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교육

채용 대전환, 학벌없는 시대가 온다

책뜰안애 2023. 2. 8. 20:05

배울 학() + 공훈, 가문 벌() = 학벌(學閥). 학교, 학생, 학습에 쓰이는 낱말()과 족벌(族閥), 파벌(派閥), 재벌(財閥)에 쓰이는 한자가 더해지다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가족이 세력을 이룬 족벌, 이해관계에 따라 세력을 이룬 파벌, 자본으로 세력을 이룬 재벌에 끼면 부와 권력을 누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배움과 파벌이라니? 이익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배움과 족벌이 나란히 붙었을까? 정말 좋은 학벌을 가지면 이익이 커질까?

지방 소도시에는 좋은 대학에 입학한 학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린다. 좋은 학벌을 갖게 되었다고 온 마을이 축하한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했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너도 열심히 노력해서 저렇게 돼라!’ 했다. 좋은 학벌을 갖추어야 한다는 당위 앞에서 학생들은 배움에 몰두했을까? 아니다. 경쟁에 몰두했다. 상대평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험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을 길러야 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까?

채용 대전환, 학벌 없는 시대가 온다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리더로 꼽히는 일곱 명이 강연한 내용을 담았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사람들이 강사로 나섰다. 메가스터디 회장,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이들은 학벌의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한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다른 사람을 이기려는 태도로는 새로운 시대에서 앞서나가지 못한다.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해서 개인의 능력으로는 시대를 이끌지 못한다. 서로 협력하고, 환경을 아끼며, 지금보다 앞으로 잘할 사람을 뽑는다.

기업은 이미 변화를 시작했다. 더 이상 능력을 자기 혼자 입증해 보이려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 지금은 홀로 성장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기업에도 도움이 되었음을 자료를 통해 제시한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학벌과 스펙에 의존하는 채용은 좋은 인재를 가려내지 못한다. 면접과 역량 검사 등 사람의 역량을 확인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채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10년 안에 사교육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학벌 체제에서 이익을 누린 사교육의 괴수(?)인 메가스터디 회장의 말이다. 경쟁을 독려하는 방식은 오히려 기업에게 방해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구조를 버리고 직업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그리고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때부터 회사가 다시 살아났다. 옆자리 동료를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보는 관점, 함께 변화를 일으키자는 마음, 환경을 생각하고 생태계를 살리는 마음, 질문하고 새롭게 해보는 마음이 기업을 살렸다. 그렇다면 좋은 대학 가려는 노력 대신 무얼 해야 할까? 그래도 대학 이름이 중요하지 않나?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이런 대답이 들린다.
사회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느 대학 나왔는지가 여전히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 건 뭐가 되나? 지금까지 좋은 대학에 가려고 투입한 노력은 누가 보상하나? 우릴 체제의 희생양으로 삼는 건가?”

공정성까지 따져가며 학벌을 옹호한다. “대학에서 배우는 게 중요한 것도 있다. 대학에서만 배워야 하는 내용이 있다.” 하며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대학에서 배워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학벌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 세력을 이룬 벌()은 늘 자기들이 이룬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 유지하려다 보니 변화에 적응하지 않았고, 새로운 시대에는 사라져버렸다. 재벌의 대표인 삼성도 직원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대부분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을 이룬 세력은 자기들 세력 이외의 무리에게 피해를 준다. 학벌은 소수의 특권층을 낳았고, 이는 국민 다수에게 피해를 주었다. 자기들 세력에 포함되지 않은 무리를 배제하는 방식은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 이런 방식은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름을 알아주는 대학 졸업생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개성의 인물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학생들, 청년들이 졸업한 대학 이름이 아니라 저마다의 독특한 능력에 따라 일하는 세상이 꼭 올 것이다. 채용 대전환, 학벌없는 시대가 온다를 읽고 생각을 바꾸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