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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정말 좋은 책)

책뜰안애 2023. 4. 24. 21:17

부모는 자녀가 부모님 뜻을 완벽하게 이루어주기를 바란다. 꾸짖고 타이르고, 공부하라고 시킨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님 뜻을 완벽하게 이루어줄 거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현실은 다르니까.


모드 쥘리앵의 아버지는 완벽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아이를 찾아(가난한 집 아이) 공부를 시킨다. 아이를 완벽하게 기를 엄마로 만든다. 아이가 어른이 되자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 그 아이를 완벽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르친다.

루소가 자녀를 방치했다면(루소는 자녀 다섯을 고아원에 버렸다.), 모드 쥘리앵은 오직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 아버지가 생각한 완벽한 교육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아버지의 기준은 2차 대전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 어떤 악조건에서도 견디는 걸 최고의 교육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모드 쥘리앵은 쥐가 사는 지하실에서 혼자 버티기, 난방 없는 곳에서 겨울 견디기, 아버지와 어머니가 씻은 물로 목욕하기, 표정을 드러내지 않기 같은 것들. 무엇보다 아버지에게 정서적으로 감금당해 사랑하고 슬퍼하고 위로받을 자유까지 억압당하고 산다. 수용소에서 견디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집이 수용소가 돼버린 곳에서 수용소장 같은 아버지에게 순종하며 살아야 했다.

특히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에서 생각할 점이 많다. 어머니와 딸 모두 아버지의 폭압적인 권위에 희생당한다. 희생자 어머니가 희생자 딸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쟁자로 생각한다. 모드 쥘리앵은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갖다가 자책하고, 어머니에게 보호를 바라면서 실망하고~

그런데도 무너지지 않는다. 넓은 저택에 갇혀 아버지, 어머니 외에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하면서 어떻게 견뎠을까? 말과 개, 도스토예프스키와 레미제라블, 피아노와 악기들이 위로와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다. 모드 쥘리앵은 동물을 사랑하고, 책을 읽으며 아버지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갖춘다. 악기를 연주하며 위로받는다.

‘완벽한 아이’는 자녀를 어떤 존재로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부모와 교사에게 추천한다. 정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