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기독교

교회 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책뜰안애 2023. 11. 6. 21:44

교회를 생각하면 필립 얀시가 쓴 책 제목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이 떠오른다. 한때는 교회가 최고의 공동체라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있었다. 교회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추억이 참 많다. 그때는 참 행복했다. 나이가 들고 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면서 점점 실망이 커졌다. 목사에 대한 실망이 가장 컸고, 몇몇 장로와 집사도 실망스러웠다.

그분들은 탐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강원도 시골에서 몇 되지 않는 성도를 섬기는 좋은 목사님이 있다. 그러나 그분들보다 더 많은 목사가 성도를 실망시켰다. 밀리고 밀려서 시골까지 온 목사 중에 사기꾼도 있었고 알콜 중독자도 있었다. 법적인 처벌을 받은 범죄자도 있었다. 잠언의 기준으로 보면 그들은 멸망 받을 악인이었다.

(내 서재에서 묵어가는 분 중 절반은 목사님이다. 어떤 분은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계셨고, 어떤 분은 설거지를 다 하셨다. 그분들은 탐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목사에 대한 실망이 희미해졌다.)

 

사람이 싫어서 교회가 싫어졌다.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의 첫 인물 김호준처럼 지냈다. 그때 나는 잠언의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목사는 목사다워야 하고, 직분자는 직분자다워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회에는 두 번째 인물 박세직 집사 같은 사람도 있었다. 2000년이 되면서 박세직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교회에서 점점 커졌다. 교회를 사업체처럼 운영하고, 목사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강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주로 목사들이 그랬다. 성공했다는 교회의 방법을 시골 교회에 적용하고 자기 뜻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박세직 집사 같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서 말렸다. 비난하지 않고 차분하게 설득했지만, 그분들은 내가 비난한다고 느끼기도 했다. 현지우 권사 같은 분은 드물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헌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분을 만나지 못했다. 언젠가 그런 분을 만난다면 마음이 어떨지 모르겠다.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는 참 잘 쓴 책이다. 실망한 30대 교인, 열심히 하려는 50대 교인, 지난날을 돌아보는 70대 교인을 통해 교회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분들의 고민을 성경 말씀으로 대답한다. 실망한 30대 교인은 믿음이 바뀌는(신앙의 여정) 과정이라고, 비전과 성공을 내세우는 50대 교인에겐 교회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삶을 돌아보는 70대 교인에겐 큰 자가 작은 자를 섬기는 곳이 교회라고 말한다. 욥기, 바울 서신, 마태복음을 새롭게 풀어가는 과정에 매료되었다. 주위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있다.

 

다만, 목사를 주인공으로 한 장을 더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곳에서 목사의 책임도 크니까. 그러나 목사인 저자가 목사를 대상으로 삼기엔 고충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저자가 폭넓은 독서와 깊은 성서 해석으로 의미있는 책을 쓴 분이라 CHAPTER 4가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