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2022년 읽은 책

책뜰안애 2022. 12. 31. 09:49

올해도 책벌레 이름값은 했네요. 19051359쪽을 읽었어요.
제게 베스트인 책이 다른 분에게 베스트가 아닐 거예요. 그래서 가장 좋은 책을 고르진 않겠어요.
여기 목록에서 한두 권쯤 골라 읽는다면 저를 아끼는 분이라 생각할게요.
읽어보세요.

12월에 읽은 책 17권 6078쪽

190. 그레구아르와 책방할아버지 (마르코 로제, 314) / 소설
  장모님이 다쳐서 수술하고 요양병원에 가셨다. 아픈 노인이 가득한 곳에서 몇 달 동안 지내셔야 한다. 노인이 들어오고 노인이 나가고, 아픈 노인이 들어왔다가 조금 나아서 나가고, 가끔은 살던 곳으로 가지 못하고 영영 사라지기도 한다. 이곳에서 노인들은 어떤 존재일까?
  그레구아르는 20살이다. 대학에 떨어지고 요양원에 임시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요양원에서 자기 방 물건을 줄여서 책 삼천 권을 알파벳 순서로 꽂은 할아버지가 그레구아르에게 제안한다. “책을 읽어줘!” 책 앞부분 낭독 장면을 읽으며 소설처럼이 생각났다. 그런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일부는 맞았다. 그레구아르는 책방 주인이었던 할아버지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 방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요양원 방문객에게도 읽어준다.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나이 든 분들이 가득한 요양원에서 그들이 어떤 분들인지 보여준다. 한때 사랑에 온 힘을 쏟았던 분들, 지금도 여전히 사랑할 힘이 남은 분들이다. 그레구아르는 책을 읽어주며 듣는 분들을 만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방 할아버지가 부탁한다. 자기 대신 걸어가서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2022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이 책이어서 좋다. 책을 많이 읽어주고, 많이 사랑하고, 잘 퇴장하고 싶다.

시간이 우릴 따라잡으며 빠르게 지나간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어. 난 검붉은 빨강에서 평범한 빨강이 되었고 마침내는 붉은 기문만 남았지. 그런데 네 덕분에 난 색깔을 회복하고 있어. 그래, 물론 빛은 많이 바랬지만~ (50)

책은 우리를 타자에게로 인도하는 길이란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더 나와 가까운 타자는 없기 때문에,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거야.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건 하나의 타자인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행위와도 같은 거지. 설령 그저 심심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해도 마찬가지야. (53)

잘못된 만남을 피하기 위해서는 듣는 귀의 수준과 책의 수준을 제대로 맞춰야 해. (54)

189. 표준새번역 성서 (1771)
해마다 한 번씩 읽는다. 나이보다 조금 더 읽었는데도 내가 제대로 읽는지 모르겠다.

188. 요한을 읽다 (마빈 페이트, 781) / 성경 해설
  요한복음, 요한서신, 요한계시록 해설서다. 요한복음을 좋아해서 자주 읽고 묵상했다. 요한 서신은 읽기만 했고, 요한계시록은 알다시피 어렵다. 요한복음 해설은 아는 내용이 많아서 새롭지 않았다. 요한서신과 요한계시록은 새로웠다. 요한서신은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내용을 차례차례 해설했다. 요한계시록은 로마 역사에서 일어난 사실과 복음서를 근거로 해설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호한 상징과는 상관없는 설명이라 좋았다. 요한서신과 요한계시록 공부할 때 같이 봐야겠다.

187.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이기주, 191) / 짧은 글 모음
  이기주 작가 책인 줄 모르고 있었다. 글이 짧아서 작가를 보니 <언어의 온도>를 쓴 이기주 작가다. 생각하게 하는 글이 많다. 짧고 편하게 썼는데 천천히 읽게 만든다. 좋은 내용이 많다. 그러나 이 정도의 글을 쓰는 작가는 많다. 이기주 작가보다 더 잘 쓰는 작가의 책은 잘 팔리지 않는다. 운이 좋아 이름이 나면 잘 팔리고, 이름이 나지 않으면 더 좋은 책인데도 사는 사람이 적다. 책 내용보다 이 생각이 더 컸다.

186. 제게 오십시오 주님 (송대선, 지강유철, 149) / 기독교
  송대선 목사님이 사순절 묵상집 십자가의 여정에 이어 대림절 묵상집을 냈다. 지강유철 음악가는 대림절 추천 음악을 소개했다. 이 묵상집으로 날마다 묵상하는 분들도 계신데 나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음악 소개가 좋았다. 내가 지식을 탐구하는 성향이라 그런 것 같다.

185. 허약하지만 살아남았습니다. (탐구학사, 147) / 초등 과학
  진화를 약자라서 살아남았다.’로 설명한 책이다. 강한 생명체는 변화에 적응할 생각을 못해서 멸종하고, 약한 생명체는 변화에 적응을 잘해서 살아남았다고 한다. 낯선 이름(피카이아,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 둔클레오스테우스 등)이 많이 나온다. 완전 새로운 내용이어서 흥미로웠지만,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이론을 진실처럼 썼다. 대부분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은 불편하게 읽을 테고, 다른 분들은 신기하게 읽을 것 같다.

184. 나도 상 좀 받자! (이지훈, 131) / 3 이상
  내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하고 싶은 책이다. 지훈이는 상 받는 능력이 없다. 아름이는 상이란 상은 다 받는다. 지훈이는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아름이 아빠가 담당의사다. 아름이는 이것저것 다 잘하지만, 좀 밉상이다. 지훈이가 상 좀 받으려고 노력할 때마다 아름이가 막아선다. 아름이보다 잘해야 상을 받는 데다가 아름이가 지훈이에게 상 받을 가망이 없다는 말까지 견뎌야 한다. 그런데~~~ 읽을수록 내용이 좋다. 가볍게 쓴 듯한데 아이들 삶을 잘 다루었다. 좋은 책이다.

183. 소녀와 고양이와 항해사 (마틸다 우즈, 298) / 중학생 이상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에 이어 마틸다 우즈의 책이 또 나왔다. 가족을 다 잃고 관을 짜는 노인과 소년이 주인공이었는데 이번에는 항해사와 소녀가 주인공이다. 선장인 아빠, 왕자를 찾아 떠난 엄마와 언니들이 아니라, 몰래 배를 타고 아빠를 분노케 한 막내딸이 주인공이다. 마틸다 우즈는 색다른 환상 세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이 더 좋았다.

182. 기묘한 분식점 (박현숙 외, 216) / 4학년 이상
  박현숙, 임지형, 정명섭, 최영희 작가가 쓴 단편 4편이 실렸다. 분식을 주제로 쓴 단편인데 세 편은 삼신할미, 마녀, 사람 간을 빼먹는 여우가 나온다. 마녀도, 여우도 나오지 않는 <떡볶이와 쿨피스>가 가장 좋았다. 임지형 작가가 썼는데 아이들 일상에 반전이 재미있었다. 삼신할미가 나오는 박현숙 작가 글은 괜찮았고, 마녀가 나오는 정명섭 작가 글은 재미있게 보면 재미있고 그냥 읽으면 또 그냥 읽는 글이었다. 사람 간을 먹는 여우와 사람을 지키는 은여우 이야기를 쓴 최영희 작가 글은 불편했다. 아이들은 은여우 이야기, 마녀, 삼신할미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했다.

181. 오스만 제국 600년사 (이희철, 344) / 역사
  오스만투르크 제국 600년 역사를 조목조목 다룬 책이다. 편년체(시간 순서)로 썼으며 각 장 끝에 주제를 하나씩 다루었다. 난 비잔티움 제국이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바랐다. 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게 안타까워서 미드 5부작도 챙겨봤다. 그런데 <오스만 제국 600년사>를 보면서 점점 오스만 제국이 잘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언어, 민족, 지리, 환경은 다르지만 나라는 대부분 흥망성쇠가 비슷하다.
  그래도 오스만 제국은 무너지면서도 오랫동안 유지했다. 거대한 제국이 단번에 무너지면 주변 나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 같은 나라가 속도를 조절한 면도 있다. 마침 러시아가 망하면 세계 질서가 뒤틀린다는 키신저의 분석 내용이 기사로 나왔다. 그런 건가?

180. 안녕, 안녕 (김주련, 195) / 그림책 에세이
  월간지 <복음과 상황>13회 동안 실린 그림책 이야기를 바탕으로 펴낸 책이다. 과장이나 강조 없이 조용조용히 말해서 좋았다. 그림책 내용을 소개하고,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조곤조곤 말한다. 책을 꽤 읽었기 때문에 이런 책은 대부분 익숙한 내용이 이어지는데 이 책은 새로운 내용이 많았다. 저자가 다르게 생각하는 분이라서 낯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179.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안톤 슐츠, 270) / 인문, 가치관
  '이상한, 독특한, 자기 생각이 뚜렷한, 남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본다. '괴상한, 튀는, 혼자 잘난'도 있다.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에 따르면 나는 한국인이 아니라 독일인과 생각이 비슷하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사는 독일인이 본 한국 사람과 많이 다르다. 1장 일하는 모습, 2장 여행하는 모습, 3장 집에 대한 생각, 4장 교육에 대한 생각 모두 나는 독일인 쪽에 가깝다. 독일 사람이 한국에서 살면서 바라본 한국인의 모습이 내겐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독일 여행을 좋아했을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학부모 동아리에서 학부모들과 함께 읽었다. 부모들은 저자가 말하는 모습을 바라지만, 자신 없다고 했다. 내 경험과 생각에 대해서는 '선생님이니까요~' 했다. 마지막 5장에 이 상황을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지금 상황이 싫지만, 그냥 이렇게 살면서 내 아이에게 유리한 길을 찾는 모습" 저자는 5장에서 비교하고, 비난하고, 남 핑계를 대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당신 자신이' 무언가 하라고 촉구한다.

178. , 너 좋아하니? (박서진, 109) / 3학년 이상
  청각장애인과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출판한 책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든 책은 그 목적에 맞게 치우친 티가 나는데 이 책은 안 그렇다. 자연스럽게 쓰여서 재미나게 읽었다. 다윤이는 청각에 장애가 있어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고 배웠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불편은 불행을 만들기도 한다. 청각장애 때문에 두 번째 줄에 앉는데 다윤이 키가 커서 '역차별'이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다윤이는 왜 자기만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 모든 내용을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참 좋은 책이다.

177. 복음과 상황 12(월간지, 170) / 기독교
  지난해부터 복음과 상황을 잘 읽지 않아서 책이라 생각하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으니 좋다. 뉴질랜드 한인 청년들이 북한 콘텐츠를 만드는 내용이 신선했다. <대화>를 주제로 쓴 커버스토리 이성영 대표의 글과 익명의 정의당 직원 글도 통찰력이 돋보였다. 기윤실 직원 소개, 장애와 신앙의 교차로, 수도원 모두 좋았다. 읽으면 좋은데 월간지는 자꾸 안 읽게 된다. 계속 읽어야겠다.

176. 춤추는 평화 (홍순관, 240) / 에세이
  이런 사람이 좋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만나는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 누구나 만나는 것들을 보고 자기만의 마음을 느끼는 분, 평화를 생각하고 평화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분. 자유로운 분이 답답한 세상에서 평화를 위해 계속 호소한다. 슬프고 아름답고, 안타깝고 뭉클하다.

175.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조형근, 262) / 사회
  저자는 교수라는 안정된 자리에 들어섰으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 생각하며 대학을 떠났다. 사회학자가 바라본 대학이 사회와 어우러지는 곳이 아니었나 보다. 저자는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며 희생했던 386세대가 기득권이 되어버린 새로운 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사람은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변화에 적응한다. 원하는 세상이 이루어지면, 바로 그 세상이 다시 변화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인간이 넘어서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무뎌짐' 아니던가! 로또 1등 당첨 같은 놀랄 만한 행운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한 일로 느껴지지 않나! 저자는 사회 진보를 꿈꾸었던 기성 세대가 자신을 돌아보자고 말한다. 아는 게 많은 데다가 성실하게 자료를 찾고 분석해서 글을 썼다. 그래서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천천히 하나씩 읽어야 한다.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 가득하다.

174.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490) / 고전 소설

책을 읽고 글을 길게 썼어요. https://bookyard.tistory.com/303

 

11월에 읽은 책 144119(202217345281)

173. 뜀틀, 꿈틀 (이원수 외, 198) / 중학생 이상 동화
  창비아동문고 초창기 작품에 실렸던 글 중에서 대표 작품을 골라 다시 엮었다. 다섯 저자 중 이숙현 작가의 <뛴틀, 꿈틀>만 지금 이야기다. 이원수, 이주홍, 이준연, 임길택 선생님 글은 1970년대 전후가 배경이다. 아이들이 읽으면 시대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학생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주홍 선생님의 <미옥이>, 이준연 선생님의 <할머니의 노래>, 임길택 선생님의 <들꽃 아이>이 특히 좋았다. <할머니의 노래>를 읽을 때는 눈물이 났다. <들꽃 아이>를 읽을 때는 집에 찾아갔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172. 빙점 (미우라 아야코, 598) / 소설
  미우라 아야코가 쓴 길은 여기에가 나와 맞지 않았다. 좋다고 한 분이 많았는데…… 그래서 빙점을 읽지 않았다. 30년 동안 이름을 들었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내 인생의 책 중 하나로 꼽겠다. 용서와 화해에 관해 빙점만큼 깊이 다루는 책이 드물다. 인간의 마음에 일어나는 작은 흔들림과 변화를 잘 묘사했다. 작가가 사람을 깊게 살펴보는 사람인 것 같다. 정말 좋은 책이다.

171. 지리의 힘 2 (팀 마샬, 460) / 인문
  지리의 힘 1권에서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과 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북극을 다루었다. 2권에서는 분쟁 지역이거나 분쟁이 늘어나는 곳을 설명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그리스, 터키, 사헬, 에피토피아, 스페인, 그리고 우주.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종족이 나라보다 더 중요한 영역임을 깨달았다. 학생들이 지리의 힘 1권과 2권을 읽으면 세상을 잘 이해할 것 같다. 참 좋은 책이다.

170. 지리의 힘 (팀 마샬, 367) / 인문
  지리(땅의 모양)가 한 나라를 강하게 하거나 지도자의 야망을 좌절시킨다. 중국이 해양 대국을 꿈꾸는 까닭,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까닭, 유럽이 좁은 곳에서 여러 나라가 생긴 까닭 등을 지리로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된 것도 지리로 풀어간다. 25년 이상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잘 풀어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되었다. 재미있고 색다른 책이다.

169. 구멍 난 벼루 (배유안, 153) / 5학년 이상
  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이라 우리 반 아이들과 읽었다. 낱말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김정희 선생의 마음과 허련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한다. 진정한 스승과 제자를 찾기 어려운 시대, 진지한 걸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어떻게 이야기할까? 12월이 기대가 된다. , 이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168. 피난하는 자연 (벤야민 폰 브라켈, 326) / 환경
     https://bookyard.tistory.com/298

167. 소년 탐정 칼레 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250) / 5학년 이상
  1편보다 재미있다. 칼레에게 익숙해져서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도 칼레가 사건을 해결한다. 그러나 칼레가 명탐정의 솜씨를 발휘해서가 아니다. 칼레는 놓치고 실수한다. 오히려 친구들이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우연과 행운이 깃든다. 소년 탐정이 셜록 홈즈처럼 문제를 해결하면 오히려 어색하다. 린드그렌이 왜 뛰어난 작가인지 알겠다. 특히 작가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낸 부분이 자주 보인다.

166. 오리부리 이야기 (황선애, 93) / 3학년 이상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으로 말을 함부로 옮기지 말자는 내용이다. 비룡소 문학생 수상작치고는 별로였다. 내가 <목적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열 쪽도 읽기 전에 말 함부로 하지 마라를 알려주려고 쓴 이야기라는 게 드러난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읽으라고 하겠다. 요즘 아이들은 대놓고 말해주어야 한다. 마땅히 알아야 할 내용을 실제로 아는 나이가 낮아진다. 말을 함부로 옮기면 안 된다는 것도 알려주고 설명해줘야 한다. 하지만 독서토론 책으로는 쓰지 않겠.
무   대놓고 말하면 이야기가 주는 맛이 떨어진다.

165. 로마서 (폴 악트마이어, 341) / 기독교
  로마서를 공부하며 읽었다. 신학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고민한다. 20대 때는 쓸데없는 것만 고민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책을 읽을수록 쓸데없는 게 아니라고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신학자의 생각에 다가간다. 로마서를 읽으면서 질문이 많아진다. 신학자는 다른 걸 궁금해하겠지!

164. 소년 탐정 칼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223) / 5학년 이상
  칼레는 13살 소년이다. 탐정을 꿈꾼다. 사소한 것이라도 확인한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기록한다. 거의 마을 사람 전체를 용의선상에 놓고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진짜 사건이 일어난다. 삐삐 작가 린드그렌이 쓴 탐정 동화다.

163. 경주역사유적지구 (이은석, 71) / 5학년 이상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게 돼서 읽었다. 일부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경주는 월성 지구, 대릉원 지구, 황룡사 지구, 남산 지구, 산성 지구로 나눈다. 우린 대릉원 지구, 월성 지구, 경주박물관에 다녔다. 자주 간 곳이지만, 책을 읽고 가니 더 많이 보인다.

162. 쉘터(***, 400) / 판타지 소설
  친하게 지내는 작가가 봐달라고 한 소설 초안이다. 작가가 되기 전에도 글을 보냈는데 작가가 된 뒤에도 글을 읽어달라고 한다. 등장인물의 특징이나 일관성, 내용의 개연성, 사건 연결 등을 많이 비판했다. 칭찬 거의 없는 말을 듣고는 작가가 다시 쓰겠다고 한다. 알려진 작가도 글을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친다. 그래야 좋은 책이 나온다.
  <변화>는 어렵다. 인간은 의지와 노력보다 습관을 따른다. 습관은 의지와 결심, 노력을 무너뜨린다. 과연 우리는 결심한 대로 변할까?
  변화를 주제로 두 책을 생각한다. 변화를 다룬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고 두 책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11월에 읽은 두 책 내용 정리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금서를 빌려드립니다는 교장 선생님(과 이사진) 생각에 대항하는 이야기다. 튜브는 실패한 사람이 변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다. 둘 다 고등학생(대학생, 성인)과 토론하고 싶은 책이다.

161. 튜브 (손원평, 273) / 소설
  실패한 사람이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쓴 소설이라고 작가가 말했다. 성공의 비결로 꾸준히 노력해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꼽았다. 허황된 꿈을 꾸었기 때문에 하는 일마다 실패한 성곤은 자살의 문턱까지 간다. 한강 다리 위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뛰어내리지 않고 돌아온다. 그리고 배달일을 시작한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딸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하다.
  책을 읽어갈수록 자기계발서의 소설 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무지개 원리같은 책을 이야기로 읽는 것 같았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은 독자의 20%는 도움이 되지만, 80%는 실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느낌에 취할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읽을수록 불편했다. 아몬드작가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김성곤은 아내와 다시 만난다. 화려하게 일어선다. 그러나~ ‘그러나로 바뀌는 내용이 있어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챕터가 없었다면 자기계발서로 못 박고 읽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내용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지막으로 김성곤에게 일어난 일을 겪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 생각과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160. 금서를 빌려드립니다 (데이브 코니스, 366) / 2 이상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책이다. 실제로 출판된 괜찮은 책이 많이 나오고, 괜찮은 책에 나오는 괜찮은 문구도 많이 나온다. 고등학교(럽튼 아카데미) 졸업반 클라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도서관 봉사활동을 즐긴다. 어느날 교장선생님이 교직원에게 책 목록을 보내며 학생들이 읽지 못하게 명령한다. 사립학교는 교장의 영향력이 크다. 교장 뜻을 따르지 않으면 해고를 당한다. 문학반 교사는 수업 교재를 바꾸어야 하고, 사서 교사는 도서관에서 책을 치워야 한다. 학생들이 읽으라고 권하던 책을.
  『호밀밭의 파수꾼, 초콜릿 전쟁, 스피드등이 왜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목록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슬그머니 도서관에서, 수업 참고목록에서 빼버린다. 문학반 교사와 사서 교사는 다른 방식으로 저항한다. 그 중 하나가 금서 도서관이다. 책을 좋아하는 클라라가 금서만 모아 흰색 표지를 하고 금서 도서관을 운영한다. 교사는 금서 도서관을 모른 척하며 클라라를 응원한다.
  한편, 럽튼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룹을 지어 생활한다. 부자들이 모인 그룹이 있고, 책을 좋아하는 그룹도 있다. 이들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 그런데 금서 도서관이 생기면서 부자 그룹 학생이 책을 빌려 간다. 이때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부와 권력을 가진 친구(클라라 그룹에 속한 학생들이 저쪽 친구라고 생각하며 어울리지 않는 친구)가 금서를 읽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 그 행동 때문에 클라라와 만나고, 클리라가 저쪽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친구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책과 학생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문장과 대화, 사건이 많다. 고등학생이 책을 두고 나누는 대화가 정말 수준 높다. 부럽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런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들은 오랫동안 강대국 자리를 놓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중고등학생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기 좋은 책이다. 물론 설명이 아니라 토론으로.

10월에 읽은 책 14권 3755쪽 (2022년 159권 41162쪽)

159. 죄와 벌 1(도스토예프스키, 405)
  『주홍글씨토론하다가 죄와 벌로 이어졌다. 1권은 무척 재미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정말 글을 잘 쓴다. 자세한 책 소개는 2권까지 읽고 써야겠다.

158. 신도의 공동생활 (디트리히 본회퍼, 159) / 기독교
  본회퍼가 그리스도인의 공동생활을 논한다. 독일 철학자 특유의 논리와 사유가 돋보인다. 본회퍼가 쓴 책 중에서 그나마 쉬운 책인데도 천천히 읽게 된다. <공동생활>은 영적인 현실이며, <남과 함께 사는 하루>를 예배로 만든다. 특히 3장에서는 <홀로 있는 날>에 지녀야 할 태도를 말한다. 공동생활을 하면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말해서 좋았다. <섬김>은 공동생활과 홀로 있는 날 뒤에 나온다. 여럿이 함께, 또한 혼자 하나님께 속해서 살면 섬김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마지막으로 <죄의 고백과 성만찬>으로 장벽을 뚫는라고 말한다. 새롭게 나온 번역본에서는 제목이 다르다.

157. 몽골리안 일만 년의 역사 (폴라 언더우드, 659) / 역사
  아시아 대륙에 살던 원주민이 베링해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이로코이(Iroquois)족에게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전해져 온다. 지은이는 이로코이족 아버지에게 종족의 역사를 구전으로 들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이어진 이야기는 정식 구전사로 인정받은 사람에게 이어지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니 굉장하다.
생  각도 못 한 표현과 이야기가 이어져서 놀랐다.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나무와 동물을 만나며 수렵 생활에서 정착 생활로 이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정말 이렇게 살아왔을 것 같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어찌 다 기억했을까, 정말 대단하다. 나이 들어 읽을 만 한 책이다.

156.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강인송, 99) / 3학년 이상
  짧은 단편동화(20쪽 내외 분량) 네 편을 실었다. 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싫은 아이, 힘이 세지만, 수줍음이 많아 운동을 싫어하는 아이, 학교에서 똥을 누면 놀림 받는 교실에서 갑자기 똥이 마려운 아이, 꽃을 좋아하는 티를 내지 못하며 꽃을 생각하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작가가 아이들 마음을 잘 나타냈다. 웃음도 나고, 아이들이 떠올랐다. 교실에서 한 편씩 읽어주고 다.

155. 막내의 뜰 (강맑실, 285) /
  강맑실(사계절 대표) 작가가 1960년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 작가는 아버지가 학교를 자주 옮겨 일곱 집에서 살았다. 작가가 직접 집 구조를 그리고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려 썼다. 오빠들이 장난치며 놀렸던 일, 언니가 심부름시킨 일, 동네 아이들 따라다닌 일 등 추억이 따뜻하다. 가난하게 살며 힘들었던 추억이 아니라 막내의 따뜻한 추억이다. 읽으며 옛날 생각이 났다. 부럽기도 했다. 비 오는 날 부침개 먹으며 읽으면 어울리겠다.

154.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임영주, 231) / 부모
  1학기 마지막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학부모들이 갱년기와 사춘기를 다룬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책을 찾아보았는데 <갱년기 대 사춘기> 책이 학부모에겐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찾은 책이 이 책이다.
저  자가 방송에서 꽤 알려진 사람인데 이름을 처음 들었다. 책 내용이 참 좋다. 부모가 아이를 자기 생각으로 판단하지 않고 살피라고 말한다. 책에 나오는 사례를 보며 학부모들이 완전 내 이야기!”라고 공감했다. 아이와 갈등이 생길 때 책에서 본 내용을 생각하며 한 번 참았는데, 참기 잘했다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추천한다.

153. 그냥, 사람 (홍은전, 263) / 칼럼 모음
152. AX에게 (존 버거, 231) / 소설
앞  서 근무한 학교에 간 첫해, 2학년을 맡았다. 6학년이나 1학년이 아니라 2학년만 남았다니 의아했다. 2학년은 군대로 말하면 꿀 보직인데. (자폐 아이보다 여자아이들 관계가 복잡해서 힘든 반이었다.)
  자폐 남자아이는 까끌까끌한 느낌을 참지 못했다. 상표를 다 떼어야 했고, 실밥 하나만 있어도 옷을 벗었다. 아이가 옷을 벗으면 여자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루는 아이가 갑자기 바지를 벗었다. 속옷까지 다 벗겨졌다. 얼른 아이를 가로막고 옷을 끌어올렸다.
  10명 내외의 아이들이 6년 내내 같은 반을 했다. 아이들은 6년 동안 자폐 아이와 같은 반으로 지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장애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워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잘 달래며 함께 지냈다. 아이들은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배웠다. 이건 황금을 주고도 배우지 못하는 훌륭한 태도다.
  경쟁, 효율성, 경제적 가치를 따지면 00이는 어떻게 될까? 신자유주의는 약하고, 느리고, 불편한 이웃을 무능력한 존재로 만들었다. 장애인, 세월호, 강제로 수용된 아이들…… 예수님이 말한 고아와 과부들이 바로 이들이다. 그들도 그냥 사람인데 투명 인간처럼 보이지 말아야 했다.
  『AX에게그냥, 사람은 이에 맞선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구조에 반대한다.
  『AX에게는 연인에게 쓴 편지로 이에 맞선다. 2008년 부커상 수상 후보작이다. 사실처럼 쓰인 독특한 소설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아이다가 감옥에 갇힌 사비에르에게 편지를 쓴다. 사비에르는 편지 뒷면에 메모하며 편지를 모아둔다. 정권은 국민을 위협하며 국가를 이끌어간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국민은 세계화의 파도, 자본의 폭력에 희생당하면서 몸부림친다. 도망자를 살리기 위해 온몸으로 막아서고, 약국을 찾아온 사람을 살리고, 각자의 사연을 들어준다.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기 위해 싸우는 거예요.” 라며. 감옥에 갇힌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성의 편지를 통해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작가의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그냥, 사람은 고통당하는 이웃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애인 곁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냥, 사람은 한겨레 신문에 5년 동안 쓴 칼럼이다.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많다. 한없이 약한 사람들이 거대 권력, 거대 자본 앞에서 억눌리고 억압당하고 괴로워하며 고통당한 사연이 많다. 죽어가면서도 그들은 자기들이 그냥 사람이라고 외쳤다.
  자폐 아이에게 괜찮아!’ 말한 2학년 아이들은 자폐 친구를 화장실에 데려갔고, 몸을 가려주었다. 걸어갈 때 기다려줬고, 운동회에서 손을 잡고 뛰었다. 난 다달이 5만원씩 장애인야학 후원금을 보낸다. 곁에서 그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보다 돈 보내는 게 쉽다.
책   놀이를 하며 아이들이 책으로 <> 글씨를 만들었다. 나를 꽤 힘들게 한 아이들이었는데 이 아이들에게도 봄이 왔다. AX에게그냥, 사람에 나오는 분들에겐 언제 봄이 오려나?

151. , 이사 갈 거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71) / 2학년 이상
  삐삐로 잘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아이 마음을 잘 안다. 다섯 살 로타가 심통을 부리다가 옆집 다락방으로 이사 가는 소재 자체가 아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작가는 로타의 마음을 이해하는 부모를 안겨주고 아이가 어떻게 마음을 돌이키는지 보여준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방법도 좋지만, 아이 눈높이에 맞게 반응하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명령하고 부모 뜻대로 하려는 분이 읽으면 애 버릇 나빠지게 뭐 하는 짓이냐?’ 하겠지만. 나는 린드그렌이 보여준 모습이 마음에 든다. 아이 마음을 알면 명령하거나 협박하지 않아도 아이가 말을 듣는다.

150. 경주 최부잣집은 어떻게 베풀었을까? (황혜진, 119) / 5학년 이상
  경주 최부자는 여섯 가지 가훈으로 이름난 부자 가문이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하지 말라는 첫째 원칙부터 사방 1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여섯 번째 원칙이 널리 알려졌다. 여섯 가지 원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최부자 가문의 역사와 함께 이야기로 들려준다. 나눔, 봉사, 배려 등을 배울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분량은 짧지만 설명하는 문체여서 5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삼았다.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는데, 중학생은 이런 책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148~149. 빨치산의 딸(정지아, 384, 392) / 대학생 이상
  이런 책은 읽기 싫다. 슬프고 아프고 힘들다. 지리산에서 죽을 때까지 싸웠던 빨치산들이 왜 싸웠는지 알겠지만, 안타깝고 아린다. 적이 적을 부른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들도 참 좋은 사람들이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지만 사회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죽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작은 행복을 위해 노력할 동안 몇몇 소수는 부정과 불법으로 자기들 배를 불리며 산다. 지리산에 들어간 사람들은 다수의 보통 사람이 갖지 못한 희망을 품었고, 희망을 이루려고 투쟁했으며, 자신을 기꺼이 내던졌다. 물론 빨치산을 옹호하는 관점에서 썼겠지만, 그들의 삶이 진실되어 보인다. 애달프고 애달프다.

147. 100 인생 그림책 (하이케 팔러) / 그림책
  강맑실 대표가 강릉에 와서 <동네 책방> 강의를 했다. 가본 동네 책방마다 이 책이 있었다고 해서 읽었다. 한 살부터 백 살까지 인생을 한 문장으로 썼다. 내 나이 51~53살은 이렇게 쓰였다. 51 이제는 부모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구나. 52 이루지 못한 꿈도 많지만 53 괜찮아.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웠으니까. 비슷한 것 같다.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이 많았다. 그래도 동네 책방마다 놔둘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는 다르다.

146. 모모 (미하엘 엔데, 367) / 중학생 이상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이나 읽은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읽으니 더 좋다. 지금 우리에게 딱 맞는 내용이다. 내가 태어나던 무렵에 미하엘 엔데가 모모를 썼다. 50년 전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세상은 왜 엔데가 걱정한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안타깝다.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9월에 읽은 책 13권 3291쪽 (2022년 145권 37407쪽)

145. 톰 라이트의 바울 (톰 라이트, 320) / 기독교
  톰 라이트가 바라본 바울 해설이다. 칭의와 언약, 메시야와 묵시, 복음과 제국, 유일신 사상, 하나님의 백성, 종말론, 예수와 바울에 관해 말한다. 학자는 일반인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하나씩 따지며 증거를 찾아 정말 뻔한지 살핀다. 바울에 관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내용이 옳은지 따지고 증거를 찾았기 때문에 이 책이 나왔다. 로마서를 공부하다가 새관점에서 바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려고 읽었다. 첫 번째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게 보인다. 톰 라이트가 정말 학자라고 생각한다.

144. , 나를 지켜줘! (박현숙, 128) / 3학년 이상
  성민이 아빠가 베트남 엄마와 결혼해서 누엔이라는 형이 생긴다. 5학년 누엔은 한국말을 잘 모른다. 형을 도와주고 싶지만 성민이도 제 코가 석 자다. 학교에서 경식이가 괴롭히기 때문이다. 어느날 누엔이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경식이 형 경돌이가 누엔에게 누명을 씌웠기 때문인데…… 남자아이들 생활지도, 다문화 이해에 좋은 책이다.

143. 매일 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284) / 에세이
  일본 여성이 다도를 배우는 과정을 에세이로 썼다. 20살 노리코는 무얼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흔들린다. 엄마의 권유로 다도를 시작하지만, 처음엔 왜 시키는지 모른 채 따라 한다. 설명 없이 시키기만 하고,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빼앗기는 거 아닌가 고민하면서도 차분히 차를 따르는 시간이 좋아 주말마다 다도를 배우러 간다. 기초 과정을 배우고, 다도인 모임에도 가면서 10, 20년이 지나면서 다도를 가르치는 역할을 맡는다. 저자의 마음이 담긴 정갈한 문장이 좋다. 일본에서 17년 동안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142. 화이트 타운 (문경민, 342) / 소설
  5년 전에 집을 지으려고 땅을 사러 다녔다. 집 구조를 살피려고 아파트, 타운하우스 분양하는 곳에 처음으로 가봤다. ~ 분양하는 직원들 사기가 장난 아니었다. 이거 사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지난해인가 LH 직원들이 투기하는 뉴스가 나왔다. 개발할 곳을 미리 알고 땅을 사서 돈을 벌어들이고, 다시 땅이나 아파트를 사고 이러면 금방 돈을 벌 것 같다. 이런 사람들과 지내면 눈에 돈만 보이고, 아파트에만 매달릴 것 같다.
  『화이트 타운에는 두 무리가 나온다. 아파트값을 올려 돈을 벌려는 무리와 반대편에 선 소수. 임창현은 돈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다면 사람이건 제도건 부숴버린다. 우격다짐으로 아파트를 사 모으고, 재개발할 때 아파트 팔아 땅을 사고, 타운하우스를 지어 자기만의 왕국을 만들려 한다. 계획을 착착 진행시키는 중에 문제가 생긴다. 검은 장부를 관리하던 회계직원이 자살한다. 그리고 아파트 앞에 있던 폐교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려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 몰입해서 단숨에 읽었다. 오랜만에 정말 몰입하게 만드는 내용을 만났다. 화이트 타운은 일정한 수면 시간을 깨버렸다. 잠자는 시간을 훌쩍 넘긴 늦은 밤, 끝부분을 읽다가 충격받았다. ‘이건 뭐?’ 책을 꽤나 읽었는데 이런 결말은 상상도 못 했다. 파격적인 결말이 꺼림칙했는지 작가가 결말에 대해 에필로그에 설명해놓았다.
  도시에 사는 분들이 아파트 왕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꼭 독서모임을 해야겠다. 대한민국 다수 국민이 겪는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 썼다.

141. 난 타르트가 아니야! (신은영, 108) / 4학년 이상
  별것 아닌 일에서 왕따가 시작된다.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기 시작하면 점점 위축되고 자신감이 줄어든다. 말 한마디에도 주눅이 든다. 그러면 아이들이 더 괴롭힌다. 여학생들 사이의 친구 관계와 따돌림을 잘 드러낸 책이다. 화해가 급하게 이루어져 아쉽지만, 초등학생 대상 책의 한계로 받아들인다. '반응하는' 아이를 눈여겨보면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교사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140. 욕 좀 하는 이유나 (류재향, 79) / 3학년 이상
  겁나게 재미있다. 욕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은 이야기다. 아이디어가 좋다. 읽어주기에도 좋고 이야기 나누기도 좋다. 욕하지 말라고 거듭 말하는 것보다 이 책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139.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 (J. K. 롤링, 151) / 3학년 이상
  마법사(해리 포터) 나라의 옛날이야기다. 마법사와 마녀가 나오는 이야기 다섯 가지에 덤블도어의 해설을 덧붙였다.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고, 이야기에 담긴 뜻을 풀어 쓴 해설도 재미있다. 해리 포터 관련 이야기는 다 재미있다.

138. 코로나19와 기독청년 사라진 것과 남은 것 (135, 기독교윤리실천운동) / 기독교
  기윤실에서 청년들과 코로나 시대의 신앙생활에 관해 인터뷰한 내용이다. 코로나가 교회 다니는 청년의 삶에 정말 영향을 많이 주었구나! 인간관계와 신앙 사이에서 청년들이 고민하는 게 힘들어 보이면서도 참 좋아 보였다.

137. 사투리의 맛 (류호선, 132) / 3학년 이상
  여수 돌산도 분교에서 아나운서 역할을 하던 철환이가서울로 전학 온다. 엄청나게 높은 건물에 서울말을 쓰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철환이가 입만 열면 아이들이 웃는다. 말투가 '조폭' 같다고. 철환이는 방송반 아나운서에 도전하려는데 사투리가 걸린다. 철환이는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까? 사투리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할 때 들려주면 좋겠다. 재미나게 읽었다.

136. 마음의 전쟁, 시편 (최종혁, 534) / 기독교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형제회 교단이 있다. 좋은 교회를 이룬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 최종혁 목사는 00교회에서 성도로 지냈고, 지금은 목사로 같은 교회에서 섬긴다. 00교회 목사 세 명 모두 그 교회에서 자란 분들이다. 시편을 마음의 전쟁이라고 소개한다. 참 좋다. 시편 1권을 해설했다. 전문가다운 해설, 일상에 적용하는 안목,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 느껴지는 책이다.

135. 교육학 시간에 왜 편지를 썼나(김병재, 210) / 교육
  출간 예정인 책이다. 추천사를 썼다.
교육의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이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어떤 이는 배움을 사랑한다. 성취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나눔이나 함께함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교육이 관계를 향한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호랑이 선생님(저자)이 학생들 앞에 서면 사랑이 솟아오른다. 사랑하기 때문에 치밀하고 치열하게 가르치고, 학생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밀어붙이는 것도 사랑 때문이다. 그러고는 우와!’ 하며 바라본다. 학생들을 보며 자신도 배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근원에 관한 질문을 놓지 않는다. 세상이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다르게 생각하도록 안내한다. 사람들이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달리기보다 값지고 꾸준한 지루함의 가치를 인정하고 격려한다.
  1<교사로 걷기>보다 2<학생으로 걷기>가 좋았고, 3<교사와 학생, 함께 걷기>는 더욱 마음에 들었다. 4<교육, 삶으로 걷기>는 정말 좋았다. 읽어보시라!

134. 끝나지 않은 이야기 (톨킨, 720) / 판타지 소설
  톨킨이 쓴 실마릴리온반지의 제왕관련 이야기 모음이다. 마니아가 궁금해할 귀퉁이 이야기를 모아놓았다. 지나치듯 한 말을 붙잡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 톨킨은 자신이 만드는 이야기의 마니아라고 생각한다. 주석과 해설이 1/3이나 되지만, 주석과 해설도 재미있었다. 다만 일반 독자는 이 책을 난삽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133. 사춘기 대 갱년기 (제성은, 148) / 5학년 이상
  딸은 사춘기, 엄마는 갱년기. 딸은 짜증이 늘고 엄마는 무기력이 많아진다.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읽어볼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엄마가 너무 무기력하게 묘사되었고 딸은 그만하면 사춘기 잘 지내는 아이로 보인다.

 

8월에 읽은 책 19권 4946쪽 (2022년 132권 34116쪽)

132. 어둠 속에서 살아남다 (수용자 자녀 7, 155)
  저자는 부모 중 한 명이 교도소에 갇힌 일을 겪은 자녀 7명이다. 대부분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때 부모 중 한 명이 교도소에 갔다. 갑자기 사라진 부모의 부재, 자기를 돌보던 분이 전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부모님 이야기를 지어내며 마음졸여야 했다. 부모가 교도소에 갔다는 사실 때문에 자기 자신도 비난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견뎌야 했다. 이 마음을 이해한다. 부모가 교도소에 가진 않았지만, 이런 마음으로 괴로워한 아이가 많다. 자신의 약점과 단점을 말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밀어내고 거부할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어디 아이뿐이랴!

저자 중 한 학생은 아빠에게 맞고 또 맞으며 자기를 구해줄 사람을 기다렸다. 누군가에게 성폭행당한 학생, 아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학생은 죽고 싶어 자해하며 괴로워했다.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손목을 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아이가 우리 반이라면 나는 무얼 해주었을까?’ 생각하면 답답했다. 살고 싶어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서 자해하는 아이를 위해 무얼 해줄 수 있을까? 아이에게 글을 쓰자고 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

2021년에 글을 보내드리고 월 1만원씩 받는 펀딩을 진행했다. 1425만원을 모아 두 곳에 후원했다. 글을 받는 분이 추천한 <세움>에도 500만원을 보냈다. 재소자 자녀를 돕는 단체라는 소개를 듣고 꼭 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단체라고 생각했다. 책을 쓴 일곱 저자도 세움을 만나 회복되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마음에 와닿았을 테니까.

내 얘기를 꺼내려니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5분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이 한가득 차올라 북받쳤다. 하지만 수용자 자녀라는 공통점이 있어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하는 내용에 멈췄다. 수용자 자녀가 수용자 자녀들 사이에서 안전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참 좋은 책이다. 위로와 회복에 관심있는 분, 중고등학생 자녀를 기르는 분, 인간의 마음에 관심을 가진 분에게 추천한다.

131. 예언자들 (아브라함 헤셸, 696) / 종교
  헤셸은 인류를 사랑한 랍비로 불린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였고, 마틴 루터 킹과 셀마에서 행진하였다. 헤셸이 쓴 책 번역서를 다 읽었다. 예언자들은 세 번 읽었다. 두껍고 어려워서 20시간쯤 들여야 한 번 읽는다. 헤셸은 예언자를 악에 민감한 사람, 인간의 역사 가운데 살아가며 다른 것을 보는 사람, 현실을 과장해서 보고 외로움 가운데 고뇌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 미가, 예레미야, 하박국을 설명한다.

예언자는 하나님이 보여주신 장면과 사건을 보고 겪으며 하느님의 정념을 느낀다. 정념에 관해 한 장을 할애하여 설명하는데 하느님이 인간에 대해 느끼는 마음과 반응을 말한다. 정념을 설명하기 위해 타 종교와 비교하고, 철학자들의 견해와 대조한다. 예언과 무아경, 예언과 시적 영감, 예언과 정신 이상을 견주어 설명한다. 참고문헌이 수백 권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연구 결과를 설명하기에 내용이 어렵다.

그래도 예언자들은 읽고 싶은 책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신인동감동정설, 신의 분노, 진노의 의미와 신비, 동정의 종교) 설명하며, 이 과정에서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준다.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는 랍비가 줄곧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해서 놀랐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방식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하나님이 인간에 관심을 보인다는 증거가 예언자의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참 좋은 책이다.

마지막 문단이 이렇게 끝난다. “인간이 하느님을 아는 것은 하느님이 인간을 아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하느님을 아는 인간의 지식은 인간을 아는 하느님의 지식 안에서 초월된다. 하느님을 이해하는 것은 하느님에 의해서 이해되는 것이다. 기본이 되는 사실은 우리가 그분에게 보여지고 알려진다는 것이다. 성경의 사람에게는 너 자신을 알라보다 하느님을 알라(대상 28:9)’가 지상 명령이다. 하느님 이해 없이 자기 이해 없다.”

130. 주홍글씨 (너새니얼 호손, 286) / 고전문학
  헤스터는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낳아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평생 주홍색으로 새긴 글씨(Adultery, 음란) A를 가슴에 새기고 다녀야 한다. 공개적으로 비난당하며 홀로 외로이 아이를 기르면서도 아빠가 누군지 말하지 않는다. 헤스터는 자신의 죄악을 드러내놓고 결과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아이 아빠는 죄악을 감추고 괴로워한다. 신분과 직업이 죄악을 밝히지 못하게 막았고, 그 때문에 더욱 괴로워한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그 사람이 경건하다고 좋아한다.

심리 묘사가 굉장히 많은 책이다. 고전을 읽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읽기 힘들다. 내겐 참 좋았다. 마음의 변화를 드러내는 곳이 많아 좋았고, 헤스터가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마지막 장면도 굉장히 의외였다. 아무튼 좋았다.

129. 올리스의 숲 (잉군 톤, 207) / 6학년 이상   
  좋은 책은 배경 설명이 길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앞부분 전개가 느린 경우가 많았다. 이 책도 100쪽을 넘어가야 재미있어진다. 그렇지만 참 좋은 책이다. 아빠가 사라지고 엄마가 새로운 아빠를 집에 데려온다. 올리스는 친아빠를 그리워하며 엄마와 새아빠를 싫어한다. 어느날 올리스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아빠의 흔적을 발견한다. 무슨 일이 생길까?

128. 팡팡 터지는 개그 노트 (한영미, 84) / 3학년 이상
  민수는 통통한 뱃살을 움직여 친구들을 웃긴다. 친구들이 웃는 걸 보면 기쁘다. 그러나 엄마는 살도 빼고 공부하라고 한다. 민수는 개그가 좋은데 엄마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민수는 엄마에게 굴복할까? 재미난 책이다.

127. 떴다 배달룡 선생님 (박미경, 124) / 3학년 이상
  학교 짱(교장)이 된 배달룡 선생님은 아주아주 재미난 분이다. 애들과 딱지치기하고, 막대사탕을 선물한다. 꼰대스러운 말을 하지 않고도 아이들을 잘 이끌어준다. 몇 번이나 낄낄 웃으며 읽었다. 이런 교장 선생님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반 아이도 재미있다고 한다. 박미경 선생님 책은 처음인데,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된다.

126. 안식 (아브라함 혜셸, 207)
  혜셸은 존경받는 유대교 학자다. 혜셸의 번역서는 전부 사서 읽었다. 생각이 깊고 문장이 탁월해서 감탄했다.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기술 문명은 인간이 공간을 정복하여 이루어 낸 것이다. 그것은 종종 실존의 본질적 요소인 시간을 희생하여 이룩한 위엄이다. 기술 문명 속에서 우리는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 시간을 들인다. 우리는 공간의 세계에서 우리의 힘을 증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공간의 세계에서 획득하는 힘은 시간의 경계선에서 별안간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시간은 실존의 핵심이다.>
  안식과 안식일에 관한 유대인의 깊은 통찰을 담은 책이다.

125. 노자 강의 (기세춘, 785) / 동양 고전
  도덕경 몇 구절을 접하며 노자에 관심이 생겼다. 10년쯤 전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노자 강의를 샀다. 도덕경 한 구절마다 사람들이 어떻게 번역했는지 설명했다. 때론 7~8명의 해석을 보여주고 어떤 해석이 옳은지 설명했다. ‘이 책을 누구에게 줘야 하나?’ 하다가 그냥 놔두었는데 마침 아카데미에서 <도덕경 함께 읽기>를 한다고 해서 참여했다. 노자 강의저자인 기세춘 선생이 민중을 생각하는 학자라고 했다. 이분이 왜 도올 김용옥 교수의 해석을 비판하는지 알았다. 김용옥 교수는 붕 뜬 이야기로 해석했다. 사흘 동안 도덕경을 배우며 이 책이 이때를 위해 남았구나!’ 생각했다. 추천하는 책은 아니다. 전문가가 읽어야 할 책이다.

124. 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벤자민 페렌츠, 149) / 인문
  저자 벤자민 페렌츠의 동상이 뉘른베르크 전쟁범죄재판소에 있다. 독일 패망(1945)과 함께 시작된 전범재판소를 만든 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포로수용소를 다니며 독일의 범죄 증거를 찾아내서 핵심 인물(독일 정치, 경제, 학문 분야의 지도급 인사들)을 기소했다. 가난한 이민자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전쟁범죄자들을 법정에 세우며 줄곧 인류를 위해 일했다. 따뜻한 분, 절망의 한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바라보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비관하고 우울하게 생각하는 내게 꼭 필요한 책이다. 내 추천으로 독서 모임에서 읽었는데 다들 좋다고 했다.

 

123. 배움의 도 (파멜라 메츠, 110) / 인문

122.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도덕경 (김경윤, 250) / 인문

노자 <도덕경>을 풀어 쓴 책 두 권을 견주며 읽었다. 성경도 원본에 가까운 해석, 현 상황에 맞는 해석으로 여러 종류가 있다. 원문을 살리면 이해하기 어렵고, 현대인이 이해하기 쉽게 쓰면 원문을 왜곡했다고 다툰다. <도덕경>도 해석이 많다고 한다. 배움의 도는 원문을 교육 관점으로 썼다. 원문에 가까운 편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도덕경은 원문과 너무 다르다. 저자가 해석을 새롭게 했다기보다 원문을 묵상한 내용을 쓴 것 같다. 배움의 도는 저자가 새롭게 해석한 본문만 썼고,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도덕경은 저자의 해석과 해설을 함께 썼다. 경쟁에 치우쳐 교육 본연의 목적을 잃은 지금 교육을 안타깝게 여기며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배움의 도는 한글 해석 뒤에 영어 원본을 소개했다. 영어 본문을 포함하면 160쪽이다.

121. 선생님,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고성한, 256) / 교육, 선생님 에세이
  자신을 <괜찮아쌤>으로 부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쓴 글모음이다. 선생님이 쓴 에세이 책을 꽤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좋다. 잘하는 사람이 잘한 일을 쓴 게 아니어서 공감되었다. 마음 약하고 착한 선생님이 고민하며 길을 찾아 갈 때 고민하지 않고 저벅저벅 걷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을 보면 부정하고 싶고, 흔들리기 마련이다. 선생님이 마음 졸이며,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고민하며 길을 만들어가는 내용이라 더욱 좋았다. 고성한 선생님은 아이 곁에서 아이와 함께 있을 것 같다. 선생님이 건강하면 좋겠다.

120. 슬픔의 노래 (앤 윔즈, 161) / 기독교
  아들 생일날 아들이 죽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앞에서 엄마가 시를 쓴다. 엄마가 쓴 탄식 시편 50개를 담았다. 어떤 시는 마음에 와닿았고, 어떤 시는 머리에서 지나갔다. 나는 어른이 쓴 시를 잘 느끼지 못한다. 왜 그런가 물었더니 지인이 하루에 하나씩 읽어봐. 한꺼번에 다 읽으면 잘 느껴지지 않아!” 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가 생각났다.

119. 정원사의 사계 (김순현, 228) / 기독교
  저자는 국립수목원이 <가보고 싶은 정원 100>에서 소개한 정원을 가꾸는 목사다. 10년 동안 갈릴리교회를 비밀의 정원으로 바꾸어놓았다. 정원 가꾸는 방법을 배우려고 읽었는데 정원 가꾸는 동안 느낀 영성을 말하는 책이었다. 인용한 시인과 영성가의 글이 좋았다. 특히 꽃 사진이 좋다. 다만 이분이 말하는 영성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난 사람을 만나면서 이루어가는 영성이 더 좋다.

118. 아미골 강아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실종 사건 (이선주, 192) / 5학년 이상
  민수가 떠돌이 강아지에게 아무도 쓰지 않는 이름을 붙여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정스럽게 살던 강아지가 어느날 사라진다. 민수와 용찬이는 버스를 타고 이웃 도시로 강아지를 찾아 나선다. 큰 사건이 별로 없는데도 은근히 기대하며 읽었다. 토론하고 싶은 책이다.

117.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술라이커 저우아드, 439) / 수기
  저자는 22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렸다. 격리 병동에서 온갖 약과 치료를 받으며 견디다가 투병 과정을 블로그에 올린다. 그녀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메일과 편지를 보내고 그녀는 에미상을 받고 Ted 강연도 한다. 그러나 인기가 높아진다고 병이 낫는 건 아니다. 치료 과정은 힘들고, 의지하는 사람과 갈등이 생기고, 병이 나았지만 관계는 깨지고~

저자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거의 포기하고 간호하며 지켜주는 남자친구를 만났고, 훌륭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그녀가 쓴 글에 반응했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았다. 저자가 정말 솔직하게 글을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운이 좋았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문장이 깊고 좋은 책이다. 그러나 난 저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116. 내 이름은 3번 시다 (원유순, 193) / 6학년 이상
  1970년대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분들의 삶을 그렸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렸던 시다와 미싱사들이 좁고 열악한 곳에서 일해서 우리나라가 발전했다. 기업가들은 이름도 알리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이분들은 빛도 없이 스러져갔다. 이런 책을 내줘서 참 고맙다. 다만 아이들이 많이 읽을 것 같지 않다.

115. 초등 래퍼 방탄 : 오디션을 점령하라! (고정욱, 93) / 3학년 이상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까진 좋았는데 이어지는 작품은 별로였다. 이 책도 그냥 그랬다. 유명세만 믿고 오만하게 행동하는 래퍼에 맞서 초등학생들이 행동하는 이야기다. 전개 과정이 좀 억지스러웠다. 다만 책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좋아할 것 같다.

114. 로마서와 하나님 나라 (안용성, 331) / 기독교
  7월부터 로마서를 묵상하려고 로마서 강해서를 몇 권 읽는다. 알아야 보이는 게 맞다. 공부하려고 읽으니 처음 읽었을 때와 완전히 다르다. 밑줄 그을 곳도 많고 자세하게 묵상해야겠다고 표시한 부분도 많다. 참 좋다. 이 책은 로마서의 주제를 설명하고 단락을 구분하지만, 낱말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로 읽었던 이신칭의를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계 문제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로마서 공부하며 자주 살펴봐야겠다.

 

7월에 읽은 책 14권 4345쪽 (2022년 113권 29170쪽)

113. 길 위의 예수, 그가 전한 복음 (박윤만, 1237)
  마가복음 주석이다. 박영선 목사님 책을 읽고 성경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뒤로 30년 동안 성경을 공부했다. ‘좀 안다생각하며 자만할 때 박윤만 교수님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은 낱말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낱말이 쓰인 사례들을 찾고, 기존의 해석과 상관없이 본문이 말하는 바를 찾으셨다. 또한 말씀을 계속 예수님께 집중해서 해석하셨다. 깜짝 놀랐다. 박영선 목사님 책을 읽었을 때 마음이 느껴졌다. 수십 번 보고 또 봤던 내용이 다르게 다가왔다. 정말 좋았다.
  혼자 읽었으면 군데군데 줄을 그었겠지만, 가치를 제대로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12시간 동안 박윤만 교수님 강의를 듣고 책을 읽었더니 무얼 말하려는지 보인다. 역시 알고 보면 더 잘 보인다. 겸손하게 한 글자, 한 문장씩 읽어야 한다는 마음을 다시 배웠다. (책의 두께에 짓눌린다면 그 틈에 서서를 추천한다. 참 좋은 책이다.

112. 빨강 연필 (신수현, 207) / 5학년 이상
  정말 좋아하는 동화책. 일곱 번쯤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또 좋다. 글 쓰는 마음을 이야기할 때 좋은 책이다. 후배가 독서 캠프 해달라고 해서 이 책을 골랐다.

11. 데이지 (마이라 제프, 242) / 중학생 이상
  데이지는 단짝 친구 이머 외엔 친구가 없다. 어느날 이웃 남학교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오쉰이 메시지를 보낸다. 데이지와 오쉰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된다. 오쉰이 남자친구가 되면서 이머와 멀어진다. 드디어 오쉰을 만나는 날~ 사건이 일어난다.
  『데이지를 읽으며 2012 뉴베리상 수상작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가 생각났다. 아일랜드 작가 마이라 제프도 베트남에서 탈출한 탕하 라이처럼 시로 소설을 썼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이 참 좋았는데 이 책도 참 좋다. 슬픔이 잔잔하게 깔린 이야기다. 추천한다.

110. 그 틈에 서서 (박윤만, 430) / 기독교
  처음 읽고 누워서 설렁설렁 읽으려다가 어이쿠!’ 놀라 밑줄 그으며 읽었다. ~ 1부는 아주 좋았고, 2부는 좋았고, 3부는 보통이다.” 썼다. 박윤만 교수님 강의를 이틀 듣고 책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1부는 계속 좋고 2부가 정말 좋다. 성서를 어떻게 묵상해야 하는지, 얼마나 깊이 따져가며 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강력 강력 추천한다.

109. 오늘의 에코 라이프 (테사 워들리, 139) / 환경
  환경 관련 책을 꽤 읽었는데 대부분 원인과 현상을 다룬다. 이 책은 철저하게 실천을 다룬다. 책은 4부로 집에서(일상), 야외에서(텃밭, 쓰레기 등), 이동할 때(교통), 휴가 가서(여행 관련), 일터에서(종이, 생수병 등), 식사하고 쇼핑할 때(다양한 것들)를 다룬다. 대놓고 잔소리하는 내용이라 교육용으로 쓰면 좋겠다.

108.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213) / 사회
  이제야 읽었다. 착하게 사는 일반인의 마음에 스며든 편견을 다룬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도 있지만, 책 읽고 토론한 덕분에 대부분 생각한 것들이다. 이 책이 꽤 많이 팔렸는데 차별을 생각하고 차별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이 읽었을 것 같다. 차별하는 사람은 아예 고민하지 않을 것 같다. 좋은 책인데 읽어야 할 사람이 읽을까?

107. 소설 읽는 신자에게 생기는 일 (캐런 스왈로우 프라이어, 400) / 고전+기독교
  고전이라 부를 만한 명작을 덕목으로 분석해서 소개하는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 중에서 마음에 든 책이 별로 없었다. 내가 생각한 수준이거나, 분석이 지나쳐서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완전 마음에 든다. 새롭고 날카로운 분석이 좋았고, 책을 덕목(기본 덕목 4, 신학적 덕목 3, 천국의 덕목 5)이라는 기준으로 소개해서 새로웠다. 저자가 소개하는 책에서 절반가량 읽었는데, 읽은 책이 새롭게 보여서 좋았다. 읽지 않은 책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읽으면 좋겠다.

106. 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381) / 소설
  여성복 판매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1세 여성, 가구 제조업체에서 경리로 일하며 다른 사람 일까지 해주는 35세 남성, 잡지 편집자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승진을 눈앞에 두었다가 임신해서 좌천(?)40세 여성, 잘나가는 형과 비교하며 힘들어하는 30세 백수 남성, 정년퇴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65세 남성이 주인공이다.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다섯 꼭지로 엮었다. 다섯 명은 서로의 이야기에 조금씩 얽혀 등장한다. 이들의 한가운데 도서실과 사서가 있다. 다섯 모두 우연히 도서실을 찾았고, 책과 사람을 잘 아는 사서가 이들이 요청한 책을 주면서 엉뚱한 책을 한 권 끼어넣는다. 이 책을 읽고 다섯 명이 마음을 바꾼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정하게 해주어서 따뜻하고 좋았다. 사서 같은 사람이 없다는 게 비현실적이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다른 모습으로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참 좋은 책이다.

105. 12살 내 인생 (박혜선, 165) / 5학년 이상
  채희와 규식이 부모님은 교육관이 정반대다. 채희 엄마는 깔끔하고 상냥한 말투,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채희를 격려하고 도와준다. 규식이 부모님은 규식이를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기른다. 규식이는 채희 가정을 부러워한다. 채희와 규식이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서로 미워한다고 착각한다. <달빛 독서>하면서 읽고 좋아서 나와 정반대 성향의 여학생에게 줬더니 자기 이야기라며 좋아한다. 다만 책 2/3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전개되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좋은 책이다.

104.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267) / 중학생 이상
  앞부분은 좋았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 드나드는 사람 이야기라 우리네 삶이 드러나리라 기대했다. ‘독고씨가 편의점 야간 알바로 취직하는 것까진 괜찮았는데 독고씨를 만나는 사람들이 위로받고 마음을 바꾸는 내용은 짜맞춘 느낌이 많았다. 좀더 은근하게 표현했으면 참 좋은 작품이 되었을 텐데 작가가 너무 개입했다. 청소년 소설로는 괜찮은데, 성인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엔 좀 뻔한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많이 팔렸으니 쉽고 편한 책을 찾는 독자가 많다는 뜻으로 봐야겠지. 내용이 쉽고 따뜻한 책이라 뒹굴거리며 편하게 읽을 책을 찾는 분에게 알맞다.

103. 사이에서 (송용원, 165) / 기독교
  그리스도인의 삶을 사이에서 사는 삶으로 썼다. 실상과 허상 사이, 사자와 꿀(삼손 이야기) 사이, 선과 악 사이, 울림과 떨림 사이, 시간과 영원 사이. 날카로운 내용을 기대했는데 따뜻한 내용이었다. 책을 좋게 평가한 분이 많았는데 내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마음이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

102. 아이야, 천천히 오렴 (룽잉타이, 195) / 자녀 관련 에세이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엄마들과 좋아하는 작가 룽잉타이의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룽잉타이 인생 3부작 중 첫 번째, 자녀를 기르며 쓴 에세이다. 엄마들은 공감하고, 반성하고, 새롭게 생각해서 좋았다고 했다. 아이가 참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사랑받으며 자라겠구나! 생각했다.
  2권 사랑하는 안드레아는 청소년 아들과 나눈 편지이고 3권 눈으로 하는 작별은 엄마를 죽음으로 보내며 쓴 글이다.

101. 플래너리 오코너의 기도 일기 (오코너, 71) / 기독교
  루푸스병으로 고통을 겪다가 40살에 죽은 작가 플래너리 오코너가 20대에 쓴 기도 일기다. 오코너는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작가다. 단편을 잘 썼는데 어렵다.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정서가 달라서 어렵다. 기도 일기 역시 20대의 생각으로 보이지 않는다. 짧은 기도를 하나씩 읽으며 이분은 무엇을 고민하고 생각했을까?’에 더 마음이 머물렀다. 가끔 간청하지만, 대부분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소망하는 내용이다. 모임에서 나누고 싶다.

100. 소년을 읽다 (서현숙, 223)
  1주일에 한 번씩 소년원에 가서 중학생을 위한 국어수업(학생들 실제 나이는 고등, 대학생도 있다.)을 한 기록이다. 저자 강의를 듣고 다시 읽으니 더 좋다. 학생들이 책을 읽고 저자를 만났을 때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소년원에 저자가 찾아갔으니 나보다 더 기뻤을 것 같다. 선생님이 맛있는 것, 예쁜 것을 가져다주어서 학생들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독  서모임에서 책을 나누었다. 배제하던 대상을 포용하는 마음이 생겼다, 능력이 안 되는데 포용하려니 어렵다, 한 사람이 바뀌도록 도와주려면 주변에 얽힌 문제를 다 풀어야 하는데 참 어렵다, 잃은 양을 찾는 일이 귀하다 …… 우리 주위에 있는 소년을 읽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선생님이 썼는데 교훈체가 아니다. 밝고 따뜻한 분이 그랬어요. 그랬어.’ 하면서 말한다. 참 좋은 책이다.

 

6월에 읽은 책 17권 3779쪽 (2022년 99권 24825쪽)

99. 샘에게 보내는 편지 (다니엘 고틀립, 244) / 상담, 교육
  마음을 나누는 책 친구들과 나누기 위해 다시 꺼낸 내 보물 책이다. 책 친구 몇 명은 울면서 읽었다고 했다. 나는 15년 전에 읽고 참 좋았는데 그때만은 못하다. 15년 동안 많이 읽고, 많이 겪고, 많이 생각해서인지 책 내용 일부가 그때보다 식상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하반신이 마비된 상담 전문가 할아버지가 자폐 손자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다. 절판이지만, 중고책이 많다.

98. 파친코 2 (이민진, 398) / 소설
 파친코는 사람이 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인이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일본에서 일본인으로 살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인으로 살지도 못한다. 남한 여권을 가진 재일 조선인(자이니치)으로 살아간다. 책을 읽고 그들의 삶이 이해가 되었으니 책이 제역할을 했다. 돈을 잃을 줄 알면서도 약간의 희망을 품고 파친코에 앉는 사람들의 마음이 일본에 정착한 조선인들의 마음이었다. 모자수(모세)는 야쿠자와 관련있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깨끗하게 파친코를 운영하려고 노력했다. 이삭의 아들로 살아가야 자신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는 분이 꽤 있다
. 소설을 읽은 몇 분도 1편이 나았다고 한다. 나는 2편이 더 좋았다. 노아가 죽어서 슬프지만, 이해가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노아는 자신을 찾아 헤매다가 이삭의 무덤에서 평안을 찾았다. 그러나 어머니 선자가 도망친 자기를 찾을 때 한수의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한수와의 관계를 끊지 못함을 알았을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여 이삭처럼 묻히는 방법 외에는 결국 한수의 아들로 살아야 했을 테지. 한수의 아들로 살기 보다는 이삭의 아들로 죽고 싶었을 것이다. 노아의 죽음을 한 문장(총으로 자살했다.)으로 쓰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걸 보며 작가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본다. 노아가 일본인처럼 보이려고 노력한 것처럼, 우리는 영어를 잘하고 와세다 대학(서울대보다 알아주는)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노아를 본다. 그 정도 실력이면 미국에서 성공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능력이 뛰어더라나도 자신을 잃으면 제대로 서지 못한다. 노아는 거주할 곳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홍수를 만났고 하나님이 정해주신 곳에서 살았던 사람(구약성서)이다. 노아는 끝까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서 이삭의 무덤 곁으로 간다. 노아는 성경에서 가족(민족)을 이끌고 탈출하여 일가를 이루는 사람이다. 저자가 이름을 참 잘 정했다. 다윗의 아들이며 지혜의 왕인 솔로몬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을 이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솔로몬도 자기 자신을 찾아야 했고, 노아가 가족을 위해 머무른 곳, 파친코에서 일하게 된다. 테베 신전에 쓰였던 "너 자신을 알라"의 재일 조선인 버전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기초에는 평안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애썼던 언청이 절름발이 훈이가 있다. 겉모습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선자도 일본에서 말을 못했다. 죽을 때까지 일본말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조선인은 조선인끼리 모여 살았고, 당당하게 자기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그래서 파친코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아내를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훈이가 죽고 선자는 모자수를 임신한다. 이삭이 죽고, 요셉이 죽는 게 나은 상태로 지내고~ 김창호는 북한으로 가버리고~ 그곳에서 할머니와 여인들이 가족을 돌본다. 이삭이 죽고 요셉이 아플 때 가족을 돌본 할머니, 엄마와 주위의 여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참 좋은 책이다. 모자수(모세)가 파친코를 운영하고, 영광의 아들 솔로몬이 결국 파친코로 가는 것도 좋았다. 다만 솔로몬을 이용한 은행가에게 확 복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에 사는 조선인이 일본에게 복수하면 자기 자신을 찾겠지만, 자신이 살 자리를 잃게 되니까 복수하지 않는 게 나았겠지. 한수가 야쿠자를 이용해서 은행가를 해꼬지하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기분은 좋았겠지만, 작가에 대해 조금은 실망했을 것이다.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 난 책을 읽고 혼자 생각하는 게 좋다. 드라마를 보면 감독의 해석에 불만을 잔뜩 표현할 것 같다. 참 좋은 책을 만났다.
  파친코 글을 쓰며 『요코 이야기』가 생각났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살던 일본인이 우리나라를 탈출해서 일본으로 가는 이야기이다. 일본 사람이 고생한 이야기이고,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싫어한다. 그러나 13살 아이가 겪은 일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일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요코가 일본에 가서 살 때 일본 아이들이 괴롭힌 모습을 보면 일본 문화를 이해하기 쉽다. 파친코와 시대가 많이 겹치기 때문에 함께 읽으면 좋다. 또한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과 같이 읽으면 좋겠다. 

97. 수런수런 숲 이야기 (고데마리 루이, 88) / 3학년 이상
  ‘마이는 아빠와 미국으로 여행하는 중이다. 엄마는 같이 오지 못했다. 엄마는 몇 년 동안 파리에서 일해야 한다. 엄마와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엄마 없이 여행하려니 더 힘들다. 은빛 강(허드슨 강)을 지나 고모네 가족이 사는 곳에서 수런수런 숲에서 마음이 바뀔까? 아이의 불안을 다루는 작가의 솜씨가 뛰어나다.

96. 체호프 단편소설 (안톤 체호프, 312) / 고등학생 이상
  난 단편은 잘 모르겠다. ‘뭔가 더 있겠지?’ 해도 없는 게 단편소설이다. ‘내용이 더 있으면 좋겠다생각해도 없다. 체호프 단편에는 웃음이 있다는데 나한테는 잘 안 보인다. 가끔 느껴지는 단편도 있지만, 대부분 , 뭐지?’ 하다가 끝난다.

95. 사랑이 훅 (진형민, 143) / 5학년 이상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의 알콩달콩! 정말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다. 자기도 모르는 감정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자만 간직해야 하는지, 말해야 하는지? 마음이 맞아 사귀는 사이가 되어도 ''이다. 그야말로 감정이 훅 일어났다가 훅 바뀐다. 아이들이 진형민 작가에게 '사랑 이야기'를 써달라 해서 쓴 글이라는데, 참 재미나다. 아이들 사랑을 지켜보며 미소 짓는 마음으로 읽었다. 역시 진형민이다.

94.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김영석, 199) / 에세이
  초중고 12년 동안 선생님 수십 명을 만난다. 선생님 한 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평균 한 명이 2~3% 될까? 이상하게도 어떤 선생님은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높다. 그분 덕분에 직업을 정하고, 가치관을 정하고, 힘들 때 견뎌낸다. 그분 덕분에.
김  영석 선생님이 자신에게 힘을 주었던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쓴 글이다. ‘맞아. 이런 분이 있었지!’ 하는 보통 선생님들이다. 대단한 도움을 준 분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저자는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썼다. 저자가 평범한 일상, 보통 이웃에게서 비범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선생님이 있다. 내가 교사로 지내기 때문인지, 선생님 생각하면 좋은 분들이 먼저 생각난다. 나도 그분들 덕분에 잘 지낸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글도 편안하게 읽었다.

93. 고슴도치 우리 엄마 (임정자, 150) / 3학년 이상
  엄마가 상처 입은 과거의 기억 때문에 동준이와 동희를 지나치게 보호한다. 학교와 학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엄마 품 안에 가둬놓는다. 5학년 동준이는 적당히 빠져나가지만 3학년 동희는 엄마 품을 벗어나지 못한다. 엄마 때문에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점점 멀어진다. 엄마가 홀로 서야 아이도 홀로 설 텐데~ 과연 엄마는 동준이와 동희가 스스로 자라게 놔둘까? 참 좋은 책이다.

92. 은의자 (C. S. 루이스, 291) / 중학생 이상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 마법사의 조카와 함께 읽기 힘들어하는 책이다. 지하 세계에서 지상 세계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에 맞서 지상 세계에서 맛본 것들을 떠올리는 과정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말과 소년과 함께 나니아 연대기에서 아주 좋아하는 책이다. 루이스의 논리력이 잘 드러난 책이다. 오랜만에 은의자읽으며 조지 맥도널드가 쓴 공주와 고블린도 생각났고, 반지의 제왕,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도 생각났다.

91. 엉터리 처방전 (정연철, 107) / 3학년 이상
  정연철 작가 책이 참 좋다. 이번 책은 특히 더. 나는 아이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 감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겉모습과 속마음이 같은 아이도 있지만, 마음을 감추는 아이도 많다. 부모가 아이 마음에 관심을 두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찾는다. 그러나 동준이나 준동이(등장인물) 엄마처럼 하면 동준이처럼 지나치게 안으로 움츠러들거나 준동이처럼 밖으로 드러낸다. 둘 다 아프다는 표시다. <일수의 탄생>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90. 나는 아이를 잘 키우는 걸까 (유중근, 211) / 자녀교육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을 관계로 풀어간다. 관계는 개인의 가치관에서 나온다.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녀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부모와 자녀의 성향과 태도를 살펴야 사랑이 잘 전해진다. 기본적인 성찰 능력을 가진 부모는 경험을 통해 알아가지만,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자기를 돌아보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분에게는 도움이 많이 된다. ‘설마 기본적인 성찰 능력이 없을까?’ 생각하겠지만, 자녀에 대해서는 무조건밀어붙이는 분이 많다. 자녀를 잘 기르고 싶은 부모에게 추천한다.

89. 남동윤 만화 / 3 이상
  - 만화인데도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일상에 바탕을 둔 이야기여서 읽을 만했다. 만화여서 쪽을 기록하지 않는다.
 가. 귀신 선생님과 또 다른 세계
 나 .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
 다 . 귀신 선생님과 오싹오싹 귀신 학교
 라 .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 1. 2

88. 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247) / 중학생 이상
  중학생 딸이 엄마와 친구들 일행에 끼어 몽골 고비사막으로 1주일 여행을 떠난다. 1부는 딸, 2부는 엄마가 이야기한다. 딸이 이야기할 때는 엄마가 딸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은데, 엄마가 이야기할 때는 엄마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사막은 불편하다. 불편하면 부딪친다. 엄마와 딸이 무엇을 느끼고 올까?
  엄마와 친구들을 인도하는 가이드가 두 명 나온다. 젊은 가이드는 아이돌 가수를 닮았다. 나이 든 가이드는 한국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 두 마디가 잘려서 몽골로 돌아온 사람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의 맛을 더한다. 이금이 작가가 신기루를 개정해서 낸 책이다.

87. 요코 이야기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 294) / 고등학생 이상
  12살 요코는 일제강점기에 청진에서 살던 일본인이다. 일본 패망이 가까워지자 엄마, 언니와 서울을 향해 도망간다. 아빠, 오빠와 만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도망치다가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기고 겨우 일본에 간다. 일본에서도 거리에서 자면서 힘겹게 버틴다. 일본인이 고생한 이야기라 비판을 많이 받았다. 동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에서만 번역되었다. ‘일본이 우리 선조를 얼마나 괴롭혔는데 이걸 고생이라고 썼냐? 우리 선조가 겪은 일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마음이다. 12살 아이가 겪은 일을 썼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며 읽었다. 어디에서나 전쟁은 없어야 한다.

86. 인문학을 마시는 시간 (이남석, 203) / 인문
  내가 좋아하는 분, 이남석 작가가 커피를 말한다. 상담을 배웠고 진로 지도에 관심 많은 작가는 커피를 어떻게 말할까? 1부에서는 커피 이야기로 시작한다. 물론 상담 내용이 곳곳에 숨어있다. 2. <커피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에서는 상담, 인간의 심리가 많아진다. 까페라는 공간, 사람을 만난다는 것, 커피 취향에서 시작한 가짜 전문가 이야기, 커피 하면 빠질 수 없는 공정한 커피로 이어진다. 커피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인문학과 인간의 심리로 이어져서 재미나다.

85. 작고 아름다운 학교, 그 이상(최영아 외, 233) / 교육
  강원도 작은 학교(초등학교, 중학교)에 계신 선생님 아홉 명, 학부모 한 명, 교육청 담당자 두 명이 썼다. 작은 학교가 왜 좋은지, 작은 학교에서 무얼 하는지,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에세이로 썼다. 김미영, 정준영, 곽경애, 황승환 네 분의 글이 참 좋았다. 최영아, 최고봉, 전영옥, 김기수, 이민아 님의 글도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작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가르치는 교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84. 함께 읽기 좋은 날 (이민수, 235) / 독서교육
  중학생과 책 읽고(독서), 이야기하고(토론), 글을 쓰는 수업이라?
  중학생부터 막힌다. 중학생이 책을 읽던가? 게임이나 영상이 아니라 책 이야기라니? 학원과 공부에 매여 책 읽는 시간 내기도 힘든데, 책보다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독서 수업이라니? 책 좋아하는 몇 명이라면 모를까 한 학년, 때론 전교생과 독서 수업을 어떻게 하지?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학교에 도입되면서 독서 교육, 독서 수업 책이 많이 나왔다. 독서 수업 방법을 소개하고, 수업 사례를 나누고, 수업 자료도 알려준다. ‘방법을 소개합니다. 따라 하세요.’ 하는 내용이다. 함께 하기 좋은 날은 다르다. 따라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수업 계획이나 방법을 소개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사가 수업하고 나서 쓴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수업이라 하면 교사 한 명이 학생들 앞에서 무언갈 하는 모습을 생각한다. 이민수 선생님의 독서 수업은 다르다. 청소년문학상 프로젝트, 친구 인터뷰 글쓰기, 서평 쓰기를 소개하지만 방법이 아니라 학생과 책에 초점을 맞춘다. 청소년문학상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책을 읽고 문학상을 주는 활동이다. 학생들을 문학상 심사위원으로 내세워 책을 읽으라고 꼬드긴다. 친구 인터뷰 글쓰기는 진로 도서를 읽고 친구를 인터뷰하는 활동이다. 진로에 따라 읽는 책이 다르므로 저마다 다른 책을 읽는다. 선생님은 문학상 후보를 정해주고, 학생마다 진로에 맞는 책을 골라준다. 학생들이 책을 읽게 하려고 끈질기게 다가간다.
  선생님이 책을 갖고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참 좋다. <서평 쓰기> 꼭지는 민철이가 서평을 쓴 이야기다. 민철이는 책이 재미없다고 한다. 민철이가 게임하다가 결석할 때도 있다는 말을 듣고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책을 가져가서 민철이를 꼬드긴다. 민철이를 살피고, 민철이에게 맞는 책을 찾고, 민철이가 책 읽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민철이가 쓴 글을 읽으며 뿌듯해한다. 책 내용 대부분이 어떤 학생이, 어떤 책을, 어떻게 만나, 책을 읽게 되었는지말하는 내용이다.
  학생에게 맞는 책을 찾으려면 학생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민수 선생님은 이거 읽을래?” 했다가 싫다고 하면 소개해준 책이 재미없다고? 그럼 너한테 맞는 책은 뭘까?” 생각한다. “넌 어떤 아이지? 너에게 맞는 책이 뭘까?” 찾고, “넌 이 책을 읽어야겠구나.” 하며 다가간다. 학생이 책에 빠져든 모습을 보면 우와~!” 하며 간직한다.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까지 알맞은 책을 찾아주면 읽을 거야!’ 하는 욕심을 놓지 않는다. 이런 선생님을 만나면 책을 읽겠구나!
  2장에서는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아이들이, 어떤 책을, 어떻게 만나, 어떻게 읽었는지 이야기한다. 동아리 특성에 따라 각자 색깔에 맞는 책을, 자기들 속도에 맞춰 읽는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하기도 한다. 선생님의 모습에서 내내 책을 사랑하고 중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3장에는 책과 학생 이야기보다 선생님 이야기를 조금 더 담았다. 딸과 아들의 책 이야기, 진로 독서를 시작한 이야기, 세월호 책 읽는 이야기, 교사 독서모임 이야기, 작가를 초청하면서 했던 실수, 이민수 선생님이 교사로 살아가는 마음을 담았다. 중학생들을 따뜻하게 바라본 눈길로 가족, 학교, 사회를 바라본다. 읽으면서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다.
  『함께 읽기 좋은 날을 읽고 국어 수업 시간 중 한 시간씩 1년 내내 온전히 독서 수업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또한 함께 읽기 좋은 날, 소년을 읽다, 어린이라는 세계와 함께 읽으면 어떨까? 참 좋겠지!

83.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라헐 판 코에이, 334) / 소설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가 <시녀들>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중앙에 공주를 그린 건 자연스럽지만, 옆에 난쟁이 둘은 어색하다. 공주 앞에 커다란 개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 책은 네덜란드 작가가 <시녀들>을 보고 상상한 이야기다. 500년 전 난쟁이는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 바르톨로메도 집에 갇혀서 지냈다. 공주 눈에 띈 뒤에는 인간개로 살아야 했다. 개 흉내를 내며 철저하게 개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바르톨로메는 개가 되고 싶지 않다. 2022년 삼척시 청소년독서토론대회 대상도서로 정했다.

5월에 읽은 책 16권 4378쪽 (2022년 82권 21046쪽)

82.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317) / 소설
  책을 좋아하는 독자를 빨아당기는 책이다. 섬에 있는 유일한 서점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사랑하고,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하버드에 입학하고도 아이를 낳은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엄마가 아이를 서점에 두고 가버린다. 책이 가득한 곳에서, 책만 아는 남자가 아이를 어떻게 기를까? 책벌레인 내가, 책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아이를 기른 모습을 떠올리게 한 책이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책을 생각나게 했다.

81. 코끼리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신규진, 191) / 과학, 논리
  <코끼리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으로 과학 탐구 과정을 설명한다. ‘어떻게?’부터 장치 실험까지 차례차례 설명한다. 재미나다. 간단한 설명에 그림을 덧붙여 학생들이 좋아하겠다. 2. 사람들은 왜 다투는 것일까? 3. 뉴스나 기사의 진실성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주제도 재미나다.

80. 뜻으로 읽는 한국 역사 (함석헌, 496) / 역사
  김교신 선생이 발행한 <성서 조선>에 함석헌 선생이 쓴 글을 모았다. 1950~1960년대 역사를 덧붙여 낸 책이다. 절망이 가득한, 계속 절망하게 만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역사를 자기만의 눈으로 말하는 분이라니! 해박한 역사 지식도 놀랍지만, 고난과 슬픔의 역사에 의미가 있다고 계속 말하는 부분도 놀라웠다. 고통과 슬픔이 계속된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면서(이분도 고통을 많이 겪었으니) 여전히 씨알의 희망을 말하는 게 놀랍다. 마지막 소원 같은 마음이었을까?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다.

79.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291) / 사회학
  사회학자가 쓴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생각보다 어렵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책인데, 지금은 쉬어가는 시간이라 대충 읽었다. 사회학자가 내린 태아, 노예, 군인, 사형수의 개념이 새로웠다. 오염을 제자리에 있지 않은 상태로 보는 것도 새로웠다. 모욕을 설명하는 4장부터 어려워진다. 이 책이 30쇄 정도 팔렸다고 해서 의아했다. 얼마나 이해했을지 궁금하다.

78.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허교범, 183) / 5학년 이상
  몇 년 전부터 '읽어봐야지!' 하다가 이제야 읽었다. 간단한 이야기에 흥미를 불어넣는 작가의 글솜씨가 좋다. 아이들은 수수께끼, 스무고개처럼 문제를 풀이하는 걸 좋아한다. 다만 요즘 아이들은 1권을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1권을 읽으면 시리즈를 계속 좋아할 것 같다.

77. 한쪽 눈을 감고 (김동하, 155) / 소설
  지인 추천으로 읽었다. 1인칭 시점으로 고백하는 소설이다. 감정이 안으로 밖으로 넘나든다. 나는 대상 도서를 이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이해가 아니라 감정을 나누는 소설이라 판단하기 어렵다.

76. 우투리 하나린 6 (무경민, 241) / 4학년 이상
  3부작 시리즈 중 2부 마지막(세 번째) 책이다. 우투리 신화를 각색해서 썼다. C.S. 루이스가 쓴 나니아 연대기,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 어슐러 르귄이 쓴 어스시 전집을 좋아하는 나에게 우투리 하나린은 좋으면서도 아쉬운 책이다. 아이들 눈높이로 보면 선과 악의 대립 속에 악인이 선을 악한 방식으로 추구해서 좋다. 선인이 분노하고, 좌절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떨어져 있어야 하는 과정도 좋다. 판타지 좋아하는 독자() 관점에서는 복선이 더 많고, 거대한 스토리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75. 파친코 1 (이민진, 364) / 소설
  읽으면서 알로하, 나의 엄마들도 생각나고, 토지도 생각났다. 어려움이 많은 시대에 얼마나 견뎌야 했을까? 그래도 선자는 행복한 기억이 많았다. 그 시대에 딸을 사랑하는 아빠 만나기 얼마나 어려운가! 지금이라면 한수는 나쁜 놈이지만, 당시 한수는 선자를 보호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어렵게 사셨다. 지금 내 삶에 감사할 따름이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뭐라 하겠나!

74. 청소년을 위한 북유럽 신화 (패드라익 콜럼, 324) / 청소년
  북유럽 신화를 이야기 흐름에 맞게 정리했다. 오딘, 토르, 로키를 중심으로 아스가르드가 생겨난 이야기부터 멸망하는 이야기까지 실었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힘이 세고 지혜가 많고 아름답긴 하나 절대적이진 않다. 속고 속이며, 죽고 죽이며,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문제에 휘말려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신들은 인간 세상에 자주 관여하지만, 북유럽의 신들은 거인, 난쟁이, 마녀와의 사이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절대강자는 없으며, 힘으로 무조건 제압하지도 않는다. 절대왕정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모습이랄까? 가볍게 읽기 좋다.

73. 청와대의 모든 것 (백승렬, 269)
  대통령이 바뀌면서 청와대가 개방되었다. 때에 맞춰 청와대를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청와대 출입기자가 청와대 곳곳을 찍은 사진에 설명을 더했다. 청와대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1), 청와대 건물을 전통과 관련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2). 청와대 본관(3)과 건물들(4)을 소개하고, 청와대 앞길(5)과 주변(6)을 소개한 뒤에 마지막으로 국가 행사(7)를 설명한다.
  뒷장부터 거꾸로 읽었다. 특별한 까닭은 없다. 후기부터 읽는 습관이 있는데, 마지막에 국가 행사를 소개한 내용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한 장씩 앞으로 읽었다. 국가 행사를 보고, 청와대 바깥에 있는 성곽과 산을 둘러보고 청와대 앞길을 지나 청와대로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다. 청와대 주변 건물을 살펴보고 청와대 본관을 살펴본 셈이다. 청와대에서 먼 곳부터 차례차례 읽으며 청와대가 어떤 곳일까?’ 기대하게 되었다.
  2015년에 펀딩 곁에..’의 주인공들(가스폭발 관련 아이들) 데리고 청와대에 갔었다. 아이들과 함께 갔기 때문에 나는 편안하게 둘러봤다. 엄중하게 지키는 국가기관이라 해도 초등학생에게는 관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많이 긴장했다. 꼼짝하지 않고 선 경비원과 경찰을 보며 말소리를 줄였고 장난도 치지 않았다. 국가 지도자가 일하던 장소가 주는 무게감을 아이들도 느꼈나 보다.
  지금은 국민 누구나 둘러보도록 개방되었다. 대부분 대통령이 일하던 곳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찾을 것 같다. ‘지붕 선이 아름답다, 그림이 멋지다, 가구가 의외로 소박하다, 전통 방식으로 지은 건물이 하나밖에 없다, 청와대에 주목이 있구나……하겠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가면 더 많이 보일 것이다.
  3, 4, 6장이 마음에 들었다. 청와대 본채를 소개하고 그림과 가구를 설명한다. 그림이 참 멋졌다. 가구가 소박하고 정갈해서 좋았다. 정원에 관심이 많아서 4장 청와대 정원 녹지원과 전통 한옥 상춘재가 좋았다. 6장 칠궁(왕후가 되지 못한 왕의 어머니를 모신 곳)은 새로웠다. 왕의 어머니인데도 양반이 아니라고 왕후라고 불리지 못한 분들을 모신 곳이다. 또한 사진이 좋았다. 기자가 찍은 사진이라 전체부터 부분까지 잘 보여주었다. 사진이 청와대 안 건축과 그림과 문화의 아름다움에 빠지다라는 부제를 잘 드러냈다. 개인 의견이 적고 객관적인 설명이 많아서 지루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사진이 보여서 괜찮았다.
  앞으로 청와대가 어떤 역사를 이어갈지는 모른다. 대통령이 일하는 역할을 다시 한다면 한동안 국민에게 개방한 기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겠지.

72. 읽기록 (서자선, 198) / 기독교
  기독교 서적을 많이 읽는 분이 쓴 읽기예찬론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부터 읽은 과정, 책을 읽으면서 얻은 유익, 책을 읽어온 작가까지 소개했다. 내가 책을 읽은 과정과 비슷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구나! 이분도 나처럼 책에 빠져들어서 읽고 또 읽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읽은 책도 많이 겹친다. 저자는 감정적이지 않은, 지적인 깊이를 갖추고 논리에 따라 쓴 책을 좋아했다. 이 점에서는 나와 달랐다. 박영선 목사님에 대한 인상은 비슷했다. 존 파이퍼는 약간 달랐다(저자가 나보다 훨씬 감격했다). 난 존 오웬의 책이 좀 무덤덤했는데 이분은 <그리스도의 영광>을 읽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저자에 대해 부러운 점이 있다. 책을 추천해주는 안목을 가진 좋은 목사님이 곁에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분을 만나는 건 어렵다. (도시에는 많이 계시나?) 책 내용은 대부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책 읽고 싶은 분, 책 많이 읽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이 읽으면 아하, 그렇구나!’ 할 것이다.

71. 정의로운 은재 (강경수 외, 167) / 4학년 이상
  사계절 아동문고 100권 기념으로 여러 작가가 쓴 단편을 모았다. 오하림 작가의 <정의로운 은재>는 단순한 상상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깊이 나가서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진형민 작가의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패러디해서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이야기로 끝났다. 황선미 작가의 <골목이 열리는 순간>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야기의 가치를 드러냈다. 전성현 작가의 <살아있는 맛>은 정말 좋았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다가 '!' 하게 된다. 참 좋았다. 최나미 작가의 <손톱 끝만큼의 이해>는 제목 그대로다. 관계를 이야기하기 좋다. 마지막으로 강경수 작가의 <바이 바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좀비 이야기다. 서로 다른 느낌의 단편이라 재미나게 금방 읽는다.

70. 달달 그림책 수업 (생각네트워크, 248) / 수업
  요즘 그림책이 인기다. 그림책으로 수업하는 교사가 많아진다. 그림책을 읽는 어른도 많아진다. 나는 그림책보단 동화와 소설을 좋아한다. 그림책으로 수업하는 분이 많아질수록 나 같은 책벌레는 글이 많은 책으로 수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책 작가를 소개하는 책, 그림책에 관한 정보를 다룬 책은 약간 읽었지만, 그림책으로 수업하는 책은 아예 읽지 않았다. 그래서 <달달 그림책 수업>을 읽고 자신있게 소개하지는 못하겠다.
  이 책은 입학하는 3월부터 졸업식하는 2월까지 열두 달 동안 때에 맞는 그림책 활동을 소개한다. 입학식, 학부모 상담주간, 식목일, 과학의 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 전교임원선거와 졸업식 등의 활동에 어울리는 그림책과 활동을 소개한다. 다달이 세 가지 주제에 맞는 그림책으로 열두 달 동안 교사들이 직접 활동한 내용이다. 그림책으로 학급을 운영하는 내용이 새로웠다.
  (그림책 전문가들의 평을 듣는 게 낫습니다. 저는 그림책은 잘 모르거든요.)

69. 긴긴밤 (루리, 144) / 5학년 이상 동화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작이라 기대했다. 책 좀 읽는 친구들이 칭찬했기 때문에 또 기대했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새롭고 좋았다. 동물원에 살던 코뿔소가 자연으로 갔다가 가족을 이루고, 슬픔을 겪고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간다. 이런 전개도 약간 의외였지만, 이후에 친구를 만나고 펭귄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정말 새로웠다. 이어서 일어나는 이야기에도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보인다.
  그러나 난 이 책이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았다. 작가가 문장을 잘 쓰려고 노력한 모습이 너무 많이 드러났다. 좋은 이야기 전개에 빠져들 만하면 그럴듯하게 쓴 문장이 가로막았다. 독자에게 이건 꼭 알아야 해. 이게 중요해.’ 하며 지나치게 설명한다. 요즘 아이들은 문학 감수성, 이야기를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놓고 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표 출판사에서 대상을 받은 이야기가 <긴긴밤>이라면 슬프다. 우리나라 동화 수준이 낮아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대상 수상작이 아니라면 괜찮은 이야기라고 말했을 것이다.

68. 오거와 고아들 (켈리 반힐, 431) / 판타지 동화
  5년 전에 저자의 다른 책 달빛 마신 소녀를 읽었다. 뉴베리상 후보작이라 했는데 이야기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오거와 고아들달빛 마신 소녀보다 나았다. 오거는 사람보다 두 배 가량 크고, 아주 오래 사는 존재다. 마을 한구석에 슬며시 들어와 살면서 사람들을 돕는다. 그러나 오거는 아무도 모르게 돕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른다. 한순간의 오해에 시장의 음흉한 계략이 더해져서 오거는 마을을 망가뜨리는 악당이 돼버린다. 가짜 뉴스와 거짓말에 속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 몰래 이웃을 돕다가 상처받은 오거의 마음을 살피며 할 이야기가 많다. 그래도 쏙 빠져드는 맛은 없었다. 앞부분이 조금 속도감 있거나, 긴장을 주는 사건을 조금 더 넣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텐데. 다른 분은 나와 다르게 볼 수도~~~

67. 어린이라는 세계 (이소영, 259) / 에세이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아이가 점점 귀해진다. 아이 관찰 예능, 아이가 참여하는 예능 인기가 높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유명한 집 아이가 부유한 집에서 시간 많은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지내는 모습도 불편하고, 아이의 실수를 부각하거나 아이를 놀리는 모습을 보고 낄낄대는 것도 불편하다.) 아이를 귀하게 대접해서 좋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를 정말 귀하게 대접하는 분이, 아이가 얼마나 귀한지 말하는 책이다. 아이가 보이는 행동을 붙잡아 아이의 가치를 말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장면을 마음에 간직하는 태도에서 아이를 사랑하며 살피는 마음이 드러난다. 아이를 돌봐주어야 할 미성숙하고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자기만의 생각을 가졌으며, 마음이 넓고 사랑이 많은 존재로 대한다. 참 좋다.

4월에 읽은 책 15권 4174쪽

66. 만남 (송인수, 303) / 기독교
  교육의 봄 대표이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대표인 송인수 선생님 설교집이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이야기를 묵상하고 설교했다.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등장인물이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꼼꼼하게 따진다. 합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말씀을 이해하고 당신의 삶에 적용한 내용이다. 웬만한 설교집보다 낫다. 아이들이 성적과 입시에 얽매여 살아가지 않게 하려고 애쓴 마음까지 담겼다. 선생님이 시대의 모순과 문제에 부딪히며 싸울 때의 힘이 말씀 묵상에서 나온다.

65. 설교자는 누구인가 (지혁철, 264) / 기독교
  팀 켈러 목사와 앤디 스탠리 목사의 설교를 중심으로 92가지 설교 원칙을 말한다. 박영돈, 류호준, 김영봉, 이우제, 하정완, 김관성 등 이름난 분들이 추천했다. 난 설교자가 아니어서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말씀을 깊이 묵상하는 태도, 청중을 아끼는 마음도 다루지만 자꾸만 멋지게 설교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 같았다.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이다. 목회자가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64. 교사여서 다행이다 (이창수, 236) / 에세이
  좋은 선생님이었고, 지금은 좋은 교감으로 교사와 아이들을 섬기는현직 교감이 썼다. 스스로를 교감하는 교감이라 부르는데, 진짜 교감하는 교감이다. 아침에 보안관, 급식소 직원을 커피로 섬기고, 행정실과 교무실에 커피 향을 낸다. 결정을 내릴 때 교사들을 먼저 생각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더 소통하며 결정하려고 한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는다. 교사여서 다행이다곳곳에 책 소개를 실었는데 교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책들이다. 저자가 실수한 내용까지 공개해서 진실함이 느껴진다. 이런 교감 선생님이 많아지면 선생님들과 학부모, 학생들이 더 많이 웃고 더 평안하게 지내겠다. 참 좋은 책이다. 저자의 삶이 아름답다. 박수를 보낸다.

62~63. 반지의 제왕 1 반지 원정대, 2 두 개의 탑 (톨킨, 704, 595)
  톨킨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다. 긴 이야기가 고파서 반지의 제왕을 들었다. 읽다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요정어로 쓴 구절을 읽는데 눈물이 핑~! 나 자신도 , 이건 뭐지?’ 할 정도로 당황했다. 그리고 ~ 내가 톨킨을 좋아하긴 하는구나!’ 생각했다. 톨킨 판권을 모두 산 출판사에서 새롭게 번역한 책으로 읽었다. 좋아서 2권도 읽었다.

이수지 그림책 읽기
  이수지 작가가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림책을 몇 권 읽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순서대로 적었다. 토끼들의 밤은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다. 거울 속으로그림자놀이는 알 듯 말 듯 하다. 파도야 놀자는 그나마 조금 알겠고, 검은새, 강이는 숨겨진 마음을 다룬 내용이라 마음에 들었다.
  난 그림 많은 책은 잘 모른다. 글씨가 있는 책이 좋다. 이수지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수업한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떻게 읽었으려나?

60~61.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내 마음대로 안 돼요(이금이, 63) / 1학년 이상
  둘이 짝꿍 책이다. 한 반 네 친구 시점으로 네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둘 다 1학년 아이 마음을 잘 나타냈다. 내 마음대로 안 돼요는 엄마 아빠 1학년 때 이야기이고,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는 지금 1학년 아이들 이야기다. 어릴 때 나도 병아리, 햄스터를 키우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 됐다.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고, 일기 쓸 내용이 없어서 마음대로 안 되었다. 지금도 공감할 이야기다.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를 읽으며 우리 학교 1학년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이가 1학년이면 학부모도 1학년이다.”는 말이 있다. 3월 첫 주부터 아이가 학폭 당했다고 저녁에 담임에게 전화한 학부모가 있다. 당신의 교육관이 지나친 건데 담임 잘못으로 몰아세우며 선생님이 자기 아이만 미워한다고 그러네. 그래도 3월 지나고 4월 되니까 아이가 조금씩 나아진다. 등장인물 은채 같은 아이였나 보다. 학교에 가면서 두려워하는 아이도 친구를 사귀고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이금이 작가님이 짧은 이야기에 1학년 아이 마음을 잘 담았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아할 것 같다.

59. 거꾸로 읽는 요나서 (이진섭, 205) / 기독교
  요나서를 4장부터 거꾸로 해석했다. 불순종-회개-선교-침체로 요나서를 읽은 기존 해석이 틀렸다고 주장하며, 올바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거꾸로 읽으며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년 전에 성서 본문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해석했다니 놀랍다. 30년 동안 들었던 요나서 해석의 많은 부분이 책에 담겨있다. 중고 책값이 싸다.

58. 십자가의 여정 (송대선, 167) / 기독교
  중국 고전의 대가 송대선 목사님이 쓴 사순절 묵상집이다. 저자는 한자 하나를 말하면, 그 한자가 나오는 책을 줄줄 읊는다. 2월에 찾아갔을 때 잘 모르는 사람과 6시간 동안 대화해주셨다. 하루 한 편씩 40일 동안 읽으며 십자가의 여정을 묵상했다. 좋았다.

57. 망나니 공주처럼 (이금이, 87) / 3 이상
  짧은 책이지만, 몇 번 읽어도 좋다. 독서 수업에 자주 쓰는 책이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과 읽어도 좋다. 공주다워지려고 발버둥치는 앵두가 망나니 공주 이야기를 듣고 나다움을 자유롭게 찾아간다. 참 좋다.

56. 소명 (정은진 외, 275) / 기독교, 소명, 진로
  진로와소명연구소에서 헌신하는 분들이 10주년을 맞이하여 쓴 글모음이다. 헌신자 8명이 소명을 찾는 과정, 진로와소명연구소에서 부르심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썼다. 8명이 서로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표현해서 내용이 참 다채롭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바라보는 소명, 자기다움 찾기, 평생학습, 내면의 상처, 공동체, 나다움, 놀이와 여행으로 다음 세대 만나기. 소명을 학문으로 풀어쓴 시각, 개인의 경험으로 소개하는 시각, 자신의 상처로 소개하는 시각, 가족과 공동체로 설명하는 시각도 다양해서 좋다.
  6장과 7장은 정은진 소장님과 남편 김대훈 목사님이 썼다. 포항에서 <오두막>이라는 치유와 회복의 환대 공동체를 운영하시는데 가보고 싶다. 이분들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맞아주실 것 같다.

55.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리베카 헌틀리, 282) / 환경
  교실에서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실천한다. 이면지를 쓴다. 다 쓴 종이를 상자에 따로 모은다. 플라스틱도 따로 모은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50리터 쓰레기봉투를 한 학기에 두세 장 쓴다. 이것도 많다. 더 줄여야 한다.). 동료 교사들이 일회용 컵을 써도 나는 쓰지 않는다. 내게 음료수를 줘도 일회용 컵을 쓸까 봐 아예 받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서 얼마나 지킬지 모른다. 지구온난화를 신경이나 쓸까? 어떻게 접근해야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행동하게 만들까?

  독특한 책이다. 기후변화가 지구를 위험에 빠드린다는 내용이 아니다. <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라는 부제처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말하는 내용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기는 당연한 결과로 놓고, 어떻게 말해야 사람들 마음이 움직일지 말한다. 예를 들어 죄책감(내가 쓴 빨대가 바다거북을 죽일 수 있다)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공포와 분노로는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기후변화 논의의 출발점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있다. 기후변화가 지구를 멸망시킨다는 말에는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 봄마다 보던 꽃, 여름에 듣던 새 소리, 가을에 먹던 과일을 보지 못하게 된다고 해야 반응한다. 절망보다는 희망(내게 소중한 것들을 더 보려면~), 상실보다 사랑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다른 주제에 관해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법과 태도를 가르쳐주는 좋은 책이다.

54. 사도행전에서 리더십을 배우다 (이재기, 272) / 기독교
  사도행전에 나온 내용으로 리더의 14가지 특징(성령, 사랑, 가치관, 거룩, 전도, 열정, 고난, 성품, 싸움, 은혜, 양육, 격려, 섬김, 끈기)을 설명한다. ‘몇 단계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방식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하나씩 체계적으로 배우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저자가 인용한 책과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면 다음 공부에 도움이 된다. 다만 저자 자신의 이야기보다 인용이 많아 아쉽기도 했다. 어렵지 않은 기본적인 내용이라 보통 그리스도인에게 적합하다.

53. 오늘의 자세:행운을 부르는 법 (줄리아 월튼, 289) / 청소년 문학
  나는 양철북 청소년 문학 4권을 모두 좋아한다. 주인공은 모두 특별한 한계를 가졌다. 오늘의 자세 : 행운을 부르는 법의 주인공 레오는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겪는다. 스파르타의 영웅 레오디나스와 같은 이름이지만, 전사는커녕 남자다운 모습이 전혀 없다. 뜨개질을 좋아하고, 친구가 없으며, 시끄러운 곳에서는 토악질을 한다. 어느 날 레오가 드레이크에게 얻어맞고 둘이 커플 상담을 받게 되었다. 아빠는 사나이가 되라며 호신술 학원에 보낸다. 불안장애를 겪는 아들에게 호신술이라니! 레오는 호신술 학원 접수대에서 친구 이비를 만난다. 드레이크가 호신술을 배우기 때문에 호신술 대신 요가를 배우러 갔다가 행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행운은 친구들을 통해 레오를 찾아온다. 레오가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좋다. 따뜻하다. 고등학생들의 우정, 성장하는 모습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줄리아 월튼은 양철북 청소년 문학 4권 중 두 권, 화장실 벽에 쓴 낙서오늘의 자세 : 행운을 부르는 법을 썼다. 둘 다 좋다.

52. 나답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 (애니 영, 110) / 수기
  부모가 수감된 청소년들이 쓴 수기이다. 미국인 애니 영의 글 외에 우리나라 학생들의 글도 같이 실었다. 학생들의 글이 짧다. 학생들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데 아쉽다. 부모가 감옥에 간 뒤에 청소년 자녀가 느낀 마음을 알게 되어 고맙다. 부모가 감옥에 간 학생들이 외로움과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나답게 꿋꿋하게살아가면 좋겠다.

3월에 읽은 책 14권 3396쪽 (2022년 51권 12494쪽)

51. 나를 넘어서는 성경 읽기 (김근주, 182) / 기독교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김근주 교수님이 매일성경에 연재한 글을 모았다. 성경을 왜 읽는지, 성경이 어떤 책인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특히 구약과 신약의 관계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구약학자, 보수주의 견해를 반대하는 연구자의 관점으로 썼다.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다. 성경에 관심을 갖고, 성경을 좀 아는 사람이 읽어야 한다. 내용은 참 좋다.

50. 귤의 맛 (조남주, 207)
  여학생 넷이 중학생 시절을 지나 고등학생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관계'를 다루었다. 다윤, 소란, 해인, 은지는 가정에서 겪는 상황이 다르다. 부모의 기대가 다르다. 로봇이 아닌 인격이라, 각자 자신의 가치로 다르게 판단한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친구에게 이해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상대를 같은 마음으로 이해하는 게 어렵다. 그러면서도 친구로 지낸다. 다윤, 소란, 해인, 은지가 지내는 모습을 보며 불안불안했다. 여학생들이 정말 위태한 마음으로 지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작가가 글을 잘 썼기 때문이지만, 실제로 여학생들이 이럴까 싶었다. 여성은 다르게 읽겠지!

49. 교사의 삶을 담는 작은 글 그릇 (천경호, 246) / 교육, 에세이
  천경호 선생님 글을 처음 읽었다. 글에 드러난 선생님은 마음이 따뜻하고 생각이 곧은 분이다. 책은 인용문을 하나 쓰고, 인용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썼다. 2~4쪽 분량의 글 뒤에 독자가 글을 쓰도록 2쪽을 마련했다. 글이 50개쯤 되므로 100쪽은 글을 쓰라고 마련한 여백이다. 실제 내용은 150쪽 정도 된다.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100쪽이 꼼수이고, 쓰고 싶은 독자에겐 100쪽이 자신의 것이라 좋겠다. 난 읽기 쪽이라 좋게 보이지 않았다. 또한 오타가 많고(집 밖을으로, 그것아. 이건 기본인데~) 잘못 쓴 곳도 있다. (4.19, 5.164.19, 5.19라 했다.)

48. 벌레 한 마리 드실래요 (피터 멘젤 외, 289)
  벌레를 먹는 사람들을 찾아 전세계 곳곳을 다니고 쓴 책이다. 보기만 한 게 아니라 잡고, 먹고, 맛의 차이까지 썼다. 개미, 노린재, 나방 애벌레, 벌 애벌레, 지렁이, 전갈, 메뚜기, 귀뚜라미, 물장군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에서 온갖 벌레를 찾아다녔다. 구이가 많고 탕도 있으며, 잡자마자 날것으로 먹는 것도 있다. 벌레를 먹는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있지만,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를 줄이려면 곤충을 식량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징그러운 정도가 줄어들었고,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육류보다 단백질이 많으며 다른 영양소까지 고루 갖추었으니 식량 대안으로 괜찮겠다.

47. 에밀은 사고뭉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51)
  참 좋아하는 작가 린드그렌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순진한 장난꾸러기 에밀이 즐겁게 놀다 보면 일이 생긴다. 에밀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어른에게는 사고다. 그래도 에밀은 자신감 넘치는 아이로 자란다. 에밀 곁에 에밀을 믿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사랑을 선물하라고 하셨던 린드그렌의 생각을 그대로 담은 아이가 에밀이다. 즐겁게 읽었다.

46. 나는 언제나 술래 (박명균, 367) / 에세이
  45~60세 남성이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골목을 지키는 문구점과 구멍가게에 과자를 납품하는 과자 장수가 쓴 나는 언제나 술래. 자신이 술래라는 뜻으로 책 제목을 정한 까닭은 어릴 때 약한 아이가 술래를 도맡았던 기억에서 나왔다. 지은이는 약자의 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생각났다. 따뜻하다는 말은 이런 책에 붙여야 할 말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읽다가 먹먹해졌다. 지금 50대 초반인 저자가 겪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동네 문구점과 구멍가게에 과자를 납품하는 지금 이야기까지 정겹고, 눈물 나고, 아름답다. 이런 분이 있어서 참 좋다. 게다가 저자가 정말 글을 잘 쓴다. 글쟁이라는 뜻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서 따뜻한 글이 나오는 것 같다. 사람 마음을 살피고, 이웃의 처지를 눈여겨본다. 이 정도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면 젠체하거나 우쭐대는 분위기가 드러낼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시종일관 깊이와 따뜻함이 넘쳐난다.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와 친구들 모두 가난했는데 나는 교사가 되어 가난에서 벗어났다. 이분은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같이 몸부림치며, 몸부림치다 무너져 버린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서럽고 슬픈 이야기를 읽으며 이웃에게 손 한 번 더 내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세 자영업으로 가족을 위해 애쓰는 남편, 그런 아빠가 있는 분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45. 성경의 숨겨진 지혜들 (리처드 로어, 335) / 기독교
  닮고 싶은 학자가 추천해준 책이다. 가톨릭 학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가, 읽기 어려웠다. 번역이 이상한지 낱말과 표현이 달라서 그런지 멍~하게 읽었다. 내 생각을 그대로 쓴 것 같은 부분도 있고, 20대에 어려운 책 붙들고 씨름할 때 봤던 학자들 이름을 보면서 즐겁기도 했다. 그래도 어려웠다. 다시 읽어야 할 책이다.

44. 검은 여우 (베치 바이어스, 171) / 4학년 이상
  톰은 블록으로 장난감 만들기를 좋아한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라서 익숙한 곳을 좋아한다. 부모님이 여행을 가시면서 톰을 이모에게 맡긴다. 톰은 이모가 있는 시골 농장에 가기 싫어한다. 이모와 이모부밖에 없는 시골에서 조용한 성격의 톰이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어쩔 수 없이 간 농장에서 톰이 검은 여우를 발견한다. 여우를 살피고, 여우의 흔적을 찾고, 다음에 만나기를 기다리며 톰은 점점 농장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여우가 이모네 농장에서 닭과 칠면조를 잡아간다. 여우는 어떻게 될까? 도시 아이가 시골에서 새로운 가치에 눈을 뜨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참 좋은 책이다. 요즘 아이들은 지루해할 것 같다.

43. 비폭력 대화로 마음을 위로하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치유수업 (이보경, 203) / 교육, 상담
  이보경 선생님 책을 세 권째 읽었다. MBTI ~ 진로수업참 좋았다.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도 괜찮았다. 이 책도 좋다. 수석교사가 인성 교육한 사례를 썼다. 감정 낱말고, 마피아 게임, 감정 보드게임, , 아름다움 찾기, 비폭력 대화 훈련 등으로 인성 수업을 했다. 수업 도구와 수업 과정이 참 좋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다가가서 좋았다. 교사들에게 추천한다.

42. 욥기와 만나다 (마크 래리모어, 283) / 기독교
  욥을 바라본 여러 관찰자들의 해석을 통해 욥기를 소개한다. 고대 욥기와 비슷한 이야기부터 그레고리우스(교황), 마이모니데스, 아퀴나스, 칼뱅 ~ 20세기 엘리 위젤과 라틴아메리카 신학자들의 견해까지 시대순으로 소개한다. 중간까지는 맥을 잡지 못하고 읽다가 중반 이후에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욥기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읽으며 이런 것까지 읽어야 할까?’, ‘이런 거 몰랐을 때는 욥기가 실제로 느껴졌는데 지금은 욥기와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라 흔들리는 것이겠지!

41. 바닷속 아수라병원 (원유순, 107) / 3학년 이상
  엄마가 사라졌다. 옆 동네 수의사도 사라졌다. 얼마 뒤에는 그 옆 동네 수의사도 사라졌다. 엄마는 수의사다. 어디 갔을까?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바다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환경 동화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아이들에겐 설명보다 이야기가 더 오래 남는다. <환경문제>를 이야기하기 좋은 책이다.

40. 꼭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해?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163) / 3학년 이상
  루시는 순진하고 단순한 성격의 3학년 아이다. 착한 아이, 칭찬받는 아이가 되고 싶지만 잘 안 된다. 학교에서는 친구 하신타가 루시를 나쁜 아이로 만든다. 하신타 때문에 루시가 화를 내자 선생님이 생각 의자에 앉힌다. 루시는 선생님이 자기를 나쁜 아이로 생각한다고 믿는다. 루시네 집에 고모할머니가 찾아온다. 루시가 고모할머니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려 하지만, 역시나~ 고모할머니도 루시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절반쯤 읽으면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예상이 되는 책이다. 책 읽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좋겠다.

39. 꼭 안아주세요 (이경림, 261) / 사회복지, 기독교
  이경림 대표가 재소자 자녀를 돕는 과정을 쓴 수기이다. <세움>은 재소자 자녀를 돕는 단체다. 이경림 대표가 한 아이를 만나면서 <세움>이 세워졌다. 부모 중 한 명이 교도소에 가면 남은 가족은 많은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 부모의 부재로 인한 결핍(‘나를 버리고 간 거야’, ‘보고 싶다.’, ‘나쁜 짓을 해서 교도소에 가다니~’ ), 죄책감과 수치심(이웃의 손가락질, 친구에게 말하지 못하는 처지 등),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피해를 겪는다. 2015년부터 세움 후원자와 활동가가 재소자 자녀를 도왔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작은 자를 돕는 손길에 감사한다.
  <세움>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아이들이 느낀 마음이 이해가 되었고, 아이들을 돕는 분들에게 고마웠다. 후원하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불쌍하게 묘사하지 않아서 좋았다. 다만 책 앞부분에서 규장스러운느낌이 들었다. 책 좀 읽는 분들은규장(출판사)’스럽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38. 생각의 시대 (김용규, 466) / 인문, 역사
  은유, 원리, 문장, , 수사 다섯 가지가 인류 문명을 만든 생각의 도구라고 주장한다. 은유, 원리, 문장, , 수사가 어떻게 생각을 도와주는지 설명한다. 그리스 고전을 핵심으로 다양한 지식을 선보인다. 은유와 문장에 관한 설명이 탁월하고, 수에 관한 설명도 괜찮았다. 수사에 관한 설명은 장황하게 보였다. 다섯 가지 원리에 관한 설명보다 지식과 생각의 기원을 설명하는 부분이 정말 좋았다. 특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눈이 번쩍 뜨였다. 뒷부분이 좀 아쉬웠다.

2월에 읽은 책 16권 4213쪽 (2022년 37권 9098쪽)

37. PET-부모 역할 훈련 (토머스 고든, 413)
  부모가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메시지를 사용해서 대화해야 한다고 들었지만,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 자세하게 알려준다. 부모가 읽고 적용하면 자녀와 관계가 좋아질 것 같다.

모든 사회적 관계들이 다 바뀐 오늘날에도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는 전혀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2000년 전에 사용되었던 방식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기의 말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특별히 고민한 적이 없다.
보상과 처벌을 통해 거실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거나 무얼 달라고 할 때에 주세요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공부 습관이나 정직한 태도, 다른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 집안일을 돕는 법 등은 이렇게 해서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

36. 훌훌 (문경민, 255) / 청소년 문학
  지난해가 힘들었기 때문일까? 이번 방학에는 책만 읽었다. 글을 쓰지 못했다. 초등 전 학년 국어지도서 보며 몇 가지 정리한 일 외엔 쉬기만 했다. 방학이면 늘 글 쓰고, 다음 해 아이들 만날 생각하며 바쁘게 살았는데 올해는 그저 쉬었다. 내 생애 이런 방학은 처음이다.
  6학년을 맡았다. 교육과정, 진도표, 시수표, 주간학습안내 다 준비했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하고 싶은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는 업무만 했다. 필요한 서류 끝내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과 무얼 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훌훌을 읽으면서 예전의 나를 찾은 것 같다. 편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의 이름으로 뭔가 부족한 아이일 거라고 이름 붙인 아이들이 생각났다. 부모가 다 있는데도 아픔과 고통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했던 아이도 생각났다. 그 아이들 마음을 읽고, 감추어둔 마음을 찾아내어 훌훌 털어버리게 하려고 노력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마음을 살피려고 노력하면서 아이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겼다. 훌훌에서 연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보였다. 유리와 세윤이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엄마 서정희 씨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왜 자신을 더 아프게 했는지 안다. 훌훌에는 모두를 품는,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유리는 연우에게 화를 내며 때렸다. 로봇처럼 차가웠던 할아버지는 폭발했다. 고향숙 선생님은 두 학생의 시비에 평정심을 잃었다. 세윤이는 갑자기 침묵했고 유리는 살던 곳에서 떠날 생각만 했다. 그런데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이 과정이 참 자연스러웠다.
  나와 메일을 주고받는 후배가 있다. 힘들다고 메일을 보내면 답을 보내주었다. 며칠 전에 입양은 생각해봤어?” 묻고 싶었다. 훌훌은 입양을 다룬 책이다. 같은 동네에서 사는 친구가 아이를 입양한 지 10년쯤 되었다. 입양한 아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다른 분도 안다. 그러나 후배에게 입양을 생각해보라고 말하지 못했다. 내 말이 후배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혈통주의가 강하다. 작가가 어떻게 훌훌을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작가를 안다. 작가가 쓴 글을 오랫동안 읽었다. 처음에 글 쓴다 했을 때 말리고 싶었다. 상상하는 힘이 뛰어났지만, 부족함도 많았다. 아이가 글을 쓴다면 단점을 극복하겠지만, 어른은 쉽지 않다. 더구나 소설은 정말 만만찮다. 훌훌을 읽으며 이제 문경민 작가 글 읽고 뭔가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초안을 읽었는데 훌훌은 그때 글과 견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글을 썼냐?” 하면 , ~” 하며 뭐라뭐라 할 텐데 그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이 책 참 좋다.

35.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 (후우카 김, 291)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은 언제를 말할까? 봄은 이름만으로도 눈부시다. 이제 곧 3, 봄이 된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얼려버린 땅에 싹이 고개를 내민다. 예쁘다. 봄은 그냥 눈부시다는 뜻이다. 여름도 눈부시다. 초록들, 과일들이 가득한 계절이다. 가을도 눈부시다. 단풍과 열매가 마음과 몸을 살찌운다. 그렇다면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바로 겨울이다.
  땅이 얼었다. 바람이 매섭다. 풀은 누렇게 변한 채 바스러진다. 나뭇가지는 매말라 뚝뚝 부러진다. 겨울은 몸을 온통 흔들어 덜덜 떨게 만든다. 혼자는 견디기 어려워 기댈 사람을 찾게 한다. 겨울이 눈부시다고? 이유가 뭘까? 작가의 삶에 겨울이 참 길었다. 지금도 봄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작가가 겪은 얼음과 바람과 냉기를 요약해서 얼마나 혹독했는지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눈부시다고 작가가 썼으니까.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은 작가가 겨울을 겪으며 쓴 에세이다. 잘 견디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 없다 말하기 전에 이 질문은 견디는 사람을 아프게 한다. 작가는 겨울을 어떻게 견뎠을까? 아프게 견디면서 사람을 향한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도 잃지 않았다. 무엇이 작가에게 이런 마음을 주었을까?
  문장이 단아하다. 매서운 바람 앞에서 작가는 단아하게 흔들릴 것 같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이미지가 생각났다. 시를 읊조리듯 글을 읽으며 모든 순간, 모든 곳에서 하나님을 느낀 작가에게 눈부신 계절이 다가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쁜 옷 입고, 향긋한 커피 마시며,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남편과 함께 웃으시면 좋겠다.
  책 제목을 쓰다가 오타가 났다. <그럼에도 눈부실 계절>이라고 써버렸다. 작가와 가족의 앞날에 눈부실 계절이 다가오리라 믿는다.

34. 공부 감성 (고봉익윤정은, 239) / 부모교육
  자녀가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공부 감성을 깨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부 감성을 공부 희열도(공부를 즐거워하는 마음), 공부 의지도(스스로 공부하는 마음), 공부 미래 확신도(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마음), 시험 대응도(과정을 바라보며 결실을 맺는 태도) 4가지로 설명한다. 10년 전에 쓴 내용인데도 많이 공감했다. 부모가 자녀의 감성을 잘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33. 죽음을 묻는 자, 삶을 묻다 (토마스 린치, 398) / 인문
  앞부분은 미국 문화를 잘 알아야 이해하는 내용이라 공감하기 어렵다.

32.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335) / 화가, 미술사
  최근 150년 동안 미술사에 영향을 준 화가 14명을 소개한다. 화가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다루는 방식은 아니다. 화가의 특징을 재미있게 이슈로 만들어 소개한다. 프리다 칼로는 막장드라마 주인공, 파블로 피카소는 선배의 미술을 훔친 도둑놈, 마르셸 뒤샹은 몰래카메라 장인으로 소개한다. 이슈를 따라 화가의 소개를 들으니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근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알게 된다. 반 고흐가 알콜중독이었다는 사실이 의외다. 재미있게 읽었다.

31. 백구 똥을 찾아라 (김태호, 76) / 2 이상
  김태호 작가는 기발한 내용으로 글을 쓴다. 생각이 독특하다. 제후의 선택이 좋아서 김태호 작가의 책을 여럿 읽었다. 다 재미있었다. 백구 똥을 찾아라는 새로운 원님이 부임하면서 일어나는 내용이다. 나쁜 원님이 당하는 이야기이다.

30.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로드먼 필브릭, 280)
  <기억전달자>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디스포피아 시대를 다룬 책이지만, 따뜻하고 낙관적이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미래 시대를 그렸다. 저자인 로드먼 필브릭은 뉴베리상 수상자이며,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은 미국도서관협회 청소년 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잘 팔리지 않았다. 책벌레가 좋아하는 책이다.

29. 후아유 (이향규, 284) / 인권, 차별, 문화다양성
  올해의 책이 또 하나 생겼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책이 있다니~! 작가의 삶이 다큐멘터리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이 좋다.
  저자는 탈북 청소년을 지원하고, 다문화 청소년과 결혼 이주 여성을 돕는 연구원이었다. 주류 한국인으로 비주류 사람들을 도와주며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공감했고 곁을 지켰다. 영국 남자와 결혼했고 자녀를 낳았다. 그래서 다문화 가정이 되었다. 다문화 가정을 연구하다가 다문화 가정이 되면서 시각이 달라졌다. 평범한 낱말 하나, 표현 하나에서 차별과 무시를 느꼈다.
  그리고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이사했다. 문화가 다른 나라, 몸짓을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이주민으로 살았다. 외로웠고 외로웠지만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가 얼마나 살기 어려운지 느꼈다. 자신이 도와주려고 만난 사람들 마음을 비로소 이해했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영국 문화를 체험한, 다문화 가족(저자는 이 말 자체가 구별짓는 낱말이라 한다. 동의한다.)으로, 다시 사람들을 만났다.
  좋은 구절, 만남, 이야기가 너무 많다. 책벌레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 꼭 읽어보시라.

28.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302) / 산문집
  황현산 작가가 2000년대 초반에 쓴 산문을 모았다. 글을 쓴 당시에 일어난 일에 대한 생각을 쓴 글이 많다. 시간이 흘렀고, 3~4쪽의 짧은 산문이라 많이 공감하지는 않았다. 소금 만드는 이야기, 소금 맛을 구별하는 섬사람 이야기 등 몇 편이 마음에 남는다.

27. 갑자기 악어 아빠 (소연, 91) / 2 이상 동화
  잔소리하던 아빠가 악어로 변한다. 다른 집에서는 엄마가 개구리나 나무늘보로 변한다. 악어로 변한 아빠랑 같이 먹고 놀면서 즐겁다. 잔소리 해방의 날이다. 그러나 잔소리를 듣지 않아 좋지만, 집이 엉망이 된다. 아이들이 악어 아빠랑 놀면 놀수록 아빠가 커진다. 집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지는데~ 저학년 아이들과 이야기하기에 좋은 책이다.

26.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325) / 중학생 이상
  윌리엄 골딩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책이다. 책을 쓴 지 7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빛나는 책이다. 5~12세 아이들을 고립된 섬에 놔두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작가의 눈으로 살핀 이야기다. 인간이 이성보다 본능을 따르며,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버린다고 고발한다. 인간의 본성이 그릇된 선택으로 이끌며, 사회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과정을 고발한다. 답답하고 슬프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의 책이지만, 나는 읽을 때마다 감탄했다.

25.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 / 중학생 이상
  탁월한 책. 대여섯 번 읽었는데 또 읽어도 빠져든다. 기억 전달자는 몇 번 읽고, 며칠 토론하고, 몇 번 글을 써야 한다. 책 한 권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질 것이다. 특히 중고등학생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24. 복희탕의 비밀 (김태호, 153) / 4학년 이상
  김태호 작가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글을 쓴다. 복희탕의 비밀은 장애를 다룬 책 중에 가장 재미있다. 장애를 다룬 책 대부분이 장애인이 등장하거나, 조금만 읽어도 장애인을 다른 사람으로 보지 말라는 내용이군!’ 하는데 이 책은 아니다. 아이들이 읽으면 장애를 다룬 책인지 모를 정도이다. 그래서 장애를 주제로 토론하기 좋다. 재미난 모험 이야기를 실컷 이야기한 뒤에 짜잔~ 이건 장애에 관한 이야기야!” 하면 아이들 마음에 많이 남겠다. 올해 6학년을 또 맡았는데, 한 학기 한 권 읽기로 이 책을 해볼까?

23.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350) / 어른 글쓰기
  몇 번이나 읽은 글쓰기(창작, 작문) 책이다. <수업을 시작하며>가 정말 좋다. 소설을 창작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내용이지만, 글을 쓰는 마음을 배우기에 좋은 내용이 많다. 자녀를 위한 글쓰기, 에세이 쓰기 기술을 원하는 분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다.

22. 세상에서 제일 달고나 (황선미, 111) / 3학년 이상
  2020, 코로나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다 말다 했다. 새봄이는 학교에 너무나 가고 싶어 하는 1학년이다. 세봄이 꿈은 학교에 날마다 가는 거, 친구 사귀는 거, 학교 급식 먹는 거다. 학교에 가도 마스크 쓰고, 가림막에 가려, 친구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엄마 가게는 사람이 없고, 아빠는 외국에서 들어오지 못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조금씩 꿈을 꾸며 자란다. 아이들 대사가 실제 1~2학년 아이들과 비슷하다. 코로나 일상을 잘 보여주며 따뜻하다.


1
월에 읽은 책 21권 4885쪽

21.하나님의 진심 (엘런 데이비스, 287) / 기독교  
  구약 시가서(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를 중심으로 아브라함, 이사야, 토라 일부를 함께 해설한다. 본문 강해보다 하나님의 진심에 초점을 맞춰 넓은 관점으로 설명한다. 시편 해설은 평범하다 생각했는데 잠언과 전도서와 욥기는 생각지 못한 안목이 돋보였다. (신학교 졸업한 분들은 어떻게 읽을까?) 특히 욥기 마지막 부분 설명이 좋았다.
  → 욥기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아버지 욥의 초상은 그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준다. 한때 매우 신중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자녀들이 지을 수도 있던 죄를 두려워했던 이 성실한 남자 욥이 마지막에는 규칙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과 함께 딸도 귀하게 여겨 관습을 깨고 그들에게 유산을 주고 특이한 이름도 지어준다. 이러한 대책 없는 부모 역할의 모델과 영감은 물론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하나님이 회오리바람 속에서 말씀하실 때 욥은 배웠다. 그리고 이제 욥은 이렇게 자유분방한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한다. 혁명적으로 자유를 추구하며, 각 자녀의 길들여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20. 101살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벤자민 페렌츠, 149) / 인문, 인생,, 홀로코스트
  우와~!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101살 할아버지 내공이 장난 아니다. 저자 소개를 읽지 않고 책을 읽으면 <성공한! 멋진! 40~50대 법률 전문가>가 썼다고 생각하겠다.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소년을 읽다와 함께 단숨에 올해 최고의 책 후보에 올렸다.
  저자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1920년 트란실바니아(지금은 없어진 나라)에서 출생. 9개월 때 미국으로 이민. 맨해튼 우범 지구에서 굉장히 가난하게 살면서 유머를 잃지 않음. 영어를 모르면서도 주눅 들지 않음. 고등학교 졸업장 받지 못했지만, 하버드 로스쿨 졸업. 2차 세계대전에서 포로수용소를 돌며 전범 증거 수집. 2차 세계대전에서 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나치 학살부대 기소. 이스라엘과 서독 간 유대인 배상 협상에 참여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재산을 돌려주는데 앞장섬.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선구적인 역할.
  다시 말하지만, 이 책 정말 좋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어려워도 부딪치고 계속 노력하며, 인간을 위해 살아가는 훌륭한 분이다. 100년 동안 도전하고, 노력하고, 힘든 일을 만나도 즐겁게 부딪치며, 이웃을 위해 살아왔다. 정말 멋진 노인이다. 나는 슬픔과 우울을 친구 삼아 사는데 좀 가볍고 즐겁게 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내용이 정말 많다. 다만, 같은 분량의 다른 책에 견주어 책값이 약간 비싸다. (저작권료가 비쌌나?)
  → 아무리 두려운 것이라도, 우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두려움은 우리 시대의 직장이나 교육 환경에서 살아남게 해주고, 우리가 원하는 삶을 이루게 해주며, 우리가 익숙해진 것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무엇을 잃을까봐 두려운 것이라 해도, 역시 나쁠 것이 없다. 그 말은 곧 싸워서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니, 그만큼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두려움은 오히려 생산성과 효율성, 용기와 스피드 같은 것으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53).
  →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곧장 돌아 나와야 한다. 비록 그것이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잘못된 길을 계속해서 고집했다가는 벼랑 아래로 곤두박질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은 논쟁에서도 마찬가지다(106).
  → 한때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 적도 있었다. 십 대가 된 아이들은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의사는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곧 괜찮아질 거라고, 아이들에겐 좋은 부모와 좋은 가족이 있고, 또 바르게 자랐다고도 했다. 잊지 말아야 한다. 사춘기는 일시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시기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는 우리 모두가 반쯤은 미쳐 있는 것이다(109).
  → 저 자신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내게는 우상이 없었다. 나는 양키 스타디움에서 베이브 루스가 홈런을 치는 걸 본 적이 있다. 모두들 굉장히 흥분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세게 공을 칠 수 있다고 해서 그게 어떻다는 건가?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의 홈런을 치기 위해 애쓰고 있다(145).

19.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도덕경 (김경윤, 250) / 교육, 철학  
  도덕경은 5000여 자로 이루어진 81편의 시이다. 노자에 관한 이야기는 진실과 허구를 판가름하기 어려워서 노자라는 인물 자체가 허구일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도덕경에 쓰인 내용은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될 정도로 가치가 있다.
  대학 때 노자의 시 한 문장을 참 좋아했다. “진정한 지도자는 계획한 일이 잘 되었을 때 우리가 함께 해냈다.’고 말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하는 내용이다.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이 그려져서 좋아했다.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새로 쓰는 도덕경도 비슷한 내용이다. 내용이 참 좋다. 도덕경을 가르침과 배움의 관점에서 쓰고 짧게 해설을 달았다예를 들어보자.
  도덕경 1장은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따르는 길은 영원한 길이 아니다. 우리가 붙인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로 해석했다. 그리고 가르침에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배움에도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라고 썼다. 이를 설명하며 교사는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가르칠 때마다 무지의 영역을 깨뜨립니다. 그리하여 학생이 됩니다. 다시 배움의 길로 들어갑니다.~”라고 썼다.
  도덕경을 옮긴 구절이 참 좋다. 맑고 깊다. 저자의 해설도 따뜻하다.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2020년에 노자 도덕경을 풀어 쓴 배움의 도를 읽었는데 그것보다 더 좋다. 교사와 학부모가 천천히 읽으면 좋겠다. 나도 모임에서 나누어야겠다.
 (노자를 잘 아는 분은 이 책을 정도에서 벗어난, 자유롭게 해설한 책이라 했다.) 

18. 인생의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317) / 산문집
  일본 대표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쓴 기고, 수필, 담화, 강연, 편지를 모았다. 도련님2~3주에 썼다는 얘기가 나온다. 1년 동안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지내고 2주일 만에 걸작을 쓰다니~ 천재다. 일본도 사람 사이에 눈치 보는 문화인 것 같은데 나쓰메 소세키는 하고 싶은 말을 대놓고 한다. 옆집에 산다면 뻔뻔한 아저씨일 것 같다. 책 내용은 보통이었다. 도련님처럼 실감나고 재미있지 않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처럼 신기하지도 않다. 나쓰메 소세키 장편은 좋은데, 단편은 나랑 안 맞다. 강연이 재미있었고, 담화와 수필은 보통이었다. 기고와 편지는 그냥 그랬다.

17. 어떻게 배움의 주인이 되는가 (정기효, 240) / 교육
  아이(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모습을 살펴보자. 사회가 30년 변할 동안 학교 시설은 20년 변했고, 배우는 과정은 10년 정도 변했을까? 여전히 국가가 교육과정을 정하고, 교사가 교과서 내용(또는 수능 문제)을 설명하고,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받아들인다. 저자는 이런 예속이 계속되는 까닭을 철학으로 설명한다. 들뢰즈의 철학으로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며 공감하고 감탄했다. 교육과정이 학생을 배움의 주체로 나서지 못하게 하는 까닭을 밝히고, 학습자가 주도하는 배움을 드러낸다. 한문 투의 어려운 말로 글을 썼지만 내용은 참 좋다.
  2부에서 학생 개별 학점제와 학생 자율 학점제를 진행한 과정을 설명한다. 학교에서 학생 스스로 배움의 주제를 정하고 질문을 만들어 배우는 과정을 안내한다. 장학사와 교육 연수가로 5년 동안 근무해서 그런지 저자는 탄탄한 철학과 이론으로 구조화해서 설명한다. 교사 공동체에서 함께 읽으며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다.
  다만, 어려운 표현으로 써서 읽기 어려운 점이 불편하다. 예를 들어 194쪽에서 글쓰기의 힘을 이렇게 설명한다. <발화는 즉시 공중으로 흩어질 뿐이고 글은 쓰는 즉시 영원으로 편입된다. 발화는 순발력으로 치밀함을 대신하지만 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어야 하는 지구력이 중요하다. ~> 생각을 적어놓지 않으면 사라진다. 글로 써야 오래 간직한다~ 이렇게 쓰면 되는데 말이다. (오타가 많은데 2쇄에서 고친다고 한다)

16. 고난이 하는 일 (박영선, 118) / 기독교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박영선 목사님이다. 30년 전, 하나님의 열심을 읽고 깜짝 놀라 성경 공부를 시작했다. 구원, 그 이후를 읽으며 또 놀랐고 그때부터 목사님 책을 줄창 읽었다. 구원, 그 즉각성과 점진성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책도 마다하지 않고 읽었다. 목사들이 하는 흔해 빠진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무조건 믿으라 하지 않았고, 시키는 대로 하라 하지도 않았다. 따져 물으라고, 일상을 살아가라고, 때로는 고난을 즐기라고 했다. 고난이 하는 일은 박영선 목사님 문체에 깊이가 더해졌다. 묵직하게 읽었다. 프레드릭 부흐너의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최근 3년 동안 읽은 책 중 가장 천천히 읽었다. 그냥 읽어보시라. 정말 좋은 분, 좋은 책이다. (다만, 진짜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분이 읽으면 화를 낼 것 같다. 고난을 당당하게 겪어보라는데, 내가 아는 몇몇 분은 너무 힘들어서 당당함을 간직할 수 없었다. 아파서 견디기 힘들어하는 그분 잘못이라거나,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 분에게 이 책이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15. 일수의 탄생 (유은실, 123) / 어른이 함께 보는 동화
  몇 번이나 읽었지만 또 읽어도 재미있다. 아이보다 어른에게 맞는 동화다. 일수가 서른 살 청년이 되기까지 살아가는 모습을 쿨~하게 표현했다.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일석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일수 중 누가 잘 살까? ‘자식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말이 맞는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둬야 하는지생각하기에 좋은 책이다.

14.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나태주, 350) /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다. 나태주 시인은 착하고 욕심 없고 남다르게 느끼는 분 같다. 교사 시인 중에 이름값과 달리 인격이 부족한 분이 있는데, 이분은 그렇지 않겠지. 잔잔하게 이야기 듣는 느낌이었다. 세상을 따뜻하게 보고 사랑을 말한다. 사랑 많은 할아버지 느낌이다. 풀꽃 1, 2, 3편이 가장 좋았다.

13. 탐독가들 (박수밀, 206) / 독서, 조선 지식인
  책 없이는 못 살았다고 할 정도로 책을 좋아한 조선시대 인물 아홉 명(이덕무, 김득신, 세종대왕, 정약용, 홍길주, 홍대용, 이익, 이순신, 이이, 허균)의 독서법을 소개하고, 세 명(박지원, 정조, 양응수)의 독서론을 소개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기라 아는 내용이 많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다.

12. 조영래 평전 (최용탁, 185) / 중학생 이상
  이름만 듣던 조영래 변호사의 삶을 읽었다. 이분이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할 삶인데, 지금 그리스도인은 돈을 따른다.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며,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 사람이 여기 있다. 어찌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 참 멋지고 아름다운 분을 만났다.

11. 밀가루 아기 키우기 (앤 파인, 277) / 중학생 이상
  카네기 상을 받은 진짜 좋은 책이다. 너무 좋은 책인데 읽는 사람이 적어 안타깝다. 남자 중학생들이 속을 밀가루로 채운 인형을 아기라 생각하고 키우는 프로젝트를 한다. 날마다 몸무게를 재고 위생 상태를 검사하며 육아일기를 써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하는 반은 생각이 없는 학생들이 모인 열등반이다. 밀가루 아기는 시궁창에 박히고, 더러운 틈에 끼이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한다.
   사이먼은 태어난 지 6주 만에 아빠가 떠나버렸다.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사이먼은 막무가내 학생들의 대표라 부를 만한 학생인데, 밀가루 아기 기르기에 빠져버렸다. 나도 학생들과 달걀을 아기라 생각하며 돌보는 활동을 했었다. 달걀을 정말 아기라고 생각하며 돌보는 아이도 있었다. 과연 사이먼과 친구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10. 젊은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 (에릭 피터슨과 유진 피터슨, 223) / 기독교
  목사의 목사로 불리는 유진 피터슨이 아들 에릭 피터슨 목사에게 보낸 편지다. 힘을 빼고 편안하게 쓴 편지다. 에릭의 부모로 자신과 아내가 무얼 하는지 말하는 내용도 있지만, 편지는 대부분 목사직에 관한 내용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교회를 기업처럼 경영하지 말라, 성도 한 명 한 명을 인격으로 만나라, 너는 잘하고 있다. 아들을 칭찬하는 내용이 많아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구나!’ 하는 마음과 아들을 보며 아쉬운 점을 칭찬으로 격려하는 건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종종 생각해야 하는 문장이 나온다.
  → (바이블벨트 복음주의자들을 만난 뒤에 한 생각이 지금 우리나라 목사들을 만난 뒤에 하는 생각 같다.)
  어째서 나는 이 세계가 불편하기 짝이 없을까? 그들은 모두 내 편이고 하나같이 예의 바르고 내 말에 긍정적이지만(동의하지만), 그것은 깊이가 없고 고통도 없고 모호함도 없는 복음 같구나. 모든 것이 반듯하게 펴지고 다려졌고, 칼라에는 풀을 잔뜩 먹였다. 나는 왜 이 자리가 거북하기만 할까?

9. 과학이 톡톡 쌓이다. 사이다 4. 바이러스 (김선자, 159) / 5 이상
   국립과천과학관 과학자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과학 도서 사이다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바이러스를 소개하고, 바이러스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알려준다. 종을 유지하기 위한 바이러스의 전략이 인간과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특징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과학 지식으로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 마스크의 종류부터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알 수 있다.

8. 모든 치킨은 옳을까? (오애리 외, 217) / 중학생 이상
   신문 기자 세 사람이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 열 가지(치킨, 콜라, 피자, 소고기, 라면ˑ국수ˑ짜장면, 카레, 햄버거, 망고, 연어, 초콜릿)를 소개한다. 조부모 세대가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이 어떻게 국민 음식이 되었는지 알려주고, 우리가 이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지구 생태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말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위해 씨앗을 보관하는 씨앗 창고를 소개한다.

7.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334) / 중학생 이상
   2021 뉴베리상 수상작이라고? 한국 열풍 때문인가? 한국계 작가가 한국 호랑이 옛이야기를, 한국식 샤머니즘과 함께 담은 이야기가 뉴베리상을 받았다. 뉴베리상 수상작답게 가족의 의미와 회복을 다룬다. 주인공은 한국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할머니를 이해하고 싶어 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손녀다. 할머니는 엄마를 찾아 미국에 왔고, 손녀는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었다. 할머니, 엄마, 손녀 둘이 남자 한 명 없는 집에 산다. 손녀에게는 호랑이가 보인다. 환상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느낌이 난다. 기존 뉴베리상 수상작과는 다르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6. 행복한 글쓰기 (게일 카슨 레빈, 219) / 창작 글쓰기
  소설, 동화를 창작하는 방법과 마음을 알려준다. 나는 수필이나 에세이를 가르치기 때문에 방법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세부묘사는 최강이다. 또한 글쓰기에 관한 마음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치사하고 못됐다.’라는 표현은 아주 큰 말이에요. 세부 묘사에 쓰는 작은 말들이 아니죠. ~  
  “조회 시간에 김진규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 동안, 병수의 옆 짝이 나지막이 노래를 흥얼댔다. 그 노랫소리를 들은 김진규 선생님은 출석부로 그 여자아이의 책상을 내리쳤다. 선생님은 옆 짝의 얼굴에다 자기 얼굴을 들이밀고 꼬박 5분에 걸쳐서 고함을 질렀다. 우와! 병수는 생각했다. 우리 선생님들은 정말 치사하고 못됐구나!” (52~53)
글감의 목적은 우리를 흥분시켜서 실제로 글을 쓰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우리는 단어와, 우리가 움직이고 있는 그 이야기와 씨름을 해야만 합니다. (118)

5. 사자와 마녀와 옷장 (C. S. 루이스, 225) / 3 이상
  열 번쯤 읽은 책이다. 영어로도 읽었다. 두 번은 학교에서 읽어주었다. 루이스는 논리에 치밀한 작가인데 아이를 위한 책을 이렇게 재미나게 쓰다니 참 놀랍다. 홈스쿨하는 학부모들과 <글쓰기> 공부하려고 읽었더니 요즘 학교에서는 도대체 뭘 가르치는 거지하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 학교는 <논리>보다 <지식>을 많이 가르친다. 루이스가 우리나라 학교에 대해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

4.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399) / 여행, 수필
   여행 전문 작가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고 쓴 수필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쓴 글과 정반대 분위기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걸으며 위로받고 회복되는 이야기이다. 빌 브라이슨은 삶의 무게나 의미를 말하지 않는다. 애팔래치아 트레일과 관련된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산을 오르고 내리며, 헤매는 이야기도 있지만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걷고 또 걷는 이야기라 지루할 거라 생각했는데, 재미난 에피소드로 지루하지 않게 썼다. 산에서 재미난 일이 일어난 게 아니라, 함께 걷는 친구, 걷다가 만난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재미나게 썼다. 말과 행동을 어떻게 다 기억했는지 놀랍다.
   작가가 책에 온갖 정보를 썼다. 마치 모비딕을 읽는 것 같다. 허먼 멜빌이 모비딕을 쓴 장소를 설명하는 내용도 있다. 나는 산을 좋아하는지라, 산과 관련된 잡다한 정보가 지루하지 않았다. 무척 재미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설명과 묘사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재미있다.

발로 세계를 재면 거리는 전적으로 달라진다. 1km는 꽤 먼 길이고, 2km는 상당한 길이며, 10km는 엄청난 기이며, 50km는 더 이상 실감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당신이나 당신의 얼마 안 되는 동료 등산가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넓다. 지구 넓이에 대한 그런 계측은 당신만의 작은 비밀이다.
  그리고 삶 역시 굉장히 단순하다. 시간의 의미는 멈추었다. 어두워지면 자고 날이 새면 일어난다. 그 중간은 그냥 중간일 뿐이다. 너무도 훌륭하지 않은가. (112)
~ 매혹적인 숲 속의 빈터에서 멈추었다. 숲이라면 이랬으면 좋겠다는 것들이 여기에 다 있고 키 크고 위엄 있는 나무들이 햇빛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층이 줄을 지어 올라가고, 두터운 이끼가 바닥에 깔린 시내도 꾸불꾸불 흘러가고, 찬 공기가 나른하게 녹새의 고요 속을 떠다녔다. -(228)

3. 소년을 읽다 (서현숙, 223) / 인문, 교육, 에세이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소년원에서 국어 수업을 한 기록이다. 글이~ 완전~ 예술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학가가 쓴 것 같다. 짧게 툭툭 내뱉듯 쓴 문장을 천천히 읽고 또 읽게 만든다. 서현숙 선생님, 글을 정말 잘 쓴다. 생각이 깊이가 있는데, 읽으면 밝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편하게 읽으면서 깊게 생각하게 만들다니 굉장하다. 소년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문장에 가득 담겼다. 정말~ ~말 좋은 책이다.
  나도 재소자, 소년원 아이들과 인연이 있다. 교도소에 갇힌 사람과 1년 넘게 편지를 주고받았다. 나는 후원자였고, 그 사람은 글쎄~ 내 마음을 훔쳐 돈을 얻어간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2019~20202년 동안 소년원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었다.내가 선정한 책을 교보재단에서 소년원에 보내주었고, 소년원 아이들이 응모한 편지를 심사했다. 마음 아픈 이야기가 많았다. 올해는 심사위원이 아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못 읽어서 아쉽다.
  『소년을 읽다를 읽으며 야학에서 수업했던 때가 생각났다. 학업을 관둔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애들이 참 착했다. 나도 선입관을 갖고 다가갔다가 애들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는 얘들이 왜 학교를 관뒀지?’아무리 생각해도 몰랐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년을 읽다, 참 좋은 책이다.

근철이가 느낀 고마움 너머, 거기에 미안함이 있다. 어른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고마움에 미안함이 왜 찰떡처럼 들러붙어 있는지 말이다. 마음의 일이어서 그렇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마음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그렇다. 바다는 푸른 물결이 가득 차서 끊임없이 넘실거린다. 사람 안에는 마음이 가득하다. 마음은 단단하지 못한 채로 항시 흔들린다.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으로 꽉 차서 넘실거린다. (77)

여기 도무지 글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소년원의 소년들이 글을 만나 눈을 반짝이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이 글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만날 글과 이야기가 없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이들의 삶에 눈을 반짝이는 글과 말에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고 무관심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들이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나아가 세상이 사랑하는 많은 글과 이야기가 사실은 좁디좁은 세계의 한 줌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끄럽게 돌아보게 된다. 그들이 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책을 우리 세계에 가두었다는 것을 말이다. (엄기호 추천글)

2. 화장실 벽에 쓴 낙서 (줄리아 월튼, 310) / 2학년 이상
  지난해부터 양철북 출판사에서 청소년 문학 책을 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아버지를 칼로 찌른 소녀 이야기, 두 번째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은 기차 역에서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소년 이야기,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조현병을 앓는 소년 이야기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 처음 두 책은 스페인에서 인정받았고, 화장실 벽에 쓴 낙서는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소설로 선정되었다.
  조현병 환자가 큰 사고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가끔 들린다. 조용히 지내는 환자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가 모두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 애덤은 조현병 환자다. 환상을 보고 환청을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않지만, 이상행동을 해서 놀라게 한다. 그래서 상담하며 임상 시험약을 먹는다.
  책은 상담 과정을 기록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조현병을 앓는 애덤이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청소년들의 관계를 다룬다. 친구 관계, 이성 교재, 부모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현병의 특징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외에는 '괜찮은 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봐도 된다. 애덤이 자신의 병에 대해 고민하며, 조현병 때문에 친구 관계를 의식해야 하는 과정이 드러나서 더 흥미롭다. 전개 방식과 문체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담담하게 표현하되, 문장이 짧아서 좋다.

  양철북 청소년 문학은 우리나라에서 잘 다루지 않은 주제를 다룬다. 아빠를 칼로 찌른 딸, 조현병을 앓는 아들,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이야기로는 책이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참 좋은 책이다. 진지하게 토론하면 좋을 책이다.

1. 콱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 (로이 클레멘츠, 223) / 기독교
  23년 전, 처음 읽을 때 깜짝 놀랐고, 지금 다시 읽어도 놀랍다 예수님의 비유를 눈에 보이듯 설명했다. 내가 묵상하는 방식과 비슷하면서도 더 깊이 비유를 풀어냈기 때문에 내용이 쏙쏙 들어왔다.
  또 하나 놀랐던 건, 이 책이 절판됐다는 사실이다. 중고 가격이 1000! 우리나라 독자에게 성서 내용 자체를 설명하는 책은 인기가 없다. 더 가볍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떠먹여줘야 읽는다. 잘 될 거라느니, 돈 많이 벌 거라느니 해줘야 읽는다. 안타깝다. <왕의 재정>가 절판되고 <정곡을 콱 찌르는 이야기>가 많이 팔렸다면 교회가 욕을 덜 먹었을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하나님의 적극적인 하라명령을 소극적인 하지 말라명령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령이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금지 명령으로 바뀌어 버렸다. 단순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되는 수동적인 의가 훨씬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지도 않았고, 누구를 죽이거나 욕하지도 않았으므로, 자기는 이웃을 사랑하는 데 성공했다며 스스로 자위한다. 분명 이러한 태도는 예수님의 이야기에 나오는 제사장이나 레위인과 같은 태도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보고 그저 피해 지나가 버린 두 성직자는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를 족히 수십 가지는 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율법사처럼, 그들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 가책 없이 부상당한 사람을 그래도 내버려두고 떠날 수 있었던 가장 주된 이유는-사랑하라는 율법에 대한 그들 자신의 해석에 따르면 그들이 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무언가를 꼭 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는 데 있었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의무란 그저 다른 사람에게 해만 끼치지 않고 살면 된다는 소극적인 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 그는 부자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예수님의 이야기에는 그가 어떤 친구들을 사귀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혹은 무슨 나쁜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언급도 없다. 단지 부자였다는 것이 그에 관한 전부였다. 여기에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인생이 요약되어 버리는 것이 참 비극이라는 암시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