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선생님의 숨바꼭질을 읽고
페친이 페북에 올린 글입니다.
새 학기용 아이들 문제집과 함께 주문한 책들이 도착했다.
'어..? 이 책 아니고 다른 책이었는데..'
권일한 선생님의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를 골라놓고 막상 결제는 이 책을 했나 보다. 실수였지만 그래도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이니 다행인 건가.
어쩐지 내가 책을 고른 게 아니라 책이 나를 찾아온 느낌이다.
책 표지에 '산골학교 선생님의 교단일기'라는 표현이 선생님들의 학교일지 같아서 교사라는 직업 안에서의 한정된 이야기가 아닐까, 사실 선생님들 특유의 모범 답안 같은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또 아이들 글이 아무리 잘 써봤자 풋내 나는 서툰 글일 거라 미리 짐작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책 속에 빠져들어 읽었다. 단지 교사와 학생의 관계로서가 아니라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어쩌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우린 서로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아이들의 숨겨진 마음을 찾는 과정을 '숨바꼭질'에 비유한 선생님의 표현 또한 얼마나 적절한가 감탄하게 된다.
아이넷을 키우는 엄마로서 '숨바꼭질'이라는 단어 하나에 모든 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우리 애들도 숨바꼭질을 좋아한다. 놀이 자체로도 좋아하지만 마음이 상할 때 아이들은 숨는다. 이불 속이든 구석진 어디든 들어가 버린 아이가 숨어서 신호를 보낸다. 숨는 건 화났으니 와서 풀어달라는 뜻이지 찾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럴 땐 찾아가서 달래주고 안아줘야 풀린다.
모든 아이들이 이런 숨바꼭질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찾아가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선생님이 만났던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리고 눈물이 났다. 마음의 빗장을 잠그고 꼭꼭 숨어버린 아이들도 실은 누군가의 위로와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거칠고 난폭한 아이들, 나쁜 행동이 일종의 신호였고, 단단한 갑옷 속에 상처 입은 연약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어야 했다.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어만 가는 청소년 문제를 떠올리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외치기만 하는 어른들처럼 나 역시 모난 아이들을 보면 품어줄 여유가 없었다.
만약 이 책이 아픈 아이들 이야기만 있었다면 마음만 무거웠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보며 놀라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치유이자 위로였고 서로를 향한 격려였다. 솔직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나의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개울가로 달려가 개울물 위로 엄마 닮은 자기 얼굴을 본다는 아이, 교실 옆 대나무 숲을 관찰하며 자신의 마음을 죽순에 그대로 투사해 글을 써낸 아이, 그리운, 때론 원망스러운 가족에 대한 솔직한 마음들.
맑은 샘물 같은 글들에 몇 번이나 눈물이 났다.
이 책은 선생님들 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니 꼭 부모가 아니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찾는데 서툰 사람들, 혹은 자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답답한 사람들도.
오늘 밤은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픈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