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박주정, 334쪽) / 수기
『곁에서』를 읽고 어떤 분이 위인전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위인전 같다고? 나는 그 일을 그냥 겪었다. 그런 일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고생하는 길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 박주정 선생님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가정에 원인이 있으니 그걸 알아내서 도와주자고……
박주정 선생님은 정말 위인전 같은 삶을 살았다. 밤이고 낮이고, 가정이 없는 사람처럼 학생들을 돌봤다. ‘이제 그만’이 없었다. ‘힘들다. 쉬고 싶다.’ 하는 마음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기만 한 게 아니다. 학교를 떠난 학생을 도와주려고 새로운 학교를 만들었다.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분이 간 길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다. 정말 위인전 읽는 느낌이었다.
학교가 점점 사무적으로 바뀐다.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에게 장난을 치면 생각지도 못한 일로 힘들어질 수 있다. 동료 교사를 도와주거나 도움을 받는 일도 줄어들었다. 우리 반 아이가 아니라고,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굳이 이걸 해야 하느냐고…… 이런 말이 많아졌다. 우리 반이건 아니건 아이를 돕고 가르쳐야 하지 않나? 내 일이 아니라고 해도 해야 할 때가 있지 않나? 업무를 최소한으로 하는 게 교사로 살아가는 기준은 아니지 않나?
나는 아이와 장난을 친다. 그래도 부모가 뭐라 하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며 잘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는 걸 안다. 신뢰가 있다. 나는 2학년을 돕는다. 4학년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교사에게 컴퓨터를 봐달라고 한다. 2년 동안 업무를 도와주었던 총각 선생이다. 교사들 사이에도 신뢰가 있다. 우리는 모두 아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사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박주정 선생님 같은 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은 내가 받은 상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쳤다고, 나이가 들어서 힘들다고 늘어지는 중인데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진짜 스승을 만났다. 꼭 읽어보시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