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기독교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김기현, 239쪽)

책뜰안애 2023. 5. 7. 14:34

영성 고전 20권을 10쪽 분량으로 소개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10쪽으로 소개하면? 나는 한 권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써야 만족하는데 10쪽이라니! 줄거리와 책의 가치, 논쟁점만 다루어도 30쪽은 될 텐데 말이다. 그런데 책을 펴고 멈추지 못했다. 신학자이며 독서광인 김기현 목사님 눈으로 읽은 책이라서 누구나 알던 그 책이 아니었다. 새로웠다. 독서광인 저자가 관련 책을 비교, 분석하고 쓴 글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1부는 하나님을 찾고(고백록), 나를 찾고(팡세), 죽음을 넘어서(이반 일리치의 죽음), 영적인 삶을 찾아서(영적 발돋움)~ 기도(무명의 수도사의 기도)로 끝난다. 2부는 사람을 찾고(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어머니 하나님을 찾고(침묵),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아(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내는 편지) ~ 정체성의 영성(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으로 끝난다. 순서가 참 좋다. 하나님을 찾는 일이 기도로 마무리되고, 사람을 찾는 일은 정체성의 영성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진다. 읽었던 영성 고전을 다시 읽고 싶어지고, 읽지 않았던 고전뿐만 아니라 관련 책들도 죄다 읽고 싶다. 혼자 읽을 책, 모임에서 나누고 싶은 책 목록도 생겼다. 읽어봐야지!

그리고 목사님께서 나를 간서치라고 불러주셨다. 진짜 간서치는 내가 아니라 김기현 목사님이다. 10년 전, 부산 갔을 때 김기현 목사님 집에 갔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 집에 가보자고 조른 건 지금까지 딱 한 번밖에 없다. 책이 엄청 많다는 소문 때문에. 내가 가진 책 분량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깊이도 견줄 수 없었다. 집구경 참 좋았다. 책구경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