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아동

여자아이, 남자아이 이해하기 (좋은교사 2020-7월호)

책뜰안애 2020. 8. 10. 21:41

《짝짝이 양말》, 황지영
《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은재

동화책은 단순한 내용이 많습니다. 동화책을 어느 정도 읽은 사람에겐 뒷부분이 예상됩니다. 예상이 맞을 때가 많습니다. 예상한 내용이 나오면 재미가 덜합니다. 그런데 짝짝이 양말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의 문장력도 좋네요. 글을 잘 쓴 작가 덕분에 감정이 끓어올라 아이고, 그냥 확!”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용이 새롭고, 책에 빨려들어 감정이 일렁이는데, 대사마저 색다릅니다. 이야기에 쏙 빠져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벌써 마지막 장입니다. 책이 이끌어가는 방향도 좋네요. 확 폭발하는 게 아니라 회복하고 치유하는 방향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
사람도 책과 같습니다. 읽기 쉬운 책이 있고 어려운 책이 있습니다. 사람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말이 없거나 남다르게 행동하면 어떤 사람인지 알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사람은 관계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똑같은 사람이 누구에겐 쉬운 책이고, 누구에겐 어렵습니다.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단순하긴 하지만 아이를 읽어내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달랠지 알아내면 관계 맺기가 쉬워집니다.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이 되면 아이를 대하기 편합니다. 저는 남학생이 편했습니다. 왜 그러는지, 어떻게 하면 마음을 가라앉힐지 보였습니다. 제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겠죠. 반면, 여학생은 어려웠습니다. 4학년까지는 이해하기 쉬웠는데 5학년이 되면 어려워집니다. 사춘기 여학생은 해석하기 어려운 암호문처럼 느껴집니다. 여교사들은 남학생을 대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꽤 들었습니다. 대신 여학생은 대하기 편하다고 합니다. 여교사들이 여학생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겠지요.

남교사인 제게는 남자아이가 편했지만 남자아이 마음을 잘 알고, 올바로 대하지는 못했습니다. 여교사도 여자아이와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깁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합니다. 난 밥 먹다가도 화가 난다는 남자아이를 이해하는 데 좋습니다. 여자아이를 이해하는 데는 짝짝이 양말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가 좋습니다.

짝짝이 양말, 내 짝은 어디에 있을까?
책을 읽은 여교사가 SNS에 이렇게 썼습니다.
사춘기 소녀들이 관계에서 겪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결을 너무나 잘 살린다. 읽으면서 팔에 소름이 돋았다. 여자아이들 사이에 오가는 질투, 동경, 소외의 순간을 이리도 생생하게 포착하다니! 뿐만 아니라 결말 또한 맞춤하다. 너무 이상적이지 않게, 아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록 이끈다.

읽으면서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었고, 마음 한 켠이 찌릿하며 아파 왔다. 이 책을 미리 읽었다면 그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눴을 텐데. 아이들은 책에서 자신을 닮은 아이를 만나 실컷 울고 조금은 후련해질 수 있었을 텐데.

저도 SNS짝짝이 양말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짝짝이 양말은 정말 최고다. 5~6학년 여자 친구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고학년 여자아이들은 단짝이 없으면 너무 불행하고, 단짝을 잃을까 불안해한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홀수가 되면 아이들 사이에는 불안하고 날카로운 기류가 흐른다. 어른이 잘못 끼어들면 엄청난 혼돈으로 빠져드는, 예민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이 책은 여자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칼날 위에 서 있는 듯 위태로운 순간을 이야기에 잘 담았다. 단짝에 집착하는 행동의 이면을 짚어주고,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품고 진정한 나로 성장하는 길도 잘 보여준다.

짝짝이 양말을 읽고, 작가의 다른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여학생들의 갈등을 다룬 책 중에 갈등을 이렇게 잘 풀어가는 책이 드뭅니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라는 점을 관계 회복의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5~6학년 아이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해보고 싶은 책입니다. 남자아이들은 답답해하겠지만 여자아이들은 이야기에 빠져들 겁니다. 몇몇은 새로운 실마리를 찾기도 할 거예요.

설탕으로 만들면 부서진다.
설탕을 녹여 달고나를 만들어봤지요? 설탕이 녹아 말랑말랑해지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딱딱하게 굳어도 녹이기만 하면 다른 모양을 만들지요.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지는 게 재미있어요.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만들면 어떨까요?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고,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이로 만드는 거예요. 엄마는 결혼 십 년 만에 태어난 기적(주인공 이름)이를 자기 마음대로 해요. 엄마가 부모님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랐는데, 이를 아들에게 보상받으려 하죠. 기적이는 엄마를 기쁘게 하는 설탕 과자가 될까요?

제목이 색다릅니다.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요? 그럼 엄마 뜻대로 되지 않는 내용이네요. 설탕으로 만들면 쉽게 부서집니다. 부모의 기대가 클수록 자녀는 힘듭니다. 견디기 어려워지면 부모를 피하거나 속이지요. 그럼 부모와 자녀 사이가 멀어지고 관계가 어긋납니다. 아이 마음을 살피지 않고 부모의 욕심을 내세우면, 사랑에서 나온 행동이라 해도 폭력이에요. 폭력으로는 아이를 올바로 기르지 못합니다.

기적이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엄마가 시키는 게 싫습니다. 학원 가는 시간,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통제하면 견디기 어렵지요. 더구나 6학년은 마음에서 괴물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때입니다. 이 괴물이 선생님께 대들 용기, 엄마에게 덤빌 용기를 깨웁니다. 지금까지는 엄마가 원하는 모양으로 설탕 과자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아들이 딱딱하게 변하면 어떻게 될까요? 쉽게 부서질까요, 아니면 엄마와 선생님을 부숴버릴까요?

20대 교사일 때 저는 아이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30대가 되었을 때 아이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아이들은 쉬웠는데 여자아이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딸을 기르면서 알게 됐지요. 제가 여자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요. 잘 몰라서 준 상처가 많습니다. 그때 짝짝이 양말이나 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가 있었다면 실수를 덜 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때는 이런 책이 없었거든요. 남자아이, 여자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