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T (그릿)
출간 6년 만에 150쇄를 찍은 책이다. 우리나라 독자는 이런 책을 참 좋아한다. 유명한 사람이 썼고, 성공을 이야기하는 자기 계발 서적 말이다. 우리나라 독자가 좋아하는 까닭이 하나 더 있다. 가장 똑똑한 무리(하버드,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생도와 졸업생 등)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자료로 내세운다. 이름난 작가와 학자의 실험 과정과 결과도 자료로 내세운다.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 전문 자료를 근거로 내세우면 사람들이 확실하다고 믿는다. 수많은 연구 결과와 면담, 설문 자료를 내세우며 계속 말한다. “그릿이 중요하다. 그릿을 가지면 성공한다.”
그릿은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 투지를 말한다. 저자는 그릿이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한다. 동의한다. 재능보다 그릿(노력)이 중요하다는 주장, 그릿은 고정된(타고난) 것이 아니라 성장한다는 주장, 그릿을 기를 수 있다는 주장에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필요충분조건처럼 읽혔다. 저자가 면담하고 조사한 대상은 모두 그릿이 좋았다. 그렇다면 실패한 사람들을 면담하고 조사했다면 그릿이 좋지 않았다고 나올까? 저자가 그릿 대신 다른 조건을 주제로 내세우고 조사했다면 저자가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성장을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로 내세우는 게 싫었다. 우승하고, 승진하고, 목표를 이루고 성취하면서 우리가 잃는 게 얼마나 많은지! 미국인 특유의 승리주의에 빠져 신음하는 지구, 소외된 이웃, 작고 약해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존재를 무시하는 오류에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그릿을 말하며 해보자고, 투지를 갖자고 말하려 한다. 시골 아이들에겐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이 곁에 별로 없다. 부모가 곁에 있기만 해도 다행이지. 부모가 있어도 자녀의 성장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학교에 맡기고 학원에 맡기면 끝인 줄 안다. 시골 아이들에겐 해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무조건 노력하자는 게 아니라 한 단계 나아지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하자는 저자의 말이 산골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스스로 투지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들에게 "투지를 가지면 성공한다. 너도 투지를 갖고 살아라!" 강요하면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덤으로, 독서와 글쓰기와 토론 지도에 도움이 되는 문장을 읽었다. 자녀가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게 하려면 초기에는 격려해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맞춤법을 잘 알거나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다. 그리고 토론에서는 무엇보다 질문이 중요하다.
→ 초기에는 초보자들이 관심사에 전념하고 싶은지 또는 관심을 끊고 싶은지 여전히 따져보는 중이므로 격려가 매우 중요하다. (151) : 독서,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 스펠링 비 대회 결선 진출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취미로 하는 독서는 의외로 효과가 없었다. 스펠링 비에 출전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언어에 관심이 있고 독서를 즐겼지만, 독서와 철자 맞히기 실력 간에는 어떤 관계도 발전되지 않았다. (175)
→ 옳은 질문은 옳은 답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