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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딸이 말하는 독서 비법 1. 인상을 남겨라.

책뜰안애 2022. 3. 6. 19:51
지난해에 첫째 딸이 제게 말했습니다.
“아빠한테 가장 고마운 게 뭔지 알아요?”
“글쎄~ 뭐야?”

"저를 기다려준 거요. 아빠는 저를 기다려줬어요."

이 말이 참 좋았다.
두 아이에게 <책으로 자란 이야기>를 쓰자 한 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드디어 오늘, 글을 받았다. 첫째가 준 첫 번째 글. 제목은 <인상을 남겨라>이다.

인상을 남겨라

즘 아빠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독서 강의를 하곤 한다. 예전에는 아빠의 독서 강의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일주일마다, 한 달마다 들을 수 있다. 나는 아빠가 강의를 하고 있으면 내 방에서, 거실에 앉아서, 아니면 아빠 책상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내용을 듣는다. 내 방에서 들으면 소리는 좀 작아도 편하게 들을 수 있고, 아빠 옆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만 바닥에 앉아야 해서 좀 불편하다.

그래도 나는 아빠 옆이 좋다. 한 시간 동안 바닥에 꼼짝없이 앉아서 매일 듣는 아빠의 목소리로, 거의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듣는 게 좋다. 아빠가 글쓰기와 토론에 대해 말할 때면 나는 행복에 빠진다. 아빠가 자랑스럽고, 나도 자랑스럽고,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던 기억에 빠져서 허우적댄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 지금도 난 웃고 있다.

책, 도서관, 토론, 글쓰기. 이 말들은 사람마다 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누군가는 딱딱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테고, 다른 누구는 가까이하고 싶지만 다가서기 힘든 무언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그것들을 죽을 만큼 싫어하거나 좋아하기도 한다. 나로 말하자면, 책이나 글과 같은 말을 듣기만 해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행복해진다.

기분이 나쁠 때 내가 쓴 글을 떠올리면 마음이 풀린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내며 모든 게 필요 없다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에 글은 나를 부정적인 생각에서 끌어올린다. 더 이상 머릿속에 뭔가를 더 집어넣지 못할 정도로 온갖 감정과 생각으로 터져나가는 중만 아니라면. 그럴 때는 말 그대로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나는 왜 책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좀 너그러워지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생길까? 왜 뭔 일만 있으면 글로 써서 간직하고 싶어하고 독서토론을 하던 때를 잊지 않으려 머릿속을 뒤지곤 할까? 중요한 건 기억이다. 그것들이 어릴 적 가장 행복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는 한, 나는 절대 글을 싫어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책을 어떤 인상으로 기억하느냐에 따라 평생 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책과 관련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아빠 옆에 딱 달라붙어서 이야기를 들을 때의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 만화책이나 나보다 한참 어린 애들을 위한 책을 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 때에만 생기는 자유. 함께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낄낄거렸고, 책 속 이야기를 꺼내어 주변에 덮어씌우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얼마나 재미있어 보였는지. 책 하나에 얼마나 좋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 모른다.

책 말고도 즐거운 기억은 많다. 가족이 함께 텔레비전을 봤을 때 나는 어느 때보다도 크게 웃었지만, 그게 딱히 좋은 추억으로 남지는 않았다. 놀이공원에서 기구를 탄 것보다 동네 놀이터에서 한 놀이가 더 재미있었다. 정해진 활동을 하는 것보다 우리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게 훨씬 낫다. 책은 그런 일을 하기 딱 좋은 자원이다. 재미있는 기억으로 모든 걸 채워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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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책을 아홉 권 쓴 아빠,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책을 읽고, 책으로 수업하고, 책으로 강의하는 책벌레입니다. <곁에.서>라는 이름으로 펀딩해서 한림화상재단(1000만원)과 세움(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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