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X에게』, 『그냥, 사람』
#책_소개합니다
앞서 근무한 학교에 간 첫해, 2학년을 맡았다.
6학년이나 1학년이 아니라 2학년만 남았다니 의아했다. 2학년은 군대로 말하면 꿀 보직인데.
(자폐 아이보다 여자아이들 관계가 복잡해서 힘든 반이었다.)
자폐 남자아이는 까끌까끌한 느낌을 참지 못했다. 상표를 다 떼어야 했고, 실밥 하나만 있어도 옷을 벗었다.
아이가 옷을 벗으면 여자아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루는 아이가 갑자기 바지를 벗었다. 속옷까지 다 벗겨졌다. 얼른 아이를 가로막고 옷을 끌어올렸다.
10명 내외의 아이들이 6년 내내 같은 반을 했다. 아이들은 6년 동안 자폐 아이와 같은 반으로 지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장애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워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잘 달래며 함께 지냈다.
아이들은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배웠다. 이건 황금을 주고도 배우지 못하는 훌륭한 태도다.
경쟁, 효율성, 경제적 가치를 따지면 00이는 어떻게 될까?
신자유주의는 약하고, 느리고, 불편한 이웃을 무능력한 존재로 만들었다.
장애인, 세월호, 강제로 수용된 아이들…… 예수님이 말한 고아와 과부들이 바로 이들이다.
그들도 그냥 사람인데 투명 인간처럼 보이지 말아야 했다.
자폐 아이는 사진을 찍으면 늘 고개를 돌렸다. 그 아이도 우리반이고, 친구들 곁에 있다.
『A가 X에게』와 『그냥, 사람』은 이에 맞선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구조에 반대한다.
『A가 X에게』는 연인에게 쓴 편지로 이에 맞선다.
2008년 부커상 수상 후보작이다. 사실처럼 쓰인 독특한 소설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아이다’가 감옥에 갇힌 ‘사비에르’에게 편지를 쓴다. 사비에르는 편지 뒷면에 메모하며 편지를 모아둔다.
정권은 국민을 위협하며 국가를 이끌어간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국민은 세계화의 파도, 자본의 폭력에 희생당하면서 몸부림친다.
도망자를 살리기 위해 온몸으로 막아서고, 약국을 찾아온 사람을 살리고, 각자의 사연을 들어준다.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남기 위해 싸우는 거예요.” 라며.
감옥에 갇힌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성의 편지를 통해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작가의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그냥, 사람』은 고통당하는 이웃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애인 곁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냥, 사람』은 한겨레 신문에 5년 동안 쓴 칼럼이다.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많다.
한없이 약한 사람들이 거대 권력, 거대 자본 앞에서 억눌리고 억압당하고 괴로워하며 고통당한 사연이 많다.
죽어가면서도 그들은 자기들이 그냥 사람이라고 외쳤다.
자폐 아이에게 ‘괜찮아!’ 말한 2학년 아이들은 자폐 친구를 화장실에 데려갔고, 몸을 가려주었다.
걸어갈 때 기다려줬고, 운동회에서 손을 잡고 뛰었다.
난 다달이 5만원씩 장애인야학 후원금을 보낸다. 곁에서 그들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보다 돈 보내는 게 쉽다.
책 놀이를 하며 아이들이 책으로 <봄> 글씨를 만들었다.
나를 꽤 힘들게 한 아이들이었는데 이 아이들에게도 봄이 왔다.
『A가 X에게』와 『그냥, 사람』에 나오는 분들에겐 언제 봄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