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2024년 7~12월에 읽은 책

책뜰안애 2024. 12. 31. 19:17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분들이 쓴 책을 좋아했다
한두 사람 때문에 죽고, 울고, 괴로워한 분들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웠다.
이제 그런 책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2024년은 그런 책을 다시 읽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었다.

올해 17749819쪽을 읽었다(5년 동안 964259679쪽 읽었다.)
이 글을 기다리는 분이 있어 의무라 생각하며 올린다.

12월에 읽은 책 13권 5372쪽 (전체 177권 49819쪽)

177. 성경 (1771)
1년에 한 번씩 읽는다.

176. 백치 2(도스토예프스키, 554
  2권을 읽으니 1권이 이해가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한참 읽어야 이해가 된다. 에릭 호퍼는 1권을 칭찬했는데 나는 2권이 더 좋다. 주인공인 므이쉬킨 공작은 백치처럼 착하다. 나이, 신분, 성별, 학식, 말솜씨…… 상관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나라면 적당히 듣다가 빠지거나, 모임에 가지 않거나, 어떤 사람은 멀리할 텐데 그러지 않는다. 계속 듣고, 찾아가고, 대화를 나눈다. (,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일하지 않는다. 다들 모여서 먹고 마시고 떠든다. 일하는 사람은 대화에 끼지 않는다. 귀족들의 삶이라서 그런가?) 쓸데 없는 대화도 꽤 많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진짜 아름다운 인간을 묘사하는 게 책을 쓴 주된 의도라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인간과 기준이 다르다.

175. 랑랑별 때때롱 (권정생, 196) / 3학년 이상
  권정생 선생님이 쓴 마지막 동화다. 참 좋아하는 책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과 광성드림 아이들이 함께 독서 캠프하면서 이 책을 나눈다. 기대가 된다.

174.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430) / 중학생 이상
  『코스모스에 이어서 읽었다. 세이건이 우주와 지구를 사랑한 마음이 느껴진다. 과학책을 이렇게 잘 쓰기 어렵다. 인문학으로 학문을 시작해서 문장을 잘 쓴다. 처음에는 속도가 잘 나지 않았는데 1/3정도 읽으니 속도가 붙었다. 재미있었다. 다만 우주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자원을 우주 탐구와 개발에 쏟기를 바라는 점이 무리로 다가왔다. 우주에 온 마음을 쏟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그것만 바라보는 것 같아 자기 생각에 매몰되어 보였다.

173. 그대는 한 송이 꽃 (김기석, 317) / 기독교
  대화 형식으로 쓴 글 12(200쪽 가량)과 편지로 쓴 글 11(90쪽 가량)을 모았다. 목사님이 앞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한 편씩 천천히 읽었다. 김기석 목사님 특유의 인문학 내용이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일부 교단에서 목사님을 진보측 인사로 비판한다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보수주의자들이 싫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참 좋았다. 목사님 생각에 동의한다.

피에르 신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구분은 신자비신자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구분은 홀로 족한 자공감하는 자사이에, 타인들의 고통 앞에서 등을 돌리는 자와 그 고통을 함께 나누기를 받아들이는 자 사이에 있다. 어떤 신자들은 홀로 족한 자들이며 어떤 비신자들은 공감하는 자들이다.
갑자기 떨어져서 죽어가는 나비를 개미가 끌고 가는 장면 / “그렇게도 생명이 가대요~”

172. 시시 (송대선, 151) / 기독교
  대림절을 기다리며 하루에 하나씩 읽는 글모음이다. 송대선 목사님이 대림절과 부활절을 기다리며 읽는 글을 책으로 내시고, 늘 한 권씩 보내주신다. 천천히 읽었다.

171. 백치 1 (도스토예프스키, 580) / 고전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아직 잘 모르겠다. 깔끔하게 끊어갈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늘어놓는지 모르겠다. ‘뭐가 있을 거야!’ 하며 계속 읽는다. 2권에는 정말 뭐가 있으면 좋겠다.

170. 경이라는 세계(이종태, 179) / 기독교 문학 해설
  어떤 종류로 책을 구분해야 할지 어렵다. 처음 읽었을 때는 별로였는데 다시 읽으니 괜찮다. 글의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나니아 연대기를 중심으로 탈주술화 관점에서 경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전해진다. 하루 한두 장씩 천천히 읽어서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다. 코스모스를 읽고 경이를 주제로 삼았는데 이 책이 생각나서 다시 읽었다. 칼 세이건이 과학자의 마음으로 우주를 경이롭게 본 책이 코스모스이다. 경이라는 세계는 과학자가 보지 못하는 기독교인, 동화를 좋아하는 독자, 철학자가 경이를 말하는 책이다.

169. 사자와 마녀와 옷장 (C. S. 루이스, 나니아, 223)
  3학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애들이 좋아한다. 읽어주고 영화도 봤다. 애들이 읽어주는 날, 영화 보는 날을 기다렸다. 행복한 추억이었다.

168. 복음과 상황 12월호 (169)
  다달이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167.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232)
  쇼펜하우어가 유행이라고 해서 읽었다. ~ 좋은 내용이긴 한데 그냥 좋은 내용이다. 대부분 동의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이걸 몰라서 불행하고 슬픈 삶을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 제목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아니라 <쇼펜하우어 문장으로 살기> 정도 아닐까? 꽤 괜찮은 내용이 많고, 당연한 내용도 있고, 나쁜 내용은 거의 없다. 그래도 200쇄나 팔리다니 역시 베스트셀러는 그냥 많이 팔린 책이다.

166. 짱구네 고추밭 소동 (권정생, 186) / 4학년 이상
  "동화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어린이들이 즐겨 읽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나 거짓말을 써서는 안 되지요."
  권정생 선생님이 겪은 일들을 거짓 없이 동화로 쓰셨다. 50년 전, 그보다 더 예전에 있었던 일이라 시대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도 아이들이 읽으면 따뜻한 마음을 가질 동화들이 실렸다. 15편 짧은 동화를 읽으며 권정생 선생님을 다시 생각한다. 참 고마운 분이다.

165. 아픔이 마중하는 세상에서 (양창모, 284) / 수기, 칼럼
  저자는 춘천에서 병원에 오지 못하는 분들을 찾아다니는 왕진 의사다.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난다. 병원에 가려면 버스, 택시를 타고 꼬박 하루를 내야 한다. 약값을 내려고 물과 전기를 아끼고 겨울을 춥게 지내야 하는 분들이다. 이분들을 만나면서 환자의 처지를 이해한다. 환자 처지에서 의사와 병원을 보면서 의사가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간다.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의사, 병원, 의료 체계를 생각하게 한다.
  문장을 잘 쓴다. 좋은 문장이 참 많았다.

환자를 한 사람으로 보게 만든 것은 바로 그런 쓸데없는 과정이었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환자들에게서 멀어졌던 것은 너무 손쉽게 만났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속도가 돈이 되는 진료실 안에서는 가급적 빨리, 간단하게 만나야 했다. 나를 외롭게 만든 것은 바로 그 효율성이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지만 어르신 한 분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도 온 마을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라고 할 때 우리 사회는 이야기의 시작에는 관심이 많으나 이야기의 마무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아이는 시간이 흘러 노년이 된다. 그 이야기는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잘하는 것이다. 글은 삶을 단 한 발자국도 앞서지 못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도착하는 곳에 있지 않다. 과정 자체가 이미 새로운 세상이다. 마을이란 유토피아는 우리가 도달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려고 행동하는 순간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다. 마을은 그런 모습으로만 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식물이 땅 아래에서 자라나듯 희망은 이 세상의 맨 아래쪽에서 움틀 것이다.

어쩌면 사람의 외로움이, 사람의 불행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도 불행한 두 분이지만 그분들 앞에서 세상의 어떤 행복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여야 하리라.

이 세상의 귀한 것들은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만 보인다. 어둠 속에 오래 있어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빛은 결코 가닿을 수 없는 무언가가 어두운 마음의 맨 밑바닥에 있기 때문이었다.

 

11월에 읽은 책 14권 4650쪽 (전체 164권 44447쪽)

164. 코스모스 (칼 세이건, 693) / 과학
  독서모임에서 두 번 나눠 읽었다. 과학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우주 저 너머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담겨있다. 기대가 큰 건지, 안달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전선에 선 사람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주제를 정해 자세하게 글을 쓸 생각이다.

163. 복음과 상황 11월호 (185)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162. 빌뱅이 언덕 (권정생, 371)
  권정생 선생님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정치, 경제, 환경뿐만 아니라 목사에게, 농약을 치는 시골 사람들에게, 풀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신다. 가난한 이웃 이야기, 정부미 받으러 가는 생활보호대상자 이야기도 있다. 슬픈 이야기가 좋았다. 비판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부끄러웠다. 권정생 선생님 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학부모 동아리에서 꼰대 어른이 하는 말 같지 않은지?” 물었더니 학부모들이 좋은 내용이라고, 공감한다고 대답했다.

161. 학교 놀이 (권정생, 74) / 2학년 이상
  <산버들나무 밑 가재 형제> 가재 형제가 같이 살다가 헤어졌다. 동생이 혼자 살아간다. <찔레꽃잎과 무지개> 찔레꽃이 떨어져 강물에 떠내려간다. 혼자. 외롭게. <학교놀이> 병아리 일곱 마리가 살아간다. 엄마 없이.
  형제와 헤어진 가재, 나무에서 혼자 떨어진 찔레꽃, 엄마를 떠난 병아리가 외로움을 견디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권정생 선생님 동화는 참 좋다.

160. 렘브란트는 바람 속에 있다 (러스 렘지, 358) / 미술
  기독교인의 시각으로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베르메르, 바지유, 고흐, 타너, 호퍼, 트로터를 소개하는 책이다. 이름을 알던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고흐, 호퍼를 자세하게 알고 싶어졌다. 바지유, 타너, 트로터도 알고 싶어졌다. 내년에는 미술가 평전을 읽고 싶다.

159. 마르크 샤갈 (인고 발터, 라이너 메츠거, 95) / 미술
  화가를 알고 싶어 샤갈부터 시작했다. 샤갈이 만든 스테인드글라스를 본 기억이 좋았다. 러시아에서 시골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부하고 파리, 다시 러시아, 극적으로 독일을 벗어나 미국으로 가서 살았다. 90살이 넘도록 작품을 만들었다. 젊었을 때는 그림을, 70살 넘어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많이 만들었다. 작가 이야기를 읽으면 작품이 좀 보이려나?

158. 총균쇠 (제레드 다이아몬드, 733) / 인문
  난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사는 걸 싫어한다. 모이면 힘이 생기고 계급이 형성된다. 계급을 가진 사람은 힘을 과시한다. 그 힘은 내부의 평안보다 외부를 장악하는 방향으로 발산된다. 지금은 영토를 늘리고 조공을 받는 방식이 사라졌다. 대신 쓰레기장, 발전소 같은 시설을 보낸다.
  내 생각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한다. 역사에서 승자는 힘을 모아 외부로 향했다. 수렵채집을 벗어나 농사를 짓고, 야생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면서 인구가 많아졌다. 인구는 곧 힘이었고 힘을 가진 사람은 약한 사람을 속박했다. 저자의 통찰력과 지식에 감탄하면서도 인간의 역사에서 힘이 꼭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야 했는지 생각하면 안타깝다. 이해는 하되, 받아들이기 싫은 역사였다. 잘 쓰긴 정말 잘 썼다.

157.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347) / 장애, 인문
  저자는 장애인으로 변호사가 되었다. 휠체어를 타도 변호사 일을 해낸다. 장애인이 평등을 말하기 어려운 영역이 어디일까? 아무래도 몸을 움직이는 영역이 아닐까? 장애인이 발레에 도전하면 어떻게 될까? 이전에 춤에 도전한 장애인은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온전히 평등한 대접을 받았을까, 지극히 차별적인 대접을 받았을까? 이 책은 춤의 역사를 통해 평등과 차별을 말한다.
  저자는 춤을 춘다. 휠체어에서 내려가 바닥을 구른다. 어떻게 보일까? 과거에는 어떻게 봤고 지금은 어떻게 볼까? 시선이 달라졌을까? 읽는 내내 내가 가진 차별의 눈을 새삼 느꼈다. 저자가 춤의 역사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내용이 참 많다. 새로웠다. 또한 저자의 노력과 식견에 감사했다. 그냥, 사람과 결이 같은 책이다.

156. 뷔히너 전집 (뷔히너, 392) / 극본, 소설, 팜플렛, 강연 원고
  뷔히너는 독일이 인정하는 최고 작가 중 한 명이다. 뷔히너 문학상은 독일 최고 문학상에 꼽힌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쓰신 지인이 추천해서 읽었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글을 썼다. 당통의 죽음은 프랑스 혁명 이후 로베스피에르가 정권을 장악한 시점을 다룬다. 당통은 로베스피에르와 함께 혁명을 일으킨 인물이다. <보이체크>는 과부를 살해하고 공개 처형당한 인물을 극본으로 만들었다. <레옹스와 레나>는 아동문학가 에리히 케스트너가 극찬한 작품이다. 왕자와 공주 이야기다. <렌츠>는 괴테에 필적했던 작가로 요절했다. <헤센 지방의 전령>은 민중에게 혁명 의식을 불어넣고자 한 정치 선전물이다. <뇌신경에 관한 시범 강연>은 강의다. 고전 좋아하는 분이 읽으면 좋아할 것 같다.

155. 안녕, 하고 시를 만났다 (최인영, 222) / 글쓰기
  중학교 국어 교사가 해마다 학생들과 시를 쓴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오덕 선생님 마인드에 체계적인 절차를 더했다. 주제 정하기 글감 찾기 표현하기 글 고치기 돌아보기 순서로 가르친다. 가장 중요한 건 글감을 정하는 단계라고 한다. 이 부분이 나랑 가장 비슷하다. 표현하기는 많이 달랐다. 중학교 국어 교육과정을 담아야 해서 그런가 보다. 학생들이 쓴 시는 보통이었다. 내 눈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쓴 글이 딱이다.

154. 그냥, 사람 (홍은전, 263) / 인권, 장애인, 연대
  노들장애인야학은 장애인을 돕고 가르치는 곳이다. 저자는 이곳에서 교사로 지내며 장애인을 만났다. 아프고 억울하게 지낸 분들이 많다. 문밖으로 한 발 내딛기 위해 몇 년을 싸운 분, 버스를 타려고 몇 년 투쟁한 분들이다. 장애등급제에 막혀 아무것도 못하는 분들,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해 어처구니 없이 죽고 다친 분들도 있다. 읽으면서 답답하고 슬펐다.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투쟁하는 분들을 위해 나도 후원한다. 그분들의 투쟁이 지나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글쎄다. 출근 시간 30분 늦어도 답답한데 10년 동안 집에서 못 나오고, 버스를 타지 못한 답답함이 얼마나 클까! 함께 사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 <그냥, 사람>으로 사는 걸 바라는 분들에게 기쁜 날이 오면 좋겠다.

153. 소포클래스 비극 전집 (소포클래스, 555) / 고전
  그리스 3대 비극작가(아이스퀼로스, 소포클래스, 에우리피데스) 중 소포클래스의 비극을 모았다. 천병희 선생이 번역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비극을 만난다. 오이디푸스는 자기도 모르는 일에 휘말려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안티고네는 왕의 명령을 어기고 스스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두 이야기가 가장 잘 읽혔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말싸움으로 읽혔다. 여자 포로 때문에 집안이 무너지는트라키스 여인들, 자존심을 내세우다 죽는 아이아스, 승리를 위해 거짓으로 속이는 필록테테스는 비극이었다. 엘렉트라는 비극이 아니어서 의외였다.

152. 씻는 게 귀찮을 때는 어떻게 해요? (신수현, 107) / 3학년 이상
  『빨강연필이후 13년 만에 신수현 작가가 책을 썼다. 빨강연필과 완전히 다른 책이다. ‘의외인데~’ 하며 읽다가 신수현 작가의 마음을 계속 느꼈다.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문장에 담겼다.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책을 만나면 괜히 좋다. 이 책이 그렇다.
  호찬이는 코를 흘린다. 연욱이는 발을 씻기 싫어한다. 민지는 비듬이 떨어진다. 연욱이는 호찬이를 좋아했다가 코 흘리는 걸 보고 멀어진다. 민지가 좋지만, 비듬이 가로막는다. 발을 씻기 싫어하는 연욱이는 어떻게 할까? 어떻게 될까?

151. 꼴뚜기 (진형민, 155) / 4이상
  진형민 작가 특유의 쿨내 나는 문체가 돋보이는 책이다. 과장을 약간 넣어서 툭툭 내뱉듯 문장을 꺼내놓는다. 재미있다. 현실을 재미나게 비유해서 보여주는 책이다. 심각한 내용도 낄낄대며 읽다가 ~’ 하고 생각하게 한다. 참 좋은 책이다.

10월에 읽은 책 16권 3702쪽 (전체 150권 39797쪽)

150. 조금만 더 조금만 (존 레이놀즈 가디너, 100) / 4 이상
  책을 고를 때부터 좋아 보였다. 100년쯤 전 이야기다. 열 살 아이가 할아버지와 산다. 할아버지가 앓아눕자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희망을 주려고 한다. 혼자 감자를 수확한다. 할아버지를 돌본다. 그러다가 왜 할아버지가 희망을 잃고 누워버렸는지 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열 살 아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1  00쇄 넘게 팔렸는데 절판됐다. 하긴 100년 전 이야기니까. 지금 10살 아이는 자기 옷도 빨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다. 책에 나오는 아이와 너무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은 읽으면 좋겠다. 깜짝 놀랐다.

149. 시간 안에서 사는 법 (제임스 스미스, 263) / 기독교
  지인의 추천글을 읽고 읽었다. 더 천천히 읽어야 했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용이 깊은데 가볍게 시작했다. 다음에 천천히 다시 읽어야 할 책이다.

148. 시누헤 이야기 (유성환, 273) / 역사
  인류 최초의 소설로 불린다. 고대 이집트 왕조에 위기가 닥칠 때 이집트를 떠났던 시누헤가 이집트로 돌아오는 과정을 쓴 소설이다. 왕조가 위기에 처했을 때 힘을 보태지 않고 도망갔기 때문에 함부로 돌아오지 못한다. 파라오의 신임을 얻어야 돌아올 수 있다. 소설보다 뒤쪽에 나오는 해설이 더 재미있었다. 소설은 각주를 계속 읽어야 해서 흐름이 끊겼다.

147. 동물의 노랫소리 (앙켈라 스퇴거, 186) / 중학생 이상
  동물 행동과 인지학은 동물의 행동을 통해 동물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동물 소리를 듣고 동물의 의사소통과 행동, 나아가 동물의 본질을 탐구한다.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동물이 무얼 전하는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핀다. 놀라고 신기해하고 감탄한다.
  밭에서 일하면 새가 지저귄다. 땅강아지가 기어간다. 개구리가 뛰고 풀벌레가 소리를 낸다. 내 주위 생물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한 적이 없다. 즐겁게 듣고 잊었다. 그런데 저자는 소리의 뜻을 찾는다. 고주파, 저주파, 초저주파를 듣는 장비로 들리지 않는 소리를 찾아낸다. 음향 카메라로 소리를 시각화한다. 동물의 노랫소리를 듣고 동물이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좋은 분이다. 내용이 새로웠다.

146. 왜왜왜 동아리 (진형민, 199) / 5학년 이상
  강원도 삼척과 동해에서 일어나는 일을 진형민 작가가 동화로 옮겼다. 용해시로 표현된 동해시와 삼척시에는 화력발전소가 있다. 화력발전소 건설로 주민 의견이 나뉘었다. 이곳은 산불 피해가 크다. 산불 트라우마가 있는 곳이다. 산불 때문에 팬션이 불타고 이사한 사람도 있다. 이런 내용이 책에 나온다.
  『왜왜왜 동아리친구들은 산불 때문에 집을 떠났다. 시장님은 화력발전소를 지으려고 한다. 산불과 화력발전소의 공통점은? 환경오염이다. 환경이 오염되면 산불이 빈번해진다. 화력발전소는 환경을 오염시킨다. 왜왜왜 동아리 친구들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이유를 찾다가 화력발전소 문제에 다다른다. 환경오염과 관련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행동하는 이야기다. 좋다.

145. 클로버 (나혜림, 211) / 중학생 이상
  나혜림 작가 책을 처음 읽었다. 글을 정말 잘 쓴다. 문장이 아름답다. 내용을 이끌어가는 핵심 아이디어가 좋다. 내용 구석구석 자그마한 아이디어도 너무 좋다. 작품 곳곳에 작가가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사실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글을 망가뜨리는 작가도 많다. 엉뚱한 곳에 힘을 쓰고, 지나쳐서 자연스러움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클로버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하며 읽었다. 대단한 작가다.

144.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임고을, 91) / 5학년 이상
  ‘고기오는 자신이 누군지 고민한다. 타조와 살 때는 타조인 줄 알았다. 두더지와 살 때는 두더지인 줄 알았고, 펭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닭 무리를 찾아간다. 닭들에게 닭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려고 노력하고, 정체성을 인정받은 뒤에는 자신이 어땠는지 돌아본다.
  글을 읽기는 쉬운데 내용이 무얼 말하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워서 5학년 이상으로 정했다. 정체성을 고민하거나 정체성이 무엇인지 배워야 하는 어린이가 읽으면 좋겠다.

143. 어머니와의 20년 소풍(황교진, 315) / 에세이
  식물인간 상태가 된 어머니를 8년 동안 집에서 혼자 간병하고, 12년 동안 요양병원에 모셔놓은 어머니를 간접 간병한 이야기다. 그냥 간병하는 게 아니라 극진히 간병한다. 모든 시간을 어머니 간병에만 쏟는다. 아무 반응도 못 하는 어머니를 위해 30대를 온전히 바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어머니 간병에만 매달리는 걸 어머니가 원할까? 등 여러 가지 질문할 수 있다. 현대의 사고는 우리의 생각을 경제 관념, 시간 절약, 비교 우위 등으로 몰고 간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어머니가 원하지 않을 거다, 아들이 대단하긴 하지만 시간을 온통 어머니에게 바치는 것보다 다른 일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 거다.' 하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머니가 정말 행복했겠다.'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중 누가 황교진 님처럼 할 수 있을까?

142.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277) / 에세이
  청소년 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교사가 가난하게 자란 여덟 명의 청소년을 10년 동안 만나고 쓴 기록이다. 가난하건 부유하건 아이들은 자라면서 여러 어려움을 만난다. 가난한 아이들은 도움을 받지 못해서 조금씩 뒤처지고 아래로 내려간다. 우울해지고, 공부에 소홀해지고, 자신감이 낮아진다.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기도 하고,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지 못한다. 대학에 가기 어려우며, 대학에 가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하기 어렵다. 취직해도 어려움이 계속된다. 월급을 가족에게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그래서 어떻게 하란 거냐? 작가에겐 대안이 있나?’ 물을 수도 있다. 작가는 그저 가난한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보여주기만 한다. 가난한 아이들의 실상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그다음은 국가, 사회, 개인이 무언갈 해야 한다. 무얼 하라고 촉구하진 않지만, 책을 읽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가난한 아이들이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여덟 명 모두 조금씩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느리고,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나아지는 모습이 보인다.

141. 복음과 상황 (170) / 기독교
  다달이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140. 유령스펨 (김동환, 192) / 1 이상
  『날마다 한일전저자가 쓴 책이라 반가웠다. 날마다 한일전저자라면 문장, 글의 흐름, 주제 모두 기대할 만하다. 유령스팸20451010~12일까지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스펨은 2045년에 작동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일컫는다. 청소하고 심부름하는 것부터 차를 만들고 위험한 일까지 해낸다. 사람이 할 일을 로봇이 빼앗아간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일자리와 시위는 책의 배경일 뿐, 핵심 내용이 아니다.
  스펨을 부리는 사람들은 도심부에 산다. 스펨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은 주변부로 밀려난다. 주변부는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곳처럼 사람들이 떠나고 생활이 어려워진다. 이때 주변부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난다. 유령 스펨은 주변부에 남은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성구는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셨다. 신우는 할아버지와 다투던 아빠가 죽는 일을 겪었다. 할아버지는 도심부에 산다. 신우는 할아버지 곁에 가기 힘들어한다. 정연은 성구 엄마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동혁도 스펨과 연관된 묘한 경험을 하면서 생각이 바뀐다.
  작가가 시간을 이용해서 내용을 이끌어간다. 1장과 2장은 시간이 반대로 되었다. 2장이 1장보다 시간이 앞선다. 4,5장부터는 시간이 제 순서이다. 3의 배수로 된 장은 1년 전 이야기다. 암에 걸린 유이와 주인을 떠난 로봇 이야기다. 3, 6, 9……을 먼저 읽고 다른 장을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처음부터 차례로 읽으려면 차례에 나오는 시간 순서를 확인하며 읽어야 한다.
  1년 전 이야기가 중요하다. 주인을 떠난 로봇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유이에게 계속 질문한다. 유이는 로봇에게 일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질문에 대답한다. 둘의 대화가 1년 뒤, 성구와 친구들이 겪는 일의 배경이다. 유이와 일삼이 없다면 상구와 친구들은 폭발 사고에서~ (더 말해주면 책이 재미없어지겠지!)
  인간이 무엇인지, 인공지능 로봇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청소년과 토론하기에 좋다.

139. 이것도 하나님 말씀인가 (재클린 랩슬리, 230) / 기독교  
  여성 패미니스트 성경학자가 속삭이듯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를 찾아내 들려준다. 라헬의 목소리는 아버지 라반의 뜻에 맞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로 들린다. 사사기 19~21장에서는 자기만 생각하는 레위인 남자의 목소리에 가려진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1~4장에서는 산파, 공주, 요게벳과 미리암의 목소리를 내세워 모세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룻기에서는 고통을 겪는 욥과 비교하여 과부 나오미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 내가 들었어야 할 목소리를 무심하게 지나쳤음을 깨달았다. 책이 쉽지는 않다. 논증하듯, 비평하듯 썼다. 1장과 5장이 조금 어렵다.

138. 한 권으로 꿰뚫는 소예언서 (김창대, 410) / 기독교
  소예언서 12권을 자세하게 해설한 책이다. 소예언서 전체를 교차대구로 설명하고, 각 예언서도 교차대구로 구조를 설명하고, 본문을 해설하고, 주제를 다시 설명한다. 성경을 공부하는 평신도에게 추천한다.

137.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이현주, 486)
  이현주 목사님 칠순 기념으로 목사님이 쓴 동화, , 소설, 수필, 에세이, 단상을 모았다. 참 좋다. 권정생 선생님 느낌이 난다. 동화는 익숙했다. 다시 읽어도 참 좋다. 소설도 좋았다. 예전에 <육촌 형>이 좋았는데 다시 읽어도 좋다. 에세이, 수필, 생활단상, 편지도 좋았다. 특히 아브라함 요수아 혜셸을 소개한 글을 읽으며 혜셰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 마지막 90쪽은 생활 단상이 가장 좋았다. ‘소리를 내는 놈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는 <악마대가리좀나방을 경계하라>는 새로웠다. ‘너무너무란 말을 제대로 쓰라는 <너무너무>, 자신을 돌아보는 글 <이 집에 벙어리 살지 않소?>도 정말 좋다. 이런 글이 계속 나온다. 추천한다.

136. 금단 현상 (이금이, 128) / 4학년 이상
  이금이 작가님이 쓴 단편 다섯 편을 모았다. 아이보다 어른이 좋아하겠다.

135. 동물농장 (조지 오웰, 171) / 소설
  조지 오웰 책을 네 권 읽었다. 나는 르포소설(위건 부두로 가는 길, 카탈로니아 찬가)보다 그냥 소설(동물농장, 1984) 취향이다. 현실을 비유하건(동물농장), 미래를 내다보건(1984) 조지 오웰은 최고다. 동물농장은 분량이 짧고 동물이 주인공이라 읽기 편하다.

9월에 읽은 책 15권 3655쪽 (전체 134권 36095쪽)

134. 복음과 상황 9월호 (158) / 기독교
  다달이 읽는 월간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는다.

 

133. 세상 모든 책들의 도서관 (남유하 외, 180) / 4학년 이상
  작가 다섯 명이 책과 도서관을 주제로 단편을 썼다. 환상, 마법, 귀신 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책과 도서관을 돋보이게 만든다. 아이디어가 상큼하다. 책과 도서관을 소중하게 여겨서 더 좋다. 심심할 때 읽기 딱이다.

132. 옷산 수색대(김두경, 209) / 4학년 이상
  출판사에서 토론지를 요청해서 읽었다. 참 재미있다. 유행을 따르고, 패션 산업을 내세워 옷을 너무 많이 산다. 그리고 많이 버린다. 버려진 옷은 가난한 나라에 버려진다. 거기에 옷산이 만들어진다. 옷산 수색대는 캐릭터가 옷산에 버려진 옷을 찾아 입고 사진을 찍어 을 맏는 게임이다. 게임 유저가 시키면 캐릭터가 옷산에서 옷을 찾는다. 단순한 내용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반전에 반전이 이어진다. 오염, 노동 착취, 방송의 속성,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잘 담았다. 좋은 책이다.

131. 리처드 로아 묵상 선집 (리처드 로아, 465) / 기독교
  몇 년 전에 추천받아 읽었는데 별로였다. 요즘 이현주 목사님 책을 읽는데 이현주 목사님이 리처드 로아 책을 번역해서 읽었다. 이현주 목사님 책을 몇 권 읽어서 그런가 리처드 로아 책이 좋아진다. 특히 1부가 정말 좋았다. 다시 읽을 책이다.

130.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150) / 소설
  아침은 태어남, 저녁은 죽음을 뜻하는 것 같다. 어부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과 죽는 순간을 썼다. 회상과 현실이 섞여있다.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의 경계도 분명하지 않다. 마침표가 없고 대화에 따옴표도 쓰지 않았다. 경계를 무너뜨리려고 일부러 이렇게 쓴 것 같다. 삶이 죽음으로 이어지고, 죽음이 또한 다른 곳으로 이어진다고 말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소설을 싫어했다.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품은 이렇게 써야 하나? 도대체 뭘 말하는 거야?' 했을 텐데. 나이가 들고 죽음을 생각할 기회가 늘어나다 보니 이 소설도 괜찮게 읽혔다. 궁금해진다. 죽음이 뭔지.

129.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외, 305) / 불교 수행
  10, 20년 전에 읽었으면 비판을 많이 했을 책이다. 책을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현주 목사님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런 책도 끝까지 읽는다. 스웨덴 사람이 직장 생활을 하다가 부름의 음성을 듣고 불교 수행자가 된다. 숲속에서 수행하는 <숲속 수행 승려>가 되어 17년 동안 수행했다. 하루 한 끼 먹고,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살았다. 밤샘 수행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줄면서 버틴 나날이 지나 엄격한 계율이 편안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승복을 벗고 고향 스웨덴으로 돌아갔다. 1년 반 뒤에 강의를 시작해서 방송에도 자주 나가게 되었다. 방송에 나간 게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숲속에서 계속 수행했다면 '혼자 평안을 찾았구나!' 했을 텐데 여러 사람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니 '그러지 말았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내 태도는 불교 수행자에게만을 향한 게 아니다. 기독교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도 이런 기준을 적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고민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며 내게 질문하는 분들이 있다.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이 말이 좋았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집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 관계가 연민과 온정으로 이루어진, 사소한 실수는 용서하고 또 털어버릴 수 있는 관계라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을 다정하고 온화한 시선으로 발라보고 제 단점에 대해 웃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거리낌 없이 보살핀다면 또 어떨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 전체가 반드시 좀 더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우리 안의 고귀한 마음가짐이 흘러넘칠 것입니다.
  저자는 루게릭 병을 진단 받고 20221월 돌아가셨다. 책 제목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동의한다. 이 태도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28. 사랑 아니면 두려움 (이현주, 285) / 수행 안내서
  이현주 목사님은 바보 온달을 쓴 목사님이다. 유불선을 넘나들며 기독교의 경계를 넘어선다. 올해 이현주 목사님 책을 집중해서 읽는다. 목사님이 번역한 불교 수행서는 이해가 안 됐다. 이번 수행 안내서는 이해가 됐다. 1. 마음 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 - 지금 여기에서 자신을 찾으라는 내용을 읽으며 Full your life가 생각났다. 2부 동굴 문답을 읽으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3부는 목사님이 꾼 꿈을 말한다. 꿈을 빌어 삶의 지혜를 알려주신다. 조금은 이해하겠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유불선이 통한다는 걸 인정하지만 장로교에서 배운 신앙에서는 좀 고민이 됐다. 몇 번 읽으면 알겠지.

127. 앤서 (문경민, 307) / 소설
  『앤서를 읽었다. 2년 전에는 쉘터 3부작이었다. 지난해에 한 권으로 줄이더니 드디어 책이 나왔다. 글 잘 쓰는 작가가 이게 뭐냐?” 소리 듣고도 히죽 웃으며 아이, .” 해놓고는 열심히 고쳐 쓴다.
  『앤서는 훌륭했다. 과거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를 절묘하게 배치했다. 권력자들의 욕심, 그들 곁에서 단물을 빨아먹는 사람들, 얄팍하게 판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꼭 현실 같았다. “이게 뭐냐?” 했던 이야기가 이렇게 바뀌다니 놀랍다. 역시 작가는 다르다.
  『앤서의 대답을 들으며 질문이 생겼다. 지루한 설득과 토론, 기다림과 인내로는 변화가 어려울까? 마음에 드는 문장을 두 개 골랐는데 지금 보니 어둡다. 왜 우울하고, 허탈하다는 문장이 좋았을까? 작가는 잘 살아가자고 했는데 말이다.

33/ 그리움은 해소할 없는 갈증 같아서 빠져들고 나면 매번 우울감에 젖어 들곤 했다.
42/ 발버둥 쳐도 결국 마주하게 되는 건 벽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영혼이 말라버리는 것처럼 허탈했다.

126. 우주 학교 (김동식, 161) / 5학년 이상
  김동식 작가가 장편 동화를 썼다. 짧은 글만 쓰던 분이라 단순한 이야기로 쓸 것 같아서 좀 걱정스러웠다. 단순한 이야기이긴 하다. 다만 김동식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인간이 외계인인 꼬뿌, 차찻 종족과 한 학교에서 지낸다. 우주 통합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에서 과연 세 종족이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문화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단순한 내용이라 요즘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겠다.

125. 하루 만나, 그 사계절 이야기 (김진호, 206) / 기독교
  강원도 영월, 평창에 가까운 산골 도천리에서 사역하는 목사님이 썼다. 목사가 쓰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인의 마음을 가진 시골 사람의 글이다. 시골에서 겪은 일을 계절에 맞춰 편집한 것 같다. 도천 교회는 토박이 어른들과 주말에 오는 귀농인들이 모인다. 교인이 적고 건물은 오래됐다. 어려움이 많은 곳에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섬기려 한다. 작은 호의에 감사하고 겸손하게 섬긴다. 소박한 마음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작고 소박한 이야기가 좋았다.

124. 역사의 그늘에 서서(딘 스트라우드 편집, 239) / 기독교
  히틀러 치하 독일 신학자들의 설교를 모았다. 편자의 역사적 배경 설명이 절반이고, 본회퍼, 바르트, 골비처, 에벨링, 불트만의 설교를 한 편씩 소개한다. 다섯 분은 당대 최고의 신학자였다.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말씀으로 맞섰다. 예수님은 유대인이며, 가장 약한 사람에게 한 일이 하나님을 기쁘게 한다고 외쳤다. 그건 유대인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들이 계셨고, 지금 우리는 그분들 덕분에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간다. 시대에 맞서는 그리스도인으로 나는 제대로 살고 있나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123. 마음 공부에 관하여 (초걈 트롱파, 295) / 불교
  이현주 목사님이 번역해서 읽었다. 불교에서 마음 공부와 영적 수행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준다. 읽긴 하는데 내용을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바탕을 지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이걸 바탕으로 이어지는 설명을 모르겠다. 자기를 활짝 열라는 게 뭔지, 바탕이 건강해지는 게 뭔지 도대체? 에고 형성의 단계는 더 모르겠다. 이현주 목사님은 무얼 생각하며 이 책을 번역했을까?

122. 언제나 다정죽집 (우신영, 139) / 4학년 이상
  할머니의 팥죽집이 곧 문을 닫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할머니 혼자 일해야 하고, 이젠 팥죽을 사먹는 사람도 적다. 팥죽을 만드는 데 쓰이는 주걱, 가마솥, 홍두깨, 인두가 가게를 살리기 위해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때 고양이가 종이를 가져온다. 여기까지 읽을 때는 이게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고?’ 했다. ‘고양이가 가져다준 비법을 따라서 가게를 살리는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나?’ 생각했다. 고양이 비법대로 빵을 만들었는데 내 예상과 달리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하루가 지나가고 드디어 가게를 넘겨주어야 할 날이 다가왔다. 이때 변화가 일어난다. 뒤늦게 일어나는 변화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뒷부분을 읽으면서 , 이래서 황금도깨비상을 받았구나!’ 하고 수긍했다. 이야기에 힘이 있다.

121. 우주는 당신의 느낌을 듣는다 (이현주 옮김, 222) / 심리 상담
  이현주 목사님이 번역했기 때문에 읽었다. 우주의 기운을 받으라는 내용으로 읽혔다. ‘아브라함이라고 부르는 비물질의 영적 존재에게 가르침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대담한 이야기다. 근원에 공명하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뉴에이지나 허황된 자기계발 내용처럼 들렸다. 영적인 치료로 백혈병이 나았다느니 근원과 긍정적인 연결을 말하는 부분은 더 허황됐다. 이현주 목사님이 왜 이런 책을 번역했는지 모르겠다.

120.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박주정, 334) / 수기
  『곁에서를 읽고 어떤 분이 위인전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위인전 같다고? 나는 그 일을 그냥 겪었다. 그런 일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고생하는 길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한다. 박주정 선생님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가정에 원인이 있으니 그걸 알아내서 도와주자고……
  박주정 선생님은 정말 위인전 같은 삶을 살았다. 밤이고 낮이고, 가정이 없는 사람처럼 학생들을 돌봤다. ‘이제 그만이 없었다. ‘힘들다. 쉬고 싶다.’ 하는 마음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기만 한 게 아니다. 학교를 떠난 학생을 도와주려고 새로운 학교를 만들었다.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분이 간 길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다. 정말 위인전 읽는 느낌이었다.
  학교가 점점 사무적으로 바뀐다.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에게 장난을 치면 생각지도 못한 일로 힘들어질 수 있다. 동료 교사를 도와주거나 도움을 받는 일도 줄어들었다. 우리 반 아이가 아니라고,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굳이 이걸 해야 하느냐고…… 이런 말이 많아졌다. 우리 반이건 아니건 아이를 돕고 가르쳐야 하지 않나? 내 일이 아니라고 해도 해야 할 때가 있지 않나? 업무를 최소한으로 하는 게 교사로 살아가는 기준은 아니지 않나?
  나는 아이와 장난을 친다. 그래도 부모가 뭐라 하지 않는다. 내가 아이를 사랑하며 잘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는 걸 안다. 신뢰가 있다. 나는 2학년을 돕는다. 4학년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교사에게 컴퓨터를 봐달라고 한다. 2년 동안 업무를 도와주었던 총각 선생이다. 교사들 사이에도 신뢰가 있다. 우리는 모두 아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사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박주정 선생님 같은 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은 내가 받은 상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쳤다고, 나이가 들어서 힘들다고 늘어지는 중인데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진짜 스승을 만났다. 꼭 읽어보시라고 권한다.

8월에 읽은 책 16권 5772쪽 (전체 119권 32440쪽)

119. 카탈로니아 찬가(조지 오웰, 398) / 소설
  조지 오웰이 쓴 르포르타주(직접 겪은 일을 쓴 고발 소설). 조지 오웰이 쓴 다른 르포르타주 소설 위건 부두로 가는 길보다 훨씬 재미있다. 스페인은 왕정이 무너진 뒤에(1931) 실시한 선거에서 농민과 노동자 편이 승리하며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그러자 군부지도자인 프랑코가 부유한 계층의 지지를 받으며 내전을 일으켰다. 헤밍웨이를 비롯한 4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파시스트(프랑코 정권)에 대항하려고 스페인에 갔다. 조지 오웰은 카탈로니야(스페인 북동부 지역)에서 정부군에 맞서 싸웠다.
  정부군은 프랑코에 맞서 싸워야 했으나 내부 갈등으로 의용군을 탄압했다. 복잡한 정치 양상을 설명하기 어렵지만, 핵심 내용은 순수한 열정으로 전쟁에 뛰어든 사람들이(스페인 농민과 노동자이건 외국에서 스페인으로 간 사람이건) 누가 내린지 모르는 명령에 따라 감옥에 갇혀 죽어갔다는 점이다. 전쟁은 정치 싸움이며, 언론은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에 따라 움직인다고 고발한다. 그래서 의용군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싸울 동안 사람들은 전쟁과 상관없이 지내며, 어느날 갑자기 의용군을 적과 내통한 놈들이라고 잡아가는 일이 일어난다. 조지 오웰은 이런 현실에 분노하며 카탈로니아 찬가를 썼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이 더러운 세상!” 이다.

118. 네모 돼지 (김태호, 117) / 4학년 이상
  김태호 작가는 독특한 상상으로 글을 쓴다. 김태호 작가가 쓴 책은 다 좋았다. 이 책은 동물의 눈으로 사람을 바라본다. 일곱 단편 모두 재미나다.

117. 신약 성경과 그 세계 (1378) / 기독교
  신약 성경이 이루어진 과정과 담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부록까지 하면 1500쪽이 넘는다. 신약 성경 안내서라고 말하기엔 전문 자료가 너무 많다. 역사적 배경과 논쟁점, 성경이 형성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25시간 정도 읽은 것 같다. 신약 성경을 공부한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저자는 입문서라고 소개하는데 전문성을 갖춘 입문서이다.

116. 미소의 여왕 (김남중, 140) / 4학년 이상
  김남중 작가가 쓴 책을 좋아한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이 책도 그렇다. 단편 4편을 실었다. 네 편 모두 따뜻하고 좋다. 생각하게 만든다.

115. 고백의 언어들 (김기석, 359) / 기독교
  김기석 목사님이 VIEW에서 했던 강의 5편을 책으로 냈다. 인문학 강의로 느끼는 독자도 있다. 시와 소설을 자주 언급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말하고(1), 인간이 하나님 안에서 태어나(2),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고(3), 하나님을 향하여 나아가고는(4) 존재라고 설명한 뒤에 나의 인생, 나의 하나님(5)’을 고백한다. 흐름을 이해해야 각 장의 내용을 알게 된다. 그러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해도 마음이 머무르게 되는 좋은 문장과 문단이 많아서 좋다.

114. 작은 예배자 (민호기, 293) / 기독교
  민호기 목사가 13년 전에 쓴 책이다. 어머니가 아주 좋다고 주셨다. 10년 전에 고민하고 생각하던 내용이라 그냥 읽었다. 곡을 쓴 과정에 사역자의 마음가짐을 썼다. 사역자들이 읽으면 좋겠다. 다만, 고민하며 하나님을 생각하는 사역자는 이미 아는 내용이고, 하나님 이름을 내세워 자기 만족에 빠진 사역자는 읽지 않을 것 같다.

113.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 / 중학생 이상
  중 2학년 36명과 9시간 동안 독서 토론했다. 참 좋은 책이고, 토론하면 더 좋은 책이다. 어른, 학생, 소집단, 대집단에서 다양하게 나누었다. 그래도 읽을 때마다 좋다.

112. 한밤의 아이들 1 (살만 루슈디, 496) / 소설
  인도가 독립하던 날(1947815) 태어난 아이들을 한밤의 아이들이라 부른다.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갈라진 날이다. 이날 태어난 살림 시나이가 같은 날 태어난 아이들을 찾게 된 이야기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특히 살림 시나이 외할아버지 이야기는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과장과 위트가 곳곳에 드러난다. ‘살림 시나이가 태어날 때 부자와 가난한 집 아이가 바뀐다. 살림 시나이는 자기도 모른 채 부잣집 아이가 되어 살아간다. 부자이지만, 힌두교 사회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집이다. 종교 때문에 나라가 갈라지는 상황에서 말이다. 두 아이를 통해 인도와 파키스탄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참 읽기 어렵다. 2편을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다.

111.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363) / 소설
  현실과 이상, 합리성과 예술성의 세계는 반대로 표현된다. 고흐가 바라본 세상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고갱이 예술가가 아니었다면 이해하기 어렵겠지. 젊었을 때 읽었다면 주인공 스트릭랜드에게 분노했을 것이다. 예의가 없고 상식을 뒤집어엎는 뻔뻔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언가에 미친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엉뚱하게 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니까. 고전은 역시 고전이다. 참 잘 썼다.

110. 복음과 상황 8월호 (163)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109. 수런수런 숲 이야기(고대마리 루이, 88) / 4학년 이상
  엄마가 이탈리아로 일하러 간다고 하자 마이가 반대한다. 아빠와 함께 허드슨 강을 지나 숲에 사는 고모네 집에서 열흘 동안 지낸다. 숲에서 수런수런 들리는 소리를 듣고 시간을 보내며 엄마를 보내주기로 한다. 이런 가족도 있고, 저런 가족도 있다고 깨닫는다. 조용하고 잔잔한 내용이다. <가족의 종류>를 가르칠 때 읽어줘야겠다.

108. 결국엔 사랑 (손동연, 342) / 기독교
  손양원 목사 막내딸이 썼다. 저자는 막내딸로 손양원 목사에게 무척이나 사랑을 받았다. 목마를 태워주고 사랑을 표현하던 아빠가 4살에 죽었다. 사람들은 순교자라고 했지만, 저자는 두 오빠도 데려가고 아빠도 데려간 하나님을 용서할 수 없었다. 정양순 사모님은 남편 손양원 목사가 예수님을 부인하고 사는 것보다 순교하는 걸 바랐다. 타협하지 않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손양원 목사님이 돌아가신 뒤에 교회 일에도 타협하지 않았다.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교회를 세우는 일에 마음을 더 쏟았다.
  광복하고 나서 신사참배를 두고 교회가 분열되었다. 신사참배하지 않고 고통당한 분들이 신사참배한 사람들을 비난하며 교회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양순 사모님은 신사참배하지 않은 소수 고려파에 속했다. 옳은 길을 따르다 고통을 당한 소수가 가는 길이 편할 리가 없다. 저자는 엄마와 같이 살지 못하고 친척 집, 친구 집에서 지내야 했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아빠와 오빠를 데려가고, 엄마까지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다. 절망감, 상실감을 피아노에 쏟아부었으나 마음의 상처는 치료되지 않았다.
  책은 3부로 쓰였다. 1부는 저자가 본 가족들 모습이다. 손양원 목사님과 두 오빠의 죽음을 지켜본 분들을 만나면서 완성한 기록이다. 2부는 어머니 정양순의 삶을 소개한다. 아버지가 죽음으로 순교했고, 어머니는 삶으로 순교했다. 지금 시대에는 이해할 수 없는 믿음이다. 3부는 저자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썼다. 치유가 없었다면 이 책은 하나님을 원망하는 내용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점점 힘을 빼고 산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줄어든다. 여유가 많아져서 좋다. 그러나 믿음에도 힘이 빠진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믿었던 분들 이야기를 읽으면 심란해진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지?’가 아니라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생각한다. 책 내용이 1940~70년대 일어난 일이라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부모의 헌신 때문에 상처 받은 자녀, 상처가 준 결핍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하나님 은혜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똑같다. 우리의 삶은 결국 사랑을 찾는 발버둥 아니던가!

107. 사랑으로 길을 내다 (윤상혁, 261) / 북한
  사랑이라는 말을 하기 어려운 곳이 어디일까? 길을 내기 어려운 곳이 어디일까? 있던 길도 끊어진 곳이라면 북한이 생각난다. 사랑으로 북한에 길을 낼 수 있을까? 윤상혁 선생님이 정말 사랑으로 북한에 길을 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난독증으로 공부를 포기한 학생이 하나님 은혜를 느끼고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의사가 되었다. 미국인 아내와 함께 북한에서 치료한다. 북한 최초 외국인 의학박사가 되었고, 병원을 설립하고 사람들을 치료한다. 그가 북한에서 일하게 된 과정, 북한에서 만난 사람들을 말한다. 북한을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로 규정하지 않아서 좋았다. 북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점도 말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말한다. 무엇보다 그들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함께 말한다. 참 좋은 책이다.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와 함께 강력하게 추천한다.

106. 이현주와 만난 사람들(이정배 외, 309) / 전기
  『바보 온달을 읽고 이현주 목사님을 알았다.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이 쓴 예언자들번역자가 이현주 목사님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동화 작가가 유대 랍비 책을 번역한다고? 찾아보니 이현주 목사님이 쓰고 번역한 책이 100권이 넘었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불교와 도교, 노자와 장자 등 다양한 주제로 책을 내셨다.
  이 책은 이현주 목사님을 만난 분들이 80세 기념으로 낸 책이다. 한 사람을 알기 위해 주위 사람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이분들은 이현주 목사님을 넓고 깊은 분이라고 극찬한다. 바보 온달은 새로운 상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이현주와 만난 사람들도 서로 다른 책과 경험에서 이현주 목사님을 만났다. 다들 새롭고 깊다고 말한다. 이현주 목사님이 쓴 책들을 읽어야겠다.

105.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 (최종원, 258)
  경계는 불안하다. 안쪽이건 바깥쪽이건 경계는 뭔가 아슬아슬하다. 경계에서 멀어질수록 안전함을 느낀다. 예수님 말씀은 아슬아슬했다. 사람들 사이에 불안을 일으켰다. 경계를 벗어나 안전해졌던 시대에 교회는 오히려 교회답지 못했다. 지켜야 할 게 많아졌고 본질에서 멀어졌다.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는 경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인은 침묵, 순례, 영성, 지성, 복종이 그 모습이다. 우리가 추구하지 않는 모습이다. 교회는 평등, 연대, 성찬, 구원, 순결이 그런 모습이다. 역시 교회에서 말하지 않는 내용이다. 교회가 다시 경계를 걷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10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475) / 동화
  톨스토이가 쓴 민화(동화) 모음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두 노인>, <바보 이반>, <대자> 등 잘 아는 이야기가 많았다. 아이가 읽기 참 좋은 글을 모아놓았다. 아이들은 착한 마음을 건드리는 글을 읽어야 한다. 톨스토이는 이런 면에서 제격이다. 요즘은 양보하라고, 착하게 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 손해 본다고, 바보가 된다고 한다. 글쎄~ 양보를 배운다고 바보가 되진 않는다. , 좀 바보가 되면 어떤가? 친구에게 양보하는 인격을 갖게 되는데 말이다. 또한 어릴 때 양보한다고 계속 양보하는 것도 아니다.
  때리고 죽이는 게임이 아이의 마음을 무디게 할수록 톨스토이의 책을 읽어야 한다. 적어도 아이만은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배워야 한다. 어릴 때 가진 마음이 기초가 되어 한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주위 사람들도 같이 아름다워질 것이다.

 

7월에 읽은 책 11권 2568쪽 (전체 103권 26668쪽)

103. 변두리 (유은실, 227) / 소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돼지와 소 도축장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다루었다. 당시 사람들은 가난해서 직장이 필요했다. 직장이 있어도 끝이 아니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 도축 부산물로 살아가는 사람은 사람들 손가락질을 받아야 한다. 주인공 수원은 아빠가 다쳐서 가난해졌다. 통을 들고 선지를 사러 가야 한다. 선지를 사오다가 친구를 만나면서 일이 시작된다. 가난하고 슬펐던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청소년들이 읽으면 부모 세대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은실 작가의 마음을 잘 담은 책이다.

102. 귀서각 (보린, 283) / 5학년 이상
  귀신을 소재로 책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자신의 상처와 약점을 이겨내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고유의 귀신 특징을 잘 살려 이야기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다만 귀신만 잔뜩 나와서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101. 복음과 상황 7월호 (167)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 변화산에 있었던 세 사람(모세, 엘리야, 예수님)의 공통점을 소개하며 쓴 글이 놀라웠다.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

100.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나가노 하루, 279)
  '하루'는 조현병 엄마를 돌본다. 8살 아이가 지하철에 널부러진 엄마를 일으켜 기차 밖으로 데려간다. 마을에서 엄마가 소란을 피우면 말린다. 경찰이 오거나 엄마가 경찰서에 잡혀가면 보호자 노릇을 한다. 우울증인 언니와 엄마를 한꺼번에 돌봐야 할 때도 있다. 하루는 아픈 가족을 돌보면서 계속 사람을 살핀다. 그게 몸에 달라붙어 자라면서 계속 사람 눈치를 본다. 친구, 직장 상사뿐만 아니라 잠깐 만나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발버둥친다. 그래서 하루는 자신을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라고 부른다. 조현병 엄마를 돌보면서 자신은 신이 되어야 했다고 말한다.
  학부모 독서 동아리에서 읽었다. 자신이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나누었다. 지금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떠올리는지 나누었다.

99. 우리 동네 전설은 (한윤섭, 140) / 5학년 이상
  준영은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한다. 바쁘게 학원 다니던 준영은 시골이 낯설다. 시골 아이들이 귀신 이야기를 하자 색다른 방법으로 텃세를 부린다고 생각한다. 시골 아이들이 말한 귀신 이야기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를 잡아간다거나 하는 이야기다. 믿지 못한다고 생각해도 왠지 오싹하다. 그러다가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 명씩 알아간다. 그렇게 만난 분들은~ 시골에서 마주하는 계절의 변화 모습과 함께 시골에 사는 분들의 나이 드는 모습이 잔잔하게 다가온다. 내 취향에 맞는 책이다.

98. 라면 먹는 개 (김유, 71) / 3학년 이상
  라면과 친구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

97. 산복 빨래방 (김준용, 이상배, 247)
  부산일보 기자와 PD가 산복마을에 빨래방을 냈다. 산복마을은 오래된 언덕 마을로 좁은 골목이 많아 차가 다니기 어려운 곳이다. 기자들은 빨래를 해주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책은 빨래방을 내는 과정, 만난 사람, 일어난 일, 마을 사람들에게 일어난 영향과 기자들에게 일어난 영향까지 소개한다. 기자가 마을에 들어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함께 지내는 모습이 참 좋았다. 사건과 사고를 찾아다니는 일도 기자가 해야겠지만,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내보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런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지쳐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젊은 기자들이 한 일은 참 좋다.

96.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마르셀로 글레이서, 259)
  저자는 뛰어난 물리학자다. 초청을 받아 강의하러 갈 때마다 플라이낚시를 한다. 안내자를 구해서 플라이낚시를 배운다. 강의보다 자연을 살피고 느끼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러면서 뜻밖에 만나는 단순한 아름다움에 놀라고 즐거워한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도 이렇게 생각한다. 뜻밖에 만나는 단순한 것이 과학 발전에 기여한다고 믿는다. 그는 잡은 물고기 크기를 자랑하고 물고기를 괴롭히고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낚시 기술은 자연을 느끼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도 정복하고 해부하는 게 아니라 무지의 세상에서 우리의 연약함과 불완전함을 깨닫는 도구라고 말한다.
  쉬운 책은 아니다. 낚시 이야기는 이해하기 쉬우나, 과학 이야기는 어려운 부분도 많다. 과학을 절대적인 도구로 삼지 않은 점은 마음에 드나, 지나치게 상대주의적인 관점은 나랑 맞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글을 잘 쓴다.

95. 플레이볼 (이현, 203) / 5학년 이상
  야구를 좋아하는 엄마가 야구장에서 아빠를 만나 동구가 태어났다. 동구도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 선수를 꿈꾼다. 초등학교 야구부 투수 겸 4번 타자다. 그런데 엄마가 응원하러 오지 못한다. 야구할 때마다 일이 생긴다. 주로 동생 민구가 갑자기 아프다. 사실 민구는 야구장에서 트라우마가 생겼다. 야구하는 형이 싫다. 아빠가 엄마와 헤어져서 아무도 동구를 보러 야구장에 오지 않는다. 여기에 친구 관계가 얽힌다. 같이 야구를 시작한 친구 푸른이는 야구를 잘 못한다. 뒤늦게 들어온 영민이는 야구를 잘한다. 더구나 최선이 아니라 최고를 말하는 감독이 결과를 강조한다. 참 좋은 책이다. 승부에 집착하는 남자아이들과 읽으면 좋겠다.

94. 마음에 이는 물결 (어슬러 르 귄, 492)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있다. 다양한 글을 모았다. 르 귄의 글은 쉽지 않다. 상상과 현실이 겹치는 내용이 많다. 내용이 새로워서 낯설다. 사고의 흐름도 독특해서 몇 번 읽어야 이해할 글도 있다. 그래도 르 귄의 글은 참 좋다. 특히 <허클베리 핀>을 분석한 내용은 압권이다. 깊이 생각하고, 끈질기게 쓰는 참 좋은 작가다. 혼자 읽기엔 어렵고 아깝다. 여럿이 같이 읽으면 좋다.

93. 브릿지 (000, 200) / 청소년 소설
  작가 요청으로 미출간 원고를 읽었다. 미출간 원고를 평가해달라고 해서 솔직하게 말해줬다. 솔직하게 말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부담스럽다. 그래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원고를 보내는 거라 생각해서 솔직하게 말한다. 원고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