편소설도 몇 편 있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다가 좋은 문장이 보여서 샀다.

142. 로지나 노, 지나 (이란주, 279쪽) / 중학생 이상
  이란주 작가는 이주노동자, 이주민 관련 글을 쓴다. 『로지나 노, 지나』는 르포소설이다. 로지나는 방글라데시에서 5살까지 살다가 우리나라에 왔다. 아빠가 먼저 와서 일하다가 엄마도 오게 됐다. 브로커 비용을 많이 써서 왔는데 돈벌이가 여의치 않다. 이주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로지나는 친구 없이, 혼자 놀면서, 학교에 가지 못한다. 학교에 가도 로지나가 아니라 지나로 불린다. 그래서 제목이 『로지나 노, 지나』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일들이 실감나게 나타났다. 르포소설이라 현장감이 있다. 그러나 소설의 느낌은 적다.
  우리나라에선 비교, 평가가 많다. 그래서 비슷하지 않으면 틀렸다고 비판한다. 이주노동자는 피부 색깔, 말투, 출신국, 음식과 문화가 달라서 비난을 많이 받았다. 다른 게 뭐라고?

141.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강인송, 99쪽)
  6학년 아이들 이야기 네 편이 실렸다. 주인공은 모두 남자아이다. 구오슬은 지독한 곱슬머리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권초아를 진짜 싫어하는 아이가 돼버렸다. 사실은 아닌데~ // 차마니는 수줍음이 많은 얌전한 남자아이다. 뛰는 것, 땀냄새 나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힘이 너무 좋다. 그만 운동부 감독 눈에 띄어버렸다. 어찌하나~ // 김루아와 친구들은 학교에서 똥을 누면 한동안 놀림을 받는다. 아침에 소보로 빵과 우유를 먹고 김루아는 화장실에 가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도저히 참지 못해서 몰래 가다가~ // 서화영은 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다. 꽃꽂이 수업하는데 꽃을 잘 모르는 짝이 더 잘 만든다. 화영이는 생각이 많아진다.
  음~ 모순되는 상황을 잘 묘사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다.

140. 너를 위한 B컷 (이금이, 167쪽) / 중학생 이상
  B컷은 편집에서 잘려 나간 부분입니다. SNS와 유튜브에 올리지 못한 자투리 영상입니다. B컷에 실재가 들어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이금이 작가가 『너와 나를 위한 B컷』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삭제된 부분에 드러난 현실은 멋지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부분보다, 보여주기 싫어서 삭제한 B컷에 우리의 실제 모습이 더 담깁니다.
  선우는 우연히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가 서빈이 눈에 띕니다. 서빈이는 문화상품권을 주면서 자기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선우에게 편집해달라고 합니다. 선우는 공부에 관심이 없고 시간도 남아서 동의합니다. 유튜브 운영자인 서빈이를 돋보이게 편집합니다. 욕하는 장면을 잘라내고, 자막과 음악을 넣습니다. 서빈이 계정 구독자가 많아지면서 선우도 뿌듯합니다. 선우는 서빈이가 준 영상을 편집하면서 포카리스(공부잘하고 인기 많은 네 친구)를 알아갑니다. 그러다가 일이 생깁니다. 그 일 때문에 잘라낸 B컷을 살펴보지요. B컷에는 뭐가 있을까요?

139. 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 (박미정, 299쪽) / 독서교육
  박미정 선생님 책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다.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아이와, 어른과, 제자와, 학교에서, 집에서, 온라인에서, 아마 까페에서도 모이는 것 같았다. 아침 6시에 모이는 모임도 있고, 밤늦게 모이기도 하는 것 같다. 얼마나 재미있으면 시간,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계속 모일까?
  이 책은 <책 모임> 하라고 등 떠미는 책이다. <책 모임> 좋다고 말하고(1장), 책 모임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준다(2~3장).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모두 이끌어가는 큰 모임(4장)과 아이끼리 책으로 이야기하는 작은 모임(5장)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책 모임에서 궁금한 내용을 더 설명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궁금하면 부록을 보면 된다. 책을 읽고 어떻게 질문할지 궁금하면 3~5장을 보면 된다. 무엇보다 책 곳곳에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알려준다.
  나도 독서동아리, 책 읽어주기, 독서 수업, 작가와의 만남 등 독서 활동을 많이 한다. 그러나 박미정 선생님처럼 이 정도로 하지는 않는다. 선생님은 책 모임으로 학급을 이끈다. 인생에 책 모임뿐인 사람처럼 아이들과 책으로 모이고 모인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에 빠져들고, 책을 읽으며 자라고, 책 모임에서 이야기하며 건강해진다. 부럽다. 내 아이가 선생님 반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한다. 참 좋다.
  박미정 선생님이 책 모임에서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선생님이 책과 사람을 연결하며 계속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

138. 점과 선 (노턴 저스터, 66쪽) / 중학생 이상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점과 선으로 도형의 아름다움을, 인간관계를 표현한 책이라니! 그림책보다 내용이 길지만, 동화나 소설은 아니다. 선은 점을 좋아한다. 그러나 점은 선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며 싫어한다. 점은 자유분방한 헝클이(마구잡이로 그린 선)를 좋아한다. 선은 자신의 장점을 생각했다가, 다시 좌절한다. 그리고 점을 생각하며 노력한다. 그러다가 선을 꺾는 능력을 찾아내서 각을 만든다. 선이 만들어내는 도형과 디자인이 참 아름답다. 여기 나오는 그림은 모두 작가가 직접 그렸다고 들었다. 점과 선의 로맨스가 어른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참 좋은 책이다.

137.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학 가게입니다 (무카이 쇼고, 354쪽) / 중학생 이상
  수학 가게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수학으로 세상을 구하겠다고 다짐하고 수학에 빠져든 소라가 미국으로 갔다. 수학 전문가가 사라진 뒤에 하루카는 혼자 수학을 공부한다. 그리고 수학 가게를 계속 이어간다. 하루카는 수학 천재가 아니어서 혼자 해결하지는 못한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 축제에서 일일 매점을 할지 연극을 할지 수학으로 결정한다. 축제에 쓸 아치를 황금비율로 만든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가 어떻게 하면 학교에 나올지 계산하고 축제에 소라를 등장시킨다. 수학 계산이 나오긴 하지만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아 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거라 생각한다.

136. 화씨 451 (레이 브래드버리, 279쪽) / 소설
  70년 전(1953년)에 바라본 디스토피아 세상을 썼다. 저자는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고 영상에 빠져들 거라고 봤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다 못해 국가에서 책을 읽지 못하도록 전략을 세운다. 거짓 방송을 내보내어 세뇌하고 국민을 우둔하게 만든다. 그래야 국가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믿을 테니까.
  대부분 국민이 책이라곤 본 적이 없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어버렸다. 책을 간직하다가 들키면 방화수들이 가서 책을 태워버린다. 집을 불이 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서 소방관들이 할 일이 없어지고, 오히려 불을 지르는 직업이 생겨났다. 책 제목인 『화씨 451』도는 책이 타기 시작할 때 온도다.
  몬테규는 방화수다. 책을 태우러 갔다가 책과 함께 죽는 사람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도대체 책이 뭐라고 책과 함께 죽는지 궁금해서 책을 한 권씩 숨겨온다. 책을 좋아하던 사람을 찾으려 한다. 그러다가 발각되고, 자신이 모은 책을 스스로 불태워야 하는 처지가 된다. ……
  사건이 많지 않고 몬테규의 생각과 서술이 많아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그래도 7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책보다 영상을 좋아하는 세상이 될 줄 어찌 알았을까!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참 좋은 책이다.

135.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293쪽) / 통일, 수기, 탈북청소년
  탈북청소년들과 20년 동안 함께 살면서 뒤치다꺼리한 이야기다. 1월에 읽고 너무 좋아서 마구마구 추천했었다. 방학 동안 독서 모임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하려고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최고다. 작가와의 만남은 글보다 더 좋았다. 작가님이 북한 아이들 뒤치다꺼리 그만하고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말에 응원을 보냈다. 자세한 책 소개는 https://bookyard.tistory.com/313

134. 프런트 데스크 (켈리 양, 347쪽) / 중학생 이상
  켈리 양이 부모님과 200달러를 갖고 미국에 가서 버티던 이야기다. 세 가족이 주인 대신 모텔을 운영하면서 주인에게 돈을 뜯기고 겨우겨우 버틴다. 그래도 켈리 양은 계속 노력해서 하버드 로스쿨에 갔다. 이 책을 성공 이야기나 자녀 교육서로 쓸 수도 있었는데 켈리는 모텔에서 겪은 이야기로 썼다. 그때 만난 사람들에게 느낀 사랑과 우정이 성공이나 자기계발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가난한 이민자가 직장을 얻기 힘든 현실을 이용해서 주인이 괴롭히는데도 세 가족은 버티고 또 버틴다. 켈리는 부모님을 도와주려고 모텔 프런트 데스크를 맡는다. 찾아오는 중국 이민자를 주인 몰래 재워주다가 위기를 겪고,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고 친구들에게 손가락질당하고, 모텔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처리하며 힘들어한다. 그런데 켈리는 받아들이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글을 쓴다. C-를 받은 작품 실력에 좌절하기만 하지 않고 사전을 빌려서 글을 쓴다. 자기를 위해서도 쓰지만, 이웃을 도와주기 위해 편지를 보낸다. 연이어 닥치는 문제 앞에서 어린아이가 문제를 피하지 않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계속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멋졌다.
  실제로 켈리 양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실화에 바탕을 둔 글은 어른들에게 더 알맞다. 학생들은 실화보다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이 더 중요하다.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라면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 더 좋다. 삶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글쓰기로 직면하는 이야기라면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가 좋다. 그러나 실화가 주는 현실감과 뭉클함이 크다는 장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133. 우리에게 펭귄이란 (류재향, 115쪽) / 3학년 이상
  재미있게 읽었던 『욕 좀 하는 이유나』를 쓴 작가의 단편 모음이다. 편부모이거나, 재혼했거나, 별거하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내는지 썼다. 일상에서 아이가 느끼는 마음을 잘 나타냈다. 좋은 책이다.

132. 수학특성화중학교 (김주희, 이윤원, 221쪽) / 중학생 이상
  수학을 주제로 가볍게 쓴 청소년 소설이다. 정해진 소수만 참여하는 수학 캠프에 도전하고, 참가해서 일어나는 일이라 흥미롭다. 중학생들이 좋아할 등장인물(아이돌, 금수저, 썸 타는 사이 등)이 사건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재미나게 읽을 것 같다. 수학 내용이 많지는 않다. 가볍게 읽을 책이다.

7월에 읽은 책 16권 3926쪽 (전체 131권 32340쪽)

131. 물총새에 불이 붙듯 (유진 피터슨, 644) / 기독교
  유진 피터슨이 7가지 주제(모세, 다윗, 이사야, 솔로몬, 베드로, 바울, 밧모섬의 요한)를 일곱 번씩 설교한 원고를 책으로 냈다. 설교 49편 모두 참 따뜻하다. 일상에서 겪은 일을 차분하게 들려주며 성경 말씀으로 이어간다. 성경 말씀 역시 이야기로 해설하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설교라면 1주일을 기다리겠다.

130. 어서 오세요! 수학 가게입니다(무카이 쇼고, 334) / 중학생 이상
  일본 작가는 독특한 소재를 찾아내서 글을 쓴다. 이 책은 수학으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다섯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무한을 증명하는 내용, 운동장을 이등분하는 내용, 연애부등식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수학으로 증명한다. 재미있다. 수학 싫어하는 중학생은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2014년부터 3년 연속으로 시리즈 세 권이 출판되었다.

129. 시간을 보는 아이 모링 (김상미, 182) / 중학생 이상
  모링은 아빠가 죽은 뒤에 회색 인간이 보인다. 그들은 시간을 옮기는 요정이다. 그들이 보이면서 모링은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으며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엄마와 시골로 이사하면서 반고 할아버지를 만난다. 반고 할아버지는 시간을 옮기는 요정이었다. 여기까진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기본 장치다. 반고 할아버지는 수학자들의 시간을 옮겼고, 모링 아빠는 수학을 좋아했고, 모링은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수학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소설 형식으로 수학자를 소개한다. 재미있다.

128. 광인 수술 보고서 (송미경, 127) / 중학생 이상
  광인(미친 사람)을 수술하고 쓴 보고서 형식의 소설이다. 봄날의 곰,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돌 씹어 먹는 아이쪽 소설이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아주 작은 일을 계속 말하는 연희를 김광호 박사가 수술한다. 왕따를 당한 연희가 수술하면서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연희의 말과 행동을 볼 때 수술보다 위로가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연희에게 의사가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다는 걸 저자가 말하려는 것 같다.

127. 땅에서 하늘을 산 사람들 (배덕만, 226) / 기독교
  신학교에서 배덕만 교수님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된 적이 있느냐?’ 하는 질문을 받고 쓴 책이다. 하나님 나라를 이루려고 땅에서 하늘을 살았던 12명을 소개한다. 20대에 이런 책을 참 좋아했다. 이 책을 읽으며 마틴 루터 킹과 만델라를 읽던 때가 기억났다. 그때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겠다는 소망이 참 컸다. 지금은 소망보단 평안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이 책은 그때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126. 믿는다는 것 (강영안, 188) / 기독교
  강영안 교수님이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강의하고 정리한 내용이다.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질문하는 믿음, 응답하는 믿음, 실천하는 믿음, 앎을 추구하는 믿음이어야 한다고 썼다. 내 주위에는 질문하는 분, 말씀에 응답하는 분, 실천하는 분, 분별하려고 발버둥 치는 분이 많다. 그분들은 이 책에서 말한 대로 살면서도 교회에서 목사님 말씀 잘 듣고 순종하며 살지 않는다는 것으로 걱정했다. 믿는다는 게 뭔지 고민했다. 이 책을 추천해야겠다.

125. 유나 아빠의 애도 일기 (김동선, 247) / 기독교
  76개월을 산 유나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24시간이 되기 전에 죽었다. 유나 아빠는 유나를 기억하며 애도 일기를 썼다. 열 살 아들이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르고, 유나를 관에 넣고, 화장하고, 사망신고를 하면서 애도하는 글을 썼다. 유품을 정리하면서, 유나가 죽은 1년이 되기까지 계속.
  『상실 수업의 저자 퀴블러 로스는 상실의 단계가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이때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교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애도 일기를 읽으며 우리가 슬플 때 슬퍼하지 않고 잊거나, 분노하거나, 어설픈 위로로 때우려 했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다. 내게도 슬픔이 많았다. 글로 쓰며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울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24. 복음과 상황 7월호 (156)
  기독교 월간지다. 꼼꼼하게 읽었다.

123. 성도의 공동생활 (디트리히 본회퍼, 217) / 기독교
  성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1<성도의 교제>가 무엇인지, 2장 말씀과 기도와 찬양과 공동기도로 <함께하는 날>3장 함께하는 날만큼이나 <홀로 있는 날>4장 성도가 어떻게 <섬김>을 보여야 하는지 말한다. 이 부분이 특별히 좋았다.
  “공동체 안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빚지고 있는 첫 번째 섬김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그분의 말씀을 듣는 데서부터 시작되듯이, 형제에 대한 사랑도 형제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을 배우는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당신의 말씀을 주실 뿐 아니라, 당신의 귀도 빌려주신다는 사실에서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형제에게 귀를 기울여 듣는 법을 배우면, 우리가 형제에게 행하는 그 일이 바로 하나님의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 특히 설교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언제나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여기며,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섬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큰 섬김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 들어줄 사람을 찾지만, 그리스도인 가운데서도 들을 귀를 가진 사람을 찾지만, 그리스도인 가운데서도 들을 귀를 가진 사람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들어야 할 때도 입을 열어 말하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형제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머지않아 하나님께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며, 하나님 앞에서도 항상 말만 하려고 들 것입니다. 여기서 영적인 죽음이 시작되며, 결국 남는 것은 영적인 수다뿐입니다. 그곳에는 경건한 말 속에서 질식해 버린 성직자 냄새를 풍기는 자기 낮춤이 있을 뿐입니다. 오랜 시간 인내심을 품고 귀 기울여 들을 수 없는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지도 않는 말만하면서도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합니다. ~”

122. 정의로운 은재 (진형민 외, 164) / 5학년 이상
  여섯 명이 단편을 썼다. <정의로운 은재>(오하림), <살아있는 맛>(전성현),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진형민), <손톱 끝만큼의 이해>(최나미)가 좋았다. <골목이 열리는 순간>(황선미)은 쓴 까닭은 알겠는데 보통이었다. <바이, 바이>는 마음에 들었지만, 좀비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보통이 되었다. 아이들은 좋아할 것 같다.

121. 에이 아이 내니 (박미정, 163) / 4학년 이상
  주인공 별이는 고아다. 18살까지 AI 내니의 도움을 받으며 산다. 내니만 있어도 별이는 외롭지 않다. 내니를 만든 사람은 찬우 아빠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별이는 찬우네 가족과 친하게 지냈다. 찬우 부모님의 관심이 소홀한 틈을 타서 찬우가 호수로 내려갔고, 김별과 찬우 동생이 따라갔다. 그러다가 별이와 동생이 물에 빠졌고, 뒤늦게 온 내니가 별이를 구했다. 찬우 아빠가 만든 AI가 찬우 동생이 아니라 별이를 구했으니 찬우 아빠와 엄마는 찬우와 AI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찬우도 별이를 싫어하며 왕따를 시킨다. 별이와 내니는 어떻게 될까?
  AI와 인간의 관계를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초등, 중등 모두 토론할 수 있다.

120. 가정 통신문 시 쓰기 소동 (송미경, 127) / 4학년 이상
  동시에 빠진 선생님 몇 분이 추천해서 읽었다. 비둘기초등학교에 땡땡이 선생님이 왔다. 조용하고 말이 없어서 소문만 무성한 분이다. 땡땡이 선생님이 전교생에게 보내는 가정 통신문을 맡게 되었는데, 대뜸 시를 쓰자고 한다. ‘무슨 시야?’ 하며 걱정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다. 가족과 이웃까지 모두 시에 조금씩 젖어들며 시를 쓰는 과정을 이야기로 썼다.
  공감하는 내용도 있지만, 책 내용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나는 동시보다 아이들이 쓴 글을 시인 듯 시가 아닌, 시가 아닌 듯 시인 글 좋아한다. 아이들이 쓴 글은 자연의 맛이고, 동시는 인공감미료가 든 것 같다. 내겐 그렇다.그래도 글 쓰는 태도를 알려줘서 좋다.

119. 얼음이 빛나는 순간 (이금이, 250) / 중학생 이상
  지오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 엄마는 지오와 지윤이 유학 뒷바라지하러 갔다가 캐나다에 눌러앉았다. 남편의 족쇄에서 해방되어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는 이혼했다. 지오는 의리(?)로 아버지께 돌아왔지만, 아버지의 압박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명문대 입학을 보장한다는 기숙고등학교를 선택한다. 그곳에서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온 석주를 만난다. 석주 부모는 따뜻하게 응원하는 듯하지만, 지오 아빠와 다를 바 없다. 지오는 이를 모르고, 석주도 잘 모른다. 둘은 부모 품을 벗어날까? 서로 친구가 될까?
  두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오는 현재에서 과거로, 석주는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되다가 둘이 만난다. 읽으면서 낯설었다. 뒷이야기를 예상할 수 없었다. 결말은 참 좋았다. 자기 인생을 자기가 선택하는 모습이 좋았다.

118. 변두리의 마음 (서현숙, 207) / 에세이
  서현숙 선생님이 삼척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외부인의 눈으로 삼척을 거닌 이야기를 SNS에 올릴 때마다 신기하게 읽었다. 삼척 토박이인 내 눈에는 선생님이 느끼는 마음이 신기했다. ‘수십 년째 그 자리에 있는 우체국이 예쁘다고?’, ‘저 집은 내가 아는 집인데 저런 느낌이었나?’, ‘저긴 볼 게 없는 곳인데 저런 집이 있다고?’하며 읽다가 알게 됐다. ‘내가 본 삼척은 서현숙 선생님이 본 삼척과 다르구나. 난 삼척을 너무 내 눈으로만 봤구나!’ ‘여러 사람이 책을 읽고 나누면 풍성해진다고 말했는데 지역도 그렇다는 걸 모르다니~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로 보면 더 다양해진다는 걸 이렇게 느끼다니!’
  참, 가보고 싶은 곳도 생겼다. 동네마다 여러 사람이 본 모습이 나오면 좋겠다.

117. 10대 언어보감 (따돌림사회연구모임, 239) / 인문
  10대가 가치 있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말을 소개한다. 채근담을 위주로 우리나라 위인들이 남긴 좋은 말을 뽑아서 좋은 생각을 갖고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따돌림없는사회연구모임에서 만들었는데, 중학생이 이런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116. 준주(조양희, 456) / 소설
  작가는 어릴 때 엄마와 외할머니가 징병으로 잡혀가서 돌아오지 않은 외삼촌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작가가 외삼촌 나이의 아들을 둔 나이가 되어서 비로소 외삼촌 이야기를 엄마에게 물었다. 그리고 소설에서나마 외삼촌이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준주>를 썼다고 했다. 준주는 작가의 엄마, 외삼촌은 오빠로 등장한다. 대구에서 살다가 일본에 공부하러 가고, 인연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가슴 저리게 그리워하다가 다시 만난다. 작가의 의도가 해피엔딩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적다. 일제 강점기 이야기 중에 가장 편안하게 읽었다. 위험도 겪지만 행복하게 끝나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나는 슬픔과 친하기 때문에 이렇게 느꼈지만,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 고등학생들과 토론하려고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