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내가 읽은 책 (181권)
2018년 최고의 책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12월에 읽은 책 (5900쪽, 올해 누적 49940쪽)
181. 성경(40여 명의 저자, 1760쪽 가량)
해마다 한 번씩 성경을 읽는다. 성경 읽은 횟수가 그리스도인의 나이라 생각한다. 성경을 모르면서, 들은 내용으로만 하나님 뜻을 주장하며 마치 자신이 하나님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또한 목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자기가 좋아하는 목사의 설명이 하나님 뜻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자신이 그리스도인인지 돌아봐야 한다. 성경은 읽을수록 새롭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이다.
180. 갈라디아서 산책 (권연경, 400쪽) / 기독교
갈라디아서를 몇 가지 주제로 묶어 설명한다. 갈라디아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복음을 ‘미래’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해 ‘구원 받았다.’가 아니라 ‘구원 받을 것이다’가 맞다는 주장이다. 권연경 교수님 강의를 듣고 갈라디아서를 공부하면서 율법이 왜 주어졌는지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았다. 2019년에는 이사야와 갈라디아서를 함께 공부해야겠다. 25년 동안 ‘말씀이 쓰인 배경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성서 이야기를 이해했다. 2018년부터 신약과 구약, 율법과 복음의 관계가 보인다. 선지자의 마음도 느껴진다. 번쩍 하는 희열은 없지만 은근히 맛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 아무튼 성서는 오묘한 책이다. 갈라디아서 공부가 어디까지 갈지 기대가 된다.
179.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요? (이남석, 172쪽) / 청소년 상담, 진로
이남석 작가는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쓴다. 이번 책도 좋다. 청소년이 고민하는 질문을 골라 답을 한다. 자신이 누군지 몰라,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몰라 외모, 진로, 공부, 가족, 친구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대답한다. 학생의 감정을 잘 알고, 논리에 맞게 대답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말한다. 참 좋은 책이다.
178. 사라진 조각 (황선미, 189쪽) / 고등 이상 소설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 읽어서일까,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이야기에서 숨겨진 마지막 조각이 드러나는 책의 끝부분까지 읽느라 답답했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숨죽이며 읽다가 답답하고 짜증났다. 마음이 밝을 때 읽었으면 삶의 무게를 다루었다고 말할 텐데 지금은 힘들다. 책은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이번 책이 특히 더 그렇다.
177. 수학의 감각 (박병하, 278쪽) / 고등 이상
출판사하는 분의 글에 속아 산 책이다. 그분의 글은 제목으로 봐도, 주제나 내용으로 봐도, 내가 결코 사지 않을 책을 사게 했다. 저자 박병하는 모스크바대 수학박사다. 어디라고? MIT가 아니라 모스크바하하하하~
첫 장을 읽으며 이상한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속아서 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 2인 첫째에게 먼저 읽으라고 했다. “노는 것 같으면서도 수학 공부하는 기분”이라 했다. ‘그렇단 말이지?’
책을 들고 다시 읽었다. 쭈욱~ 읽었다. ‘와!’ 하며
이 책은 철학책 같은, 인문학 책을 읽는 느낌을 주는, 수학책이다. 예를 들어보자. 무한을 설명하면서 ‘안 된다는 생각이 가능성을 밀쳐낸다.’는 제목을 달았다. 원숭이가 거의 무작위로 쳐 대는 글자에서 의미 있는 문장이 나오는지 보는 실험으로 ‘무한’을 시작한다. ‘상상에 무한을 ‘모셔’오면 무한의 괴력을 빌려 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리타분한 수학자가 아니라 방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수학을 건져내는 사람이다.
2장의 제목은 ‘당신 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다.’이다. 박지원의 책에 나오는 황희 정승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가 옷에서 생기는지, 살에서 생기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설명은 박지원의 <소완정 기문>으로 갔다가 수학의 거장 힐베르트를 지나, 소동파의 시로 끝난다. 여기서 설명하는 내용은 ‘점과 직선’이다. “What?”
내일 학교에 가서 4학년 우리반 아이들에게 곱하기 계산 방법 4가지를 설명해줘야겠다. 기존의 곱셈식과 인도 사람들의 곱셈식은 알았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계산을 혁신하라’는 소제목으로 곱셈을 설명하는 장의 제목은 이렇다. <버스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책은 내가 읽은 수학, 과학 책 중에 최고이다. 쿤이 쓴 <과학 혁명의 구조>만큼이나 새롭다.
그나저나 내 지갑을 연 분은 책 이야기와 등산 이야기를 페북에 자주 쓴다. 나처럼 딱딱하게 살지 않고 부드럽게 어울려 사는 것 같다. 이분을 만나면 “어떻게 이런 책을 만나는지, 출판하면서 어떤 마음인지” 물어보고 싶다.
176.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밀(오연호, 112쪽) / 이웃나라
덴마크 국민들이 행복하게 사는 까닭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가 덴마크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한 내용을 설명한다. ‘학교’와 ‘진로’ 관련 내용이 많아 교사에게도 좋다. 세계 여러 나라 배울 때 아이들과 함께 읽고 우리나라와 견주면 좋겠다.
175. 달나라 이발관(김미숙, 149쪽) / 3학년 이상
25쪽 분량의 단편 5편을 담았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하시던 옛날 이발관에서 일어난다. 두 번째는 할아버지에게 수영을 배운 바다 아이가 겪는 일이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작아지고(존재감이 줄어드는 걸 몸이 작아진다고 표현했다.), 마지막은 콩을 싫어하는 아이들과 교장선생님의 갈등이다. 단순한 이야기에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담아서 아이들이 읽기 편하다. 그러나 내겐 별로였다. 어설프게 ‘다른 이야기’에 끼워 넣은 내용이 보인다. 어떤 내용인지는 책을 읽으면 안다.
174. 어느 독일인의 삶(브룬힐데 품젤, 310쪽) / 인문
괴벨스의 말을 속기로 쓰던 비서 브룬힐데 품젤의 기록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평범한 사람이 괴벨스의 수하에서 일하면서 자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저 자신의 안위만 생각했을 뿐이라고. 지금 우리도 같은 주장을 만난다. 정치에 관심이 없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개인의 삶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 책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책이다. 추천한다.
173. 작가가 되고 싶어 (애드루 클레먼츠, 203쪽) / 5학년 이상
6학년 나탈리가 <거짓말쟁이>라는 동화를 쓴다. 친구 조가 읽고 출판대리인을 자처한다. 조는 나탈리에게 글을 끝까지 쓰라고 격려하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다. 나탈리는 편집자인 엄마가 자기 책을 편집해주기 원한다. 앤드루 클레먼츠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쓴다. 초 6학년이 책을 내는 일은 가끔 있지만 출판 대리인이 되어 ‘조’처럼 하는 아이는 없다. 출판 과정을 알려주는 보통 책이다.
172.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인디언 연설문집, 906쪽) / 인문
인디언 연설문 모음집이다. 시애틀 추장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뛰어난 연설가들이었다. 그들보다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욕심에 물든 백인들이 죽이고 빼앗고 무너뜨린 건 인간의 아름다움 아닐까? 이 책은 정말 강력 추천한다.
"Full your Life" , 이레니우스
이 말을 좋아했다. ‘네 자신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라!!’
나 자신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려 했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가치를 내세우는 세상에 맞서,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길렀다.
행정을 앞세우고, 형식에 치우치게 하는 결과 중심의 학교에서 아이들과 글을 쓰고 자연을 거닐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외로워진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아이들에게 자신을 내어주며 나를 잃어가는 것 같다.
아직도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나와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을만한 책이다. 인디언 연설문, 도덕률, 일화 들을 모은 책이다.
책에 ‘자기 자신을 알아라’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한 구절 한 구절 모두 마음에 와닿는다. 특히 마지막 인용문이.
→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누구도 그대를 대신해 살 수 없다.
→ 자기 자신과 함께 있지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타인과도 함께 있지 못한다. 자기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솔직하다는 뜻이다.
→ "너 스스로 자신을 찾아나가라. 다른 사람이 너를 대신해 너의 길을 정하게 하지 말라. 그것은 너의 길이고, 너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다른 사람이 함께 그 길을 걸을 수는 있지만 누구도 너를 대신해 걸을 수는 없다.“
→ 너 자신을 알고, 너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라. 너는 너 자신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디언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가르침, 체로키 족)
→ 자립심과 삶의 방향이 없는 사람은 누구라도 길을 잃고 헤맨다.
→ 그들(백인들, 그리고 우리들)은 목적만을 추구한 나머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무시하고, 나아가 ‘자기를 아는 일’로부터 멀어지고 말았다.
→ 얼굴 흰 사람들은 모든 것을 서둘러 원하며, 많은 노력 없이 그것을 얻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은 더 많은 것을 놓친다. 무엇보다도 사물에 대한 이해를 놓치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이 이해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그 세계에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당장 쉽고 빠른 대답을 원한다.
삶의 가르침은 그런 식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단순히 자리에 앉아 진리에 대해 토론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신은 진리를 살아야 하고, 당신 자신이 진리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진리를 깨닫기가 어렵다. 진리는 아주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오며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 나는 내 형제들보다 위대하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가장 큰 적인 나 자신과 싸우기 위해 힘을 추구한다.
분량이 900쪽이나 돼서 우리 집에서는 <벽돌책>이라 부른다.
첫째는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싫다고 울었다.
둘째는 ‘너무나 훌륭한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서 슬프다’고 울었다. 나도 같이 울었다.
나를 나 되게 만들지 못하는 세상에 살아가면서 어디에서 자신을 찾을지 몰라 헤매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나도 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몰라서 더욱.
171. 갈라디아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권연경, 260쪽) / 기독교
권연경 교수님 강의를 듣고 책을 사서 읽었다. 구원에 대한 확신이 당장 고백하는 내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소망의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충분히 근거가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옳다고 말하는 것이 근거 없는 사람들의 인식에 불과하다고 알았지만 ‘구원의 확신’도 같은 표현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성경을 천천히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170. 인생 (박영선, 119쪽) / 기독교
믿고 읽는 박영선! 25년 전에 『하나님의 열심』,『구원, 그 이후』를 만나서 박영선 목사님 팬이 되었다. 목사님이 쓴 책은 나올 때마다 읽었고 설교도 많이 들었다. 이 책 <인생>은 깊이가 스며있다. 삶을 깊이 고민하며, 성경을 깊이 묵상한 분에게서 나오는 무게가 느껴진다. 기독교인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려면 열매를 맺으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먼저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73쪽)
169.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355쪽) / 소설
어릴 적의 상처를 책, 서점, 작가의 이야기로 따뜻하게 감싸주는 이야기다. 책을 찾고, 팔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상처, 관계, 위기에 처한 서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갖는 새로운 마음…… 여러 가지 이야기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잔잔하게 끌어당긴다. 참 좋은 책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독자들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쓴 적이 있다. 같은 수준이라면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아는 사람, 서점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많다면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하는 책인데.
168. 누가복음 뒷조사, 요한복음 뒷조사 (만화) / 기독교
누가복음은 여성을 대하는 예수님의 태도를 중심으로, 요한복음은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개인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만화이지만 각 복음서의 핵심을 잘 다루었다. 특히 요한복음 뒷조사는 탁월하다. 마가복음 뒷조사를 쓴 김민석 작가가 요한복음도 썼다. 강력 추천한다.
167. 왜 그러세요 다들 (전국중고등학생 89명, 211쪽) / 청소년
중고등학교 문집에서 고른 글 89편을 실었다. 양철북이나 보리 출판사에서 만든 것보다는 별로다. 짧고 간단한 글만 모아놓았다. 그래도 학생들 글을 모아놓아서 좋다. 몇 편은 아주 훌륭하다.
166. 안녕, 내 뻐끔거리는 단어들 (샤론 드레이퍼, 319쪽) / 청소년
멜로디는 뇌성마비에 걸려 말을 못한다. 사람들은 멜로디의 장애를 보고 두뇌도 같은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멜로디는 굉장히 똑똑하다. 멜로디가 ‘메디토커’라는 기계를 사용하면서 말을 한다. 친구들과 똑같이 느끼고, 똑똑하기까지 한 멜로디. 퀴즈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학교 대표가 되지만 친구들이 싫어한다. 멜로디는 전국대회에 나갈까?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165. 위시 (278쪽, 바바라 오코너) / 청소년
아빠가 교도소에 갇히고, 엄마는 우울증! 망가진 가족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찰리는 친구가 없다. 싸움닭처럼 덤벼드는 찰리를 사랑으로 받아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에 의해 잠깐 동안 시골 이모 집에 갔지만 거기서도 싸움닭으로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날마다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찰리는 떠돌이개 ‘위시본’을 만나고, 조금씩 가족을 이룬다. 참 좋은 책이다.
11월에 읽은 책
164.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311쪽) / 인터뷰
프랑스에서 아홉 명의 그림책 작가와 벨기에 그림책 작가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프랑스 작가 중 둘은 일본과 이탈리아 출신이다. 우리나라에도 책이 번역되었지만 낯선 이름이 많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아이디어를 얻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소개해서 좋다. 따로 소개하겠다.
163. 열흘간의 낯선 바람(김선영, 226쪽) / 중고등 소설
중학생들과 토론하기 위해 읽었다. SNS로 소통하며 고민하는 학생들 이야기이다. 현실의 자신과 SNS에서의 자신 사이의 모습을 다루었다. 나는 현실을 중심에 두고 SNS를 하지만 많은 학생이 SNS를 중심에 두고 현실을 살아간다. <만남>으로 토론하려는데 어떨지 궁금하다. 토론 후에 후기를 올려야겠다.
162.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서천석, 398쪽) / 그림책 소개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선생님이 그림책을 소개한다. 상담하면서 그림책을 읽어줬나 보다. 마음이 따뜻한 의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완전 그림책 전문가이다.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알려준다. 주제별, 영역별로 묶어서 설명한다. 책 뒤에 연령별 그림책 목록까지 부록으로 넣었다. 강력 추천한다.
161.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 (장석주, 331쪽) / 평론
이 책은 좀 어렵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장석주 님이 읽은 책을 이야기한다. 평론가의 눈으로 본 책 내용이 낯설다. 또한 어렵다. 그만큼 깊이가 있다. 글을 쓰려면 정직한 문장 하나로 시작하라는 헤밍웨이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160. 죽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200쪽) / 수필
『100만 번 산 고양이』로 알려진 사노 요코가 암에 걸린다. 2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살아온 그대로 계속 살아간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극복하려 하지도, 그렇다고 얕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천천히 읽으면 좋을 책이다.
159. 쌍둥이 천재가 간다. (엘리스 위너, 231쪽) / 4학년 이상 동화
독자를 참여하게 하는 문체로 썼다. 내용이 단순하고 구성이 편안하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어른이 읽으면 ‘뭐 이래?’ 하겠다.
158. 봄․봄, 동백꽃 (김유정, 200쪽) / 소설
김유정 문학촌에 갔다. 촌장님이 김유정의 삶을 말씀하셨다. 김유정은 엄마를 여덟 살에 잃었고, 열 살에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슬픔, 그리움을 글에 담았다. 고향 사람들 모습도. 글이 담백하고 웃음이 담겨있다.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서 <동백꽃>을 읽어주었다.
157. 프로젝트 수업, 배움을 디자인하다. (이무연 외, 288쪽) / 교육
단순한 활동에 이름만 프로젝트 수업이라 붙인 걸 많이 봤다. 이 책은 다르다. 여러 교과에서 성취기준을 가려내어 하나의 주제로 만들었다. 30-40차시나 되는 시간 동안 주제에 몰두해서 과정을 겪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업을 안내한다. 진짜 프로젝트 수업이다. 추천한다.
156.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 (마크 잘즈만, 319쪽) / 중고등 소설
마크 잘즈만은 퓰리처상 후배에 오른 작가이다. 새 소설을 구상하다가 청소년 범죄자 캐릭터 창조에 도움을 받으려고 청소년 범죄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다. 잘즈만이 새장 안에 갇힌 새들과의 만남을 소설로 썼다. 아이들 삶을 좀더 건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상처 받은, 상처를 많이 준 아이들은 묵묵히 바라보는 잘즈만의 관점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참 좋은 책이다.
155. 불량한 자전거 여행(김남중, 239쪽) / 초 5-중학생 동화
김남중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다. 호진이 아빠는 집보다 회사를 좋아한다. 호진이 엄마는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호진이는 공부를 싫어한다. 결과는 뻔하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단계를 지나 무관심해져서 이혼을 꺼낸다. 호진이는 공부, 부모의 다툼, 기대감, 짓누르는 압박을 견디다 못해 몰래 삼촌에게 가버린다. 삼촌이 이끄는 자전거 여행 팀에 끼어 1100km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 참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진로지도에도 좋겠다.
154. 일수의 탄생 (유은실, 123쪽) / 동화
일수는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못한다. 적당히 중간쯤 되는 성적, 특별히 잘하는 것 없는 아이다. 반면에 일석이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산다. 의견을 뚜렷하게 나타내며 생각이 확고하다. 일수는 일석이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고민이 비슷해진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참 좋은 책이다. 생각할 점이 정말 많다. 강력 추천한다.
153.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상의 눈물 (전국국어교사모임, 125쪽) / 단편소설
『우상의 눈물』 저자 전상국 작가를 만날 일이 생겨 읽었다. 읽은 느낌은, 한 마디로 짜릿했다. 엄석대 같은 아이 기표를 무너뜨리는 과정이 놀랍다.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무섭다. 보이지 않는 폭력의 위험을 외치고 다녔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 마음에 들었다.
152.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 (최종득, 206쪽) / 교단일기
바닷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시를 쓰는 선생님 교단일기다. 아이들이 쓴 시가 낯설지 않다. 꼭 내가 만난 아이들이 쓴 시 같다. 선생님 마음도 나와 비슷하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나와 비슷한 작가인 것 같다. 이분, 만나고 싶다.
151. 선생님도 아프다.(양곤성, 243쪽) / 교육, 상담
학생들과, 동료들과, 교장이나 교감과 지내면서 상처 받는 선생님들 사례를 보며 마음이 찡했다. 내가 고민한 이야기,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이야기 들이다. 상담 전문가답게 원인을 ‘감정’에서 찾고, 마음을 토닥이며 대처 방법을 알려준다. 관계로 힘들어하는 교사들에게 추천한다.
150. 아몬드 (손원평, 233쪽) / 청소년 소설
‘나’는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로 인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 무서움, 슬픔, 기쁨을 느끼지 못해서 이상한 아이로 살아간다. 다른 사람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건 불편함을 너머 불행하다. 갑자기 닥친 사고로 할머니가 죽고 엄마가 식물인간이 돼도 ‘나’는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머리와 가슴의 연결을 끊어버린 감정 표현 불능증조차 막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나’는 과연 타인의 감정을 느끼게 될까?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은 책이다. 토론하고 싶은 주제가 많다.
149. 악당 와콘과 쌍둥이 남매 (로베르토 곤살레스 외 엮음, 김용철 그림, 181쪽)
남미 민간설화를 모은 책이다. 사랑 이야기가 많다. 사랑이 가로막히고, 사랑을 뛰어넘고, 사랑하다 꽃이 되고…… 40-50년쯤 전에 할머니한테 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았다. 왠지 유치한 느낌이다.
10월에 읽은 책
148. 갈라디아서, 복음을 만나다. (팀 켈러, 296쪽)
권영경 교수님 강의와 함께 읽었다. 교수님 강의를 들으니 다른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갈라디아서를 공부해보고 싶다.
147. 미출간 소설(페친, 출간하면 230쪽 분량) / 소설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학생이 소동을 일으킨다. 친구들은 슬슬 피하고 교사들도 힘들어한다. 그래도 분노조절장애 학생을 친구로 대하는 친구가 있다. 학생을 도와주려는 교사도 있어서 학생을 도와주려 한다.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을 찾아 학생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소망을 주는 이야기이다. 내용이 참 좋다.
146. 무적 수첩 (김미애, 100쪽) / 초 3 이상
‘방나무’는 약점을 적은 수첩으로 친구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현대판 엄석대 같은 아이다. 마루는 방나무에게 약점을 잡혀 졸병처럼 지냈다. 어느날 방나무의 수첩을 갖고 나무처럼 변한다. 과연 마루는 엄석대가 될까? 착한 아이로 돌아올까? 다음주에 동해시에 있는 학교 학생 28명과 수업한다. 아이들은 어떻게 읽을까?
145.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550쪽)
사피엔스가 조금 더 재미있다. 물론 호모데우스도 흥미롭다. 사피엔스를 더 차분하게 쓴 것 같다. 사피엔스가 좋은 반응을 일으키자 자신의 생각을 더 드러내어 쓴 것 같다. 합리주의로 무장한 세속주의자의 관점이 더 강해졌다. 어디서 이런 정보를 찾아냈지 하는 마음이 컸지만 그의 주장에는 반대한다. 5주 동안 독서반 학생들과 함께 읽었는데 학생들도 저자가 지나치다고 말한다. 다음 주에 학생들이 어떻게 글을 쓸지 궁금하다.
144. 아빠와 함께 하는 독일 자전거 여행기 (강덕치, 198쪽) / 여행
독일에 사는 아빠가 초등학생 두 아들과 자전거로 독일을 여행한 기록이다. 20년 전 이야기이지만 재미나고 부럽다. 내가 갔던 곳을 이야기할 때는 거기 있는 것 같았다.
143. 사랑하는 친구에게 (유진 피터슨, 176쪽) / 기독교
유진 피터슨이 교회로 돌아온 친구가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썼다. 목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목자가 할 만한 이야기를 해준다.
→ 오랫동안 신앙을 떠나 살았던 지난 세월을 후회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게나. 후회는 모든 종교적 감정들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이고, 회개와는 거의 정반대 되는 감정이지.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두 가지를 혼동한다네.
→ “좋은 교회를 찾는” 그 난리는 도대체 어떻게 시작이 된 건가? “내 형제들 중 지극히 작은 자?”가 품고 있는 거룩한 순종의 열정에서 나온 건 절대 아닐 걸세. 이렇게 각각의 취향에 맞는 교회를 찾으려 드는 ‘교회 쇼핑 심리’는 영적으로 파괴적인 것일세. 우리의 예배 취향에 맞추려 드는 교회의 예배는 좋을 것이 하나 없다네.
→ 오늘날 장삿속으로 내놓은 많은 신앙 지침서들의 문제는 그것이 약간의 성수를 뿌린 자립 심리학에 불과하다는 데 있지. 아니면 화기를 돋우는 응원 문구로 강화시킨 낡은 기업가적 아메리칸 드림이든가.
→ 전자네의 ‘리더십 자지’를 발견한 목사님이 자네를 ‘사역에 끌어들이려고’ 굳게 결심했다는 편지 읽었네. 나라면 자네가 매주일 예배를 드리고 월요일에는 실험실로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할 텐데 말이야. 차차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될 줄 알았네. 미리 경고를 했어야 했는데. 아마 집사님들과 함께 병든 노인들을 매달 방문한 것이 목사님의 주목을 끈 계기가 되었을 걸세. 정말 안 됐네. 목사님은 자네가 새 건물 건축 계획을 진행시켜 주길 바란단 말이지. 자네가 그 일을 해야 되냐고? 전혀 그럴 필요없네.
목사들은 이런 일에 악명이 높다네. 하지만 거기에 맞추어 주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어.~
유진 피터슨은 무조건 읽어도 된다.
142.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 (김민수, 276쪽) / 중학생 이상
장준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펴낸 책이다. 장준하 선생이 살아온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선생님은 백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사는 나라를 이루기 위해 글과 행동으로 독재에 맞서 싸웠다. 먹을 게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위협과 협박에 굴하지 않아 감옥살이를 했지만 굽히지 않았다. 지금도 누가 장준하 선생을 죽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141.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미치 엘봄, 205쪽) / 인문
20년 전에 읽었을 때보다 감동이 줄었다. 글 잘 쓰는 칼럼니스트가 좋은 콘텐츠를 포장한 느낌도 든다. 모리 교수가 말하는 내용이 대부분 내가 고민한 것들이어서 그런가 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본질에 충실하라는 내용이 많다. 무엇보다 사랑하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여전히 좋은 책이다.
140. 스프링벅 (배유안, 218쪽) / 중학생 이상
교보교육재단 책갈피 독서편지쓰기 대회에 이렇게 소개했다.
<젊음은 눈부십니다. 아름답고 활기찹니다. 제 멋에 겨워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마치 스프링 벅이 뛰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게 젊음의 모습입니다. 두려워하건 아니건, 드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젊음은 멋지고도 멋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젊음을 만끽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보냅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무게에 짓눌려 하루의 절반을, 때로는 그보다 더 오래도록 의자에 앉아 공부합니다. 게다가 어른들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공부하라고, 조금만 더 하라고, 학생이 해야 할 일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무작정 대학만 바라보고 뛰라 합니다.
스프링 벅은 아프리카에 사는 양입니다. 일정한 숫자가 모이면 좋은 풀을 뜯어먹기 위해 뒤에 있던 양이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면 다른 양도 앞으로 나서고 무리가 점점 앞으로 나서기 경쟁을 하면서 달립니다. 무리에 속도가 붙으면 왜 달리는 지도 모르고 그냥 달립니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까지. 한두 마리가 달리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달리는 스프링벅 무리가 꼭 대학을 향해 달리는 학생들 같습니다.>
139. 나와 공동체를 세우는 수업 나눔 (김효수 외, 268쪽)
좋은교사 수업코칭연구소 선생님들이 함께 썼다. 수업장학은 교사를 힘들게 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형식에 치우쳐 본질 근처에도 못 가던 수업 장학을 수업 나눔으로 바꾸면 어떨까? 이 책은 수업 나눔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수업 나눔의 원리와 방법을 소개한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들과의 관계와 수업이다. 그런데 교사들은 수업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어한다. 수업 나눔은 교사 자신을 살피고 수업을 교사-아이의 관계로 살핀다. 좋은 책이다. 특히 과정을 안내하는 책이어서 더 좋다.
9월에 읽은 책
이번 달에는 좋은 책이 많았다. 읽은 책도 많았고.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인문), 상냥한 수업(교육), 날마다 한일전(소설) 강력 추천한다.
138. 날마다 한일전 (김동환, 이기범, 206쪽) / 청소년 소설
장수와 동호는 교내 여행 답사 동아리 활동으로 일본에 갔다가 유키와 미쿠를 만난다. 이성에 대한 호감으로 메일을 주고받다가 유키와 미쿠가 한국에 놀러온다. 여행안내를 하면서 역사문제로 부딪친다.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듣고 유키와 미쿠는 충격을 받는다. 다음에는 장수와 동호가 일본에 가서 군함도를 방문한다. 한일 관계를 네 학생의 여행으로 잘 풀어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한일 관계의 긴장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한일 관계를 토론하면 좋겠다. 참 좋은 책이다.
137. 전시조종사 (258쪽, 생텍쥐베리) / 소설
생떽쥐베리는 뛰어난 조종사였다. 비행기 착륙장치를 개발하여 12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프랑스-카사블랑카 노선을 개발했고 세계 곳곳에서 오랜 시간 비행했다. 제2차세계대전 중에 5회만 출격한다는 조건으로 복귀하여 1944년 7월 17일에 이미 8회 출격을 마쳤다. 7월 31일 오전 8시 30분, 리트닝 기지를 출발, 프랑스 본토 정찰을 마치고 돌아오지 않았다. 코르시카 남방 백 킬로미터 지점에서 격추된 것으로 보인다.
<전시조종사>는 1941년에 집필했다.
피난 가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오래 남는다. 생텍쥐베리는 마을을 떠나라는 말 한 마디에 주민이 모두 도로로 나서는 모습을 불편하게 바라본다.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냥 있으라'가 아니라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르면서 떠나야만 하는 처지를 슬프게 바라본 것 같다.
자신이 비행기를 타고 적진을 촬영하는 것이 갈 길 없는 도로에서 끝없이 기다리는 피난민 같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계속 그 길을 가는 건 희망이 있기 때문이겠지.
생떽쥐베리가 굳이 미국에서 프랑스로 다시 간 까닭, 위험이 가득한 곳으로 비행한 이유가 이것 때문 아닐까?
<자기보다 위대한 존재인 하나님의 사자인 이상, 어느 누구도 실망할 여지가 없다. 실망이란 자기 안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희망’의 임무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그대는 자신이 정말 소중하다고 믿는가? 그대의 실망 속에는 엄청난 자만이 깃들어 있나니……”
~ 각자가 모두를 책임 지게 하였고 모든 사람들이 또한 각자를 책임 지게 하였다. 한 개인은 한 집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결코 어리석은 수학 놀이를 뜻하는 건 아니다. 그건 결국 개개인을 통하여 ‘인간’에게 돌아가는 존경을 뜻하는 것이다. 사실상 나의 문명이 지닌 위대함이란, 백 명의 광부가 매몰된 한 명의 광부를 구해 내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데 있다. 그들은 이른바 ‘인간’을 구해 내는 것이다.>
136. 상냥한 수업 (하이타니 겐지로, 207쪽) / 인문, 교양, 교육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만큼이나 좋은 책이다. 선생님이 만났던 아이들 이야기를 해주는데 따뜻하고 마음이 울렁인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지, 계속 아이들과 글을 써야지, 이 글은 아이들에게 읽어줘야지, 이렇게 수업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생긴다. 잔잔하게, 소박하게, 그렇지만 따뜻하게, 울림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135.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593쪽) / 인문
인간의 역사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역사책은 이미 설명한 책을 살짝 바꿔 설명하는 게 대부분인데, 유발 하라리는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설명한다. 통찰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첫 쪽부터 강력하다. 저자가 정말 박학다식하다. 지금까지 배운 역사가 고정관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과 호모데우스를 토론하면서 따로 ‘사피엔스’를 읽었는데 이 책부터 토론할 걸 그랬다. 이 책으로 인간의 역사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
궁금한 점은, 저자의 진리 개념이다. 유대인이면서 유대교 계율을 따르지 않는다. 절대 진리를 부정한다. 눈에 보이는 증거만을 인정하여 진화론, 합리론, 과학주의, 증거주의를 따른다. 그런데도 히브리 대학에서 가르친다. 유발 하라리가 안식일에 무얼 할지 정말 궁금하다. (동성애자라고도 하던데)
134. 학교의 품격 (임정훈, 264쪽) / 교육
학교를 ‘공간’으로 본 책이다. 교문, 현관, 교장실, 교무실, 창문, 복도, 운동장, 급식실, 화장실, 책걸상까지 학교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오랜 시간을 지내는 공간이 차갑고 딱딱하다. 학교는 학생의 성장을 돕기보다 잘 관리하는 효율성을 앞세운다. 이래선 품격이 서지 않는다. 학교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책 내용을 얘기했더니 교감, 교장 선생님이 빌려달라고 한다. ‘충격 받으실 텐데……’
133. 봄날의 곰 (송미경, 95쪽)
『돌 씹어 먹는 아이』를 쓴 송미경 작가는 상상력이 참 좋다.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읽고나면 '우리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글을 쓴다. 늘 똑같은 일상을 사는 아이들의 교실에 곰 한 마리를 보내 사건을 일으킨다. 우리의 삶을 재미나고 즐겁게 만드는 '곰'이 무언지 찾아보면 좋겠다. 좋은 책이다.
132. 돌 던지는 아이 (서성자, 194쪽) / 역사동화
고려시대 무신들이 문신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다. 차별과 멸시를 당하던 무신들이 권력을 잡았지만 그들은 차별하는 자들과 똑같이 행동했다. 노비들은 여전히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만적과 노비들이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반란을 계획한다. 제 2의 이의민이 되어 차별을 없애겠노라고. 노비 뭉개와 양반 지상이의 우정이 아름답다. 결말도 멋지게 잘 썼다. 추천한다.
131. 말랑말랑 그림책 독서토론 (강원토론교육연구회, 316쪽)
그림책의 기본정보(저자, 줄거리, 주제)을 알려주고 독서활동을 한 사례를 소개한다. 전체 5부 중에서 최고봉 선생님이 쓴 1부는 좋다. 2부는 괜찮고, 3-5부는 비슷한 내용이 되풀이된다. 서로 다른 그림책을 알게 되어 좋지만 뒤로 갈수록 지루한 느낌이 든다. 3-5부에서 사례를 소개한 선생님들이 모두 똑같은 순서로 수업했다. 대략 정리하면 이렇다.
활동 1 : 토론책 표지 보고 내용 예측하기, 질문 만들기, 전기수 읽기,
활동 2 : 연꽃 발상, 빙고(더하기 빙고, 빼기 빙고, 핵심 낱말 빙고)
활동 3 : 사모아 토론, 피라미드토론, 모서리토론
활동 4 : 인물 관계도 그리기, 상장 만들기, 독서 신문, 그림책 다시 만들기 등
넓게 보면 독서토론이 맞지만 좁게 보면 독서활동이다. (예: 한 줄 글쓰기를 한 것도 토론이라고 했는데 과연?)
또한 구어체 말투가 많고 문장이 길어 읽기 힘든 부분이 있다. 길지 않은 문장에 주어가 3개나(가수가, 노래는, 가사가) 있다. (예 : ~이라는 가수가 부른 이 노래는 행복한 순간들을 담은 가사가 학생들과 부르기에 좋습니다.)
130. 선사시대 제물이 된 찬이 (최영미, 103쪽) / 역사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쉽게 풀어 쓰는 방법으로, 아이를 당시 시대로 보내 거기서 겪는 일로 시대를 소개하는 방법이 있다. <노빈손> 시리즈, <스쿨버스> 시리즈가 인기를 끈 건 어려운 내용을 재미나게 풀어 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 중에서도 잘 쓰였다. 선사 시대만을 배경으로 삼아 짧게 썼다. 선사 시대의 정보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을 느끼게 만들었다. 좋은 책이다.
129. 징코프, 넌 루저가 아니야. 제리 스피넬리, 238쪽
<하늘을 달리는 아이>의 저자 제리 스피넬리의 책이다. 약간의 과장+살짝 설명하는 투+쿨하게 써내려가는 문장, 문체만 봐도 딱 스피넬리다. 징코프는 대한민국에서 루저로 불릴 가능성이 높은 아이다. 달리기가 느리고, 공부도 못하고, 분위기 파악은 더 안 된다. 그런데도 징코프는 늘 웃는다. 징코프의 부모는 단 한 번도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참 멋진 아이지만 친구가 없다. 스피넬리는 약자를 위하는 이야기를 자주 쓴다. 차분한 내용으로 슬쩍 감동을 주는 책이다. 그래서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128. 불균형 (우오즈미 나오코, 168쪽)
<불균형>은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다. 청소년들의 아픔을 잘 드러냈기 때문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나'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왕따를 당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쿨하게 살자'와 '친구를 사귀지 말자'고 다짐했다. 교실에 있지만 교실에 있지 않는 상태로 살아간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그러나 아무리 쿨하게 살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청소년기의 불안과 고민, 아픔을 잘 드러냈다. 왕따, 학교폭력을 다룬 참 좋은 책이다. 균형을 잃은 관계를 극복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이야기이다.
127. 해바라기 카짱 (니시카와 츠카사, 215쪽) / 어른을 위한 동화
일본 작가인 니시카와 츠카사가 초등학교 시절에 겪은 일을 쓴 자전적 동화이다. 그는 자기만의 질문과 생각에 빠져 읽고 쓰지 못한다. 특수학급 아이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한다. 4학년 때까지 1+1도 제대로 몰랐는데 4학년이 끝나면서 모리타 선생님을 만난다. 개학하기 전 2주일 동안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자기가 바보가 아니라고 깨닫는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니시카와 츠카사는 공부하는 아이가 된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 질문, 격려 모두 본받고 싶다. 실제로 이런 선생님이 있다니 부럽다.
126.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델핀 미누이, 242쪽) / 르포
지금도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 독재자 아사드 정권이 다라야를 4년 동안 포위했다. 사람도 물건도 드나들지 못하는 곳 다라야는 사린 가스 공격을 받았다. 포탄이 떨어져 사람들이 지하로 스며들었다.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책을 모아 지하에 도서관을 만들었다. 독재자와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 사이에서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힘을 가진 독재자에 정신으로 맞선 사람들이 보여주는 희망의 이야기다.
→ 그렇게 소란한 가운데서도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서 수천 권의 책을 구해내어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곳에 모아 만든 ‘책으로 된 피난처’ 이야기도 해주었다. 아흐마드는 잿더미가 된 어느 저항자들의 도시에서 문화유산을 구해내고자 탄생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 몇 시간 동안 상세히 들려주었다. 쉴 새 없이 퍼붓는 폭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허기짐에 대해서도, 허기를 달래기 위해 책으로 만든 수프, 정신을 살찌우려고 미친 듯이 읽어댄 그 모든 책, 이 도서관은 포탄에 맞서는 그들만의 은밀한 요새였다. 책은 대중 교육을 위한 무기였다. (13)
→ 살아남은 그는 책이 주는 유익함을 믿었다. 몸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마음의 상처를 달랠 권리는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단순한 행위가 아부에게는 엄청난 위로였다. 그것은 도서관을 세우면서 알게 된 감정이었다. 그는 한가로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좋았다. 끊임없이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는 것, 마침표와 쉼표 사이에 몰입하여 길을 잃는 것,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것.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 전쟁의 그늘에서 문장은 다시 새로운 감동을 준다. 모든 것이 사라질 위기 속에서 그것은 남은 시간에 대한 표적과 같았다. 모든 단어, 즉 폭탄에 저항하는 지혜와 희망 그리고 과학과 철학의 언어로 전율했다. 책장 선반 위에 완벽하게 분류된 언어들은 견고하고, 꿋꿋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강인하고, 용맹하며, 믿을 만하고, 진실이 깃들어 있었다. 이 문장들은 성찰의 궤적과 수많은 사상, 해방을 위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온 세상이 손 안에 있었다.
책을 통한 이들의 저항은 매력적이었다. 이 저항을 보자 나는 15년 전 테헤란의 서민 지역인 남부에서 만났던 이란의 한 미용사가 떠올랐다. 그 미용사는 자기 미용실을 여성을 위한 독서 공간으로 바꾸었다. 어느 날 카이로의 교통 체증 속에서 마주쳤던 ‘책 자전거’도 생각났다. (42-43)
→ 오마르는 병참선에 자신의 ‘작은 도서관’도 만들었다. 모래주머니 뒤로 틈을 메워 완벽하게 정렬한 10여 권의 책으로 꾸민 도서관이었다. 이 콘셉트는 다른 아사드 반군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폭탄이 잠잠해지면 이들은 책을 돌려가며 읽고, 독서에 대해서 서로 조언했다. (72)
→ ‘혼돈’이라는 이름의 잡지 : 아흐마드와 다라야의 다른 운동가들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그리고 절망감으로 과격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이 엉터리 잡지를 만들었다.(114)
→ 카프카가 오스카르 폴라크에게 보낸 편지(120)
→ 만일 세상이 무언가를 믿는다면,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일까? (123)
→ 또한 이 은밀한 대학은 위반의 장소였다. 배움을 통한 위반, 다라야의 이 비판가들은 새로운 칸막이벽에 달린 철판에 건설 중인 미래를 노래하는 가사를 적을 수 있었다. 가냘픈 선율, 어둠의 골짜기를 거쳐 죽음의 고비에서 헤매는 한 도시의 멜로디(126)
→ 책을 향한 열정에 충실한 아흐마드는 이들리브의 아이들과 여성들을 위한 이동도서관을 만들었다. 불안과 의심이 찾아오는 밤마다, 그는 다리야에서 겪었던 특별한 경험을 다시 생각한다. (239)
125. 아흔 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옥남, 223쪽) / 일기
탁동철 선생님 책에 할머니 이야기가 가끔 나왔다.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기로 먼저 만났다. 마음이 참 고운 분이다. 신세 지려 하지 않고, 힘들어도 당신 손을 놀려 일하며, 사람을 좋게 생각하신다. 따뜻한 할머니다.
124. 왜 인공지능이 문제일까? (조성배, 154쪽) / 중학생 이상
청소년 독서토론대회 심사를 위해 읽었다. 호모데우스에 나온 인공지능 내용이 워낙 흥미로워서 그런지 이 책은 그냥 그랬다. 저자가 인공지능 관련 논문을 천 편 이상 발표했다는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써서 그런지 대부분 아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 이해하지 못해서 재미없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학생들에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중고등학생에게 추천한다.
120-123.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4권 (조앤 롤링, 1224쪽)
글이 안 써지고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1권을 읽기 시작했다가 4권까지 쭈욱 읽었다. 글을 참 잘 썼다. 내용도 참 좋다. 우리 현실을 이야기에 잘 녹였다. 10년쯤 뒤에 퇴직하고 해리, 빌보, 나니아 이야기를 나누며 쉬면 좋겠다.
119. 헨쇼 선생님께, (비벌리 클리어리, 150쪽) / 편지 모음 형식의 동화
1984년 뉴베리상 수상작. 리 보츠(5학년)가 작가인 헨쇼 선생님께 보낸 편지 모음이다. 실제로 쓴 편지는 아니고 작가가 만들어낸 편지다. 깨어진 가정에서 살아가는 리 보츠가 헨쇼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잔잔하고 따뜻하다.
"네가 바라는 게 뭐지? 이야기를 만들어 쓰는 능력은 한참 뒤에 생기는 거야. 나중에. 살면서 얻는 경험이 너한테 더욱 핑부해지고 이해하는 힘도 깊어졌을 때 생긴다는 뜻이지. <아빠 트럭을 탄 날(리 보츠가 쓴 글 제목)>은 네 또래 사내아이가 쓴 작품치고는 아주 훌륭했어. 너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내지 않고 네 자신 그대로, 가장 너답게 글을 썼잖아. 그게 바로 네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증거야. 앞으로도 노력하렴."
8월에 읽은 책
118.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놀이, 독서캠프 (권일한, 290쪽) / 독서
책으로 노는 활동을 3부로 나눠 썼다. 1부는 책 놀이, 2부는 내가 했던 재미있는 독서 활동, 3부는 독서캠프. 출판사에 보내기 전에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고 고쳤다. 빠르면 올해가 지나기 전에 출판되려나?
117. ~ 헤나 (***, 68쪽) / 미출간 동화
작가인 후배가 읽어보라고 준 동화이다. 작가들은 상상력이 대단하다. 내가 아는 그 후배가 달라 보인다. 이것도 출판되면 좋겠다.
116. 불량하우스 (케이트 클리스, 219쪽) / 초 5 이상
불량하우스를 읽으며 예상하면 대부분 틀린다. 일상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 몇 번 읽어도 재미있다. 수업공동체 선생님들도 좋다고 반응했다. 가족, 성장, 거짓말, 글쓰기, 아이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115. 물총새에 불이 붙듯 (유진 피터슨, 644쪽) / 설교(기독교)
대한 때부터 유진 피터슨을 읽었다. 유진 피터슨은 다윗에게서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을 배우게 해주었고, 예레미야를 통해 달려가게 해주었다. <친구에게>와 <이 책을 먹으라>는 감탄하며 읽었다. 이 책은 성경 전체를 유진 피터슨의 눈으로 풀어낸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솜씨가 뛰어나다. 강력 추천한다.
114.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 전기 (조지 마즈던, 235쪽) / 전기?
루이스가 쓴 <순전한 기독교>에 대한 전기이다. 책에 대한 전기가 나올 정도로 <순전한 기독교>는 대단한 책이다. 20년 전에 읽으며 기독교의 진리를 논리로 풀어갈 생각을 하다니, 하며 감탄했었다. 책이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굉장하다고 반응해서 읽었다. 루이스 책을 많이 읽고, 루이스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아는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인가, 다른 분들이 굉장하다고 말한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루이스는 원래 굉장하다.
113. 만남 (송인수, 303쪽) / 말씀 묵상 나눔
송인수 선생님이 요한복음을 묵상하고 자녀에게 설교한 내용이다. 말씀이 납득 될 때까지 따져 묻고 대답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요한복음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고고학자, 과학자, 수사관의 눈으로 찾아간다. 송인수 선생님이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고민한 이야기가 가치를 더한다. 꼭 읽어보라 권한다.
112. 바람의 열두 방향 (어슬러 르 귄, 498쪽) / SF 판타지 소설
오멜리스를 떠나는 사람들로 이름난 어슬러 르 귄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SF 판타지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단편이 몇 편 있다. 나는 샘레이의 목걸이, 명인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좋았다. 어슬러 르 귄이 쓴 <어스시 이야기>를 읽은 뒤라 이해하기 쉬웠다. 토론 모임 선생님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나와 다르게 읽었다. 재미있는 책이다.
111.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248쪽) / 동화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독서토론을 위해 읽었다. 저자가 이 책을 잘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사방에 보인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쓴 책인데다가 여백이 많아서 좋다. 좋은 문장도 참 많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 TOP5 안에 든다. 꼭 읽어보시라.
110. 우투리의 ~ (***, 66쪽) / 미출간 동화
출판하면 150쪽 정도 될 것 같다. 아기장수와 우투리 이야기를 새롭게 꾸몄다. 출간 전이라 내용을 말하지 못하지만 작가는 역시 작가인가보다. 내용이 예상 밖이다.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
109. 우리들이 개를 ~ (***, 86쪽) / 미출간 동화
출판하면 180쪽 정도 될 것 같다. 출간되기 전에 먼저 읽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이 원고도 잘 다듬은 뒤에 좋은 출판사 만나 세상에 나오면 좋겠다.
108. 딸기 우유~(문경민, 190쪽) / 동화
작가인 후배가 쓴 미출간 동화이다. 정말 잘 썼다. 책벌레가 되니 출간되기 전에 먼저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누린다. 지금은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책이 나오면 이 책으로 독서캠프하고, 여기저기 써먹어야겠다. 출판하면 150쪽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107. 중앙유라시아 세계사(크리스토퍼 백워드, 본문만 629쪽) / 역사
이 책은 걸작, 명작, 대작이다. 중앙유라시아에 속한 돌궐, 몽고, 여진, 거란 등에 대해 우리는 야만족, 문화가 없고 남의 것을 약탈하는 떠돌이 민족이라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중국은 문화수준이 높고 이방민족을 침략하지 않는데 오랑캐 야만족들이 쳐들어왔을까? 그래서 중국이 만리장성을 쌓았을까?
저자는 이런 생각이 중국의 기록에 의존한 역사의 오류라고 말한다. 중국, 로마, 러시아는 중앙유라시아 민족을 공격하고 정복했다. 그들이 강대국에 점령당하면 단일문화가 사라지고 문화교류가 정체되었다. 중국, 로마, 러시아는 농업 중심의 정주문화권을 이루었고 중앙유라시아 민족은 상업 중심의 교류 문화를 이루었다. 정주 문화권은 교류 문화권을 이해하지 못했고 점령하려고만 했다. 실크로드를 만든 사람들은 중국이 아니라 계속 이동하며 문화를 확산시킨 중앙유라시아 민족들이다. 우리가 오랑캐라 부르는 사람들에 대해 로마와 러시아도 똑같이 기록했다.
그러나 진짜 침략자는 중국, 로마, 러시아이다. 정복하고 지배하려고만 했지 그들과 교류하며 배우려 하지 않았다. 저자는 만리장성 역시 오랑캐로부터의 위협을 막는 방벽이 아니라 중국에서 겨우 먹고 살던 농민들이 탈출하지 않게 하기 위한 벽, 외부의 이민족을 공격하기 위한 전초기지 같은 역할이었다고 설명한다. 여러 역사적인 사실과 증거를 들어 설명하는데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은 470쪽까지 중앙유라시아에 속한 온갖 나라와 민족의 역사를 소개한다. 고구려도 몇 번 나온다. 이렇게 박식한 저자는 보지 못했다. (연개소문의 이름이 당시에는 우르 갑 소문 이었다고 밝힌다. 온갖 언어에도 능통한 것 같다. 부록에 원시 인도유럽어족의 확산 과정, 고대 중앙유라시아 민족 명칭을 망라했다. 대단하다.) 너무 많은 민족과 나라, 왕과 장군, 종교와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읽기 힘들다.
480쪽부터 나오는 내용이 압권이다. 먼저 장성이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천리장성을 언급한다.
584쪽 / 만주 지역 남부와 한반도 북부 지역에 걸쳐 존재했던 고구려 왕국도 장성을 건설하여 중국인을 막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고구려의 장성은 이러한 목적에 소용이 없었다. 성벽이 중국인들을 단념시키지도 못했다. 수나라와 당나라의 대규모 병력이 쳐들어왔을 때, 천재적인 고구려의 장수와 고구려 군대가 전면전으로 맞서서 겨우 반복되는 침략(언제나 명분도 정당성도 없었던)을 막아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중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역사를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하는 왜곡정신이 탁월하다. 강대국들은 모두 그랬다. 로마부터 신대륙을 약탈한 유럽의 몇몇 나라까지, 세계를 뒤흔든 영국, 러시아, 지금의 미국까지.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를 읽었을 때보다 더 충격을 받았다. ‘책을 백만 쪽 넘게 읽었는데 난 아직도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었다.’ 강력 추천한다. 그러나 지루한 역사 이야기 470쪽을 참고 읽을 분들만 도전하시라. 꼭 도전하시라.
106. 금각사(미시마 유키오, 407쪽) / 소설
미시마 유키오는 ‘자위대여 일어나라’ 외치며 할복자살한 극우 일본 작가이다. 이 책에는 일본 제국주의 색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금각사는 일본의 불국사 같다. 금각은 500년 된 목조 건축물이다. 주인공은 금각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금각에 의해 생각을 제어당하고, 결국 금각을 불태운다. 일본에서 실제로 금각을 방화한 사건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서 썼다. 독서반 학생들과 토론한 내용을 따로 올리겠다.
105. 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267쪽) / 소설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자살했다. 그는 인생이 덧없다고 생각했다. 인간 실격은 실격된 인생을 말한다. 왜 이렇게밖에 행동하지 않는지 질문하게 만드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20대에 읽었다면 책 읽는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30대에 읽었다면 정말 인생이 덧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냥 묵묵히 읽었다. 지나치게 생각하면 삶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고민하는 인간이다. 인간의 삶은 정말 복잡하다.
104. 십자군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341쪽)
제후보다 높은 프랑스 왕, 독일 왕이 십자군을 이끌고 왔지만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돌아갔다. 그들이 남긴 악영향을 팔레스타인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했다. 유럽의 왕들은 현실도 모르면서 말만 앞세우고 왔다가 도망갔다. 말로는 믿음을 앞세우지만 감당하지 못하는 일 앞에서 꼬리를 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현실을 모르는 교육부장관과 말만 앞세우는 관리들이 교육을 망친다. 전투를 모르면서 입만 산 군인들, 백성을 위하지 않으면서 헛 공약만 내세우는 말쟁이 정치인들,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들, 말로만 믿음을 앞세우고 설교시간에 선지자인 것처럼 외치지만 그냥 말뿐인 목사들…… 그러나 백성들은 베르나루두스 같은 수도사의 말을 듣는다. 그동안 발리앙 이벨린 같은 사람은 목숨을 내걸고 싸운다. 안타깝다.
103.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345쪽)
더위에 지쳐서 심심풀이로 읽었다. 고드프루아 드 부용, 레오몬드와 탄크레디, 보두앵, 레몽. 제후들이 다투면서도 한 가지 목적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에데사, 안티오키아, 갈릴리 지역과 예루살렘까지 모두 정복했다. 이에 반해 이슬람 세력은 자기 영토를 넓히려는 것 외에는 마음을 하나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반격하지 못했다. 재미있다.
7월에 읽은 책
102. 위로받으라 (워렌 워어스비, 213쪽) / 성경 강해
내가 좋아하는 워렌 워어스비 시리즈 중에 이사야서 강해이다. 20년 전에 성경을 묵상하는 방법을 알려준 분이다. 다시 읽어도 좋다.
101. 수요일의 전쟁 (게리 슈미트, 391쪽) / 중등 성장소설
방학하자마자 캠프하면서 지쳤다. 지쳤을 때는 수요일의 전쟁을 읽어야지! 키득대다가 눈물 글썽이며 회복되었다. 2010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읽은 것 같다. 우리 가족의 소확행 중 하나, 수요일의 전쟁 읽기.
100.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파커 파머, 305쪽) / 인문
99. 군주론 (마키아벨리, 264쪽) / 인문
인품과 덕을 갖춘 사람을 지도자로 꼽는 동양의 사상과 다르다. 백성들이 군주를 사랑하기보다 두려워하는 게 편하다, 술책이 진실을 이긴다는 등의 실제 내용을 다루었다. 군주는 안전하게 자리를 유지하면서 백성이 군주 아래에서 불만을 품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해야 한다. 그건 진실, 사랑, 성실 등이 아니라 군대를 통솔하고 아첨꾼을 이용하는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것도 신생 국가인지, 세습 국가인지 등의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마키아벨리는 정말 뛰어난 관찰자이다.
98. 마가복음 큐티 (권일한, 801쪽)
18개월 동안 마가복음을 큐티하고 다시 읽었다. 말씀을 더 깊이 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97. 야생동물은 왜 사라졌을까? (이주희, 164쪽) / 초 3 이상
우리나라에서 멸종된(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22종을 소개한다. 호랑이와 표범, 곰과 여우, 수달과 담비, 꽃사슴과 산양, 물범과 물개, 수리부엉이와 독수리, 따오기와 뜸부기, 구렁이와 남생이, 맹꽁이와 금개구리, 꾸구리와 좀수수치, 소똥구리와 장수하늘소.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96. 자존심 (김남중, 171쪽) / 초4 이상 동화
<기찻길 옆 동네>를 만나서 김남중 작가의 팬이 되었다. 자존심은 동물들의 자존심을 다룬 책이다. 중풍에 걸린 진돗개가 민호네 집에 온다. 백한(닭 종류)은 먹이 주는 민호를 공격한다. 이 병장이 잡아온 딱따구리는 먹이를 거부하고 죽는다. 강희는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물고기를 살려준다. 주현이는 기러기를 잡으려 하고 장수는 공기총을 들고 사냥을 나간다. 모두 재미있고 생각할 게 많은 단편이다. 추천한다.
95. 부러진 코를 위한 발라드 (아르네 스빙엔, 240쪽) / 중등
노르웨이 작가의 책이다. 바르트는 고도비만에 알코올중독인 엄마와 빈민아파트에 산다.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며 조용히 살아간다. 아이돌이 아니라 오페라를 좋아하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혼자 부를 때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지만 누군가 듣고 있으면 목소리가 갈라진다. 학예회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지만 자신이 없다. 게다가 악동 친구가 바르트의 처지를 알아낸다. 친구의 놀림을 이겨내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강력 추천한다.
94. 희망의 불꽃 (조너선 코졸, 388쪽) / 수기
존경하는 교사, 교사를 위한 교사 조너선 코졸이 만난 아이들 이야기이다. 아이 상황을 담담하게 썼다.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찾아가 만나고 또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감동을 쥐어짜내지 않는다. 어려운 처지에서 살아가는 아이가 나쁜 길로 가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미국 최고의 교사,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불리는 분이뉴욕 빈민가 아이들을 계속 찾아가며 <희망의 불꽃>을 피운다.
93. 다섯 손가락 수호대(174쪽, 홍종의)
은혁이 아빠는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당할 때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괜한 일에 끼어들어 손해 본다고 말려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준다. 이번에도 남의 싸움을 말리려다 심하게 다친다. 괜한 일에 끼어들었다가 어려움을 당할까봐 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은혁이와 친구들이 범인을 찾아나선다. 물론 아이들이라 아무것도 못하지만 친구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모습이 기특하다.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트라우마를 가졌다고 설정한 점, 사건 사이의 연결이 느슨한 점이 아쉽지만 좋은 주제를 다루었다.
6월에 읽은 책
92. 스크린을 먹어치운 열흘 (128쪽, 소피 리갈 굴라르) / 초 4 이상 동화
선생님이 학생들과 의논해서 열흘 동안 영상을 보지 않고 지내는 활동을 시작했다. 적극 참여하려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무슨 소리 하느냐며 반대하는 아이들도 있다. 어떻게 텔레비전,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을 보지 않고 살 수 있느냐고 외치는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재미있다. 좋은 책이다.
91. 꼴뚜기 (진형민, 156쪽) / 5학년 이상 동화
교사 연수, 여름 독서캠프를 위해 읽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진형민 작가는 등장인물 이름을 잘 짓는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안다. 전하려는 바를 딱 집어서 잘 표현한다. 꼴뚜기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90. 인공지능이 궁금해 (서지원, 152쪽) / 초등 4학년 이상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사이보그,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경찰, 로봇 애완동물, 자동 기계 장치 등 미래 사회에 이루어질 모습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겠다.
89. 선생님의 숨바꼭질 (권일한, 300쪽) / 교사, 학부모
지금까지 책 읽고 글 쓰고 토론한 내용을 책으로 썼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난 이야기를 내놓는다. 울고 싶은 분들에게 권한다. 출판사 편집자가 원고 읽다가 울고, 글을 먼저 받은 후배도 울었다고 했다. 아이들 마음을 찾아내는 숨바꼭질, 7월 말에 나옵니다.
내가 좋아하는 형이 써준 추천사
- 탁동철(강원 상평초등학교 교사, 『하느님의 입김』, 『달려라 탁샘』저자)
선생님 글 읽으며 하아, 이런 게 선생이구나,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아 진짜다 하며 숨을 훅훅 토해냈다. 아이 마음을 찾아내는 숨바꼭질이라니. 낮추고 옴츠리고 마음 졸이며 교사 자신을 온통 아이 속에 들여놓아야 가능한 일 아닌가. 차라리 허공 속으로 사라져간 새의 날갯짓 자국을 찾는 게 쉽지 않을까. 부딪히고 낱낱이 돌아보고 헤매며 아이 마음을 찾아갔던 그의 기록은 참다운 교육을 해보려는 이들의 길이 되었다. 한 아이, 한 인간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에 존경심을 보낸다.
88. 거짓말 학교 (전성희, 223쪽) / 초 6 이상
국가의 발전을 위해 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면? 거짓말 학교 학생들은 친구를 어떻게 사귈까? 친구를 믿을까? 네 아이가 함께 공통의 적인 교장선생님과 맞서는데 같은 편이라 믿을까? 10년 전에 초등 독서반에서 토론하고 이번에는 교사들과 토론하려고 다시 읽었다. 교사들과 토론하니 재미있다.
87. 아이야, 천천히 오렴 (룽잉타이, 195쪽) / 자녀 관련 에세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룽잉타이의 책이다. 이름만으로 무조건 읽어도 된다. 룽잉타이는 인생 3부작을 썼다. 이 책은 1부에 해당하며, 자녀를 기르며 쓴 일기다. 2부 사랑하는 안드레아는 청소년 아들과 나눈 편지이고 3부 눈으로 하는 작별은 엄마를 죽음으로 보내며 쓴 글이다. 모두 걸작이다. 강력 추천한다.
86.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파커 파머, 194쪽) / 인문
파머다운 책이다. 파커 파머는 좌절, 고통, 우울증을 겪으며 자신을 찾아간다. 사람들이 늘 해오던 문제 해결의 방식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자신을 찾으라 한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이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자기성찰을 잘하거나 깊이 생각하면서 안을 바라보는 사람에겐 도움이 많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먼 이야기로 들릴 것 같다.
85. 생각이 크는 인문학 8. 정의 (서윤호, 최정호, 144쪽) / 중등 인문
<정의란 무엇인가>를 중학생 대상으로 만든 책이다.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례 중심이라면 이 책은 설명 중심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벤담과 칸트, 존 롤스와 마이클 샌델의 견해를 차례대로 설명한다. 좋은 책이지만 학생들이 읽기에 좀 어렵다.
84. 나가자, 독서마라톤 대회 (정성현, 108쪽) 3학년 이상 동화
호찬이는 자존감이 낮다. 운동회가 끝나고 호찬이가 잔뜩 주눅 들었을 때 거북이 코치가 나타나 호찬이를 돕는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 나온 거북이가 자기 이야기(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끼와 거북이를 새롭게 해석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너무 지어냈다는 생각이 들지만 괜찮기도 하다.
83. 수상록 (베이컨, 320쪽) / 인문
베이컨이 59가지 주제에 대한 생각을 썼다. 이 사람 참 아는 게 많다. 귀족, 반란, 제국부터 정원 만들기, 건축, 이자에 이르기까지 썼다. 진리, 죽음, 의심, 대화, 결혼과 독신, 불구, 학문, 파벌…… 온갖 이야기를 썼다. 마음에 드는 내용이 참 많았다. 한 구절만 들자면,
“국가의 재화와 돈이 소수인의 수중에 집중되지 않도록 적절한 정책을 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는 재원이 넉넉하더라도 기아상태에 빠질 수 있다. 돈은 비료와 같은 것이어서 널리 뿌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악질 고리대금업과 독점사업, 큰 목장 등을 억제하고 강력히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500년 전에 대기업을 견제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말을 한 셈이다.
82. 그림책과 짧은 책 모음(쪽수에 넣지 않음)
1)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최향랑, 58쪽) / 초 3 이상
저자가 글, 그림(콜라주)을 직접 쓰고 그렸다. 나는 미술 감각이 둔해서 그림을 모른다. 글 내용도 바느질로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서 나와는 맞지 않았다. 아이들은 좋아하겠다. 내 실력으로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책이다.
2) 위를 봐요 (정진호, 32쪽) / 그림책
3) 벽 (정진호, 32쪽) / 그림책
정진호 작가가 우리 학교에 온다. 건축가가 그림책을 만든다 해서 관심이 생겼다. <위를 봐요>를 알고 있었는데 <벽>도 좋다. 공간에 의미를 잘 담았다. 좋은 그림책이다.
4) 감기 걸린 물고기 (박정섭, 32쪽) / 그림책
5) 검은 강아지 (박정섭, 32쪽) / 그림책
박정섭 작가가 우리 학교에 와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이웃 학교에 강의하러 왔다가 마을도서관에 모인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무료로 연주와 강의를 해주었다. 작가에게 책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정말 좋다.
81. 통일 할아버지 문익환 (김남일, 237쪽) / 위인전, 초 5이상
늦봄 문익환 목사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나온 책이다. 윤동주, 장준하의 길을 대신 가신 늦봄 선생님!! 기억하겠습니다.
80. 마키아벨리 군주론 (가나모리 시게나리, 240쪽) / 인문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일본 학자가 30가지 키워드로 해설했다. 마키아벨리가 살던 시대의 역사, 관련된 서양의 역사, 일본의 역사를 오가며 30가지 키워드를 흥미롭게 해설했다. ‘잔혹성’은 한 번만 실행하고, ‘잔혹성’이 나라를 재정립하며, 포상은 조금씩 나누어주라는 등의 내용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다만 여러 가지 역사 이야기를 섞어놓아 주제에 집중하기 어렵다.
79. 서준호의 마음 흔들기 (서준호, 361쪽) / 교육
서준호 선생님이 직접 겪은 사례를 들어 아이들 마음을 읽고 상담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인생 그래프를 그리고, 마음에 쌓아둔 분노를 표현하는 등의 활동이 내가 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내가 생각지 못한 접근 방법도 많다. 가족 사이에 생긴 아픔까지 생각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참 좋은 책이다.
78. 조막손 투수 (리광푸, 200쪽) / 5학년 이상 동화
아창은 오른손이 조막손이다. 손이 작아서 물건을 잡거나 던지지 못한다. 아창은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 왼손으로 공을 잘 던진다. 그러나 오른손이 불편해서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손이 불편하다고 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메이저리거 짐 에보트처럼.
5월에 읽은 책
77. 선생님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미국 교사들, 311쪽) / 교육에세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를 쓴 잭 캔필드가 교사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나 보다. 55명의 교사가 가장 기억나는 제자와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평범하면서도 멋진 이야기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책에 나온 분들처럼 멋진 선생님이 많다. 그러나 그분들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지는 않는다. 아쉽다.
76.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타는 국어 수업 (김명희, 286쪽) / 교육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중고등학교 국어교사가 학생들을 나무 아래로, 들판으로 데려가서 수업한다. 메밀꽃 필 무렵에 당나귀와 함께 메밀밭에 가서 수업을 하는 모습이라니! 나와 생각이 비슷한 분이다. 강력 추천한다.
75. 아름다운 반역자들 (조이 크리스데일, 197쪽) / 여성 운동가 소개
불평등, 편견, 억압과 압제에 맞선 열 명의 여성 운동가를 소개한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평등하다는 주장을 했다가 단두대에서 죽은 올랭프 드 구주, 링컨과 함께 흑인의 권리를 위해 수고한 소저너 트루스, 간디와 함께 인도를 위해 일한 사로지니 나이두…… 세상을 바꾼 아름답고 위대한 여성들을 알게 되어 기쁘다. 사로지니 나이두가 영국에 한 말이다. “당신들은 제국의 자격이 없다. 당신들은 영혼을 잃어버렸다.”
74. 박영선의 욥기 설교 (박영선, 516쪽) / 기독교
욥기는 정말 좋아하는 성경 본문이다. 내 나름의 묵상내용도 갖고 있다. 그런데 박영선 목사는 예상을 뛰어넘어 설교한다. 욥의 말과 친구의 말을 설명하기보다 욥이 믿는 하나님과 친구들이 믿는 하나님, 욥의 인간관과 친구의 인간관을 설명한다. 박영선 목사님이 쓴 <구원 그 이후>와 <하나님의 열심> 때문에 성경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는데 <욥기 설교>도 너무너무 좋다. 다음에는 김기석 목사님의 욥기 설교와 함께 읽어야겠다.
73. 소리 질러 운동장 (진형민, 156쪽) / 초 3 이상
진형민 작가가 뜬다. 진즉 떴어야 할 작가다. 대안학교 교사로 지내서인지 학교 이야기를 실감나게 잘 쓴다. 재미있고 주제도 괜찮다. <꼴뚜기>로 더 이름이 났지만 이 책도 아주 재미있다.
72. 권정생 동시 읽기 (서정오 외, 175쪽) / 수필
작가 19명이 권정생 선생님 시 한 편을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주로 시와 관련된 경험이 많고 권정생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옛날을 기억하며 천천히 읽기에 좋은 책이다.
71. 강 같은 평화 (레이프 앵거, 568쪽) 기독교 색깔이 짙은 소설
깊고 그윽한 책이다. 나쁜 짓을 하던 두 녀석을 아빠가 말린다. 두 녀석은 아빠가 없을 때에 동생을 잠깐 납치했다가 돌려보낸다. 형은 복수를 다짐한다. 어느날 밤에 두 녀석이 몰래 집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는 책을 많이 읽어서 어느 정도 줄거리를 예상한다. 그러나 두 녀석이 집에 들어온 때부터 내 생각이 모두 빗나갔다. 형이 재판 받던 중에 도망가는 것만 예상이 맞았다.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만 그건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차분히 가슴 저 아래에서 무언가 차오르게 만드는 소설이다.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지만 580쪽이나 되는 소설을 읽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랴!
70. 아빠 냄새 (추경숙, 87쪽) / 3학년 이상
의사 아빠, 횟집 사장 아빠, 목욕탕 주인이면서 때를 미는 아빠! 세 아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빠를 이해하면서 아빠와 친해지는 이야기이다. 주제가 좋다. 평범한 동화이다.
69. WHY JESUS, 왜 예수인가? (조정민, 300) / 기독교
기자, 특파원, 앵커, 보도국 부국장을 거친 엘리트 방송인이 하나님을 만났다. 술과 세속의 가치에 절어 살던 사람이 왜 예수님이 메시아인지 설명한다. 간증 내용보다 설명과 설득이 더 많다. 출판사에 어울리지 않게 좋은 책이다.
68. 랑랑별 때때롱 (권정생, 199) / 초 3 이상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쓴 책이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던 것 같고, 그 말을 모두 책에 쏟아내려다 보니 문학의 선을 넘었다. 문학에 주장을 너무 많이 담았다. 그만큼 절실하고 아프게 다가오는 책이다. 문학으로 읽을 때 모순되는 지점까지. 교사들과 토론해서 더 풍성했다.
67.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 394쪽) / 중학생 이상 성장 소설
단숨에 읽었다. 딸을 잃고 정신이 나가 정신병원에 갇힌 할아버지가 탈출한다. 준호는 데모하다 도망치는 형에게 전해줄 서류를 갖고 트럭에 올라탄다. 정아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피해, 승주는 부모의 지나친 보호를 피해 도망간다. 넷이 폭풍우에 휘말려 떠돌 듯 돌아다니며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알아간다. 내가 읽은 수많은 책과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재미있고 울림도 있다. 강력 추천한다.
66.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뮤리얼 스파크, 180쪽) / 문학, 고등학생 이상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다룬 책이면서 어리석은 지배욕에 사로잡혔던 독재자(무솔리니, 히틀러)를 비판하는 책이다. 6학년 담임 진 브로디 선생은 자기만의 모임을 만들어 아이들을 지배한다. 강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르도록! 대학 다닐 때 자기들만의 무리를 만들었던 장성모 교수가 떠올랐다. 장파라 불리던 그들은 우쭐대며 자기들끼리 몰려다녔다. 여교사 중 몇몇도 아이들과 교사들을 교묘하게 지배했다. 인간의 본성을 다룬 책은 정말 재미있다. 그러나 읽은 뒤에는 씁쓸하다.
65. 철학 까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김용규, 402쪽) / 철학, 인문
<혁명, 이데올로기>를 주제로 김용규 철학자가 공연-강연-대담으로 이어지는 인문 콘서트를 열었다. <안티고네> 공연을 보고 시인 김선우와, <한낮의 어둠>을 낭독하고 소설가 김연수와 이야기를 나눈다. <안티고네>으로 말하는 빼기의 철학, <한낮의 어둠>으로 말하는 혁명의 철학 모두 흥미로웠다. 여럿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64. 그림책 모음
1) 강아지와 염소새끼 (권정생, 32쪽)
쉬운 그림책, 정말 좋았다. 따뜻하고 정생스럽다. 강력 추천한다.
2) 그 소문 들었어 (하야시 기린, 64쪽)
가짜 소문을 믿은 어리석은 백성들이 좋은 사자를 쫓아내고 말만 앞세우는 사자를 왕으로 세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토론하면 좋은 책
3) 첫 번째 질문 (오사다 히로시, 32쪽)
여러 가지 질문만 나오는 그림책이다. 혼자 읽을 때는 별로였는데 출판하신 분 설명을 들으니 좋다.
4)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다나카와 슈운타로, 국제앰네스티, 32쪽)
읽자마자 쏙 빠져든 책. 정말 정말 좋은 그림책.
5) 높은 곳으로 달려 (사시다 가즈, 32쪽)
쓰나미를 피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학교에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새월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며 출판사 사장님이 슬픈 마음으로 권한 책이다.
4월에 읽은 책
63. 교실 속 마을활동 (사랑하는 동생들이 씀, 192쪽) / 교육
행복한 수업만들기 동생들이 쓴 책이다. 평등에 바탕을 둔 공산주의(스탈린과 김일성 아님), 경쟁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우리가 바라는 공정주의(헨리 조지)를 직접 겪는 수업 활동이다. 정말 좋은 수업이다. 강력 추천한다.
62. 책 깎는 소년 (장은영, 186쪽) / 4학년 이상
전주 서계서포는 나무판에 글씨를 새겨 책을 인쇄하는 곳이다. 서포에 먼저 들어간 장호는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뒤늦게 책에 맞을 들인 봉운이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좋아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누구나 예상하는 대로다. 열녀춘향수절가를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을 담았다. 소재가 좋아서 내용도 좋다.
61. 교사의 성장을 돕는 수업 코칭 (신을진, 254쪽) / 교사 대상
나는 수업을 이야기와 흐름으로 보는데 신을진 교수님은 교사의 마음으로 수업을 바라본다.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준다. 수업 사례가 많아서 이해하기 쉽고 적용하기에도 좋다. 나라면 수업자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내 수업은 어떨까 생각하며 읽었다. 특히 내가 가르친 아이들 글로 수업한 분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
60.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송미경, 144쪽) / 초 4 이상 동화
<돌 씹어먹는 아이>를 쓴 송미경 작가의 책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읽었다.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학교에 간다. 바로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참 재미있다. 잔소리에 지친 아이들이 읽으면 좋아하겠다. 깊이도 있다. 아이들과 토론하면 좋겠다.
59.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함민복, 136쪽) / 시집
시는 잘 모르겠다. 몇 편 마음에 드는 시가 있지만 대부분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가 더 들어야 하나? 시인의 눈은 아직 나와 거리가 멀다.
58. 행복지킴이 키퍼(로이스 로리, 215쪽) / 초 5 이상 동화
기억전달자를 쓴 작가 로이스 로리가 개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냈다. 사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개 키퍼는 이름 그대로 지키는 개다. 동생을 지키지 못한 기억을 갖고 곁에 있는 친구를 지킨다. 함께 지내던 친구를 잃고, 사진사 눈에 띄어 유명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유명하지 않은 개인 척 속이기도 한다. 함께 살아가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57.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톨스토이, 243쪽) / 톨스토이 묵상 모음집
톨스토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묵상 글모음이다. 시 형태로 편집해서 읽기 편하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내용은 어니다. 거의 동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56. 하루가 소중했던 사람들(김혜원, 345쪽) / 기독교
저자인 김혜원 님은 교사를 그만두면서 교도소 교화위원으로 사형수들을 만났다. 17명을 죽인 살인범부터 억울하게 죽은 것 같은 사형수까지. 그들과 만난 이야기를 해주며 인간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사형제를 폐지하라는 생각, 예수님을 믿으며 사형수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55. 바보 온달(이현주, 208쪽) / 5학년 이상
여섯 번이나 읽었지만 읽을수록 문장과 내용이 너무 좋다. 권정생, 이오덕 선생님과 마음을 나누었던 이현주 목사님! 정말 좋은 책이다. 학부모 35명과 5시간 동안 독서토론하기 위해 읽었다.
54. 하나님의 은혜 (제럴드 싯처, 339쪽) / 기독교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침묵에 이은 제럴드 싯처 3부작 마지막 책이다. 이 책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구절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중에게 연설한 뒤에) 그때부터 나는 불편해졌고 자신이 불경하게 느껴지다시피 했다. 나와 대화하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노라니 이런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내가 내 경험을 팔고 있고, 그것을 가공된 간증으로 축소시키고 있으며, 남을 ‘돕는다’는 미명하에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나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정도로 이미 충분했고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나는 사고와 그것의 여파에 관한 강연 초청을 최대한 수락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대신 내 시간과 에너지를 두 가지 주된 본분에 쏟기로 했다. 둘 다 아주 지역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일인데, 바로 최선의 아버지와 최선의 교수가 되는 일이다.
53. 우리 아파트에는 이야기가 산다. (이야기두레, 295쪽) / 대학생 이상
아파트 단지에서 봉사, 취미, 독서, 텃밭 가꾸기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파트를 마을로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삭막한 아파트를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서 꾸준히 수고한 사람들이 아름답다. 이런 곳에 많아지면 좋겠다. 마을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모두 함께 읽으면 좋겠다.
52. 줄리(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287쪽) / 초 5 이상 동화
북극 가까운 곳에서 전통을 지키며 살던 이누이트 마을에도 백인 문명이 전파된다. 전기를 사용하고 비행기로 물건을 실어 나른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자연을 파괴하며 백인들처럼 살아가려 한다. 줄리는 늑대를 사랑하며 지키려 하지만 아빠는 가축을 잡아먹는 늑대를 죽이려 한다. 이누이트 부족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개발과 자연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51. 수상한 아이가 전학 왔다(제니 롭슨, 105쪽) / 초 3 이상
굉장한 책이다. 방한모로 얼굴 전체를 가린 학생이 전학 왔다. 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지 알아보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읽으면서 도대체 왜 얼굴을 가리는지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전학생의 비밀을 밝혀낼 지도 궁금했다. 친구관계, 왕따, 자신감 등 토론하기 좋은 주제를 아주 재미나게 썼다. 강력 추천한다.
3월에 읽은 책
50. 하나님의 침묵(제럴드 싯처, 286쪽) / 기독교
우리의 절박한 기도에 대한 책이다. 긍정주의 번영신학에 물든 세대에게 하나님의 침묵을 이해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제럴드 싯처는 그냥 읽으라.
49. 꿈이 있는 공부 (송인수 외, 275) / 학부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공부를 주제로 기획한 강좌를 책으로 엮었다. 김진애(왜 공부하는가 저자, 도시 건축가), 정기원(밀알두레학교 교장), 강영희(세 자녀 홈스쿨링, 퇴직교사), 황선준(스웨덴 교육부 근무), 강영안(철학교수), 송인수(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 선생님이 공부가 무엇인지 말한다. 참 좋은 책이다.
48. 나의 작은 새와 방울과 (가네코 미스즈, 96쪽) / 시집
저자 소개가 허난설헌을 닮았다. 책 좋아하는 집안에서 자라며 책, 글과 친했지만 결혼 후 남편이 방탕한 생활을 하다 미스즈의 창작활동과 편지를 금지한다. 2년 뒤에 이혼하고 딸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여 사진관에서 홀로 사진을 찍고 자살한다. 시에 슬픔이 담겼다. (네 편이 좋았는데 ‘참새의 어머니’에 딸 생각이 담긴 것 같다.)
47.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위기철, 239) / 초 5이상 동화
위기철 작가가 20년 전에 쓴 동화이다. 1부는 생명을 존중하는 이야기이다. 자살하려는 마음을 이기는 이야기, 다른 사람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이야기를 썼다. 3부는 도깨비 방망이를 잃은 아기 도깨비를 도와주기 위해 아이들이 도깨비 방망이를 찾아다니는 극본이다. 1, 3부가 참 좋다. 2부는 우리나라 기독교의 잘못된 모습을 풍자한 이야기이다. 맞는 이야기이지만 단순화시켜 기독교 전체를 나쁘게(예수님은 좋게 표현했지만) 묘사했다. 1부에서 스님을 좋게 묘사해서 2부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46. 아이 마음 숨바꼭질(가제, 270쪽) / 나오지 않은 책
출판 의뢰를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었다. 처음 쓸 때는 내 글에 내가 취했고(내 생각을 썼으니 당연히 좋아 보인다.) 다시 읽고 고칠 때도 괜찮아 보였지만 한 달 두었다가 다시 읽으니 부족해 보인다. 좋은 편집자 만나 잘 고치면 좋겠다.
45.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조너선 코졸, 269쪽)/ 교육
내가 좋아하는 작가 조너선 코졸의 책이라 샀다.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이지만 젊은 교사보다는 고민하는 교사에게 적합하다. 미국 상황을 바탕으로 써서 우리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미국도 우리와 똑같구나!’ 생각했다. 미국에도 악동이 있고,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전문 용어를 남발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자기 자리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멋지게 가르치는 무명의 교사도 참 많다.
44. 네 편의 초상 한 분의 예수(마크 스트라우스, 913쪽) / 기독교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을 종합해서 해설한 책이다. 성경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도움을 받았다. 분량이 많지만 주제별로 장을 잘 구분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성경에 관심이 있다면, 역사적 예수를 설명한 부분과 한두 곳을 빼고는 누구나 읽을 수 있다.
43.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400쪽) / 고등 이상
중등 독서반에서 토론했다. 다시 읽어도 좋다. 1930년대에 이런 사회를 생각하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4년 전 독서반 학생들은 멋진 신세계에 감탄했는데 올해 학생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42. 하나님의 뜻(제럴드 싯처, 470쪽) / 기독교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최강이다. 하나님의 뜻이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이다. 책벌레가 보증한다. 읽어보시라.
41. 조선의 마지막 춤꾼(정종영, 152쪽) / 4학년 이상 동화
이동안의 할아버지는 화성 재인청 도대방이었다. 아버지는 줄 타고 악기를 연주하는 게 싫어 이동안이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이동안은 춤과 노래를 좋아했다. 일본이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없애고자 화성 재인청을 폐쇄한 뒤에도 이동안은 전통춤, 전통악기, 전통가락을 전수받기 위해 노력했다. 이분의 삶을 다룬 평전을 읽고 싶다.
40. 말의 온도(구옥순, 117쪽)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는 분이 쓴 동시 모음집이다. 한두 편은 마음에 들지만 대부분 나와 맞지 않는다. 삶에서 나오지 않고 지어낸 것 같다.
39. 하늘을 울리는 바이올린(송재찬, 146쪽) / 4학년 이상 동화
진창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조선인은 교사로 받아주지 않아 바이올린을 만들려 한다. 이것도 조선인이라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 만들다가 우연히 홍난파 선생과 친했던 시노자키 선생을 만나 기회를 얻는다. 열심히 바이올린을 만들어 국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콩쿠르 6개 부분 중에서 5개 부문 금메달을 땄다.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라 만드는 과정과 노력을 줄여 썼지만 굉장한 분이다. 추천한다.
38. 화요일의 두꺼비(러셀 에릭슨, 119쪽) / 초등 전체 동화
페북 친구의 글을 보고 찾아 읽었다. 고모에게 있는 음식을 나눠주려고 나선 두꺼비가 올빼미에게 잡힌다. 올빼미 생일이 되면 잡아먹히는데 그전에 올빼미 집을 청소해주고 차를 같이 마시고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된다. 친구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37.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 344쪽) / 고등 이상 소설
포리스트 카터는 자신의 책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가르침을 주는지 보지 못하고 55세에 죽었다. 안타깝다. 정말 좋은 책을 더 많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새 학기를 시작하며 마음이 우울해서 읽었다. 다시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책도 다섯 번쯤 읽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책이다. 강추!!
36. 산둥수용소(랭던 길키, 473쪽) / 인문
아카데미 <동행>에서 산둥수용소로 독서토론을 했다. 인간의 본질, 인간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등으로 토론했다. 또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신앙에 대하여,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에 대하여 3시간 토론했다. 다섯 번인가 여섯 번째 읽었다.
2월에 읽은 책
35.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엘레나 페란테, 677쪽) / 문학
따로 소개를 올렸습니다.
34. 질문이 있는 교실 (하브루타수업연구회, 275쪽) / 교육, 토론
하르부타 수업을 설명한다. 33번 책보다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독서토론을 하지 않았다면 하브루타를 했을 것 같다.
33. 하브루타 질문 놀이 (이진숙, 248쪽) / 교육, 토론
하브루타를 활용한 수업을 설명한다. 원리 설명보다 질문 만드는 방법,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원리보다 적용에 무게중심을 두어 가볍다. 대신 따라 하기 쉽겠다.
★ 하브루타, 온작품읽기, 내가 하는 독서토론에 대해
하부루타는 <질문>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서로 묻고 답하면서 학생의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질문을 하는 점은 좋으나 <질문 만들기 시합>처럼 질문 만들기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워낙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온 작품읽기는 <책 내용>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교사가 주도하여 한 작품 전체를 학생들과 나누려고 하는 점이 좋았다. 질문도 하고 활동도 한다. 좋은 수업 내용이 많았다.
내가 하는 독서토론은 책 내용을 해석하고, 주제를 정해, 자세하게 질문한다. 하부르타와 온작품읽기를 함께 하는 방식이다. 알려주고 싶은 주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교사가 미리 준비해서 토론한다.
32.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이야기 (287쪽) / 독서교육
내가 쓴 책을 7년 만에 다시 읽었다. ‘내가 이런 내용을 썼구나!’ 할 정도로 좋은 부분이 있다. 내가 쓴 걸 잊다니 참~! 그러나 어색한 문장, 되풀이해서 쓴 문장이 꽤 보인다. 다시 고쳐 쓰고 싶다.
31. 명견만리-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 (KBS 제작팀, 294쪽) / 인문
KBS에서 2년여 기획과 촬영으로 제작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 독서반 학생들과 토론했다. 혼자 보려면 영상을 보고, 여럿이 이야기하려면 책을 보는 게 좋겠다.
30. 하늘을 달리는 아이 (제리 스피넬리, 248쪽) / 성장동화
정말 좋은 책이다. 몇 번이나 읽어도 또 좋다. 이 책으로 세 번째 연수하는데 아직도 좋다.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성장동화로 분류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고등학생은 되어야 제대로 읽겠다.
29. 물을 건너는 코끼리 (김진희, 187쪽) / 그림과 일기
황시백 선생님 사모님이 준 책을 이제 읽었다.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그림과 일기를 글과 그림 동인들이 엮었다. 난 그림은 잘 모르겠다.
28. 유리디스를 읽으며 (황시백, 197쪽) / 연극대본과 해설
황시백 선생님 시비에 갔다가 사모님께 받은 책이다. 황시백 선생님이 프랑스 연극을 번역하고 해설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와 유리디스 이야기를 프랑스 작가 장 아누이가 희곡으로 만들었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데 황시백 선생님은 이걸 극한주의자(쥐스꼬부띠스끄)로 읽었다. 나는 잘 모르겠다.
27. 기적이 일어났어요. (김흥기, 135쪽) / 시집
집을 설계하려고 만난 설계사에게 받은 시집이다. 자신이 썼다고 한다. 아이들 시는 잘 알겠는데 어른들이 쓴 시는 모르겠다.
26. 파란 앵무새 (스캇 맥나이트, 354쪽) / 기독교-성경 읽기
파란 앵무새는 불편한 상대를 말하는 표현이다. 성경이야말로 파란 앵무새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내용이 참 많다. 파란 앵무새를 어떻게 다룰지 토론하면 기독교가 풍성해질 텐데 오랫동안 교회는 파란 앵무새에 정답을 달아놓고 토론을 금지했다. 저자는 파란 앵무새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새롭고 재미있다. 특히 여성의 역할에 대한 오랜 연구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훌륭하다.
25. 온작품 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325쪽) / 교육
교과서에는 문학작품 원문의 일부만 나오기 때문에 온전하지 않다. 아이들이 작품의 가치를 온전하게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한 교사들이 전체 작품으로 수업했다.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독서토론』의 수업 버전 같다. 좋은 분들이 참 좋은 수업을 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소개해서 좋다. 올해 4학년과 함께 온작품 읽기를 열심히 해야겠다. 교사들에게 추천한다.
24. 어느 노과학자의 마지막 강의 (프리먼 다이슨 외, 584쪽) / 인문,과학,철학
과학자가 과학 이야기를 하는데 철학책, 인문학 책, 인생 책을 읽는 것 같다. 저자가 과학을 정확한 측정과 결과가 아니라 과정, 변수, 생각의 차이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최고라고 인정받는 과학자가 진리를 겸손하게 대하는 태도, 사람에 대한 배려, 의견을 듣고 새로운 지점을 향해 같이 가려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15년쯤 전에 도시에 근무하는 교사와 수업 나눔을 했다. 사회 교과 <우리 마을>을 배우면서 서로의 마을을 소개하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3년 전, 2년 전에는 도시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와서 독서캠프하고 우리가 도시에 가서 홈스테이를 했다. 지난해에 그 학교를 떠났는데 도시 아이들이 다시 왔다고 해서 독서캠프를 하러 갔었다. 아마 올해도 할 것 같다. 이런 방식의 수업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이 책은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를 주 교재로 수업하는 대학생들이 저자인 프리먼 다이슨과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대학생들이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면 다이슨이 대답을 보냈다. 질문이 괜찮았는데 대답은 더 괜찮았다. 대학생의 질문에 나도 대답을 했는데 다이슨의 대답이 내 예상과 거의 달랐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어떻게 공부할까? 나는 교육대학에서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는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 부러웠다.
23.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295쪽) / 중학생 이상
일본 문학의 어른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해서 이름을 <나쓰카와 소스케>로 쓴 일본 작가의 책이다. 미하엘 엔데가 쓴 <끝없는 이야기>의 쉬운 버전쯤으로 읽으면 된다.
1. 줄거리 : 고서적 서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등학생인 린타로가 홀로 남는다. 사람을 사귈 줄 모르고 책만 읽는 외톨이 린타로에게 손님이 찾아와 난데없이 갇혀있는 책을 구해달라고 한다. 책을 읽은 숫자만 따지는 사람, 줄거리만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책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책을 구해낸다. 마지막으로 책 자신이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린타로를 찾아온다.
2. 느낌 : 나는 주제를 감춰놓은 책, 복선이 깔려있고 여백이 많은 책, 그래서 내 머리와 생각으로 끄집어내야 하는 책을 좋아한다.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4장만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그래도 참 좋았다. 책을 대하는 마음을 잘 표현했다. 구구절절 동의하며 읽었다. 나는 책벌레라 1-3장이 식상했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1-4장 모두 재미나리라 확신한다. 읽어보시라.
22. 데미안(헤르만 헤세, 230쪽) / 중 2 이상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책,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그러나 난 데미안이 젊은이에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헤세는 인도철학의 영향을 받아 이원론에 빠졌다. 데미안이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를 오간다는 내용이 영지주의자들의 세계관과 똑같다. 자극적이고 모호해서 젊은이들이 좋아하지만 치우친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한때 데미안을 좋아했지만 분별력이 생겼나 보다. 헤세의 명작은 『수레바퀴 아래서』이다.
1월에 읽은 책
적극 추천 : 8(문학), 14(기독교 수기), 15(기독교), 16(동화), 20(인문), 21(교육)
21.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 (김명길, 278쪽) / 교육
인천 지역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 선생님이 썼다. 글쓰기모임에서 아이들 이야기하며 글을 쓰신 분이다. 학생들을 이해하고 학생들 편에 서주신 분의 기록이라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다. 바꾸고 싶지만 바꾸지 못하는 일에 좌절하고, 참고 견디고,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주려고 노력하신 모습에 감사했다.
20. 산둥수용소(랭던 길키, 473쪽) / 인문
몇 번이나 읽어도 감탄이 나온다. 대단하다. 인간의 본성, 욕망,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실존적 보고서라는 부제가 딱 맞다. 제2차대전 때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면서 미국과 유럽 국적자들을 산둥반도에 있는 수용소에 가뒀다. 부자와 빈자, 권력자와 아닌 자, 목사와 사제와 사기꾼이 한 곳에서 지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관찰하기 좋은 곳이었다. 같은 곳에서 누구는 조금 더 먹고 조금 더 편하게 지낼 생각을 하는데 랭던 길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토론했다. 세 달 동안 40대 아줌마들과 토론했다.
19. 마가복음(도널드 잉글리쉬, 330쪽) / 기독교 강해서
IVP BST 시리즈로 나온 마가복음 강해이다. 마가복음 큐티에 도움을 받으려고 읽었다. 내가 성경을 읽는 방식과 강해자들의 설명에 차이가 많다. 나는 강해자들과 다르게 성경을 본다. 내용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관심의 차이다. 확실히 나는 성경도 이야기로 읽는다.
18. 라브리 이야기(이디스 쉐퍼, 303쪽) / 공동체
이디스 쉐퍼와 프란시스 쉐퍼가 스위스에 라브리 공동체를 세운 과정을 담았다. 놀라웠다. 좋은교사 3월호에 소개한다. (2001년에 360쪽으로 나온 판본은 절판되었다.)
17. 나는 혁신학교에 간다(경태영, 337쪽) / 교사
경기도에서 혁신학교 바람을 일으킨 학교를 소개한다. 조현초, 서정초, 남한산초와 장곡중, 덕양중, 이우학교, 흥덕고등학교 사례를 실었다. 7년쯤 전 사례라 이미 지난 이야기도 있지만 배울 부분이 많다. 좋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
16. 팍스 (사라 페니페커, 309쪽) / 5학년 이상 동화
상처 받은 사람들이 상처를 회복하는 이야기이다. 분노하는 성격 때문에 엄마가 떠난다. 피터는 가족을 잃은 아기여우를 기른다. 가족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피터에겐 여우가 가족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일로 아빠가 여우를 숲에 보낸다. 피터는 혼자 여우를 찾아가다 다친다. 여우는 유일한 가족을 떠나 야생에서 친구를 만난다. 다리를 다쳐 혼자 서지 못하는 소년, 상처 받아 숲으로 떠난 사람, 낯선 곳에서 인간 냄새를 풍기는 여우, 다리를 다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작은 여우……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내용이다. 내가 좋아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다.
15. 묵상과 일상(김병년, 195)/ 기독교
김병년 목사님이 매일성경에 연재한 내용을 묶었다. 성경을 묵상한다 하면, 혼자 성경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생각한다. 목사님은 묵상을 일상으로 연결한다. 자녀들과 함께, 늘 살아가는 현장에서, 이웃과 성도와의 관계 안에서 말씀이 묵상이 되게 한다. 너무 좋다. 이게 진짜 묵상이다.
14. 청년연가(박경옥․성인경, 625) / 수기
한국라브리를 섬기는 두 분이 라브리와 함께 한 삶을 기록했다. 라브리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사람이나 단체를 알려면 이야기를 오래 들어야 한다. 내가 봤던 방, 건물, 뒷산, 나무기둥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두 분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했다. 청년들에게 올바른 세계관을 심어주려는 소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13. 갈보리언덕(로이 헷숀, 198쪽) / 기독교
어머니가 추천해서 읽었다. 부흥, 성령, 회개, 겸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좋다고 했는데 나는 왜 그저 그런지 모르겠다.
12. 일기 먹는 일기장 (송미경, 127쪽) / 3학년 이상 동화
『돌 씹어 먹는 아이』를 쓴 송미경 작가가 예전에 낸 책을 다시 펴냈다. 송미경 작가는 비유와 상징을 잘 사용한다. 단순한 교훈이나 주제를 표현하지 않아 좋다. 나는 송미경 작가 팬이다.
10-11. 엘라의 엉뚱발칙 유쾌한 학교 1, 2 (티모 파르벨라, 182쪽+199쪽) / 3학년 이상 동화
엘라는 1편에서 초등 1학년, 2편에서 2학년이다. 순진하지만 엉뚱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벌이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썼다. 핀란드 작가라서 낯설지만 과장과 웃음을 섞어 아이들 모습을 잘 표현했다. 특히 아이들 때문에 당황하는 선생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출판사에서 서평을 요청해서 읽었다.
9. 바울의 기도(D. A. 카슨, 335쪽) / 기독교 2750
존경하는 성경학자 카슨 박사의 책이라서 샀다. 나는 기도가 어렵다. 이 책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읽어야겠다. 카슨 박사는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으니.
8. 소년과 바다 (로드먼 필브릭, 208쪽) / 중학생 이상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의 저자 로드먼 필브릭이 『노인과 바다』를 기리며 썼다. 노인 대신 소년이 엄마 잃고 무너진 아빠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노인이 바다로 나가면 인생 이야기가 되고, 소년이 바다로 나가면 가족과 희망 이야기가 된다. 참 좋은 책, 참 좋은 작가이다.
2-7. 어스시 이야기 (어슬리 르 귄, 2250쪽)/ 판타지 소설 2248쪽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판타지 문학의 3대 걸작이라 소개하는 책이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황금나침반, 워터십 타운의 열한 마리 토끼>도 3대 판타지라고 소개했다. 진짜 3대 판타지 문학에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말고 무엇이 포함되는지 궁금하다.
- 1편 어스시의 마법사(296) :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모험 이야기
- 2편 아투안의 무덤(252) : 거짓 자아를 버리고 도망가는 이야기
- 3편 머나먼 바닷가(358) : 어스시에 스며든 어둠을 치유하기 위해 마법사(1편의 주인공)가 자신의 능력을 모두 쏟아 붓고 힘을 잃어버리는 이야기
- 4편 테하누(388) : 어릴 적에 지독한 상처를 입은 아이가 마법사(1편의 주인공)와 이방인(2편의 주인공)에게 돌봄을 받으며 치유되는 이야기
- 5편 어스시의 이야기들(565) : 마법사의 섬이 생겨난 과정, 용과 관련된 이야기
- 6편 또 다른 바람(389) : 1-5권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어스시에 완전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담을 허물어버리는 이야기
1. 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165쪽) / 동화, 중학생 이상
비유와 상징을 활용해서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기발하게 표현한 동화이다. 소심하고 말이 없는 아이가 ‘아무거나 시장’에서 혀를 사서 입 안에 넣는다. 그때부터 아이는 막말을 쏘아대며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는다. 초등학생에게는 자극적인 것 같다. 중학생과 토론하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