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교육

한 학기 한 권 읽기

책뜰안애 2023. 1. 23. 19:32

온작품 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한 학기 한 권 일기, 어떻게 할까?, 김주환 외
나의 책읽기 수업, 송승훈

<알쓸신잡> 공주 편에서 김영하 소설가가, 자기 작품을 교과서에 싣지 말라고 했던 일화를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라고 쓴 작품을 일부만 잘라서 실을 바에는 싣지 않는 게 낫다고 한다. 부록에라도 작품 전체를 넣어, 전체를 읽고 이야기를 나눈 뒤에 에세이를 쓰는 수업을 추천한다. 특히 지문을 읽고 답을 찾지 말라고 한다. 작가가 생각하지 못하는 작가의 의도가 많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방식을 완전히 바꾸라는 뜻이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자기감정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줄곧 작품의 일부를 읽고 작가의 의도, 등장인물의 마음, 공감하는 부분 찾기를 했다. 이 작품에서 낱말의 짜임을, 저 작품에서 문단 구성을, 다른 작품에서 인물의 마음을 배웠다. 조각난 글을 읽고 지식 조각을 배우기 때문에 작품이 삶에 이어지지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 교사가 작품 전체를 학생들의 삶과 만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분들의 노력 덕분에 온작품 읽기, 통권 읽기 수업이 <한 학기 한 권 읽기>라는 이름으로 교육과정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목적과 의도를 모른 채 더해진 수업정도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온작품 읽기’,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다룬 책 중에 몇 권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책을 많이 읽는 다른 교사의 의견을 받아, 별 숫자로 반영했다.

초등학교

(이야기가 넘치는 교실) 온작품 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다섯
  아이들이 작품의 가치를 온전하게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한 교사들이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시작되기 전에 전체 작품으로 수업했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의 수업 버전 같다. 좋은 분들이 참 좋은 수업을 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소개해서 좋다.

한 학기 한 권 깊이 읽기에 빠지다, 박정순 외, 초등 넷 반  
  실제 수업한 사례이고, 수업 내용도 좋다. 1장은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한 설명이다. 교사가 관심 가질 내용을 간단하고 쉽게 썼다. 2장 동화책, 3장 그림책, 4장 동시집을 깊이 읽는 내용이다. 동화책과 그림책 내용은 아주 좋고, 동시집도 꽤 좋다. 다만, 학년별 추천도서에 어려운 책이 포함되어 아쉽다.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온작품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셋 반
  제목이 말해주듯 온작품읽기를 처음 시도해보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전체의 2/3가 실제 교실 이야기다. 책 한 권으로 수업하는 이야기다. 내용이 쉬워서 초보자 눈높이에 맞겠다.

저자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학교, 학부모,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한 온전한 삶을 추구하는 교육과정이라 한다. 학생들의 삶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넘어 책을 매개로 학생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고 학생들 간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소개한 책 외에 다른 책도 꽤 있다. 내용을 참고하되 아이들의 독서 수준과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책 속에 나온 교실의 아이들은 몇 해에 걸쳐 꾸준히 온작품을 읽어 왔다. 긴 호흡으로 긴 글도 읽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 큰 기대감을 가지고 적용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초등 책이 많다. 읽기에 대한 수업이니 책을 읽고 하면 좋겠다.

중학교

한 학기 한 권 읽기 어떻게 할까?, 김주환 외, 넷 반
  서론, 수업 시간에 책 읽기, 시 경험 쓰기 수업, 서평 쓰기 수업, 청소년 문학상 선정 수업, 프로젝트 수업을 다루었다. 시 수업은 여행 가방에 시집을 가득 넣고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수업을 시작한다. 내용이 좋아서 초등 고학년과 해보고 싶다. 서평 쓰기는 독서 활동의 꽃이라 불리지만 학생들이 힘들어한다. 줄거리 쓰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잘 안내했다.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겠다. 청소년 문학상 프로젝트는 독서의 종합예술 같은 느낌이었다. 웬만한 애정 없이는 못하겠다. 독서 프로젝트 수업 내용에서는 선생님의 열정과 마음이 얼마나 큰지 보였다. 과목을 넘나드는 수업이라 다른 과목 선생님들과 협력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맺는 글이다. <질문이 있는 독서를 위하여>라는 맺는 글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고등학교

나의 책 읽기 수업, 송승훈, 다섯
  참 좋은 책을 만났고, 책을 읽으며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 1교시(수업 실패기), 2교시(학생들이 글쓰기까지 과정)는 내가 쓴 글을 읽는 것 같았다. 3-5교시(3-5)는 배우고 싶은 내용이다. 선생님은 평가를 꼼꼼하게 한다. 수업을 촘촘하게 잘 짜되, 학생들에 대해서는 여유를 보인다. 본받고 싶다. 다른 교과의 독서교육 방법도 소개한다. 그런데 저자인 국어교사가 다른 과목 독서교육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놀랐다. 독서에 대해서는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는게 아니라 학생들과 부딪치면서 알게 된 사람의 고백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독서교육의 목적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똑똑해지게 하려고 독서 수업을 한다. 또한 착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참 좋다.

이 책은 목차를 정하고, 하나, 둘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다. 선생님이 앞에서 설명하는 말투로 썼다. 송승훈 선생님 말투나 표정, 몸짓을 안다면 책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오겠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송승훈 외, 넷 반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한 자료를 소개한다. 고등학생은 책을 읽고 자기 나름의 논평을 작성할 수 있다. 책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서평이다. 서평은 책과 나, 자신이 사는 세계를 나란히 놓는 일이다. 서평을 쓰려면 학생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 송승훈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교사의 몫은 학생이 기웃거릴 책을 준비해서 펼쳐놓는 일이다. 책을 잘 읽는 학생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학생이 관심을 가질 책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건 기초를 놓는 일이다. 여러 사람의 수업 내용을 보여주어서 좋다.

자기만의 방식을 찾자.

나는 독서캠프,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서 학습지를 쓰지 않는다. 만들기도 안 한다. 이런 건 자신이 없다. 책 읽기 전에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갖게 꼬드기고, 같이 책을 읽고, 독서 놀이와 토론을 했다. 내가 잘하는 활동으로 수업했다. 책을 읽고 마음에 들면 그대로 따라 하라고 권한다. 그대로 하기 힘든 내용을 빼고, 여러분이 좋아하는 활동(미술, 음악, 연극, 놀이, 운동 등)을 더해도 된다. 자신감을 갖고, 진짜 수업하는 맛을 누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