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책을 삼천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1~5>>

책뜰안애 2022. 1. 18. 18:58
2013년부터 책을 읽고 내용 정리를 시작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1611권을 읽었다. 이틀에 한 권 꼴이다. (월간지, 그림책은 뺐다.)
2000년 이후에 읽은 책은 3000권 정도 될 것 같다.
책벌레치고는 서재에 책이 많진 않다. 삼천 권 정도 된다.
그냥 준 책도 많고, 빌려줬다 받지 못한 책도 많다. (『피를 나눈 형제』를 빌려주고 못 받은 게 가장 아깝다.)
다른 집 서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서재에 있는 책의 95%는 다 읽었다는 사실이다.

목수 불러서 편백나무로 만든 서재

 
책을 삼천 권 읽으면서 얻은 유익이 몇 가지 있다.

<<책을 삼천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5>>

=== 정보를 빨리 찾는다. ===

아이가 학교에서 숙제를 받아왔다. 간단한 내용이다.
그냥 알려줄 수도 있지만, 가르쳐주지 않았다. 검색하면 재빨리 해결하겠지만, 책을 건네줬다.
이 책 읽으면 숙제할 수 있어.”
숙제에 도움이 되는 책이 집에 없을 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그냥 말해도 되는 내용인데도 굳이 책에서 찾으라고 했다.
물론 강제로, 억지로, 억압하며 시키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살살 꼬드기며, 같이 찾았다.
그럼 아이는 관련 정보를 찾는 능력을 갖는다.

아이들은 대부분(사실 거의 전부) 숙제에 검색 결과를 적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을 읽는다. 때론 말이 안 되는 내용도 있다.
이렇게 하면 단순하게 검색해서 정보를 찾는 능력만 생긴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갖는 능력이다.

내 자녀는 책을 참고해서 숙제를 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한다. 정보를 잘 찾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일 때 과제를 하기 위해 검색해야 했다.
난 금방 찾는데 내 자녀는 잘 찾지 못했다.
아빠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찾아요?”
난 책을 많이 봤기 때문 아닐까?”

책을 삼천 권쯤 읽으면 핵심 키워드가 보인다. 저자 소개만 봐도 성향이 보인다.
출판사만 봐도 진실한 내용인지, 꾸며낸 내용인지, 대필자가 창작한 내용인지 보인다.
아이가 내놓는 과제 제목을 보면 어떤 낱말로 검색해야 할지 보인다.
도서관 어디에서 어떤 책을 찾아야 하는지 보인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과제를 쉽게 한다. 특히 어려운 주제일수록 도움이 많이 된다.
초등학교 숙제보다는 중고등학교 과제에, 대학에서 논문 쓸 때 요긴하다.

어릴 때 독서에 시간을 쏟으면, 나이가 들면서 시간을 보상받는다.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는 거, 생각보다 이득이 많다.
독서는 결코 밑지는 장사 아니다. 이득이 보장된 확실한 투자다.

 

<<책을 삼천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4>>

=== 회복탄력성 ===

삶은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 고통과 회복으로 이루어진다.
산다는 건
좋은 날을 즐기고, 그런 날이 또 오기를 기대하며
슬픈 날을 견디고,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는 과정이다.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살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말 잘 듣고 얌전한 아이를 맡으면 좋은 날이 많아지건만,
다들 그런 학급을 맡으려 하니 누군가는 짐을 져야 한다.
같이 지내기 힘든 아이들, 하기 싫어하는 업무를 맡으면 무척 힘들다.
편하게 지내고 싶다. 걱정하고 끙끙대며 살기 싫다.
그러나 예수님 생각하면 네가 짐을 져야지!” 하시는데 어쩌겠나!

문제는, 즐겁고 기쁘게 짐을 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월요일 아침마다 오늘이 금요일이면 좋겠다!” 생각한다.
떠들고 싸우는 아이들이 가만히 선 나무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움직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있는 나무!
그러나 아이들은 싸우고, 일이 밀려온다.
힘겹게 하루하루 견디다 보면 지쳐서 쓰러질 지경이 된다.

그러면 책을 읽는다.
괴로울 땐 슬픈 책!
답답할 땐 뉴베리상 수상작!
정말 정말 견디기 힘들 땐 부서진 사람같은 부서진 이야기!
그래도 안 되면 책벌레들의 책 없는 방학, 수요일의 전쟁을 읽으며 낄낄댄다.
산둥수용소, 지혜란 무엇인가의 통찰력에 박수를 친다.
책을 읽다 보면 커다란 문제가 슬며시 작아지고, 고통이 줄어든다.
몇 시간 읽고 나면 그래, 다시 해보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책을 삼천 권 읽으면 진짜 진짜 내게 맞는 책이 생긴다.
아플 때 읽는, 책 약,
고통스러울 때 읽는, 책 회복제,
외로울 때 읽는, 마음을 알아주는 책 친구,
이런 걸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른다.
나는 책이 있으면 회복된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예쁜 까페에 가고, 멋진 풍경을 보고, 드라마나 SNS를 즐기고~
술 마시고, 게임하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다른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면 뭐든 좋다.

난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으며 회복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애니 딜라드가 작가살이에서 그랬다.
책을 읽으려면 관 정도의 공간이면 충분하다.”
책 한 권과 나만의 좁은 공간이면 회복된다.
술 먹고 그러는 것보다 책 읽으며 회복되는 거~
괜찮지 않나?

사진> 독일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 서점

 

 
<<책을 삼천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3>>

=== 통찰력이 생긴다 ===

알다시피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쭈욱 올라가는 학생이 있다. 대부분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다. (독하게 노력한 학생도~)
정말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를 잘할까? 왜 잘할까?
책 많이 읽으면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효과를 내야 하지 않나?
왜 고등학교에서 더 효과를 낼까?

책을 읽으면 역사, 사회, 과학, 경제 등을 이야기 형태로 만난다.
정확한 지식은 기억하지 못해도 두뇌에 이야기가 저장된다
(책 읽고 지식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확인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 책을 읽으면 배경지식이 많아진다배경지식이 많으면 낯선 내용도 빨리 이해한다.
복잡하고 긴~ 지문도 재빨리 파악하고 간단하게 구조화한다.

초등학교 시험은 간단한 지식 확인, 간단한 지문 이해 확인이 대부분이다.
지식의 양이 많아지고 지문의 길이가 길어지지만, 중학교 시험도 초등학교 시험과 형식이 비슷하다.
고등학교는 다르다. 수능을 위한 전국 모의고사를 치른다무얼 아는지 평가한다기보다 무얼 모르는지 평가하는 것 같다.
빨리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국어의 경우)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작가(가 쓴 작품)에 대한 출제자의 의도를 찾아야 한다.
짧은 시간에, 긴 글을 읽고(수학, 과학도 문제가 길다) 답을 찾으려면 이해력과 함께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책을 읽어야 생기는 능력이다. (일부는 타고난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서 외우고 또 외우면 극복할 수 있긴 하다.)

책을 많이 읽으면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생긴다.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책을 많이 읽었으므로), 빨리 받아들이면 낯선 내용, 긴 이야기라도 쉽게 이해한다.
유익한 정보도 잘 찾는다. 그럼 공부를 잘한다.

초등 저학년 때는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안타깝게도, 사춘기를 맞으면서 책과 점점 멀어진다.
진짜 책을 읽어야 할 때에 책을 멀리하고 문제 풀이에 몰두한다.
통찰력을 기르면 쉽게 갈 길을, 멀리 돌아서 가는 셈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통찰력이 필요하다.
초등학생은 많이 읽고, 중학생은 천천히 깊이 읽어야 한다.

물론 나는 책이 좋아서 읽는다. 통찰력은 덤이다.
이 혜택은 내 자녀들이 누렸다. 고등학생일 때도 8시간씩 자고 성적이 좋았으니~

========================================================

<<책을 삼척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2>>

===내가 누군지, 어떻게 판단하는지 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널리 알려졌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많을 텐데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가장 유명하다.
이 말은 델포이 신전 벽에 새겨진 낙서였다.
델포이 신전에 낙서가 많았을 텐데 소크라테스는 이 말을 간직했고,
소크라테스 덕분에 후대 사람들도 “너 자신을 알라”를 계속 듣는다.
그만큼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하다. 특히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책을 읽으면 나와 등장인물의 행동을 견주어 본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저 사람은 저렇게 했구나!’
‘내가 분노하는 부분에 주인공은 오히려 마음이 차가워졌구나!’
‘왜 저렇게 할까? 나랑 많이 다르네~!’
책을 읽으면 생각하는 나를 만나고, 생각을 통해 나를 알아간다.
 
동화나 소설만이 아니다.
역사, 인문, 사회 관련 책은 모두 ‘내’ 해석을 기다린다.
작가의 해석을 읽으면서, 내가 다시 판단하고 해석한다.
읽으면서 배우고, 해석하면서 나를 이루어간다.
토론하며 읽으면 나와 다른 해석(의견)을 만나고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무엇이 다른지 알아간다.
‘과학’ 책도 마찬가지다.
과학책을 싫어하는 나, 좋아하는 나, 어려워하는 나~ 모두 책과 나와의 만남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물론, 시험 준비하듯 외우면서 읽으면 소용없다.
이해도 못 하면서 많이 읽기만 해도 소용없다.
사실 삼천 권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으면 자신을 알게 된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분별한다.
 
며칠 전에 2022학년도 희망 학년 지원서를 받았다.
희망 학년을 빈칸으로 내며 “후배들이 안 하는 학년 주세요!” 했다.
책을 삼천 권 읽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모르면 책 뭐하러 읽나!
 
 
========================================================
<<책을 삼척 권 읽으면 일어나는 일 1>>
 
1.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책에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우리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부터 특별한 사람까지~
독자는 책 밖에서 인물의 행동과 생각, 말투를 내려다본다.
인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몇 시간 만에 들여다본다.
‘이렇게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이니 저렇게 될 거야~’
‘시대 배경과 주위 인물이 저러하니 이런 일이 일어날 거야~’
‘이 사람 마음이 이런 건, 저런 일을 겪었기 때문이구나~’
 
책을 읽을수록 주위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왜 화를 내거나 슬퍼하는지~ 왜 속이는지~ 삐치는지~
‘내가 이렇게 대하면 저렇게 할 거고, 저렇게 하면 이렇게 할 테니
말을 이러저러하게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내 말을 듣고 위로받았다는 분들이 꽤 있다.
돈을 주거나 선물을 보내지 않았지만, 고맙다고 말했다.
오래 만나거나, 오랜 시간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고맙다고 했다.
그분들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도 말하지 않은 상황까지 보인다.
책을 읽는 것처럼 등장인물을 이해하게 된다.
그럼 뻔한 대답, 쉬운 해결책, 아는 척하는 말이 아니라
‘당신을 이해해요. 당신 마음을 알아요.’ 느끼게 하는 말이 나온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책벌레 권일한에게서 나오는 말이다.
 
그저 한두 마디 말을 했을 뿐인데 반응이 달라진다.
폭발하는 아이가 "선생님은 믿을 수 있어요!" 한 것도
내가 혼내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사람을 이해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무턱대고 많이 읽는다고 사람을 이해하는 건 아니다.
책 많이 읽었지만, 편협하고 고집 세고 아는 척만 하는 사람 많다.
어떤 책을 읽건 상관없이 일정 분량은 동화, 소설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이해한다.
또한 책을 나누어야 한다. 토론하면 이해 범위가 넓어진다.
(토론 수업과 강의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건 '듣기'다.
그러니까 토론한다는 건 말하는 게 아니라 '듣는' 거다.)
 
3000권, 700000쪽 읽고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을 얻었으니
요즘 아이들 말로 ‘개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