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수업 사례

수업은 관계다. 책 놀이 수업.

책뜰안애 2022. 8. 24. 20:47

드림스타트 돌봄을 받는 아이들과 책 놀이를 했다. 810일에 한 번, 오늘 한 번.
대부분 다문화 가정 아이다. 오늘은 특별한 책 놀이를 했다
<<특정 인물이 좋아할 책을 찾아내기>>

이야기 1.
소달초에서 근무한 마지막 해(2016) 독서캠프.
가스폭발 사고 날 때 아이들을 극진히 돌보던 선생님이 있다.
극진히. 란 말도 부족할 정도로 아이들 아빠가 돼주신 분이다.
내가 소달초 갈 때 간이식 수술하느라 한 해 쉬었던 분, 기독교사대회 주제강의에서 이름을 불렀던 이상구 선생님

선생님은 2016년에 다른 학교로 가야 했다.
아이들이 독서캠프에 이상구 선생님 안 오느냐고 물었다안 온다고 대답해놓고 문득 영상통화가 생각났다.
독서 캠프하다가 <이상구 선생님이 좋아하는 책 찾기>를 했다.
아이들이 이상구 선생님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을 골라왔다.
책을 바닥에 쭈욱 늘어놓고 영상통화를 했다.
아이들이 가져온 책 중에서 두 권을 고르고, 이유를 말한 뒤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존경하는 형, 이상구 선생님

다른 학교에서는 교장, 행정실장, 운전주무관, 보안관~ 학교 구성원 중 한 분을 정하고 그분이 좋아할 책을 찾았다.
작가님들 몇 분도 참여해주셨다. (이금이 작가님도~)

이야기 2.
마읍분교에 갔을 때 동막분교 선생님이 있었다아이들 삶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이분이 떠난 뒤에 세 분교 아이들과 동막에 모여 글을 썼다.
이분이 올해 삼척교육지원청 교육장이다.
드림스타트 아이들을 위해 영상통화를 부탁했다.
삼척교육을 책임지는 분, 교육장님이 좋아할 책을 가져와요!”
애들이 신나게 책을 찾았다. 드림스타트 선생님은 대박!’을 외쳤다.
교육장이 아이들을 위해 5분 영상 통화하는 게 대박인가? 교육장과 영상통화 할 생각을 한 게 대박이라는 것 같았다.

교육장님 특징을 몇 가지 말해준 게 도움이 됐나 보다아이들이 바다 관련 책을 많이 찾아왔다.
교육장님이 책을 두 권 고르고, 고른 까닭을 말했다그리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야기 3.
기독교사대회 주제강의에서 사진을 보여준 집이 있다산꼭대기에, 난방이 어려운, 옛날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집
선생님들이 학교 급식으로 자란 아이라 부른 아이다집 한구석에 버려진 망고 껍질 보며 참 슬펐었다.
베트남 아가씨가 이곳에 와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며.
아이와 동생이 책 놀이 수업에 참여했다.
아이도, 동생도 밝아졌다. 말도 꽤 많아졌다. 잘 어울린다.
교육장님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은 맞추지 못했지만 낱말로 책 유추하는 책 놀이에서는 모두 맞췄다.


이야기
4.

오늘 수업을 미로초 도서관에서 했다. 소달초(2013~2016)를 떠난 뒤에 근무한(2017~2020) 학교다
미로초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6학년과 5학년은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다.
6학년은 산꼭대기 집에 사는 아이친구들이다.
애들이 나를 반기는 걸 보고 방과후 선생님이 일찍 끝내줬다. 얘네도 함께 책 놀이를 했다.

그동안 우리 반 아이 셋이 미로초 놀이터에서 놀았다.
방학이 길어서 도서관으로 불러내 책을 읽었다점심 먹고 개울에서 놀다가 옷이 다 젖어버렸다.
내가 수업하는 동안 놀이터에서 옷 말리며 놀았다.

올해 가르치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예전에 가르친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 놀이하고
예전에 만난 분이 교육장이 되어 책 놀이 도와주고
좋은 형(이상구 선생님)이 있어서 이런 날이 왔다.

#수업은_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