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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1년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해준 것 TOP3

책뜰안애 2021. 1. 1. 06:50

2021년

1. 폭발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싸우고 싸우고, 욕하고 욕했다.
  화를 내지 않았다.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덜덜 떨리기도 했다.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고, 다 때려치고 휴직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화를 내지 않았다.
  화 내지 않는 게 무슨 큰 일이냐 생각하겠지만, 폭발하는 아이들에게 화 내는 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2021년 내내 참고 또 참았다.

2. 참고 참으며 상담했다. 싸우면 상담하고, 욕하면 상담했다.
  우리 반 아이가 5학년을 때리면 5학년을 달랬다. 때린 아이는 또 상담했다.
  4학년을 달랬고, 3학년과 2학년을 달래기도 했다. 
  폭발하는 아이는 학년을 가리지 않고 욕하며 싸웠으니까~
  졸업식을 앞두고 폭발하는 녀석들 사이에서 고생한 아이가 상담 때문에 견뎠다고 했다.
  상담하면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했는데 소용이 있었다.

3. 폭발하는 힘을 달래려고 이것저것 많이 해줬다.
  산에 가고, 볼링장에 가고, 해양레일바이크 타고, 자전거 타면서 놀고, 삼겹살 구워먹고~
  살모사 보고는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녀석들 말리고,
  일본 음식, 이슬람 음식, 쿠키, 머핀을 만들고~
  이러면서 1년을 버텼다.

졸업식하는 날, 아이보다 학부모가 더 많이 울었다. 
난 속이 시원했다. 좀 울컥하기도 했다.

 

2020년

1. 비대면수업(우리 학교는 8주) 전부 실시간 쌍방향 수업했다.
대면수업 할 때는 학교 앞 강에 데려가서 물놀이를 했고, 마을 이곳저곳을 찾아가는 현장학습을 세 번 했다.
틈날 때마다 학교 앞산(5~10분 거리), 강가(5분 거리)에 데려갔다.

애들도 내가 자기들 사랑하는 줄 안다.

2. 1학기 세 번, 2학기 세 번 문집을 만들었다. 일기 안 쓰는 아이들 달래고 꼬드기며 만든 문집이다.
(아이들이 이제 글을 쓸 만해지니 헤어져서 아쉽다.)

3. 오늘을 마지막으로 아이들 집에 열한 번 찾아갔다.


다음 주도 비대면 수업이라 주간예고, 학습지와 함께 
미술 준비물로 기성품 만들기를 준비했다.
(9시 딱 되면 수업에 들어오고, 5교시 내내 열심히 참여한 선물!)
그리고 아이스크림 한 통씩 배달했다. (학교 예산으로)
언젠가 수업 시간에 아이스크림 이야기가 나왔는데 
31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한 번도 못 먹은 아이가 있었다.
마지막 가정방문 가는 기념으로 작은 거 한 통씩 나눠주었다.
(아이 기다리면서 사진 찍어봤다.)

2주일 더 수업하고 나면 4년 정든 학교를 떠난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학교 떠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선생 노릇 할 만해질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