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지난해가 힘들었기 때문일까? 이번 방학에는 책만 읽었다. 글을 쓰지 못했다. 초등 전 학년 국어지도서 보며 몇 가지 정리한 일 외엔 쉬기만 했다. 방학이면 늘 글 쓰고, 다음 해 아이들 만날 생각하며 바쁘게 살았는데 올해는 그저 쉬었다. 내 생애 이런 방학은 처음이다.
6학년을 맡았다. 교육과정, 진도표, 시수표, 주간학습안내 다 준비했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하고 싶은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는 업무만 했다. 필요한 서류 끝내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과 무얼 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훌훌』을 읽으면서 예전의 나를 찾은 것 같다. 편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의 이름으로 ‘뭔가 부족한 아이’일 거라고 이름 붙인 아이들이 생각났다. 부모가 다 있는데도 아픔과 고통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했던 아이도 생각났다. 그 아이들 마음을 읽고, 감추어둔 마음을 찾아내어 훌훌 털어버리게 하려고 노력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마음을 살피려고 노력하면서 아이 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겼다. 『훌훌』에서 연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보였다. 유리와 세윤이의 태도가 이해되었다. 엄마 서정희 씨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왜 자신을 더 아프게 했는지 안다. 『훌훌』에는 모두를 품는,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유리는 연우에게 화를 내며 때렸다. 로봇처럼 차가웠던 할아버지는 폭발했다. 고향숙 선생님은 두 학생의 시비에 평정심을 잃었다. 세윤이는 갑자기 침묵했고 유리는 살던 곳에서 떠날 생각만 했다. 그런데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이 과정이 참 자연스러웠다.
나와 메일을 주고받는 후배가 있다. 힘들다고 메일을 보내면 답을 보내주었다. 며칠 전에 “입양은 생각해봤어?” 묻고 싶었다. 『훌훌』은 입양을 다룬 책이다. 같은 동네에서 사는 친구가 아이를 입양한 지 10년쯤 되었다. 입양한 아이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다른 분도 안다. 그러나 후배에게 입양을 생각해보라고 말하지 못했다. 내 말이 후배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혈통주의가 강하다. 작가가 어떻게 『훌훌』을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작가를 안다. 작가가 쓴 글을 오랫동안 읽었다. 처음에 글 쓴다 했을 때 말리고 싶었다. 상상하는 힘이 뛰어났지만, 부족함도 많았다. 아이가 글을 쓴다면 단점을 극복하겠지만, 어른은 쉽지 않다. 더구나 소설은 정말 만만찮다. 『훌훌』을 읽으며 ‘이제 문경민 작가 글 읽고 뭔가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초안을 읽었는데 『훌훌』은 그때 글과 견주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글을 썼냐?” 하면 “어, 형~” 하며 뭐라뭐라 할 텐데 그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이 책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