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뜰안애 2020. 6. 14. 21:03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 다른 사람은 아니지만 동생에게 거짓말을 할 때는 안 찔린다. 다른사람에게 거짓말을 할 때는 들킬까봐 조마조마한데 동생에게 거짓말을 할 때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못 느낀다. 너무 가까이 지내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지 않는다.”

거짓말 학교를 읽고 전**(정라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쓴 글 첫머리입니다. 예진이는 밝고 활기차며 사랑스럽습니다. 거짓말도 잘 할 줄 모르고 사랑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동생에게 거짓말할 때는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답니다. 동생에게 해꼬지를 하거나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속이는 거짓말이 아니어서 이런 생각이 들겠죠. 긴장하며 만나야 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우리는 거짓말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시험 문제에서 모두 같은 답을 합니다. ‘거짓말은 나쁘다. 하지 말아야 한다그렇지만 살아가면서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요. 저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을 가르치면서 끝없는 거짓말과 싸우고 있습니다. ‘내가 아니에요. 쟤가 먼저 때렸어요.’, ‘전 안 뛰었어요.’, ‘얘가 먼저 모래 뿌렸거든요.’……

거짓말했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나는 무조건 옳다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윤구병 선생님은 아이들이 두려움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려움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저절로 거짓말을 합니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타고난 본성이 거짓말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의 거짓말은 예진이가 동생에게 하는 것과는 종류가 다릅니다. 악의를 갖고, 자기 잘못을 감추며, 친구가 어떻게 되든 자기만 피해가려고 합니다.

거짓말 학교아예 대놓고 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거짓말 학교에서는 양심의 가책 없이 거짓말을 잘 하면 우등생입니다. 거짓말 학교 교장 선생님은 거짓말을 할 때 생기는 양심의 가책이 억압된 마음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성공하고 높아지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거짓말 헌장을 낭독하고 자유롭게 거짓말하는 학생을 길러내려 합니다. “~ 거짓말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여 창조적인 거짓말을 개척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우리의 거짓말로 나라가 발전하며~” 거짓말 헌장을 날마다 외우며 거짓말을 배우는 곳, 기가 막힌 학교입니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이 필요하냐 물으니 100%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회 생활을 잘 하려면 거짓말 없이는 안 된다고 합니다. 못 생긴 사람에게 정직하게 못 생겼다고 할 수는 없다네요. 이런 것까지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거짓말 학교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합니다. 무뎌지고 만성이 되어버린 거짓말 습관을 무대에 세워놓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묻습니다.

독서모임 첫 시간에 내용을 파악하며 하얀 거짓말게임을 했습니다. 하얀 거짓말 게임은 협동학습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자신이 겪은 일을 문장으로 만들어 자신을 소개하는데 네 문장은 참말, 한 문장은 거짓말로 만듭니다. 듣는 사람은 어떤 문장이 거짓말인지 찾아야 합니다. 친구를 잘 알지 못하면 찾을 수 없습니다. 식상한 자기소개가 흥미진진한 거짓말 찾기 게임으로 변합니다. 이걸 하면서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을 많이 알았습니다. 아이들보다 경험을 훨씬 많이 한 제가 보기에도 대단하다 할만한 경험을 한 아이도 여럿 있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토론을 했습니다. 주인공인 인애와 나영이는 거짓말 학교 학생답게 이익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고 서서히 우정이 자랍니다. 우정이 깨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둘은 서로 싸웁니다. 서로 의심하고, 의심을 떨쳐내려고 또 발버둥을 칩니다. 비난하고 싸우고 울고 그러면서도 또 친구 방을 찾아갑니다. 이 부분을 말하면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책에 나오는 두 친구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친구가 된다. 이기적인 목적으로 다가갔다면 갈등이 생길 때 친구를 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왜 울면서 옆방에 자꾸 찾아가 귀찮게 하는 걸까?”

서로 이기기 위해 만난 사이라고 해도 힘겹고 어려운 일을 함께 겪으면 친구가 됩니다. 나영이와 인애는 함께 시간을 보냈고 어려움을 헤쳐 나갔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불편한 과거의 아픔을 서로에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물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이런 친구가 있습니까?” **이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 책의 인애와 나영이는 교장선생님이 스파이를 찾아오라는 쪽지를 받고 서로를 의심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서로가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밤에 서로의 방을 찾아간다. 나도 인애와 나영이처럼 계속 ○○이의 방을 찾아가서 되묻고 되물었을 것이다. 만약 ○○이가 나에 대하여 오해를 했으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 나처럼 계속 찾아왔을지 아니면 확 잘라 버렸을지 말이다. 아마 ○○이는 나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한다고 나는 믿고 있기 때문에 나처럼 찾아왔을 것 같다.

예전에 따돌리고 놀았다는 오해를 서로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속의 비밀까지 털어 놓을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비록 오해가 생기더라도 차근차근 풀 수 있었다. 요즘 사람들은 돈을 꿔주는 것이 우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무엇이든지 함께 해 주는 것을 우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정은 지금의 ○○이와 나처럼 서로의 고민을 털어 놓고 해결해 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 우정인 것 같다.”

우리는 글을 쓴 뒤에 꼭 글고치기를 합니다. 예진이 글을 읽고 서로 질문할 때 친구 사이에 있던 오해를 자세하게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말에 울기만 합니다. “그걸 쓰려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쓸 수가 없는 거구나!” 했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예진이가 겪었던 오해 사건에도 거짓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거짓말은 친구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상처를 내고 믿음을 단번에 무너뜨립니다. 유명한 사람이나 공직에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경우, 그동안 쌓은 것을 한번에 잃는 걸 보면 정직이 얼마나 좋은지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날마다 거짓말을 합니다. 우리나라 재판의 절반 이상이 거짓말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형사재판이건 민사재판이건 거짓말이 얽히지 않은 재판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상합니다. 거짓말이 나쁜 줄 알지만 거짓말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실제로 날마다 거짓말을 합니다.

제대로 겪어보지 않고 활자화된 규범으로만 지나치게 들은 건 아닐까요? 그래서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분리된 건 아닐까요? ‘거짓말 학교는 거짓말을 장려하는 학교를 만들어 놓고 어때? 거짓말 제대로 해볼래? 어떻게 되는지?’ 하고 묻습니다. 아이들은 솔직히 거짓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거짓말로 눈앞의 이익을 찾기보다는 신뢰를 쌓은 친구와의 우정, 거짓에 속지 않는 분별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예진이에게는 글을 쓰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이가 어떻게 글을 고쳐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