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을 읽고, 세바시 이슬아 편을 봤다.
뛰어나고, 창의성이 넘치고, 성실하고, 글을 쓰는 마음을 잘 안다.
무엇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이어서 좋았다.
이슬아 작가가 소개하는 아이 글이 좋다. 참 잘 썼다.
그래도 난 내가 만난 아이들 글이 더 좋다.
‘누가 더 잘 썼느냐, 어떤 글이 더 좋은가?’ 라고 묻는 건 천박한 질문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 글을 더 좋아하는 까닭은, 내가 아이를 알기 때문이다.
내 글쓰기는 이슬아 작가의 글쓰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슬아 작가는 자기가 이렇게 유명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명해지는 건 실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이슬아 작가가 실력이 없다는 뜻도 아니다. 맥락을 읽으시라.)
이곳저곳 구석구석에 조용히 자기 일을 하는 실력자가 참 많다.
방송은 그들 중 일부에게 그들 모두의 영광을 돌린다.
그 영광 모두가 자기 거라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은 엉터리가 된다.
오늘 당근을 뽑았다.
마트에 파는 크기의 당근은 거의 없다. 당근 소인국이다.
주황 당근은 작고, 자주 당근은 이상하게 생겼고, 노랑 당근은 ~ 하~~
풀 썩혀서 만든 거름만 줘서 그런가? 비가 안 와서 그런가?
비료를 줘야 했나? 초보 농사꾼이라 그런가?
소인국 당근을 거저 준다 해도, 귀찮아서 집에 가져가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기른 당근, 오가며 살피고 들여다본 당근은 소인국 당근도 예뻐 보인다.
아이가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글이 곧 아이다.
이슬아 작가가 가르친 아이가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이슬아 작가가 아이를 아끼지 않는다면 이렇게 소개하지 않는다.
아이가 글을 잘 쓰게 하려면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에게 기대하고, 성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기다리면 글이 나온다.
2020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