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캔 날 생각나는 아이
고구마를 캤다. “우와, 진짜 크다.” 하며 연방 소리를 지른다. 이렇게 큰 고구마가 나올 줄 몰랐을 거다.
애들은 고구마 순을 넣고 열흘쯤 지나서 관심이 사라졌다.
고구마 뿌리 내리고 싹이 나올 때 다시 관심을 약간~
한 아이만 계속 고구마에 물을 줬다.
꾸준한 아이다.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잘하려고 한다.
잘하는 아이가 급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를 빨리 보려고 한다면?
어느날 왜 자기만 물을 주냐며 불만스럽게 말하기에 “혼자 물을 줘서 화가 났구나!~” 이야기하다가
“그건 좋아서 하는 일이어야 해. 즐겁게 해. 화가 나면 하지 마!” 했다.
아이는 계속 물을 줬고, 계속 화가 났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샘을 내면서 열심히 했다.
‘선생님이 누구를 더 좋아해요.’ 하는 말을 했던 유일한 아이다.
당장 결과를 보고 싶었기에, 작은 일에 계속 마음이 흔들렸다.
마음이 흔들리면 세상을 흔들어서라도 안정을 찾으려 한다.
초등 3학년의 세상은 친구뿐이라 친구를 계속 흔들었다.
내가 좋아한다는 그 아이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 발달이 느렸고 그래서 내가 도와주어야 하는 아이다.
<대한민국 독서토론대회>에 참가하려고 방과후에 준비했다.
아이는 하는 게 많아서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자기가 더 잘하는데~ 자기보다 부족한 친구들이 논술 연습하는 거 보며 샘이 났다.
엄마가 상담하러 왔다가 전학 얘기를 꺼낸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50명이라 학부모가 전학을 무기로 쓴다. “이거 안 해주면 전학 갈 겁니다.” 한다.
“아이를 위해 전학 가야지요. 집 가까운 00학교 좋아요.” 했더니 엄마가 당황했다.
“00이는 친구 많은 곳에서 생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전학 가세요!”
6월 초에 아이가 전학 갔다.
그리고 힘들다고, 학교로 다시 보내달라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학기가 되면서 소식이 점점 줄어드는데 우리 반 아이가 전국대회 상을 받았다.
시골 학교에서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 대회> 상이라니~ 현수막을 붙였다. 소식을 듣고 동문회에서도 현수막을 붙였다.
그 아이와 부모도 현수막을 봤다. 자기보다 못한 아이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그리고 10월에 고구마를 캤다.
큰 고구마가 나오자 애들이 전학 간 친구 얘기를 한다.
“00이가 물 줘서 이렇게 큰 고구마가 나왔나 봐~” 한다.
“00이에게 고맙다고 사진 보내야지.” 한다.
기다렸으면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텐데 너무 급해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전학을 가버렸다.
아이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친구에게 보냈다. 고맙다고.
하지만 아이는 기쁘기보다는 씁쓸했을 것 같다. 고구마 캐는 자리에 없어서.
여름 더울 때 고구마 줄기들을 들썩들썩 해줬다. 난 선생이니까 ‘왜 나만 해요?’ 생각하지 않았다.
‘이거 해줘야 고구마가 잘 큰다.’ 하는 생각만 했다.
가을 생각하며 봄에 고구마 심었고, 여름에 고구마 순을 들어주었다.
길~게 보고 느긋하게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3학년 남자
오늘은 5교시 고구마 캐기를 했다. 다들 자기 자신이 심었던 고구마 앞에 서있었다. 선생님이 지나가시면서 삽으로 고구마를 캐기 쉽게 해주셨다. 그러자 우리는 장갑 낀 손으로 흙을 팠다. 흙을 열심히 파다 고구마가 보였다. 잡아당겼는데 너무 크다. 우리가 사먹는 고구마의 3배다. 고구마가 한 개만 있는 게 아니어서 더 캤다. 한 개 더 큰 게 나왔다. 처음에 캔 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먹은 고구마의 2배 정도다. 나머지 고구마도 캤는데 양파가 나왔다. 양파 모양 고구마가 나왔다. 별의별 고구마가 다 있네. 다른 건 신기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았다. 선생님께서 캔 고구마 중에 가장 큰 건 집에 가져가도 된다 하셨다. 고구마 중에서 큰 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