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일반독자
공부란 무엇인가
책뜰안애
2021. 12. 16. 19:26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을 쓴 분이다. 문장, 문단, 단락을 모두 잘 쓴다. 간결한 문장에 명확한 비유로 귀에 쏙 들어오게 설명한다. 알맞은 자리에 알맞은 과장과 익살스러운 표현을 맛깔나게 쓴다. 작가가 성실하고 끈질기게 공부하고 가르치는 분 같다. 대충 자리나 지키면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 슬쩍 꼬아서 재미나게 비판한다. 오랫동안 글을 썼고, 잘 쓰려고 노력한 분 같다.
책은 공부(특히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다.
1부 공부의 길. 언어(낱말)를 정확하게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늘 생각하던 이야기라 반가웠다. ‘이런 생각하는 분이 또 있구나!’
2부 공부하는 삶. 수업 첫 시간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맛깔나다. 핵심을 정확하게 말하면서 위트가 있다. 공부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일반화와 섬세함, 나이에 따른 공부, 체력, 유학)을 소개한다.
3부 공부의 기초에선 능동성과 창의성을 설명하고 독서, 서평, 자료 정리, 질문법을 말한다.
4부 공부의 심화는 주제, 연구계획서, 문체, 토론, 발제, 세미나 등 더 깊은 공부를 다룬다. 모두 재미있고 유용한 내용이다.
5부는 인터뷰다. 이것도 읽는 재미가 크다.
줄 그은 부분이 많았다.
코로나 시대의 수업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 동영상 강의의 효과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이다. 사람이 강의 콘텐츠 전달을 통해서만 배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콘텐츠 전달은 책으로 하면 된다. 강의는 서로 얘기를 나누고, 헛소리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얘기로 번지는 과정에서 더 배우는 면이 있지 않나, 남녀 간의 만남도 한 번 사귀어보자고 정면으로 스펙 교환할 때 사랑이 싹트는 게 아니라 의외의 순간에 사랑의 감정이 생기듯, 배움의 순간도 원래 준비해온 콘텐츠를 단순 전달하는 데서 생기지 않을 경우가 훨씬 많다고 보고, 그런 것들을 허용하는 수업 구성을 해왔다. 지금 환경에서 가장 큰 도전은 그런 게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252~253)
이 외에도 좋은 부분이 많다.
→ 이곳의 삶은 급행열차와도 같다. 다들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어느 역에든 서지 않아도 좋으니,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좋으니,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기만을 원한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게임의 규칙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누군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상대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고 시기하며, 먼저 도착한 이의 휴식을 방해하고, 뒷담화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이 불공정 경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경쟁에서 패하면 자칫 이 사회의 노비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물론 경쟁의 종착지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모른다. (9)
→ 세상에 대해 논술문을 쓰기 위해서는 (맥락을 읽어내는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36)
공부하고 싶은 분, 특히 글을 잘 쓰고 싶은 분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