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아빠와 재결합
------------------ 아빠와 재결합
초 6 여학생
날씨 : 나는 기쁜데 하늘은 진짜 아빠와 내가 재결합을 해서 감동받았는지 눈물을 흘린 날
6월 15일에 진짜 아빠가 온다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6월 14일에 말이다. 그걸 듣고 눈이 동그래져서는 사실인지 아닌지도 구분을 못 했다. 왜냐하면 예전부터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내 진짜 Dad가 돌아가셨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아빠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었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00야, 오늘 00 진짜 아빠 만날 거니까, 학원 끝나고 엄마 집 앞으로 와!”
라고 하셨다. 그리고…… 학교에서 몇 시간 동안 수업한 후 …… 학원 갈 시간이 되었다. 난 아침에 엄마가 한 말을 깊이 새겨들었기 때문에 잊어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짜 아빠를 볼 생각에 한층 더 들떠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진짜 아빠를 직접 내 눈으로 본다는 게 신기했으니까.
고되고 고된 시간이 흘러서 영어가 끝나고 수학을 갔다. 수학을 끝낸 다음에 엄마 집으로 가야 해서 기사님한테 말씀드려야 하는데 머릿속이 새까매서 그런지 잊어버렸다. 그렇게 수학하는 도중에 몇 분도 되지 않아서 엄마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수학 학원을 빠져나와서 전화를 받았는데 엄마가 금강 프라자 앞에서 아빠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난 급한 나머지 전화를 끊고 수학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급하게 나왔다. 오다 깜빡한 우산을 들고 얼른 뛰어갔다.
드디어! 아빠와 1년만에 재회를 했다!!!
내가 3살 때 엄마와 헤어졌던 아빠가 드디어, 나를 만나러 왔다. 아빠는 무척 기뻐 보였다. 가방도 들어주었다. 그렇게 가까운 식당으로 갔다. 아빠가 식당에서 30000원짜리 삼겹살을 사주셨다. 그 비싸고도 비싼 삼겹살을 말이다. 우린 먹다가 이모를 불렀다. 이모가 왔다. 결국 이모와 함께 먹게 되었다. 다 먹고 난 다음 이모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운동 겸 산책을 했다. 산책 마치고 돌아왔는데 엄마와 아빠가 나와 계셨다. 우린 서둘러서 커피숍에 들렀다. 음료도 사 먹고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있다 보니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아빠와 나는 헤어졌고 이모와 집까지 택시 타고 갔다. 9시 넘어서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택시비가 6000원이 나왔다. 집에 들어갔는데 어두캄캄했다. 우리 가족은 9시가 되면 자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아빠를 처음 봐서 그런지 부끄럽기도 했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일요일에 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매주 아빠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날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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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 학교에 왔을 때 아이가 눈에 띄었다.
손을 턱에 받치고 얼굴을 꽃 모양으로 만들어서 내 턱 아래에 얼굴을 들이밀며 나를 바라봤다.
유치원이나 하는 행동을 5학년 아이가 하기에 ‘사랑이 필요한 아이구나!’ 생각했다.
올해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왜 안 하느냐 물었더니 씩 웃기만 한다.
아이는 가끔 복도에서 소리를 질렀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몰라 그러는 거라 달랬다.
4월까진 벌컥 소리 질렀는데 이젠 거의 안 한다.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산다.
아빠는 3살 이후에 못 봐서 돌아가셨다고 믿었다.
엄마는 아이를 조부모에게 맡기고 따로 산다.
할머니가 손에 잡히는 대로(효자손 같은 물건) 아이를 때렸다는데 올해는 안 때린다고 했다.
“왜 안 때리실까? 계속 때리면 선생님이 신고하려고 했는데~” 했더니
“제가 이제 철이 들어서 안 때린대요.” 라고 대답했다.
뭔가 안정된 모양이다.
(겸손이 아니라) 난 진짜 한 게 없다.
특별하게 다가가지 않았고, 잘해주지도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같이 산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다가가고, 적당히 빠지고~
마음에 힘주고 아이에게 다가갈 때도 있었는데 그것보단 자연스러운 지금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아이는 이제 애정을 갈구하는 행동을 안 하고
감정 조절이 안 되어 소리 지르는 일도 멈추었고
할머니 화나게 만들지도 않게 되었다.
엄마와 처음으로 여행도 갔다 왔고 (무려 제주도)
이젠 죽은 줄로 알았던 아빠를 만났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