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글/아이들 이야기
황순원-소나기(6학년 1학기 2단원 수업)
책뜰안애
2022. 4. 1. 21:03
저는 책을 깊이 읽는다고 알려진 책벌레입니다.
동화와 소설 한 권으로 며칠이고 수업할 수 있지요.
올해 6학년 담임입니다.
지난해 폭발하는 녀석들과 정반대인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황순원 작가가 쓴 <소나기>를 읽었어요. (6학년 국어 2단원)
교사용지도서에 이런 질문이 나와요.
“소년과 소녀는 왜 이름이 없을까?”
문제출제자 눈에는 이게 중요한 질문인가 봅니다.
저는 몰라도 되는 질문이라 생각하지만, 그냥 물어봤어요.
아이들이 반은 장난으로, 반은 진지하게 대답합니다.
“개인정보라서 알려주지 않았어요!”
지도서에 질문을 쓴 사람보다 너희가 더 대단하다!
“와~! 개인정보라니~ 너희들 진짜 새롭네. 굉장한걸~!”
칭찬해주고 또 물었어요.
“소녀가 도라지 꽃물이 든 옷을 입혀서 묻어달라고 했잖아. 왜 그랬을까?”
“커플티라서 그래요. 소년 등에도 도라지 꽃물이 묻었잖아요.”
다른 아이가 “낭만적이야. 커플티는 입어줘야 해요.” 합니다.
“와~! 너희들 해석이 얼마나 멋진지 너희는 모를 거야!” 했더니
“알아요. 저희가 좀 멋지죠!” 하네요.
수요일에 확진자가 한 명 더 생겨서 어제와 오늘 온라인 수업했어요.
급식을 먹고 올라왔는데 애들이 모두 화면에 보여요.
‘뭔가?’ 하고 봤더니 모두 라면을 먹네요. 육개장, 자장라면, 우동라면~ 직접 끓여 먹는 애도 있어요.
“뭐야? 같이 라면 먹기로 한 거야?” 했더니 맞대요.
“이거 참 좋은 추억이다. 나도 같이 먹을 걸~”
참 좋아 보이는 이 녀석들, 담임이 되겠다고 신청한 분이 아무도 없었어요.
제가 "다른 분이 하지 않는 반 주세요." 해서 맡은 반이에요.
제가 "다른 분이 하지 않는 반 주세요." 해서 맡은 반이에요.
누구에게 맞지 않았지만, 다른 누구에겐 잘 맞는 아이들이 있어요. 제가 이 아이들과 잘 맞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지난해 워낙 힘든 녀석들 만났기에, 예뻐보이는 걸 수도 있어요.
어쩌면 지난해 워낙 힘든 녀석들 만났기에, 예뻐보이는 걸 수도 있어요.
또한 어쩌면 제가 아이들을 잘 다루는 건지도 몰라요.
아이들과 처음 만난 날, 아이들과 목표를 하나 세웠어요.
“추억을 많이 남기자!”
한 달에 한 번씩 현장학습 가기로 했어요.
3월을 즐겁게 보낸 기념으로 다음주에 볼링장 갑니다.
지난해 잘 견딘 상으로 올해 아이다운 아이를 보내셨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