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글/내가 만난 아이 글

우리 집, 진짜 없는 게 없다.

책뜰안애 2020. 7. 26. 19:24

4학년 때 우리 반, 글을 가르쳤는데 쏙쏙 받아들였다. 
5학년 때는 다른 선생님이 가르쳤다.
방과후에 글쓰기 반에 아이가 나왔다.
아이 글을 계속 봐서 참 좋았다.

어느날 써온 글, 2019 농어촌청소년 문예제전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인 이경자 소설가(2019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가 아이 글에 반해 나한테 연락했다.
그분 마음이 내 마음이다.

변다인 (미로초 5학년)

오늘 왜 이 일기를 쓰냐 하면 알단 시작부터 말해야겠다. 처음에 마당에서 물총 싸움한 걸 쓰려고 했다. 아주 과격한 물총 싸움을. 솔직히 물총 싸움이 아니라 그냥 물총 통에 물 받아서 통째로 뿌리는 싸움이었다. 그러다가 유준이가 춥다면서 먼저 들어가고, 나랑 송인이랑 같이 놀다가 들어가려는데, 우리 집 계단 구석에 커~다란 뱀이 뙇! 있어서 집 청소하는 엄마를 크게 부르고 뱀이 있다고 소리를 꽥꽥 질렀다.
"엄마! !!! !!! ! ! ! !!!!“

하고 소리를 엄청 질렀다. 그랬더니 엄마가 빗자루를 들고, "어디!?" 라고 했다. 내가 더 잘 잡는 아빠를 안 부른 이유가 아빠는 일하고 있어서 집에 아직 안 들어왔다. 그래서 엄마를 그렇게 불렀다. 엄마가 빗자루를 들고 와서 뱀 머리를 막 때렸다. 막 머리에 피가 막 나는데도 꿈틀거리고…… , 진짜 더럽게 안 죽네. 내가 계속
"엄마! , 더 때려!! ! ! 더 때려!!“

막 이랬다. , 진짜 머리에 피 많이 났는데. 진짜 더럽게 안 죽네. 그러다가 뱀이 엄마한테 공격 자세를 취했다. 엄마가 그냥 무시하고 머리 엄청 때렸는데 뱀은 안 죽고, 꿈틀거리기만 하고……

집에 들어갔다. 엄마가 하는 말이
"뱀 때문에 놀란 게 아니라, 다인이 너 때문에 놀랐어!“ 그랬더니 동생이
"맞아. 언니, 언니보다 뱀이 더 놀랐겠다.“
아 놔 진짜. “00~ 언니가 구석에 있던 뱀 발견 안 했으면 너 물렸을지도 몰라~”

하하하! 엄마가 아빠 오면, 깜짝 놀랄 거라고 했다. 엄마가 뱀만 잡고, 안 치워놔서 아빠가 깜짝 놀랄 만도 하다. 그리고 예상은 맞았다. 아빠가 한 두 시간 뒤에 들어와서 엄마가 뱀을 잡았다고 하니 아빠가 놀라서
"어디! 저거 뭐야!“
라고 했다. 엄마가 아직 더 죽여야 한다고, 아직 살아 있다고 해서 아빠가 쇠막대기를 들고 와서 머리를 때렸다. 아빠가 쇠막대기로 뱀을 들어서 버리러 가는데, 엄청 맞았는데 뱀은 아직 안 죽었나 보다. 뱀 버리러 가다가 때리는 소리가 났다. 진짜 안 죽네. 하긴, 두시간 동안 꿈틀거린 녀석이…… 아빠가 독사는 아니고 밀뱀이라고 했다. 엄청 큰 녀석이~ 아무튼 이렇게 뱀 사건이 지나갔다. 아빠한테 어디다 버렸냐고 물어봤는데 도랑에 흘려보냈다고 한다.

진짜 내가 설마설마 했던 일이 알아났다. 우리 집 근처에도 뱀이 많다. 유준이는 자전거 타다가 꽃뱀을 보고. 어렸을 댄 물뱀이 도랑에서 짝짓기하는 모습도 봤다. 그땐 뱀이 별로 안 무서웠는데, 오늘 뱀의 생명력이 아주…… 어렸을 땐 귀엽고 신기했는데 지금은~ 그래서 난, 오늘부터 뱀을 무서워하기로 했다!

정말로 우리 집은 없는 게 없다. 처음에는 벌레가 나오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도 나오고, 심지어 독벌레 같은 거도 나왔다. 개구리도 나오고, 길고양이도 우리 집에 많이 오고, 심지어 고양이가 우리 집 축사에 새끼를 낳았다. 그 새끼 고양이가 우리 집 창고에 똥 싸고, 돌아다니고…… , 이제 하다하다 뱀까지 나왔다. 뱀은 또 얼마나 큰지. 진짜……

그런데 정말로 나보다 뱀이 더 놀랐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