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6월에 읽은 책
6월에 읽은 책 18권 4141쪽 (전체 92권 24140쪽)
92. 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이소완, 120쪽) / 3학년 이상
은영이는 눈물이 많아서 맹물, 은우는 몸은 콩알 만한데 기운이 짱짱해서 콩짱이다. 절친인 둘이 우연히 강아지 깜돌이를 만나고, ‘그냥 씨’와 여러 사람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마을에서 이웃을 만나 서로 알고 이야기하며 함께 지내는 모습이 좋다.
9. 불멸의 지혜 (월리스 와틀스, 176쪽) / 자기계발
나폴레온 힐, 로버트 슐러 같은 사람들이 스승으로 여긴 사람이라고 소개를 듣고 거부감이 들었다. 시크릿에 영향을 주었다는 걸 보고 또 싫어졌다. 그래도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학부모가 읽자고 한 책이라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읽었다. ‘배울 게 있을 거야!’ 하며 읽는데 여전히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 추천한 학부모는 또 감동받았다며 인생의 안내서라고 말한다. 비판이 솟구쳤지만, 참고 들어봤다. ‘나와 다른 사람은 이런 책에서 도움을 받을 거야!’ 하며 들었다. ‘그럴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겐 쓸모없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90. 복음과 상황 6월호(173쪽) / 기독교
다달이 읽는 월간지다. 6월호도 참 좋다.
89. 모모 (미하엘 엔데, 367쪽) / 중학생 이상
다섯 번쯤 읽었다. 교사 모임에서 읽어서 그런지 놀 줄 모르는 아이들, 바쁘게 사는 아이들의 결핍이 생각났다. 선생님들은 너무 바쁘게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산다고 말했다. 시간에 쫓겨 사는 생활이 습관이 돼버렸다고, 여유를 갖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느리고 여유롭게 사는 독일에서 미하엘 엔데가 모모를 생각했다면, 우리나라를 보면 어떨까?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88. 지켜야 할 세계 (문경민, 254쪽) / 소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다. 세 번째 읽는데도 여전히 보이는 부분이 보인다. 독서 모임을 하면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말하는 걸 들으면 다른 부분이 보인다. 다음달에 교사들과 함께 읽는다. 어떨까?
87. 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536쪽) / 사회
딸과 같이하는 독서 모임에서 읽었다. 두 번째 읽었는데 여전히 좋다. 딸이 사회에 분노하는 모습이 젊었을 때 나를 보는 듯했다. 글을 쓰기로 했다. 따로 소개하겠다.
86. 누리호의 도전 (정화영, 73쪽) / 4학년 이상
여러 차례 시험과 도전 끝에 2023년에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를 소개하는 책이다. 우주를 바라보며 과학자의 꿈을 꾸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85. 어쩌다 거룩하게 (나디아 볼즈웨버, 290쪽) / 기독교
20대에 나는 사고형 인간으로 비판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리스도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많았다. 그때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읽고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어쩌다 거룩하게』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죄인들이 모여서 교회를 이루었고, 죄인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좋다. 그래도 나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더 좋았다.
만약 A 교회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상처를 준 사람이 B 교회에 가서 자유와 은혜를 외치면 어떻게 봐야 할까? 죄가 용서받는 곳이 교회이지만, 상처가 남은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은혜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84.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어(조종순, 101쪽) / 4학년 이상
동물을 소중하게 대하자는 내용을 동화로 쓰면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동물권, 동물실험 등을 소개하고 찬반을 따져볼 내용을 소개했다. 독서반 아이들과 토론했다.
83. 안녕 몬스 (장유하 외, 109쪽) / 4학년 이상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 대상 도서여서 읽었다. 단편 동화 세 편을 모았다. <안녕, 몬스>는 거친 부부싸움을 보고 생긴 공황장애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이야기다. <버디를 찾아서>는 느려서 답답해 보이는 연서와 빨라서 덤벙대는 리나가 어려움을 만나는 이야기다. <배나무 꽃잎은 바람에 날리고>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오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한다. 좋았다.
82.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131쪽) / 소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걸 보면 사람들은 분노한다. 특히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의 죄악에 분노한다. 그러나 강자가 자신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태도가 달라진다. 거래 상대나 상사의 불의를 보면 분노를 감춘다. 주인공 펄롱은 석탄과 땔감을 판매한다. 배달도 한다. 가장 큰 거래처인 수녀원에 배달하러 갔다가 학대당하는 아이를 발견한다. 수녀는 물론 수녀원장까지 아이를 학대하는 일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고 펄롱이 고민한다. 지금보다 인권 의식이 낮았던 1980년대에 펄롱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불의를 보고 갈등하는 이야기는 꽤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 문장이 좋고 펄롱의 마음 상태를 묘사하는 표현이 좋다. 상징과 복선을 드러내는 문장이 많다. 불의 앞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잘 묘사했다.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라 많이 팔린 것 같다. 펄롱처럼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81. 아테나와 아레스 (신현, 196쪽) / 4학년 이상
새나와 루나 아빠와 엄마는 경주마를 타는 기수다. 아빠는 우승 경력이 많은 이름난 기수다. 엄마는 실력이 좋으면서도 우승 경력이 없다. 말의 상태를 배려하며 타기 때문이다. 엄마가 경주에서 다치고 얼마 뒤에 말이 두 마리 태어난다. 세나는 말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는 통념을 깨고 두 마리에게 아테나, 아레스라고 부른다. 아테나는 경주마로 두각을 나타낸다. 세나는 아레스도 뛰어난 경주마가 될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아테나와 아레스』는 말 이야기면서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우리나라 학생들 이야기다. 전개 과정이 좋고, 이야기가 담은 내용도 좋다. 참 좋은 책이다.
80. 고백의 언어들 (김기석, 359쪽) / 기독교
김기석 목사님이 은퇴하면서 자신의 삶과 하나님을 강의한 내용이다. 첫 번째 <인간이라는 수수께끼>는 압권이다. 읽다가 너무 좋아서 다시 읽고 그랬다. 첫 강의는 성경 이야기가 적고 책, 특히 고전 내용이 많다. 유한과 무한으로 시작해서 관계로 이어지는 내용이 정말 좋았다. 다른 강의에서 모세, 아브라함, 욥을 말하는데 문학 내용과 그림을 엮어 설명한다. 이 내용도 참 좋다. 1장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
79. 루리의 우주 (황지영, 160쪽) / 4학년 이상
박두나는 휠체어를 탄다. 다니기 불편한 점(계단, 대중교통 등)도 있고 사람들 시선과 말이 불평하지만 친구와 즐겁게 지낸다. 어느날 친구 이담이와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가 오해가 생긴다. 휠체어를 타는 두나는 느끼지만, 이담이는 느끼지 못하는 부분 때문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싫은 부분이다. 이때 두나와 똑같이 생긴 루리를 만난다. 루리는 다른 우주에서 왔다. 평행우주에서 루리는 이곳에서 두나와 같다. 루리가 사는 우주는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다.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두나는 우연히 루리가 사는 우주로 간다. 이곳에서 하지 못했던 걸 그 우주에서 자유롭게 마음껏 한다. 작가가 좋은 아이디어에 좋은 내용을 담았다. 황지영 작가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다 좋았다. 이 책도 토론하기 좋다.
78. 마지막 유령 (니시무라 쓰지카, 327쪽) / 소설
잔잔하게 시작했는데 『기억전달자』를 생각하게 한다. 5학년 하지메는 방학 동안 할머니 집에 간다. 엄마가 돌아가셨고 아빠는 바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지메는 슬프지 않다. 슬픔이 사라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슬픔이 사라진 까닭을 말하면 ‘스포’가 되므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메는 할머니 집 옆에 생긴 비행장 근처에서 유령(이름:네무)을 만난다. 네무는 하지메에게 점점 유령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유령이 사라지는 게 하지메와 무슨 상관이 있지? 절반 정도 읽는 동안 ‘양철북 출판사에서 왜 이런 책을 냈을까?’ 싶었는데 후반에 가서 ‘역시~’ 했다. 『기억전달자』와 다른 내용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참 좋은 책이다.
77. 하느님의 입김 (탁동철, 335쪽) / 교단 일기
탁동철 형이 쓴 교단 일기다. 낄낄대고, 우와 감탄하고. 나도 해봐야지 생각하며 읽었다. 나는 아이들 곁에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장인이 견습생 가르치듯 가르친다. 형은 아이들을 친구 대하듯 한다. 알고도 모른 척하며 슬슬 부추긴다. 무엇보다 형은 우리가 가졌던 아름다운 마음을 찾는다. 익숙하게 본 교실 분위기를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 관심을 두고 살피며, 함께 해결하고, 일상의 경험을 통해 자라게 한다. 교실에서 ‘어떻게 이런 걸 하지?’ 하는 걸 한다. 아이들 스스로 땅을 파서 논을 만들고, 닭장을 만들고, 직접 땀 흘려 기른 것들을 장에 팔러 간다. 그렇다고 형네 반 아이들이 착하기만 한 건 아니다. 욕하고 싸우기도 한다. 그럴 때도 타이르고 혼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같이 의논하며 스스로 길을 찾게 도와준다. 참 좋은 형이 쓴 좋은 책이다.
76. 죽은 교사의 사회 (차승민, 267쪽) / 교육
영화를 통해 교사의 모습과 교육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나는 책벌레라 본 영화가 전체 25편 중 네 편밖에 없다. 그래도 내용이 와닿았다. 영화는 학교를 배경으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내용이 많다. 저자는 영화에 나오는 여러 인물을 통해 교사의 권위, 능력, 두려움, 환상, 태도, 가르치는 방법, 가르침과 배움 등을 다룬다. 당장 써먹을 기술이 아니라 오래도록 고민해야 하는 것을 알려준다. 내일 학생들에게 보여줄 PPT나 동영상을 찾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야 한다. 교사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도 생각하며.
75. 괜찮아?! (이남석, 167쪽) / 청소년 상담
이남석 작가 책을 거의 다 읽었다.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을 여럿 썼다. 이 책은 불안, 우울, 무기력을 다룬다. 청소년기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커진다. 앞으로 무얼 할지 걱정이고,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열심히 한다고 될 것 같지도 않다. 작가는 이 마음을 드러내어 보여주며 생각을 바꾸고,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지긋이 바라보라고 한다. 내가 읽고 겪으며 긴 시간을 들여 알아낸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좋은 책이다.
5월에 읽은 책 14권 4011쪽 (전체 74권 19999쪽)
74.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400쪽) / 고전
교직원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었다. 중고등학생들과 토론할 때 처음 읽었는데 그때와 느낌이 다르다. 내용에 대한 감탄이 줄어들고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92년 전, 우리가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갈 때 헉슬리는 100년 후 미래를 내다보았다. 세익스피어의 문장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게 대단하다. 사회 구조, 인물의 성격 묘사가 탁월하다. 특히 원시인 존의 갈등과 버나드의 변화 모습이 탁월하다. 다만, 헉슬리가 바라본 미래 사회와 지금은 꽤 다르다. 우리는 안정을 위해 집단주의를 선택하지 않고 개인주의로 빠져들었다. 그래도 이 책은 굉장하다.
73. 신곡 (단테, 1086쪽) / 고전
단테가 스승인 베르길리우스와 지옥, 연옥을 지난 뒤에 베아트리체와 천국을 여행한다. 3행으로 맞춰 고전에 나온 인물, 당대 역사적 인물, 정치 사회 인물을 망라해서 시를 썼다. 단테가 언급하는 사건과 인물을 이해해야 내용을 알아듣는다. 각주에 나온 설명과 본문을 계속 번갈아 읽어야 한다. 지옥은 33편으로 썼으며 재미있었다. 연옥도 33편으로 썼는데 똑같은 패턴을 되풀이해서 지루했다. 천국은 34편으로(지옥, 연옥, 천국까지 100편이다.) 당시 천문관이 반영되었다. 천국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천국에 갈 사람을 골라내서 소개하는 내용이다.
신곡을 읽으며 사람은 당시 세계관이 반영된 천국과 지옥을 생각한다. 자기 나름의 천국과 지옥을 생각하며 그 기준으로 천국과 지옥에 갈 사람을 판단한다. 중세 사람들은 신화의 세계에서 살았음을 알았다. 그들은 이야기를 만들었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신화를 받아들였다. 우리는 이를 과학의 언어와 도구로 대체했다. 신비가 사라지고 허무와 우울함이 자리를 차지했다.
72. 성경 속 왕조 실록(배경락, 303쪽) / 기독교
저자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책 내용은 좋다. 열왕기서에 나오는 왕들의 기록을 해설한다. 핵심을 잘 짚어낸다. 열왕기를 공부하는 성도에게 알맞게 도전을 주는 책이다.
71.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310쪽) / 중학생 이상
학부모들과 함께 읽었다. 책이 별로였다고 말한 아빠는 등장인물의 이름 뜻을 알려주자 태도가 바뀌었다. 1학년 아이 엄마는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를 모두 적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묻는 분도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곳보다 이런 사회가 더 좋겠다는 분도 있었다. 고통이 주는 가르침을 나누기도 했다.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보다 의견이 다양했다. 그래서 깊이 나누지는 못했다.
70. 도둑 맞은 집중력(요한 하리, 434쪽) / 인문
기자가 집중력에 관심을 갖고 몇 년 동안 자료를 모았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인터뷰하며 글을 썼다. 기자가 쓰는 기사는 신뢰를 주어야 하므로 글을 쓰는 특유의 기법이 있다. 개인의 이야기로 관심을 갖게 하고 인정받는 실험 결과와 전문가의 견해를 제시한다. 또한 자신이 직접 색다른 일을 겪으면서 과정을 소개한다. 앞부분이 살짝 지루하지만, 여길 넘어서면 집중해서 읽게 된다.
집중력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연에서 나는 음식 먹기(인공감미료, 색소와 합성 향을 넣은 것 말고), 충분히 놀기, 충분히 자기, 영상매체 피하기, ADHD 같은 증상에서 약으로 해결하지 말기, 페이스북 같은 매체의 운영 구조와 원칙을 알기. 이렇게 적어놓으니 방법을 말하는 책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뭔가 이상하다고 말한다. 본질을 놓치고 현상에 집착해서 중요한 것을 놓쳤다고 말한다.
색다른 방식으로 자녀를 길렀다. 학원에 가지 않고,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며 실컷 놀았다. 하루 8시간 이상 잤다. 영상매체 없이 지냈고, 지금도 영상매체에 의존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옹호하는 내용의 책이라서 더 반가웠다. 꼭 읽어보시라.
69. 키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김유, 71쪽) 68. 무적 말숙(김유, 87쪽) 67.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김유, 92쪽) 66. 내 언니를 찾습니다(김유, 47쪽)
김유 작가가 아이들을 만나러 왔다. 2~4학년이 읽기 좋은 동화를 많이 쓴다.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장편도 쓰면 좋겠다.
65. 복음과 상황 5월호 (153쪽)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이다.
64. 조관순, 학교를 뒤집다 (박상기, 152쪽) / 5학년 이상
6학년은 학교 터줏대감이다. 운동장에는 유독 6학년이 많다. 윤서네 학교에 멋진 테라스가 생기자 6학년이 몰려간다. 5학년 윤서는 새로 만든 테라스를 이용하지 못해서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티격태격하던 경훈이도 운동장을 6학년에게 빼앗겨 화가 났다. 선생님이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윤서와 경훈이가 스스로 권리를 되찾으려 한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전교회의를 요청하는 등 노력한다.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과 아이디어가 좋다. 읽으면서 윤서가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63. 우리가 만드는 내일은 (바네사 나카테, 261쪽) / 환경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을 꼽으라 하면 아프리카, 흑인, 여성이 포함된다. 저자인 바네사 나카테는 우간다에 사는 여성이다. 부모가 교육받은 사람이어서 나카테가 대학에 다녔지만, 흑인 여성으로 불평등을 자주 겪는다. 대학생일 때 기후정의를 알고, 기후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불평등과 기후 위기에 대한 아프리카의 목소리가 되었다.
아프리카는 가장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 기후 재앙을 가장 힘들게 겪는 곳이다. 선진국이 쓰레기를 아프리카로 보내고,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이 정부와 손을 잡고 마구잡이로 개발하는 곳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 개발을 기다리는 우간다에서 기후 위기에 대처하자고 시위하고 SNS로 알린다. 세계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아프리카의 기후 재앙에 대한 목소리를 흑인 여성이 높인다. 나카테가 언론에 등장하고 기후 관련 회의와 행사에 참여하면서 흑인 여성의 차별을 직접 겪는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여성과 아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이 더 나은 생각을 갖게 한다고 주장한다. 참 좋은 책이다.
62. 밤티마을 마리네 집 (이금이, 199쪽) / 동화
이금이 작가가 밤티마을 시리즈를 다시 펴내며 4권을 썼다. 큰돌이와 영미가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영미는 부모님(특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다른 주인공 마리는 아버지가 고향인 네팔로 간 뒤에 엄마와 둘이 산다. 부모가 네팔 사람이라 어려움을 겪는다. 마리가 영미를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열린다. 참 좋았다.
61. 추기경 마르크스의 자본론 (라인하르크 마르크스 추기경, 414쪽) / 인문
마르크스라는 이름을 가진 독일 추기경이 공존과 상생을 주장하는 질서자본주의를 주장한다. 성경 구절이 조금 나오지만 대부분 경제를 말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분석하고, 시장 경제에서 윤리의 역할을 강조한다. 복시사회 한복판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을 말하며 윤리 없는 시장 경제를 통제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칠레와 잠비아의 채권을 사서 되파는 방식으로 수천만 달러를 두 나라에게서 빼앗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았다. 펀드 회사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으면서 자기들 배를 불렸다. 추기경 마르크스는 가난한 이를 위한 경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정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세계 질서는 연대를 통해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원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세계화가 유럽에서는 이루어지겠지만, 탐욕에 물든 아시아와 미국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참 좋은 책을 읽었다.
4월에 읽은 책 14권 3379쪽 (전체 60권 15988쪽)
60. 페인트 (이희영, 241쪽) / 중학생 이상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읽었다. 엄마들이 무척 공감했다. 아빠 한 분은 가족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말 이런 시대가 올지 묻기도 했다. NC 센터 아이들이 부모 면접하러 온 사람들을 점수로 평가하는 것처럼 당신의 자녀가 부모를 평가하면 몇 점일지 이야기했다.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는 건 거의 절대적 사랑이라고 느끼셨다고, 그래서 아이들을 더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 우리 반 학부모들은 “선생님,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어떤 점이 바뀌면 좋을지 물어봐주세요.” 하고 요청하기도 했다. 같이 나누니 좋았다.
책에 나온 문장 : 어른이 꼭 어른일 필요는 없다.
59. 장사에 체면이 어딨어 (최순각, 259쪽) / 에세이
최순각 관장님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추진력이 좋은 분, 창의력이 남다른 분이다. 커피숍을 시작으로 빵집, 선물가게를 지나 책다방과 바보상점까지 냈다. 이번에는 공유책방을 만드는 중이다.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틈틈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냈다. 글이 참 재미있다. 색다른 비유를 끌어와서 재치있게 문장을 내보인다. 사람을 아끼고, 힘겨운 시절을 견디며 일하는 분들을 먼저 생각한다. 이웃을 돕고 마을을 살핀다. 행복하게 읽었다.
58. 복음과 상황 4월호 (173쪽)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이번 호도 좋았다.
57.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홍동우, 254쪽) / 기독교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북토크 사회를 했다. 책을 읽으며 질문을 마련했다. 내 관심과 수준이 북토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했다. 홍둥우 목사님은 막힘없이 질문에 대답했다. 특히 교회 다툼과 관련된 내용은 지혜롭게 대답했다. 목사와 장로의 능력, 심리, 기대 등을 딱 짚어냈다.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 과정,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도 잘 알았다. 홍동우 목사님이 대답할 때마다 현장 참석자들이 감탄하고, 웃고, 질문과 고백으로 호응했다.
뛰어난 성경학자는 연구한 분야를 잘 안다. 그럼 홍동우 목사님 전공은? 일했던 두 교회 모두 다툼에 휘말렸다. 거기서 전전긍긍할 수도, 탈출만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교회 다툼’을 잘 살펴 책을 쓸 정도가 되었다. 정약용 선생은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닭을 기를 때도 관찰하고, 실험하고, 시도하라고 했다. 정약용 선생이 홍동우 목사님을 보면 잘했다고 할 것 같다.
56. 나의 작은 거인에게 (이소현 외, 150쪽) / 시집
어른이 쓴 동시를 안 좋아한다. 내가 만난 아이는 삶에서 시를 썼다. 그 시들은 진실했고 진심이 느껴졌다. 어른이 쓴 동시는 지어낸 느낌이 많이 든다. 이소현 선생님도 내가 동시를 싫어하는 줄 안다. 그런데도 시집을 보내주었다. 11명이 5편씩 쓴 55편의 시 중에 세 편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좋았던 건 등굣길이다. 이소현 선생님이 시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다. ‘소현 샘이 쓴 시가 모두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걱정하며 읽었는데 양일래 어린이를 만나 좋았다.
55. 페렐란드라 (루이스, 333쪽) / 기독교
루이스가 쓴 우주 3부작 중 두 번째다. 창세기 3장을 판타지 소설로 썼다. 1부 『침묵의 행성 밖에서』가 가장 좋다. 『페렐란드라』는 글을 쓴 의도가 뻔하게 느껴진다. 루이스가 우주 3부작 중 가장 좋아했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루이스는 선악을 모르는 여인을 꼬드기는 대화보다 풍경 묘사에 더 마음을 쏟았다.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이 많다. 루이스가 왜 그렇게 길게 묘사했는지 모르겠다.
독서 모임에서 한 분은 <움직이는 땅>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점점 약해지고 느려지는 내 모습을 나누었다. 몇 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는 감탄했었는데 지금은 별로인 까닭도 나누었다. 나는 오히려 고정된 땅과 움직이는 땅이 무엇인지 해석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54. 초등 놀이토론 (이인희 외, 251쪽) / 교육
놀이로 토론하는 방법을 많이 소개한다. 놀이 방법을 안내하고 의견을 정한 뒤에 근거를 찾아 다양한 방법으로 발표하는 놀이를 소개한다. 찬반 토론이 많다. 방법이 간단하고 교사가 아이들을 관리하기 쉬워서 실제 수업에 활용하기 좋다. 교사들이 직접 해본 내용이어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 선생님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책이다.
53. 작별인사 (김영하, 297쪽) / 소설
교직원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읽고 싶다고 해서 읽었다. 김영하 작가 책은 처음 읽었다. 방송에 나오는 작가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알쓸신잡에 나오는 작가가 쓴 책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게 처음이다. 정말 잘 썼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급급해서 작가의 생각을 담지 못하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마음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인간이 무엇인지,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우리의 삶이 어떻게 한 편의 아이기가 되는지 등 삶의 근본을 고민하게 한다. 김영하 작가 책을 읽어야겠다. 읽으면서 『천 개의 파랑』, 『전갈의 아이』가 생각났다.
52. 나는 복어 (문경민, 191쪽) / 청소년 소설
자세하게 리뷰를 쓰려고 기다리다가 시간만 가고 결국은 못 썼다. 다시 읽고 써야겠다.
51. 박하네 분짜 (유영소, 132쪽) / 5학년 이상
5, 6학년 친구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편 6편 모음이다. <내가 기억할게>는 가족을, 다른 단편은 모두 친구 관계를 다룬다. 세 단편은 이성 관계를 다룬다. 작가가 아이들의 관계, 특히 여자아이들의 관계를 잘 묘사했다. 이성교제를 다루는 솜씨도 뛰어나다.
초등 고학년은 친구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기다. 친구가 한없이 좋던 저학년을 지나 어려움을 만나고, 좌절하고, 극복하고, 객관화하는 때다. 이 때를 건강하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은 건강한 관계를 잘 묘사했다. 좋았다.
50. 그 가공할 힘 (C. S. 루이스, 669쪽) / 소설
루이스가 쓴 우주 3부작 마지막 책이다. 처음 읽을 때는 개인이 조직에 매몰되어 생각없이 살아가는 모습에 감탄했다. 두 번째 읽으니 별로다. 루이스를 좋아하지만, <국가공동실험연구소>라는 단체의 특징을 너무 많이 묘사했다. 국공연을 악으로, 세인트 앤 장원을 선으로 나누는 건 괜찮지만 둘을 분리시켜 특징을 대조하는 데만 신경 써서 둘의 접점이 마크와 제인 부부밖에 없다. 마크와 제인 부부도 계속 떨어져 지내므로 마지막에 가서 한 번의 결정적 순간으로 가공할 힘이 무너져버린다. 또한 멀린을 부활시켜 해결하는 방식도 이상해 보인다. 톨킨과 조지 오웰이 극찬했지만, 지금은 조지 오웰의 소설이 더 훌륭하게 보인다.
49. 지퍼백 아이 (김유, 80쪽) / 3학년 이상 동화
아이들에게 읽어줬다. <비밀의 꼬리>는 거짓말하면 꼬리가 길어지는 이야기다. 우리반 아이 몇 명 이름 넣어서 읽어줬더니 좋아한다. <지퍼백 아이>는 마음이 쪼그라들어 지퍼백에 갇혀버린 아이 이야기다. 3학년 아이들도 지퍼백에 갇힌 아이 마음을 이해한다. <엄마가 있는 집>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 이야기다. 엄마와 떨어져서 사는 두 아이가 자연스럽게 엄마 이야기를 한다. 마음에 상처가 없어 보인다.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참 좋은 책이다.
48.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 (정연철, 143쪽) / 3학년 이상 동화
작가가 중등 국어 교사인데 초등학생의 삶을 잘 이해한다. <빛의 용사 구윤발>과 <아주아주 낙천적인 정다운>은 특수교육 대상 아동이 주인공이다. 빛의 용사에 마음을 빼앗긴 어린 모습을 잘 표현했다. 아주아주 낙천적인 모습도 일부 특수교육 대상 아동에게서 볼 수 있다. 엄순대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본다. 우성희 작가의 『기다려, 오백원』이 생각났다. 빼못모 회장 황소라는 학급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친구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친구 이야기다. 깔끔하게 잘 썼다. 내용이 참 좋다.
47.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빌 맥과이어, 206쪽) / 환경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아서 기후변화를 안다고 생각했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빙하 아래 갇힌 메탄이 방출되는 건 일부다. 영국 아크라이트의 유산으로 시작된 기후변화는 지구를 온실로 바꾸었다. 폭우, 가뭄, 사막화는 식량난과 분쟁, 전쟁을 일으킨다. 강물이 마르고 모기가 진군한다. 한두 번만 더웠다 추웠다 하면 사과값이 오르고 꽃축제 날짜를 잘못 정했다고 사과한다. 기후변화는 정말 심각하다. 꼭 읽으시라고 추천한다.
3월에 읽은 책 14권 3688쪽 (전체 46권 12609쪽)
46.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279쪽) / 르포
톨스토이는 『안나 까레리나』를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은 여덟 명의 가난한 청소년을 인터뷰한 기록이다. 여덟 명 모두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공통점은 가난이다. 여덟 청소년은 가난 때문에 꿈이 무너지고, 가족이 서로를 미워하거나 짓누르고, 자신을 아끼고 지켜줄 힘마저 빼앗겼다. 그렇다고 모두 아파하다가 좌절하지만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대학에 가지 않으면 기초생활수급비가 끊어지기 때문에 갔던 대학에서 꿈을 발견하고 자리를 잡아간다. ‘평범한 가정’을 꿈꾸며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책을 읽으며 내가 만났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가난한 아이들 마음 숨바꼭질을 하며 느꼈던 마음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숨바꼭질』을 다르게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 좋은 책이다. 독서 모임에서 읽어야겠다.
45.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인생 동화책 (김진향, 박미정 외, 256쪽) / 독서
최근 소설을 소개하는 책이 제법 보인다. 소설만큼 좋은 책이 동화다. 동화가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시절은 끝났다. 지금은 꽤 괜찮은 동화가 많이 나온다. 작가도 많아져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정도이다. ‘누가 동화책을 소개해주면 좋겠다’ 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그런 분을 위한 책이 나왔다.
초등 교사 넷이 학년별(저, 중, 고), 단계별로 동화책을 소개한다. 책 내용을 3쪽 분량으로 소개하고, 좋은 점과 이야기할 점을 알려준다. 함께 읽으면 좋은 다른 책 세 권을 같이 소개한다. 내가 읽은 책이 나오면 반갑고, 읽지 않은 책이 나올 때는 ‘아이들과 읽을까?’ 생각했다. 별로라고 생각한 책이 나오면 ‘이분들은 나와 달리 이렇게 저렇게 책을 읽었겠구나!’ 생각했다.
44.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320쪽) / 르포
조지 오웰이 석탄 노동자들을 찾아가 몇 달 동안 같이 지내며 쓴 기록이다.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노동자들이 열악한 주택에서 지옥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부는 탄광 노동자들의 현실을 썼고 2부 민주적 사회주의와 그 적들은 당시 영국의 사회 현실을 분석했다. 그는 인도에서 영국 제국주의 경찰로 지낸 경험을 통해 제국주의를 반대했으며, 석탄 노동자와 지낸 경험으로 노동자들을 옹호했다. 당시 유행하던 공산주의의 본질을 꿰뚫어볼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동물농장』과 『1984』에 드러난 작가의 통찰은 이 책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조지 오웰은 정말 대단한 작가다.
43. 곁에 머물며 (송대선, 181쪽) / 기독교
송대선 목사님이 쓴 사순절 묵상집이다. 대림절, 사순절 묵상집을 세 번째 읽는데 이번 묵상집이 가장 좋다. 이성이 발달한 내게는 마음으로 쓴 글이 필요하다. 하루 한 편씩 읽으며 좋았다.
42. 성경과 5대 제국 (조병호, 352쪽) / 기독교
열왕기를 공부하며 다시 읽었다. 대부분 아는 내용이지만, 간간이 도움이 되는 내용이 보였다. 이렇게 쉽게 써야 했는데 참~
41. 형사 박미옥 (박미옥, 299쪽) / 르포+에세이
우리나라 최초의 강력계 여형사로 여자형사기동대를 이끌었던 박미옥 형사가 자신의 경험을 쓴 책이다. 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범죄자들을 잡았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범죄자를 잡은 과정에 놀랐다. 힘과 기술로 눌러버린 게 아니라 범죄자들의 마음을 알고 공감하며 설득했다. 이걸 여성의 특징으로 봐야 할지, 박미옥 형사의 특징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일반인은 범죄자를 영화나 방송에서 보기 마련인데, 감옥에 넣어야 할 범죄자를 마음으로 살피고 설득하면서 피해를 줄이며 검거하는 과정이 참 좋았다. 이런 형사가 많아지면 세상이 참 따뜻해질 것 같다.
40. 구약 성경과 신들 (주원준, 204쪽) / 신화
가톨릭 학자가 고대 근동의 신들을 소개한다. 하늘신, 달 신, 바람 신, 강의 신, 피의 신, 가시나무의 신까지. 수메르, 아카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사람들에게 하늘과 달과 바람은 모두 신들의 영역이었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생각에 반대하였기 때문에 신화적 요소를 제거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덧입혔다. 이름바 탈신화화와 재신화화. 불트만의 영향이 이 책에서도 나타난다. 저자의 강의를 듣고 책을 보니 훨씬 재미있다.
39. 그리고 봄 (조선희. 337쪽) / 소설
엄마 정희는 기자다. 아빠 영한은 안기부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한 적이 있다. 둘은 정치 성향이 같다. 딸 하민은 정치 쪽으로는 부모와 말이 통한다. 아들 동민은 정치 성향이 반대다. 중국을 싫어하고 빨갱이에 흥분한다. 60살 부모는 30살 자녀를 어리게 본다. 가르치려 든다. 하민과 동민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 나름 고민한다. 가르치려 들고 평가, 판단하는 부모가 껄끄럽다. 동민이 먼저 집을 나간다. 동민과 부모 사이를 중재하던 하민이 튀르키예 동성 친구와 사귄다고 커밍아웃을 한다. 정치, 성, 경제, 부모의 고민, 취업해야 하는 젊은이의 고민이 책의 주제다.
조선희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 검사가 대통령 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 책을 쓴 것 같다. 작가가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이 깊다. 젊은 세대와 같이 읽고 토론하고 싶은 책이다. 추천한다.
38.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 (게르하르트 로핑크, 306쪽) / 기독교
3월 초에 읽는 게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읽으니 낯선 낱말이 문장 이해를 가로막았다. <대조사회>만 기억난다. 가. <예수와 이스라엘>은 글의 중심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 아는 예수님의 사역이라 쉬었지만, 예수가 원한 공동체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찾지 못했다. 나. <예수와 제자들>에서는 4장 끝난 아버지 노릇이 좋았다. 그러나 역시 전체 흐름은 놓쳤다. 다. <신약 공동체의 예수 추종>은 괜찮아졌다. 라. <고대 교회의 예수 추종>은 잘 이해했다. 방학 때 읽으려다가 뒤늦게 시작했는데 힘들었다.
37. 교회 옆 미술관 (구미정, 263쪽) /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여성 24명을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그림을 소개하는 책은 흥미를 따르는, 가벼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다르다. 여성의 생각과 마음을 잘 표현했다. 짧은 소개 안에 깊이 생각할 내용을 담았다.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과 분석이 남달라서 좋았다. 두고두고 읽어도 되겠다.
36. 경이라는 세계 (이종태, 191쪽) / 기독교
독일 사람과 스위스를 여행했었다. 독일 콘스탄츠에서 스위스 국경을 넘은 뒤에 만난 첫 호수에서 ‘beautiful!’이라고 했다. 조금 더 가서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자 ‘fantastic!’이라고 했다. 아래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그는 ‘awesome!’이라고 외쳤다. 세 번 모두 나는 ‘와~’, ‘멋지다!’ 하고 말했다. 경이를 표현하는 말은 아니었다. ‘경치 죽인다.’도 경이를 나타내기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은 자연에서, 놀라운 것을 봤을 때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에게 경이라는 세계는 희미해지는 영역이다. 저자는 경이야말로 철학과 종교, 예술과 영성의 시원이라고 생각한다. 영성을 경이로 다가가는 접근 방식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이라 하면 보통 자연, 인간의 특별한 행동을 생각할 테고, 그런 방식의 접근은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 중심이라는 반대를 받을 테니까.
저자는 탈주술화와 주술화로 경이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주술화된 세상에서 벗어나면서 잃어버린 걸 회복하려고 다시 주술화하는 과정이 꼭 루돌프 불트만이 주장한 비신화화와 재신화화 같았다.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아쉽다.)
책 내용의 절반은 C. S. 루이스가 쓴 책 내용을 ‘경이’로 해석하는 내용이다. 나는 루이스를 좋아하고, 루이스 책을 대부분 읽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재미나게 읽었다.
저자는 탈주술화와 주술화, 루이스 책과 더불어 다양한 인문, 철학 내용을 소개한다. 저자가 루이스를 좋아하고, 잘 분석하며, 박학다식하다는 게 드러난다. 그러나 책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EBS 클래스 e>에서 강연한 내용을 다듬어 낸 책이라서 그런가? 각 장을 흥미롭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 ‘뭐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독서모임에서 나누면 선명해지려나?
35. 갑신년의 세 친구 (안소영, 298쪽) / 역사소설
『책만 읽는 바보』, 『시인 동주』에 이어 세 번째 읽는 안소영 작가 책이다. 홍영식, 김옥균, 박영효가 갑신정변을 일으킨 배경과 과정, 결과를 상상해서 썼다. 안소영 작가는 꼼꼼하게 자료를 조사해서 과거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세 사람이 조선을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개혁을 꿈꾸었으나 너무 성급하게 일을 진행해서 실패한다. 갑신정변이 실패로 끝난 뒤 그들은 백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일을 꾸준히 했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일본 군대가 아니라 백성을 믿었어야 하는데~’ 하며. 백성이 그들 편이 아이었고, 청나라는 종이호랑이가 아니었다. 그때까지는. 아쉽다. 개혁은 대부분 성급했고, 개혁자들의 실패는 후대에까지 그림자를 남겼다. 아쉽다.
34. 복음과 상황 3월호 (월간지, 165쪽)
400호 기념판으로 <상황과 복음을 잇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김근주 읽기하는 모임, 신학공부 채널을 운영하는 분, 사서 교사, 복상 편집장 두 분 이야기를 읽으며 ‘그래, 우린 그리스도인이야! 나도 하나님 앞에서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로잔 대회 특징이 또 나왔고, 우리 시대 종교 사상가를 계속 소개한다. 종교 사상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지막에 나오는 책 소개는 늘 꼼꼼하게 읽는다.
33. 침묵의 행성 밖에서 (C. S. 루이스, 238쪽) / 판타지
루이스는 지구를 침묵의 행성이라고 보았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이 단절되어 다툼이 일어나는 곳, 인간 이외의 존재와 소통이 끊어진 곳에서 산다. 랜섬(몸값, 죄를 갚음, 풀려남을 뜻함)은 웨스턴에게 납치되어 말라칸드라(화성)에 간다. 화성에는 흐로스, 소른, 피플트리그가 서로 소통하며 살아간다. 웨스턴은 욕심을 채우려고 말라칸드라에 죽음을 안긴다. 웨스턴은 말라칸드라를 침묵의 행성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에 말라칸드라의 오야르사(신적인 존재)가 랜섬과 웨스턴을 불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려 한다.
루이스가 쓴 우주 3부작 첫 번째 책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죄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상상해서 쓴 책이다. 성경을 인용하지 않지만, 북극 집회의 산 위에 앉은 자(사 14:13)를 상상해서 쓴 내용이라고 본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었다.
2월에 읽은 16권 4519쪽 (전체 32권 8921쪽)
32. 윤동주 연구 (김형태, 537쪽)
윤동주 시를 실존의식과 서지자료를 중심으로 연구한 내용이다. 실존의식 연구는 키에르케고어가 제시한 실존의 3단계(심미적 실존, 윤리적 실존, 종교적 실존)로 윤동주의 시를 구분하여 설명한다. 저자가 키에르케고어, 틸리히, 본회퍼, 함석헌, 김교신 등의 사상을 윤동주가 쓴 시와 연결해서 설명한다. 낱말 하나, 현재형이나 과거형, 연과 행 등을 자세하게 분석한다. ‘이 시가 이런 뜻이구나!’ 느끼며 감탄했다.
2부는 윤동주가 읽은 잡지와 책이 윤동주 시에 미친 영향을 소개한다. 윤동주는 잡지와 시집을 꾸준히 읽었다. <숭실활천>과 <가톨릭소년>에 시를 발표했고 <조선일보>, <소년>, <문우> 등에도 꾸준히 발표했다. 또한 교과서에 윤동주 시가 얼마나 쓰였는지, 1~7차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소개한다.
윤동주 시도 나이가 들수록 좋아졌다. 우리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는 대부분 윤동주가 감옥에 갇히기 직전에 쓰였다. 그런 시들을 제대로 모르고 느낌만으로 좋아했는데 윤동주가 어떤 고민을 시에 담았는지 알게 되었다. 윤동주 작품과 배경, 작품의 뜻과 의미를 거의 모두 담은 책이다. 참 좋다.
31.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문경민, 220쪽) / 초 6 이상
책을 쓸 때 작가와 통화했던 기억이 희미하다. 내가 근무한 소달초가 배경이다. 내가 겪은 몇몇 사건이 책에 나온다. 나와 관련된 배경과 이야기를 읽다가 정작 책 내용은 집중해서 읽지 못했다. 행복한수업만들기 모임에서 나누려고 작가와 통화했다가 새로운 사실을 여럿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정말 좋아하지만, 작가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좋아진다. 문경민 작가가 쓴 책 중에서 BEST 3에 드는 책이다.
30. 친애하고 존경하는 (박성희. 115쪽) / 6학년 이상
첫 동화책을 너무 잘 썼다. 단편 다섯 편을 실었다. 나를 아는 분이 <친애하고 존경하는>을 읽으면 ‘책벌레가 아이를 대하는 마음’을 떠올릴 것 같다. 가난하다고 불쌍한 건 아니고, 자존심까지 가난하지는 않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끝까지 소리 내 읽었다>와 <바세린 효과>는 용기 내어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을 주웠다>는 좀 어렵다. ‘공’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면 재미나겠다. <옥탑정형외과>는 쉬운 내용인데 작가가 어떤 말을 하려고 썼는지 찾기는 어렵다. 다섯 편 모두 짧지만 깊은 이야기라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책을 읽으며 송미경, 김태호 작가가 생각났다.
29. 망나니 공주처럼 (이금이, 87쪽) / 4학년 이상
몇 번이나 읽었는데 새로운 부분이 또 보인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부분이 보이면 좋은 책이다. 이번에는 전북 선생님들과 나누었다.
28. 어사 아랑 (김용준, 166쪽) / 4학년 이상
상상해서 쓴 역사 동화다. 장덕은 여자인데도 씨름 대회에 나가서 남자들을 이긴다. 아랑은 오빠 호패로 과거시험에 응시해서 급제한다. 상왕보검(왕이 하사한 칼)으로 죄를 면제받는, 역사에 나오지 않는 일도 일어난다. 구미호가 사람이 되기도 한다. ‘재미로 읽는’ 역사, 여성이 주인공인 역사 이야기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당파 싸움, 영의정의 권세를 내세워 사리사욕을 채우는 관리들, 암행어사는 실제 역사에도 나오는 이야기이다.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생명을 사랑하는 내용은 독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사회 시간에는 가볍게 읽는 역사 동화로, 도덕 시간에는 여성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27.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280쪽) / 소설
작가는 2차 대전에 나갔다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고, 드레스덴에서 폭격을 겪었다. 드레스덴 폭격을 글로 쓰기까지 25년이 걸렸다. 드레스덴 폭격을 거의 다루지 않는 반전소설이다. 주인공 빌리는 전쟁터에 투입된 첫 날, 총도, 철모도, 군화도 받지 못한 상태로 포로가 되었다. 가는 곳마다 독일군과 포로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다. 전쟁터에 가장 어울리지 않았던 빌리는 살아남았다. 반면 가장 살아남을 것 같았던 에드거 더비는 드레스덴 폭격에도 살았지만, 어이없는 이유로 죽는다. 이게 작가가 말하는 바다. 시간이 현재, 과거, 미래로 왔다갔다 하고 외계 행성에 잡혀가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과학 소설로도 불린다.
26. 비유의 위력 (존 도미닉 크로샨, 390쪽) / 기독교
젊었을 때 예수세미나에 관련된 분들을 위험하게 봤다. 나이가 들면서 이분들이 점점 대단해 보인다. <비유의 위력>은 예수님의 비유를 설명한다. 성경비평처럼 비유를 비평한다. 비유를 본보기 비유가 도전하는 비유와 공격하는 비유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2부에서는 마가복음을 기본으로 마태, 누가, 요한이 자기 생각을 더해서 비유가 바뀌듯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설득이 되어서 걱정이 되었다. 많은 자료를 활용해서 근거를 들어 설득하는 내용이 감탄스러웠다.
25. 복음과 상황 2월호 (155쪽) / 월간지
<이주민과 함께>를 주제로 다루었다. 늘 생각하지 못한 주제를 자세하게 알려주어 좋다. 더구나 성경에서 자주 강조한 ‘고아와 과부’에 해당하는 분들을 소개해준다. 정원 이야기가 끝나서 아쉽지만, 반가운 얼굴을 만나서 좋다. 좋은교사 현승호 공동대표와 대담, 김성한 메노나이트 대표의 로잔 운동 소개글이 나온다. 한 구절도 빼지 않고 꼼꼼하게 읽는 책이다.
24.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김도영, 235쪽) / 에세이
교도관으로 지내며 범죄자들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을 쓴 에세이다. 1부와 2부는 나쁜 놈들이 교도소에서 사는 모습을 썼다. 다른 범죄자에게 맞아서 힘들어하는 재소자를 도와줬더니 아동성범죄자라는 걸 알았을 때의 당황과 분노 같은. 이런 내용을 책 앞에 넣에서 관심을 확 끈다. 인과응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런 놈들은 모조리 확~’ 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계속 책을 읽게 된다. 한 달만에 5쇄나 찍은 건 교도소 내부를 다룬 책이 드물고, 나쁜 놈들의 나쁜 모습을 당황스러운 순간과 함께 소개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3부인 것 같다.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23. 창세기(도미니크 마클 외, 268쪽) / 기독교)
가톨릭 학자가 쓴 창세기 해설이다. 앞부분에서 100쪽가량이 서론인데 성서비평 내용을 많이 소개한다. 가톨릭은 교황 중심의 보수 신앙인 줄 알았는데 성경 편집사를 소개하다니 놀라웠다. 창세기 본문에서도 J문서, E문서, P문서, D문서를 언급하는 설명이 계속 보인다. 1~50까지 전체를 편집, 외래어의 영향, 성경 다른 부분과의 연관성 등을 계속 설명한다. 신학하는 분이 보면 재미있으려나? 나는 좀 재미있었다.
22. 팔복(전성민, 267쪽) / 기독교
전성민 교수님 강의를 듣고 감탄했는데 책도 참 좋다. 성경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면 이렇게 성경을 볼 수 있을까? 팔복 해설을 읽으며 자꾸 놀란다. ‘원래 이런 뜻이었구나!’ 하며. 마음이 흔들리다가도 이런 책을 읽으면 다시 내 마음으로 돌아온다. 올해 천천히 다시 읽어야겠다.
21. 다산 정약용 평전(박석무, 651쪽) / 평전
올해 허균, 린드그렌, 정약용 평전을 읽었다. 린드그렌은 자세하게 쓴 책을 읽기로 했다. 허균은 평전을 읽어서 실망했고, 정약용은 읽을수록 감탄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정약용은 18년 동안 정조를 만났다. 18년 동안 유배지에 머물렀고 유배에서 풀려나서 18년 동안 살았다. 정조와 만날 때는 정조의 칭찬을 들으며 공부했고, 정조가 맡긴 업무를 해냈고, 시기와 질투 때문에 정조에게서 멀어지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유배 18년 동안 글을 썼다. 경전 해석을 주로 다루었으며 정치, 경제, 의학, 법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었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내는 18년 동안, 유배지에서 쓴 글을 학자들에게 평가받고 시를 많이 썼다. 세 번의 18년 동안 공통점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정말 훌륭한 분이다. 만약 죽은 뒤에 이런 분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큰 절을 올리고 싶다.
20. 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전호태, 205쪽) / 역사
우리나라에 있는 암각화를 소개한 책이다. 우리나라에 암각화가 이렇게나 많다니~ 놀랍다. 가족과 지나갔던 곳에도 암각화가 있었다. 특히 경상북도에 많다. 전라도 지역은 넓고 물산이 풍부해서 문화의 흐름이 빨랐다. 경상도 지역은 산이 많고 고립되어 어떤 문화가 들어오면 오해 보존되었다. 경상남도는 바닷길로 전라도, 일본과 이어져서 전라도 지역처럼 문화 유입이 빨랐다. 암각화를 보존하려는 마음의 표현으로 보고 경상북도에 많았다고 해석하는 게 흥미로웠다. 이제 다른 지역으로 갈 때마다 지나는 길이나 목적지에 암각화가 있는지 찾아볼 거다. 이 책에 주소가 다 나온다.
19.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이꽃님, 191쪽) / 중 2 이상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지오는 미혼모 엄마가 혼자 길렀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빠에게 가야 했다. 엄마가 암에 걸렸고, 아빠가 사는 곳에 유도로 이름난 학교가 있다. 지오는 유도부다. 아빠 곁에는 임신한 부인이 있다. 지오는 학교에서 찬이와 새별이를 만난다. 찬이 부모는 집에 화재가 났을 때 찬이를 보호하고 돌아가셨다. 새별이는 자기 때문에 찬이네 집에 불이 났다고 생각한다. 지오와 아빠, 찬이와 새별이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지오와 찬이! 지오가 곁에 있으면 찬이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늘 자기를 괴롭히던 감정이 잦아든다. 등장인물이 겪은 일이 강력해서 현실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결국 지오와 찬이의 감정에 빠져들었다.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나 잘 다루다니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읽으려고 마음을 먹었는데도 감정이입을 하고 말았다.
문경민 작가가 칭찬하며 준 책이다. 나도 박수를 보낸다. 참 좋은 책이다.
18. 누룽지 이사 대작전 (신민경, 164쪽) / 3학년 이상
아파트 단지에 아이들이 산다. 고양이도 산다. 재건축으로 아파트 단지가 헐리면 아이들은 흩어져서 다른 학교로 간다. 고양이는 어디로 갈까? 지오는 어미 없는 고양이를 만나 누룽지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돌본다. 누룽지 친구 고양이를 만나고 돌보다가 재건축 소식을 듣는다. 지오는 누룽지가 살아갈 곳을 찾아주려 한다. 그런데 누룽지만 옮기면 다른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서 누룽지 이사가 대작전으로 바뀐다. 짧게 툭툭 쓴 문장이 눈에 띈다. 문장 때문에 책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17. 만들어진 유대인 (슐로모 산드, 589쪽) / 인문, 역사
시오니즘에 바탕을 두고 세워진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을 위한 나라라고 주장한다. 그 땅에 살지 않아도 유대인이면 시민권을 준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살다가 선거 때만 이스라엘에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유대인들을 위한 나라를 믿는다. 그렇다면 누가 유대인일까? 유대인이라는 민족이 있을까?
저자는 유대인에 대한 정의를 내린 사람들(주로 시오니즘을 주장한 학자들)의 역사를 소개한다. 하스몬 왕조, 힘야르 왕국, 베르베르 유대인, 하자르 유대인, 동유럽 유대인의 기원을 소개한다. 시오니즘 학자들이 역사학, 생물학, 정치와 종교를 이용해서 편협하게 유대인을 정의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들은 히틀러의 논리를 따라 유대인 우월성을 내세우고,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증거만 찾으려 했다. 전혀 몰랐던 인종주의와 유대교 역사가 흥미로웠다.
다만, 이 책은 책벌레가 아니면 읽기 어렵다. 나도 (민족주의를 설명하는 1장 민족 만들기 내용은 읽기 힘들었다. 성경 내용의 역사적 사실을 대부분 부정하기 때문에(믿음으로 부정하는 게 아니라 고고학을 증거로 들며 역사적 사실로 부정한다.) 내 믿음을 어느 수준에서 정리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1월에 읽은 책 16권 4402쪽
16. 허균평전 (허경진, 410쪽) / 평전
허균의 일대기를 읽었다. 적당히 알 때는 좋은 면만 알았다. 백성을 생각하는 아버지 허엽, 시를 나누던 가족 분위기, 마음 아프게 살았던 난설헌 허초희, 그리고 세상을 뒤짚고 싶었던 허균. 평전에서 읽은 허균은 자유로운 영혼(사실은 철없는 난봉꾼),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사실은 성급한 막내)였다. 서얼, 중, 가난한 이들과 허물없이 지낸 모습은 좋지만, 술 먹고 기생과 노느라 맡은 책임을 소홀히해서 인심을 잃었다. 속마음을 숨기고 지지자를 모아 계획을 세웠을 때는 이미 늦었다. 사람들이 과거에 알았던 허균의 모습만으로도 역적이라고 몰기에 충분했다. 아버지와 형들이 오래 살았으면 달랐을까 생각하지만, 이미 지난 역사여서 안타까워할 뿐이다. 허균, 허난설헌은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였다.
15.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293쪽) / 필독서
2023년 최고의 책이었다. 독서 모임에 마석훈 작가님을 초대했다. 돈도 안 주는데 4시간 동안 운전해서 오셨다. 북에서 온 아이들과 지낸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물었더니 자기 뜻이 아니란다. 그냥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나는 하나님 뜻대로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마석훈 님은 그냥 살게 됐다고 한다. 멋있었다. 아이들 데리고 풀 뽑으러 오겠다고 했다. 좋다.
14. 신명기 (주원준, 525쪽) / 기독교
천주교 평신도 신학자가 쓴 신명기 해설서다. 줄 치며 읽었다. 신명기를 꽤 읽었는데 새로운 내용이 참 많다. 신명기 계명을 십계명으로 풀이했다. 평생 신명기만 연구했던 두 학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평생 신명기만 공부한 분도 계시다니~ 특히 배경지식을 풍성하게 다루어서 좋다. 저자가 앗시리아, 수메르, 아카드, 히브리 등의 언어를 잘하는 전문가여서 그렇다. 개신교에서 보던 내용과 달라서 새로웠다. 천주교 신학자들 책을 읽고 싶어진다.
13. 지켜야 할 세계 (문경민, 254쪽) / 소설
두 번째 읽었다. 작가는 세 엄마 이야기라고 했다.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이를 기르는 엄마, 뇌병변장애를 가진 동생이 나간 뒤에 비로소 공부해서 교사가 된 엄마, 야학에서 가르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가 깨져버린 고등학생 엄마. 세 엄마에겐 지켜야 할 세계가 있었다. 윤옥 엄마에겐 지호가, 윤옥에겐 수업과 학생들이, 수연에겐 아들이 번듯하게 살아갈 삶을 지켜야 했다. 내게도 지켜야 할 세계가 있다. 잘 지킨 적도 있고, 지키지 못한 적도 있다.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조금씩 걱정이 된다.
1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마렌 고트샬크, 245쪽) / 전기문
한참 전에 나온 린드그렌 전기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참 좋다. 이야기로 살아간 분,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전해주며 세계에 사랑하라고 외친 분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산적의 딸 로냐』다.
11. 쿵푸 아니고 똥푸 (차영아, 95쪽) / 초 2 이상
<쿵푸 아니고 똥푸>, <오, 미지의 택배>, <라면 한 줄> 단편을 모았다. <쿵푸 아니고 똥푸>는 1학년도 읽을 만하다. 똥 싸는 아이를 놀리는 상황을 극복하게 한다. <오, 미지의 택배>는 4학년 이상에게 맞다. 생각보다 담긴 의미가 있다. <라면 한 줄>은 2학년 이상에 맞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고쳐 썼는데 개연성이 부족하다. 아동학대로 부를 수도 있다. 작가가 예능 작가여서 이렇게 썼나 보다.
10.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조병영, 375쪽) / 교육
5년쯤 전부터 문해력이란 말이 떠올랐다. 15년 전에 들었던 리터러시가 문해력으로 바뀌어 전국을 강타했다. EBS에서 문해력 강의한 분이 낸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1부는 정말 좋았다. 밑줄 쫘악 그으며 읽었다. 4부도 좋았다.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장소의 역사를 읽어내면서 수업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동네의 가치를 알면서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이 내 수업의 방향과 비슷했다. 2부는 조금 좋았고, 3부는 거리감이 있었다. 저자가 미국에서, 교수로 살았기 때문에 한국 현실, 학교 상황을 몰라서 그런 것 같다.
9. 복음과 상황 1월호 (월간지, 151쪽) / 기독교
새해 시작부터 <분분한 실패>를 주제로 잡지를 냈다. 역시 마음에 든다. 돈 놓고 돈 먹기 싫어 목사 자리를 떠나야 했던 설훈 목사님 이야기를 읽으며 화가 났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서 가족이 함께 힘들었다. 로잔 대회를 홍보와 이벤트로 전락시키는 대형교회 행태는 역시나 했다. 아주 화를 부른다.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고 절차까지 어기며 목사를 출교한 내용도 분노를 유발시켰다. 돈 좀 생기면 줄 곳이 또 생겼다.
8. 이모티콘은 우릴 보고 웃지 (제성은, 175쪽) / 초 3 이상
이모야는 소심하고 겁이 많다. 친구와 갈등을 피하려 하고, 친구들의 주목을 받으면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모티콘을 사용하면서 친구들과 조금씩 친해진다. 이모야가 5학년이 되어 전학 간 학교에서 정다정과 짝이 된다. 다정이는 이모야와 성격이 정반대다. 친구들이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자신있게 말한다. 이모야가 소심한 쪽으로 지나치다면 정다정은 눈치를 모를 정도로 지나치다. 대놓고 말한다.
활기차고 과장된 모습으로 행동하는 정다정을 보고 이모야는 이모티콘을 만들기에 딱 맞는 대상이라 생각한다. 이모야가 자신을 대상으로 이모티콘을 그린다는 사실을 정다정이 알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정다정은 박진우의 질투를 일으키기 위해 이모야에게 1주일 동안 가짜 커플로 지내자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러겠다고 했지만, 이모야는 학교에 가기 전부터 괴롭다. 정다정의 지나친 행동을 이모야는 도저히 견디지 못한다. 갈등이 생기면 늘 피하기만 했던 이모야는 친구들의 주목을 받으며 점점 힘들어한다.
이모야는 지금까지 잘 참으며 피하기만 했는데 가짜 커플로 지내면서 달라진 것 같다. 어느날 모둠 활동하다가 갑자기 교실에서 뛰쳐나간다. 그걸 보고 정다정도 따라 나간다. 실내화를 신고 뛰쳐나간 뒤에 둘이 이야기하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정다정이 해준 이야기가 이모야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겼고, 이모야도 표정이 점점 웃는 이모티콘처럼 바뀐다.
7. 복음과 상황 12월호 (월간지, 163쪽) / 기독교
꼼꼼하게 읽는 월간지다. 특집 <엔도 슈사쿠>이 좋았다. 읽고 싶은 책이 많이 생겼다. 윤치호에 관한 글도 좋았다. 아웃사이더 김동문 선교사님을 소개해서 좋았고, 1년 동안 가장 먼저 읽었던 <나의 정원, 나의 성소>가 끝나서 아쉬웠다. 뉴욕식물원 가드너의 이야기를 어디에서 읽겠나!
6. 신명기 (크리스토프 라이트, 446쪽) / 기독교
신명기를 공부하려고 강해서를 읽었다. 지금까지 신명기는 지키면 복 받는 말씀, 안 지키면 저주를 받는 말씀이었다. 강해서를 읽으면서 지켜야 할 말씀의 내용이 약자를 위한 것임을 알았다. 신명기 규정은 권력과 돈이 없어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던 백성 위주의 피지배자,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내용이었다. 순종과 불순종을 따지기 전에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 이스라엘에서 약자를 위한 규정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5. 시인 동주 (안소영, 328쪽) / 중학생 이상
『책만 읽는 바보』를 쓴 안소영 작가의 책을 읽는다. 윤동주의 삶을 꼼꼼하게 조사해서 소설로 펴냈다. 답답하고 암울한 시대를 사는 시인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글은 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를 써내려고 끙끙대는 모습보다 시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윤동주를 그렸다. 하숙집 아이와 놀아주며 <오줌싸개 지도>가 다가왔고, 나라와 백성에게 슬픔이 깃드는 시대에 <팔복>이 다가왔다. 윤동주의 시를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와 상황에 맞게 소개해서 더 깊이 느껴졌다. 윤동주가 쓴 시는 이해하기 전에 다가오는 시어의 울림이 있다. <눈 감고 간다>는 시를 새롭게 알아서 좋았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채이거든 /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4. 검은 여우를 키우는 소년 (신동섭, 173쪽) / 초 4 이상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 조공으로 바칠 검은 여우를 잡으면 포상하겠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얼마 뒤에 실제로 검은 여우를 잡아 바쳤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작가는 두 기록을 토대로 검은 여우 까매를 기르는 소년 타내 이야기를 상상해서 들려줍니다.
검은 여우를 잡으면 크게 상을 준다고 하자 압록강 아래 여우난골에도 긴장감이 감돕니다. 현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검은 여우를 잡으려 합니다. 까매가 검은 여우를 기른다는 사실을 알고는 까매를 잡으려고 군졸들과 사냥꾼들을 보냅니다. 실력 좋은 추노꾼까지 동원해서 까매를 쫓습니다. 향교 지도자들은 이번 기회에 여우를 모조리 잡아 없애려 합니다. 백성들이 여우 귀신 이야기를 믿기 때문입니다.
타내는 동물을 좋아합니다. 타내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는 몇 사람과 함께 여우를 살리려 합니다.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한다고 속이고 잡혀 온 여우 새끼를 돌봅니다. 그러나 현령의 집요한 추적 끝에 까매가 잡힙니다. 타내는 까매를 살리려고 평양까지 따라가지만, 현령이 쉽게 여우를 내주지 않습니다. 압록강 국경에서 만났던 최윤덕 장군을 만나 까매를 살릴 기회를 얻지만, 타내에게 불리하기만 한 조건입니다. 타내가 까매를 구할 수 있을까요?
『검은 여우를 지키는 소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다룹니다. 세종대왕은 잠깐 나오고 사라집니다. 최윤덕 장군도 소년을 돕는 역할로만 등장합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타내는 거란족 출신 화척입니다. 타내를 도와주는 사람들도 모두 조선 시대에 멸시받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약한데도 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여우를 살리려고 서로 돕습니다. 존재감이 없고 힘도 없었던 사람들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서로 도와주며 함께하는 모습이 큰 울림을 남깁니다.
3.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 (성요셉, 188쪽) / 초 3 이상
산타 할아버지가 아내와 아들이 있다고? 설마? 판타지 세계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맞다. 『핼러윈 마을에 캐럴이 울리면』은 판타지 동화다. 산타클로스 아들이 인간 세상에 나타난다. 긴 낫을 든 리퍼가 등장하고 호박머리 잭오랜턴이 크리스마스를 없애려 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사라지면 산타클로스 세상이 없어진다. 그런데 산타클로스 아들이 잭오랜턴의 속임수에 말려들어 캐럴을 빼앗기고 만다.
뒤늦게 카세트 플레이어와 캐럴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산타클로스 아들이 핼러윈 마을에 찾아간다. 슬랜더맨을 만나 우연히 얼굴을 그려주고 친구가 된다. 어리숙하고 우스꽝스러운 슬랜더맨이 보기보다 도움을 많이 준다. 슬래더맨과 함께 도깨비, 마녀, 구미호의 위협을 이겨내고 잭오랜턴의 성에 들어간다. 잭오랜턴은 만만치 않다. 위협하고 유혹한다.
재치있고 재미있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끈다. 사랑을 기다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사랑과 우정, 협력과 이해가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2. 울프 (사샤 스타니시치, 210쪽) / 초 5 이상
‘나’는 엄마와 산다. 엄마는 일하면서 ‘나’를 돌보느라 여유가 없다. 엄마는 방학 동안 ‘나’를 혼자 집에 두지 않기 위해 방학 캠프에 보낸다. 억지로 참여한 캠프에는 마르코와 요르크도 있다. 마르코는 요르크를 괴롭힌다. 요르크는 마르코가 괴롭히면 당하기만 한다. 친구들은 못 본 척한다. ‘나’는 마르코가 괴롭히는 걸 보면서 괴로워한다. 요르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더 괴롭다. 마르코를 말리려 하면 두려움이 다가온다. 늑대가 노란 눈으로 응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캠프에서 마르코는 계속 요르크를 괴롭히려 하고, 그때마다 ‘나’는 두렵고 화가 난다.
‘나’는 요르크와 같은 오두막에서 지내게 된다. 가까이에서 본 요르크는 장점이 참 많은 친구다. 요르크는 특히 자연에서 활동하는 캠프 경험이 많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찾고, 식물도 캠프 지도자보다 잘 안다. 하이킹 경험도 많고 물건 정리도 잘한다. 그러나 마르코가 가까이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아이처럼 된다. 마르코가 그렇게 만들어버린다. ‘나’는 조금씩 용기를 낸다. 마르코가 요르크를 괴롭히려 할 때 가까이 다가가 지켜보려 한다. 맞서지 못하지만, 지켜보고 있다고 알려주려 한다. 그래도 마르코를 막지는 못한다.
캠프 지도자들은 마르코가 요르크를 괴롭히는 줄 모른다. 캠프가 한참 진행되고 요르크의 처지를 알게 되지만, 요르크에게 마르코를 피하라는 말만 한다. 요르크가 캠프에서 행복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고, 마르코 때문에 한순간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점점 요르크에게 관심을 갖는다. 마르코에게 맞서지 못하면서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어한다. ‘나’는 자연이라는 두려움, 마르코라는 두려움을 늑대의 모습으로 느낀다. ‘나’는 늑대에 맞설 수 있을까? 이겨낼까?
참, ‘나’의 이름은 책에 딱 한 번 나온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 이름을 알 수 있다.
1.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헨리 나우웬, 캐럴린 휘트니브라운, 371쪽)
학교 도서관에 사놓았는데 후배가 선물로 보내줬다. 헨리 나우웬의 책을 꽤 읽었다. 그러나 나한테는 잘 맞지 않았다. 사람들이 칭찬하는데 나한테는 별로였다. 그냥 느껴지지 않았다. 헨리 나우웬이 칭찬한 토마스 머튼은 더 심했다. (내가 잘못 읽는 것 같아서) 머튼 책을 세 권 연이어 읽었는데 읽다가 몇 번이나 덮을 뻔했다.
이 책은 그래도 괜찮았다. 어린아이처럼 공중그네에 빠져 공중그네 팀원을 찾아가고, 쫓아다니고, 그네에 매달리기도 한다. 60살이 넘은 사람이 젊은이처럼 한 가지에 마음을 빼앗기는 모습이 부러웠다. 마음에서 책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는 모습도 좋았다. 공중그네를 자유, 개성과 공동체로 보는 건 예상했는데 (쏙 빠져서 읽는 게 아니다 보니)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 같았다. 출판사에 미안하지만, 헨리 나우웬은 이상하게 나랑 맞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