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글/아이들 이야기
상을 못 받은 아이 반응
책뜰안애
2023. 8. 27. 20:22
우리반 아이 셋이 제22회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에 참가했다.
시골 아이들에겐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온 아이들과 대학교에 가서 토론하는 것 말이다.
대회에서는 토론(110분)과 논술(110분)을 해야 한다.
한 달 정도 토론과 논술을 연습했다. 많이 하진 않았다.
A는 경쟁심이 많다. 외아들이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준비했다.
B는 동생이 둘인데 하나는 아주 어리다.
엄마가 동생 돌보느라 거의 도와주지 못했다.
C는 마음이 쓰이는 아이다. 부모가 바쁘다.
학교 버스를 놓쳐 아침에 데리러 간 적이 있다.
택시비를 내줄 테니 학교 오라고 한 적도 있다.
C는 혼자 책을 읽었다.
지난주에 결과가 나왔다.
C가 장려상을 받았다. C는 대상 도서를 3번 정도 읽었다.
C가 상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A와 B가 반응한다.
A : 난 꼴찌 했을 거야. 틀림없이 꼴찌야!
B : 내년에는 대회 안 나갈 거야. 절대 안 가!
A는 노력했고, 자신 있었는데 상을 받지 못해서 실망했다.
B는 토론과 논술이 어려웠나 보다.
사람은 자기를 보호하려고 무언가를 한다.
A는 자기를 낮추면서 위안을 얻어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B는 다음 대회를 회피해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3학년 아이들이 투정 부리며 자기를 지킨다.
“A야, 넌 꼴찌가 아냐. 상을 못 받은 것뿐이야!”
“B야, 내년에 안 나가도 돼. 올해 대회 가서 즐거웠잖아.”
아이들은 이렇게 보호받는다. 비난은 당치 않다.
아이를 보호하는 사람이 교사다.
그럼 교사는 누가 보호해주나?
사회에 사건이 생길 때마다 온갖 책임을 교사에게 떠밀기만 했지,
이제 교사들이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외친다.
참으로 오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