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수업 사례

'살아있는 책'을 만나는 미션 책 놀이 수업

책뜰안애 2020. 9. 6. 19:35

2015년부터 수원의 사립학교(이하 도시학교)와 독서캠프를 같이 했다. 도시 학교 아이들이 삼척에 와서 12일 동안 독서 캠프에 참여했다. 물놀이, 요리하기 같은 활동은 하지 않았다. 대상도서를 정하고 첫 날 9시까지 내용을 알아보는 활동을 했다. 둘째 날에는 토론하고 글을 썼다. 몇 년 동안 비슷하게 캠프를 운영했다.

미로초등학교에서 독서 캠프를 계획하며 도시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를 듣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가까이 살지만 그분들의 삶은 잘 모른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보기 어려운 시골에서 아이들이 찾아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하실 것 같았다. 그래서 독서 캠프 둘째 날에 미션 책 놀이를 했다. 미션 책 놀이는 주어진 미션을 순서대로 실행하는 수업이다.

41모둠이 아래의 미션을 차례대로 실행했다. 미션 1~5까지 내용을 A5에 컬러로 인쇄했다. 미션 1을 성공하면 미션 2를 보여주었다. 이전에 했던 미션 책 놀이는 빠른 시간에 먼저 끝내기로 활동했지만 이번 미션은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라는 뜻이었다.

미션 1.

학교 주위 밭에서

곡식 사진을 찍고,

도서관에 와서

그 곡식이 나오는 책을 찾아온다.

미션 2. 보물 지도를 학교 옆 냇가에 감춰놓았다. 한 모둠에 하나씩 찾고, 아래 3가지 중에 하나를 실행하고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1) 물수제비 다섯 번 이상 성공하는 영상 찍기
2) 돌을 12개 이상 쌓은 돌탑 사진 찍기
3) 길게 자란 풀을 뜯어 두 사람이 긴줄넘기 돌리고 한 사람이 두 번 또는 두 사람이 함께 한 번 뛰어넘는 영상 찍기

미션 3. 미션 2에서 찾은 보물 지도에는 책 표지 사진과 숫자 7개를 써놓았다. 12314, 35121, 45619, 78210, 90107, 121712, 561314 숫자를 아래처럼 해석하면 웃는 얼굴로 박수가 된다. 진행자에게 웃는 얼굴로 박수를 치면 미션 성공이다.
12314 : 123번째 줄 14번째 글씨
35121 : 3512번째 줄 첫 번째 글씨
45619 : 456번째 줄 19번째 글씨 -
78210 : 782번째 줄 10번째 글씨 -
90107 : 9010번째 줄 7번째 글씨 -
121712 : 1217번째 줄 12번째 글씨 (121712번째 가능)
561314 : 5613번째 줄 14번째 글씨
1) 천국의 이야기꾼 권정생 : 79315, 19163, 159521, 24103, 210161, 31514, 61133
2) 루이 브라이 ~ 10) 우리 겨레 수학 이야기

미션 4. 앞서 사용한 책을 갖다 놓고 동네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읽어드릴 그림책을 한 권 찾고, 그분들에게 여쭤보고 싶은 질문 두 개를 정해라. 질문을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간다. 책을 읽어드리고, 준비한 질문에 대답을 듣고, 소감을 여쭤본다.
1) 초등학교 다닐 때 이야기를 하나 해주세요.
2)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기쁠 때가 언제였는지 알려주세요.
3)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알려주세요.
4) 질문 만들기
5) 질문 만들기

미션 5.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들은 내용을 소개하고 글을 써보자.
미션 책 놀이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미션 1 학교 주위에 어떤 곡식이 자라는지 미리 확인한다. 독서캠프를 한 7월에는 콩, 옥수수, , 참깨, 들깨, 당근, 고구마, 호박 등이 자란다.
미션 3 도서관에 있는 책을 열 권 고른다. <웃는 얼굴로 박수>처럼 일곱 글자로 된 명령을 정한다. 고른 책 한 권에서 ’, ‘’, ‘’, ‘’, ‘’, ‘’, ‘를 찾아 번호로 표시한다.
미션 2 미션 3의 책 표지를 인쇄(A5 크기)하고 위쪽에 숫자(미션 3에서 찾은 숫자)를 쓴다.
미션 4 질문지를 준비한다. 1~3번 질문은 미리 인쇄하고, 4~5번은 아이들이 질문을 정해서 쓰게 한다. 아이들이 만든 질문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대답할 만한 내용인지 교사가 확인해야 한다. 질문을 확인하면 아이들을 마을로 보낸다. 미로 지역은 인심이 좋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찾아간다고 알리지 않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래도 미리 알려드리고 가면 좋다.

4명씩 9개 모둠이 준비한 책과 질문을 가지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갔다. 몇 분은 미리 연락을 드렸지만 덜컥 찾아가 만난 분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보릿고개 넘기느라, 멀리 나무하러 가느라, 일본군에게 쫓기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일만 하느라 한글을 읽지 못하는 친구들이 할머니가 되도록 눈치껏 살아온 이야기, 지금도 일본말을 안다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친구와 놀고, 수학경시대회 나가고, 노래 배우며 즐거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해주셨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이였을 때가 있구나 느낀 시간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이야기 들은 시간이 좋은 책을 읽는 것보다 더 마음에 남는다.

000(미로초 4학년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첫 번째 질문으로 초등학교 다닐 때 무얼 하셨느냐고 질문했다. 초등학교 다니고 싶은데 집안일이 너무 많아 다 하고서야 학교에 갈 수 있으셨다고 한다. 그거 하나 질문했을 뿐인데 할머니 눈이 촉촉해지셨다.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나셨나 보다. 다음 질문에도 목소리가 많이 떨리셨는데 눈도 더 축축해지셨다. 애경슈퍼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 할머니가 기억이 난다. 할머니는 내가 1학년 때 돌아가셨다. 그때 할머니한테 많이 물어봐드릴 걸 그랬나 보다. 어제도 오늘도 난 왜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일까? 오늘은 우리 할머니가 많이 생각난 하루였다.

  도서관에 돌아와서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했다. 친할아버지가 씨름을 잘해서 상을 탔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할머니가 간호사였다니 하며 놀란다. 무뚝뚝하던 할아버지가 칭찬 듣고 기뻐하는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알았고, 밭에서 일만 하는 할머니가 꿈을 꾸던 소녀였음을 알았다. 나도 한 모둠의 안전지키미로 따라갔는데 할머니 이야기 듣다가 슬퍼서 눈물이 났다. 오래 기억에 남는 수업이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놀이>에 나온 내용을 편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