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뜰안애 2020. 12. 19. 09:44

#아이_글의_저작권을_인정해_주세요.
#자녀나_학생에게_읽어줘도_되지만_딱_거기까지만!!!

이틀 전에 소개한 방과후 글쓰기 반에서 만난 글이다.
설명하는 글을 쓰자고 말하며, 몇 가지 예를 들었다. 그리고 쓰라고 했다. 난 가끔 격려하기만 했다.
12월 7일에 쓰다가 멈추었고, 14일에 마무리했다. (방과후 수업-월요일)
(나는 띄어쓰기만 고쳤다.)

-------------동생 사용 설명서
6학년

안녕하세요. 전국의 남매, 자매가 있어서 불행하신 분들. 동생을 부려먹고 싶은데 말을 듣지 않는다고요? 괜찮아요! 오늘 제가 알려드릴 방법은 동생 녀석들을 아주 쉽게 부려먹을 수 있는 방법이에요. 모든 동생들한테 이 방법이 먹히죠. 다만 초딩이고 사춘기가 오지 않은 동생들에게만 써먹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지만요.

동생 사용설명서 첫 번째, 약간의 거짓말을 더하세요. 예를 들어
“야! 김동생! 물 좀 떠와! 떠오면 내가 00하고 △△ 해줄게.” 이런 식으로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해줄게!’는 나에게 손해가 없을 만한 것, 00은 엄청난 무언가를 해줄 거라고 하세요. 손해 같다고요? 괜찮아요. 어차피 들어주지 않을 것이니까요. 동생을 더 골려주려면 △△도 주지 마세요. 단점! 엄마나 아빠한테 이를 수 있습니다.

동생 사용설명서 두 번째, 약점을 잡으세요. 동생이 뭘 잘못했다구요? 이르지 말고 증거를 잡으세요. 이 방법이 첫 번째 방법보다 좋아요. 증거를 잡아놓고 “너, 이것 안 해주면 엄마한테 말할 거임!” 이러면서 계속 부려 먹어요. 계속 부려 먹다가 슬슬 말을 안 들을 때쯤 일러바쳐 버리는 거죠. 사소한 잘못도 넘어가지 마세요. 더 크게, 더 거대하게 부풀려서
“넌 엄마한테 100% 혼날 거다!” 이런 식으로 압박을 주면 되니까요. 단점! 유통기한 있음. 3년 6개월 전에 약점 잡아놨는데 깜빡하고 부려 먹지 못함.

세 번째, 월급을 주세요. 네? 아직 학생이라 돈이 없다구요? 괜찮아요. 월급은 돈뿐만이 아니니까요. 동생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게임 아이템을 동생에게 주세요. 네? 너무 손해라구요? 더 많이 부려먹고 더 어려운 심부름을 시키면 되죠. 어느샌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 너 게임 아이템 다시 돌려줘!” 라고 하면
“안돼!” 라며 더 열심히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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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전에 담임으로 만났다.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아이다.
아이가 한 번 폭발하면 엄마도 무서워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고 했다.
화풀이하러 산에 데려가면 바락바락 소리 지르며 욕하던 아이다.
악을 써가며 소리 지르고 욕해서 친구들이 ‘허걱!’ 하게 만든 아이!

글은 마음을 털어놓게 만든다. 글을 쓰면서 아이가 화를 풀었다.
이젠 크게 화낼 일이 없다고 한다. 동생 머리 꼭대기에 앉아 부려 먹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이에게 “동생한테 잘해줘야지!”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했다.

동생이 우리반이다. 명랑 쾌활하고 마음을 그대로 내보이는 아이다.
“언니가 괴롭히지?” 하면 “때려주면 돼요!” 하는 아이다. 언니보다 힘이 세서 위축되지 않는다.
언니는 이런 동생을 이기려고 머리를 쓴다. 그게 이 설명문이다.

막내 동생(2학년 남자아이) 글도 보고 싶은데, 우리 반이 아니다.
남매, 자매 관계가 참 오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