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일반독자

소년을 읽다, 서현숙

책뜰안애 2022. 1. 6. 17:59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소년원에서 국어 수업을 한 기록이다.
글이~ 완전~ 예술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학가가 쓴 것 같다.
짧게 툭툭 내뱉듯 쓴 문장을 천천히 읽고 또 읽게 만든다.

서현숙 선생님, 글을 정말 잘 쓴다생각이 깊이가 있는데, 읽으면 밝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편하게 읽으면서 깊게 생각하게 만들다니 굉장하다.
소년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문장에 가득 담겼다.
정말~ ~말 좋은 책이다.

나도 재소자, 소년원 아이들과 인연이 있다.
교도소에 갇힌 사람과 1년 넘게 편지를 주고받았다.
나는 후원자였고, 그 사람은 글쎄~
내 마음을 훔쳐 돈을 얻어간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2019~20202년 동안 소년원 아이들이 쓴 편지를 읽었다.
내가 선정한 책을 교보재단에서 소년원에 보내주었고,
소년원 아이들이 응모한 편지를 심사했다.
마음 아픈 이야기가 많았다.
올해는 심사위원이 아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못 읽어서 아쉽다.

소년을 읽다를 읽으며 야학에서 수업했던 때가 생각났다.
학업을 관둔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애들이 참 착했다.
나도 선입관을 갖고 다가갔다가 애들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는 얘들이 왜 학교를 관뒀지?’아무리 생각해도 몰랐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년을 읽다, 참 좋은 책이다.

 

근철이가 느낀 고마움 너머, 거기에 미안함이 있다. 어른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고마움에 미안함이 왜 찰떡처럼 들러붙어 있는지 말이다. 마음의 일이어서 그렇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마음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그렇다. 바다는 푸른 물결이 가득 차서 끊임없이 넘실거린다. 사람 안에는 마음이 가득하다. 마음은 단단하지 못한 채로 항시 흔들린다.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으로 꽉 차서 넘실거린다. (77)

우리는 소년에게 책을 주지만 소년이 손에 받은 것은 자신을 돌보며 사는 마음 아닐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있는 마음 아닐까.(116)

나는 이 푸대접의 공간에 익숙해졌다. 3월 초에는 교실을 보고 낯이 뜨거웠다. 여기에서 수업을 하라고? 이 정도면 총고 아니야? 이 공간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모멸로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진다.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누구를 초대하고도 누추함에 대한 부끄러움이 옅어졌다. 슬픈 일이네. 바꾸지도 못하면서 익숙해지기만 했으니 말이야. (166)

여기 도무지 글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소년원의 소년들이 글을 만나 눈을 반짝이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이 글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만날 글과 이야기가 없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이들의 삶에 눈을 반짝이는 글과 말에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고 무관심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들이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나아가 세상이 사랑하는 많은 글과 이야기가 사실은 좁디좁은 세계의 한 줌 사람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끄럽게 돌아보게 된다. 그들이 책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책을 우리 세계에 가두었다는 것을 말이다. (엄기호 추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