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읽다, 서현숙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소년원에서 국어 수업을 한 기록이다.
글이~ 완전~ 예술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학가가 쓴 것 같다.
짧게 툭툭 내뱉듯 쓴 문장을 천천히 읽고 또 읽게 만든다.
서현숙 선생님, 글을 정말 잘 쓴다. 생각이 깊이가 있는데, 읽으면 밝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편하게 읽으면서 깊게 생각하게 만들다니 굉장하다.
소년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문장에 가득 담겼다.
정말~ 정~말 좋은 책이다.
나도 재소자, 소년원 아이들과 인연이 있다.
교도소에 갇힌 사람과 1년 넘게 편지를 주고받았다.
나는 후원자였고, 그 사람은 글쎄~
내 마음을 훔쳐 돈을 얻어간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2019~2020년 2년 동안 소년원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었다.
내가 선정한 책을 교보재단에서 소년원에 보내주었고,
소년원 아이들이 응모한 편지를 심사했다.
마음 아픈 이야기가 많았다.
올해는 심사위원이 아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못 읽어서 아쉽다.
『소년을 읽다』를 읽으며 야학에서 수업했던 때가 생각났다.
학업을 관둔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애들이 참 착했다.
나도 선입관을 갖고 다가갔다가 애들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는 얘들이 왜 학교를 관뒀지?’아무리 생각해도 몰랐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년을 읽다』, 참 좋은 책이다.
→ 근철이가 느낀 고마움 너머, 거기에 미안함이 있다. 어른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고마움에 미안함이 왜 찰떡처럼 들러붙어 있는지 말이다. 마음의 일이어서 그렇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마음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그렇다. 바다는 푸른 물결이 가득 차서 끊임없이 넘실거린다. 사람 안에는 마음이 가득하다. 마음은 단단하지 못한 채로 항시 흔들린다.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으로 꽉 차서 넘실거린다. (77)
→ 우리는 소년에게 책을 주지만 소년이 손에 받은 것은 자신을 돌보며 사는 마음 아닐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있는 마음 아닐까.(116)
→ 나는 이 푸대접의 공간에 익숙해졌다. 3월 초에는 교실을 보고 낯이 뜨거웠다. 여기에서 수업을 하라고? 이 정도면 총고 아니야? 이 공간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모멸로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진다.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누구를 초대하고도 누추함에 대한 부끄러움이 옅어졌다. 슬픈 일이네. 바꾸지도 못하면서 익숙해지기만 했으니 말이야. (166)
→ 여기 도무지 글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소년원의 소년들이 글을 만나 눈을 반짝이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이 글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만날 글과 이야기가 없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이들의 삶에 눈을 반짝이는 글과 말에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고 무관심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들이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나아가 세상이 사랑하는 많은 글과 이야기가 사실은 좁디좁은 세계의 한 줌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끄럽게 돌아보게 된다. 그들이 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책을 우리 세계에 가두었다는 것을 말이다. (엄기호 추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