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뜰안애 2021. 11. 28. 13:42
1. 금요일 국어 시간
수업 시간에 소방관의 희생과 헌신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여 1 : 미쳤어요.
남 1, 여 2 : 호구 짓이에요.
 
진지한 질문에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
속마음은 다를 거라 생각하면서도, 계속 이렇게 대답하니 답답하다.
5~10분쯤 뒤에 물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나도 미친 거야? 내가 호구야?”
 
여 1은 아니라 하며 겸연쩍게 웃는다.
남 1은 여 2가 호구라 했다 하고,
여 2는 남 1이 호구라 말했다고 떠넘긴다.
장난삼아 웃으며 하는 말이었지만 씁쓸했다.
 
 
2. 월요일 쉬는 시간
지난주부터 우리 반 아이들이 복도에 칠판이 붙은 공간에 그림을 그린다.
열심히 그려놓은 그림에 저학년 누군가가 낙서했다.
낙서를 발견하고는 악담을 퍼부우며 소리가 높아지기에 가봤더니
“낙서하는 사람 목을 따버리겠다.” 써놓았다.
 
“너희가 이렇게 저렇게 행동해도 내가 이러저러하게 해주잖아.
그런데 너는 2학년이 낙서 조금 한 것도 못 참아서 이러냐?”
했더니 여 2가 말했다.
“선생님은 착하잖아요. 우리는 나빠서 그렇게 못해요!”
한숨이 나왔다. 또 씁쓸했다.
 
 
3. 화요일 아침
남 1, 여 2, 다른 남 2와 아침에 간단하게 상담했다.
여 2에게 물었다.
“음악 시간에 왜 노래 안 해?” / “하기 싫어요.”
“영어 시간에 왜 말을 안 해?” / “자신이 없어요.”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한 뒤에 물었다.
“어제 네가 나빠서 선생님처럼은 못하겠다고 했잖아.
결국 내가 호구라는 말이잖아.
난 착하니까 참아야 하고, 넌 나쁘니까 마음대로 하고?”
말하면서 슬펐다. 그런데 여 2가 그랬다.
“선생님처럼 안 돼서 그랬어요.”
 
이런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 눈을 바라보며 “그랬구나!” 해줬다.
 
1학기 내내 폭발하는 아이들을 참으며
‘언젠가 마음을 알 거야. 내 진심이 통할 거야!’ 했다.
화 내고 꾸중하고 싶을 때도
‘아픈 아이에겐 이해와 용납이 더 나을 거야!’ 하며 참았다.
‘차라리 화내는 게 낫지 않나?’를 수백 번 생각했는데~
내가 마음으로 하는 말을 아이가 듣는다고 느꼈다.
“얘야, 네가 겉으로는 쎈 척하지만 마음으로는 흔들렸구나!”
“그거면 됐다. 나는 만족한다. 그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