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일반독자

나는 언제나 술래 (박명균, 367쪽) / 에세이

책뜰안애 2022. 3. 24. 21:54
45세~60세 남성이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골목을 지키는 문구점과 구멍가게에 과자를 납품하는 과자 장수가 쓴 『나는 언제나 술래』다. 자신이 술래라는 뜻으로 책 제목을 정한 까닭은 어릴 때 약한 아이가 술래를 도맡았던 기억에서 나왔다. 지은이는 약자의 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생각났다.
따뜻하다는 말은 이런 책에 붙여야 할 말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읽다가 먹먹해졌다. 지금 50대 초반인 저자가 겪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동네 문구점과 구멍가게에 과자를 납품하는 지금 이야기까지 정겹고, 눈물 나고, 아름답다. 이런 분이 있어서 참 좋다.
게다가 저자가 정말 글을 잘 쓴다. 글쟁이라는 뜻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서 따뜻한 글이 나오는 것 같다. 사람 마음을 살피고, 이웃의 처지를 눈여겨본다. 이 정도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면 젠체하거나 우쭐대는 분위기가 드러낼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시종일관 깊이와 따뜻함이 넘쳐난다.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와 친구들 모두 가난했는데 나는 교사가 되어 가난에서 벗어났다. 이분은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같이 몸부림치며, 몸부림치다 무너져 버린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서럽고 슬픈 이야기를 읽으며 이웃에게 손 한 번 더 내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세 자영업으로 가족을 위해 애쓰는 남편, 그런 아빠가 있는 분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6년 전에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