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수업 사례

바닷가 학교 3-6학년 전체 독서 수업

책뜰안애 2020. 1. 16. 20:39

<책을 좋아하지 않는 바닷가 작은 학교 3-6학년 독서토론 수업 기록>

12월에 임원초에 책 놀이 수업을 하러 갔다.
책을 안 읽는 바닷가 아이들인데, 책과 놀면서 참 좋아했다.
교장 선생님이 “또 와주면 좋겠지만 강사비가 없어서…” 하신다.
임원초에는 내가 존경하는 형이 있다. 책 놀이 수업도 그분이 불러서 했다.
“형이 있는데 강사비가 무슨…” 하며 독서토론 수업을 해주기로 했다.

2020년 1월 9일, 9시 40분~12시 30분까지 3-6학년 16명과 수업했다.
대상도서는 『망나니 공주처럼』이고, 15명이 읽어왔다.
수업 결과는, 강사비 100만원 받은 기분이다.
내 독서 토론 수업 목표는 ‘아이들 울리기’인데 아이들을 여럿 울렸다.
과정을 소개한다.

 

1. 초성퀴즈 5개
2. 낱말 눈치게임 2개
3. 핑퐁게임으로 내용 알아보기
4. 우리끼리 독서퀴즈 대회 (쉬운 문제, 어려운 문제)


5. <슬픔>을 주제로 독서 토론
1) 홀쭉이 왕이 왕국을 내팽개치고 돌보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 왕비가 죽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서

 

2) 너희들은 언제 슬퍼? 지금까지 가장 슬펐던 일은 뭐야?
1모둠
- 엄마와 아빠가 싸워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
- 나에 대해 헛소문이 날 때
-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가 집 나간 이야기하면서 아이가 운다. 곁에 있는 아이가 달래주며 ‘울지 마’라고 한다. 나는 “그냥 울어! 울어도 돼! 슬플 땐 우는 거야”라고 해주었다.)

2모둠
- 행스터가 죽었을 때, 아기고양이가 죽었을 때, 강아지 죽었을 때
3모둠
- 동생들이 내 말을 듣지 않을 때
- 내가 공들여 끓인 라면을 형이 빼앗아 먹을 때
- 후배가 까불 때
(첫 사람이 동물에 대해 쓰면 다른 사람도 비슷한 내용을 쓰고, 형이나 동생에 대해 쓰면 같이 따라 쓰게 된다고 말했다. 첫 사람이 시작을 잘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동물을 잃어 슬퍼하는 아이들에게 <샬롯의 거미줄>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4모둠
- 할머니가 동생 편만 들 때
-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 엄마가 약속을 어길 때
(할머니가 동생 편만 들고, 엄마가 약속을 어기면 슬픈지, 화가 나는지 물었다. 슬퍼하는 아이도 있고 짜증나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사람마다 감정 표현이 다르다. 똑같은 일을 겪어도 누군 화를 내고, 누군 슬퍼한다. 화는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슬픔은 안으로 표현하는 거라 다르다고 했다. 서로 다르게 표현하는 걸 알고, 이해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다르다는 걸 모르면 싸우게 된다. 자신이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면 잘 이겨낸다고 해줬다.)

5모둠
- 큰 아빠가 돌아가셔서
- 편의점 이모가 준 선물을 보고 엄마가 도둑 취급했을 때
- 배가 고플 때
- 엄마와 아빠가 싸워 따로 사는 것
(1모둠 아이와 5모둠 아이가 많이 울었다. 즉석에서 아래 질문을 만들었다.)

 

3) 슬픈 일을 겪으면 어떻게 해? 이겨내는 비법이 있어?
- 짜증 낸다. 이불 뒤집어쓰고 운다. 게임으로 화풀이한다(2명). 골목에서 운다. 펑펑 운다. 샌드백에 상대 얼굴 붙여놓고 때린다. 잔다. 수학문제 푼다. 망가진 키보드 두드린다. 노래 듣는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친구와 수다를 떤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3명). 친구와 전화하며 운다.

“운다는 내용이 많지? 울면 속이 시원해져?” 그렇다고 한다.
“슬플 때 우는 건 좋은 거네~! 그럼 울지 말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 그러니까 친구를 위로하면서 울지 말라고 말하는 것보다 ‘괜찮아, 울어’라고 말해주는 게 좋아!” 라고 해주었다.
“지금은 이렇게 마음을 풀겠지만 중학생이 되면 다른 방법을 찾을 거야. 그중에는 나쁜 방법도 있어. 어떤 게 있을까?”
아이들이 살인, 마약을 말하기에 학생들이 많이 하는 걸 찾아보라 했다.
<술, 담배, 친구 괴롭히기>를 말한다.
“자기 감정을 해소할 때 방향을 잘 정해야 해. 나쁜 방향으로 가면 술 먹고 담배 피고 친구를 괴롭히는 사람이 되는 거야. 스트레스를 좋은 방향으로 풀어야 해!” 해줬다.

또한 사람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줬다.
다만 친구랑 통화하면서 우는 건 조심해야 할 때가 있다고 해줬다.
“평소에는 친구가 울면서 전화하면 위로해주고 싶어.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우는 친구가 짜증이 나기도 해. 그럼 다른 친구에게 ‘걔가 울면서 이렇게 말하는데 짜증나더라!’ 하며 다른 친구에게 전할 수도 있어. 그걸 알면 배신감 때문에 정말 힘들어져.” 하며 여자아이들의 관계 지향성을 설명해줬다. 6학년 여자아이가 잘 듣는다.
평소에 이런 말을 해줘도 듣겠지만 책을 읽고, 슬픔에 대해 토론하며 이야기하니 더 잘 듣는다. 아마 잊지 않을 것이다.

 

4) 뚱보 왕이 전쟁을 하면서 다른 나라를 빼앗잖아. 왜 그럴까? (힌트 57쪽)
- 3년 전에 내가 죽어서 슬픔에 잠겼는데, 모르고 사슴 한 마리를 죽였다. 그때부터 스트레스 해소와 재미를 알아서 동물을 죽였다.
- 동물을 죽이는 건 스트레스가 잘 안 풀려서 전쟁을 했는데 스트레스가 확 풀려서 좋아하게 되었다.

 

6. 후기 쓰기

<아이들 후기 중에서, 6학년 여자아이>
『망나니 공주처럼』을 읽고 ‘망나니 공주전설’이 재미있구나 생각만 했는데 오늘 독서토론하면서 책에 대한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토론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그 중에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다 함께 이야기했는데 이해가 잘 안 가는 친구도 있지만 이해를 해보도록 노력했다. 다른 친구들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는지 알았다. 스트레스는 나답게, 편하게, 좋은 쪽으로 풀어야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으로 놀면 책에 빠져들어 자기 이야기를 술술 한다. 오늘도 그랬다.

(내가 독서 수업을 하면 아이들이 운다.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아이들이 내 질문에 왜 솔직하게 답하는지, 왜 우는지 난 모른다.
그저 은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